Blood stain
방으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최준홍이 피범벅이 된 채로 서 있었다. 검붉은 피 꽃이 분수같이 남자의 입에서 내 뿜어지고 있었다. 꿈일까? 도망쳐야 하는 건가? 안돼, 난 그를 사랑하는걸. 그를 버리고 도망칠 수는 없어. 지금 그의 손에 죽어도 좋아. 난 괜찮아. 용기를 내 한 발자국씩 걸어갔다. 어느샌가 나는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내가……죽인 거야……? 내가 죽였나 봐……내가 죽였어. 갈라진 그의 목소리를 가다듬어주고 싶었다. 어떻게 된 거야, 준홍아. 아무리 물어도 그는 답이 없었다. 죽어 있는 남자에게로 다가섰다. 오른쪽 볼에는 약 5cm가량의 칼자국이 남아 있었고, 명치 부근에는 피범벅이 된 칼이 꽂혀 있었다. 많이 보던 얼굴.
김힘찬이었다. 나를 강간하고 희롱하기 일쑤였던 그 개새끼. 이제 그 개새끼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쁘다. 단지 죽었다는 게 흠이지. 내 애인이 그랬다는 게 흠이지.
이 씨발 새끼가……입에도 담지 못할 온갖 말끝에 네 이름을 갖다 붙이면서……정대현 거리면서 집을 다 뒤지는 꼴이……미치도록 죽여 버리고 싶어서……. 최준홍은 떨고 있었다. 그래, 그랬구나 준홍아. 잘했어, 괜찮아.
오늘 처음 느꼈고, 직접 보았다. 최준홍은 모두를 파괴해 버릴 만큼 날 사랑하고 있었다. 아니, 사랑을 넘어섰다. '이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집에는 최준홍이 오지 말아야 했을까, 김힘찬이 오지 말아야 했을까, 정대현이 오지 말아야 했을까. 최준홍이 오지 않았다면, 난 또다시 지옥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정대현이 오지 않았다면, 최준홍은 죄책감에 자살해 버렸을 것이다. 김힘찬이 오지 않았다면, ……김힘찬이 오지 않았다면? 그래, 처음부터 좆같은 그 김힘찬이 문제였다. 죽어도 싼 놈. 천하의 개새끼. 천벌 받은 거다.
"준홍아."
"응."
"토막 내서……."
"응."
"믹서기로 갈고……."
"응."
"산에다 묻고 오자."
"대현아."
"응?"
"사랑해. 넌 죽을 때도 내 손에 죽어야 돼."
"응,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