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Fantasy
일정한 기계음만이 병실을 울렸다. 며칠동안 잠에 취해있는 승관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엇이 두려운건지 그저 눈을 꽉 감고 입을 다물고 긴 시간동안 잠만 잤다. 그동안 자지 못한 잠이라도 잘듯이 그렇게. 승관의 부모님이 병실을 찾아왔다. 어딘가 싸한 느낌이 드는 두분을 한솔이 처음 보자마자 느꼈다. 승관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 애정은 전혀 담겨있지 않은 눈이였다. 제 눈앞에 제자식이 누워서 잠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한솔이에게 돈봉투를 건네며 전화하지 말라는 말만 남겨둔채 병실을 나갔다. 한솔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의 돈이 뭐라고. 돈봉투를 대충 서랍에 꾸겨넣고 보조의자에 앉은 한솔이 승관의 손을 잡았다.
"언제 일어날래"
"...."
"이제, 나 시간 많아 승관아"
"...."
"가고싶은데, 먹고싶은거, 하고싶은거 다해야지"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승관이 잠들어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한솔은 조금씩 불안해졌다. 물론 자기에게 남는건 시간뿐이라고 하지만, 승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러다 그대로 더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지 불안해졌다. 승관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춘 한솔이 일어나 물수건을 가져와 승관의 얼굴 손 팔 등을 조심히 마사지하듯 닦아주었다. 얼른, 일어나자 아가. 하루하루 잠들어있는 승관에게 늘 하던 말이였다. 일어나라는 말.
"오늘은, 좀 다른 얘기 해줄까 승관아"
"...."
"음, 나는 그러니까 몇백년전에 너처럼 평범한 학생이였어"
"...."
"집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고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날 발견한 아버지는 날 자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지"
"...."
"그래서, 눈을 뜨니까 민규와 지훈이 그리고 다른 모든 아이들이 날 바라보고 있더라"
"...."
"그때부터, 이렇게 살아왔어"
심장이 뛰지 않지만, 숨을 쉰다는 이유로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어. 그러다 한국으로 건너왔고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원우를 만난거야. 민규는 원우를 좋아했고 지훈이는 그런 민규를 오래전부터, 어쩌면 내가 이런 존재가 되기 전부터 좋아했었어. 나는.. 원우를 좋아했고. 힘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하나 둘 떠오르는것 같았다. 제게 민규가 좋다며 도와달라던 원우를 보고 아무도 모르게 아파해야했던 모습이. 그리고 금세 흩어졌다. 기억들은 조각이 되어 퍼지고 가만히 승관을 내려다보던 한솔이 말을 이었다. 내 첫사랑이 니가 아니라도, 내 마지막 사랑은 너일거야. 손을 뻗어 승관의 머리를 정리해주던 한솔이 잠시 나가려 손을 놓으려는데 되려 승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승관..?"
"진심이에요?"
"...."
"마지막 사랑이 나라는거?"
피실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진심이지. 한솔의 말에 조심히 눈을 뜬 승관이 한솔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많이 보고싶었어요. 승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하고 답한 한솔이 승관의 손을 꼭 잡자 몸을 살짝 일으킨 승관이 한솔을 끌어안았다. 당신이 하는 말 다 들었어요. 정말? 응, 다 들리더라. 가만히 한솔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숨을 쉬던 승관이 고개를 들어 한솔을 바라봤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 당신이 있어서 고마워요"
"...."
"많이 부족한데, 나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더"
"...."
"이렇게 손잡아줘서 나 믿어줘서 고마워"
"....한솔"
"응"
키스, 하고 싶어요 나. 승관의 말에 한솔이 옅게 웃음을 터뜨리다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가만히 입술의 온기를 느끼고 조심스레 벌어진 입술 틈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승관의 볼위로 눈물이 살짝 떨어졌고 한솔의 옷깃을 꼭 쥔 승관의 손을 한솔이 마주잡았다. 병실안은 어느새 달콤한 정적으로 내려앉았고 한참을 서로를 꼼꼼히 탐하던 둘은 조심스레 떨어져 서로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제, 행복하자. 이제, 다치지 않게 노력할게. 한솔의 눈으로 보이는 말들에 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한솔을 끌어안았다. 자신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한솔의 손도. 기분좋게 뛰는 심장소리도 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 한솔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 * *
마음에 들어? 휠체어를 끌며 말하는 한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승관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어보였다. 혼자 살기 싫었는데, 잘 됐다. 승관의 집을 넘겨버리고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한 한솔이 승관의 짐을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지훈도, 민규도 떠난 그 큰집에 혼자는 싫었다. 승관도 물론 마찬가지였고. 마당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겨울이 다가오는 밖과는 다르게 집안은 아직은 따뜻한 초가을이였다. 방은 우리 둘이 한방 쓸거야. 능글맞은 한솔의 말에 괜히 헛기침을 한 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대답했고 깔끔한 디자인과 책상위에 놓인 자신과 한솔의 사진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러니까, 결혼한거같다"
"결혼?"
"응, 결혼"
승관의 말에 한솔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승관을 데리고 거실로 나와 안아 올려 소파위로 옮겨주었다. 고마워요. 아직까지 걷는게 무리라는 말에 꼼짝없이 휠체어 신세를 지고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제 뒤엔 항상 한솔이 있었으니까. 부드러운 카펫이 발을 간지럽혔다. 좋다. 중얼거리는 승관을 거실에 두고 잠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나온 한솔이 헛기침을 하며 승관의 앞에 앉아 승관을 올려다봤다. 왜 거기 앉아요, 옆에 앉지. 말하는 승관을 물끄러미 보던 한솔이 말을 이었다.
"승관아, 요새 잠은 잘자? 어제도 잠설치는거 같던데. 내가 미안, 너 그렇게 안좋은 기억 남겨줘서"
"괜찮아요, 당신이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근데 승관아, 다음에 또 이럴수도 있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너가 다칠수도 있어"
"알아요, 나 괜찮아요 진짜"
"내가 안괜찮아. 그래서 말인데 승관아"
"....."
"승관이 나한테 와줄래?"
"...."
"나랑 결혼하자, 내 마지막 사랑이 너라고 했잖아 그거 내가 지킬수있게 해줘"
"...한솔"
"내가 평생 잘해줄게, 이런 말은 못해도 니가 내 옆에 있으면 나 불안하지는 않을거같아. 그러니까 나한테 와줘"
떨리는 한솔의 말과 눈앞에 보이는 반지에 승관이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결혼이라는 말. 그걸 한솔이 제 눈앞에 무릎꿇고 앉아 한다는거 자체가 꿈인것만 같았다. 승관은 한솔이 자신을 떠날까 불안해서 차마 내색하지 못했는데, 이렇게까지 자신을 생각하는 모습에 울음을 터뜨리며 한솔을 끌어안았다. 왜 울어, 응? 울지마. 등을 토닥이며 말해오는 한솔의 말에 승관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심, 진심이죠? 나 안버릴거죠"
"내가 널 왜 버려, 응?"
"나는, 나는"
"...."
"사랑해요, 사랑해 정말."
"...."
"결혼, 하자. 해요 당신이라면 행복할거같아요 나"
승관의 말에 푸스스 웃음을 터뜨린 한솔이 승관을 떼어놓고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차이는 줄 알고 엄청 조마조마 했네. 장난스런 한솔의 말에 승관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당신을 왜 차요. 승관의 머리를 쓰다듬고 승관의 손을 잡은 한솔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웃음을 지었다. 이제,어디 도망 못가겠다. 우리 승관이. 한솔의 말에도 그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다시금 한솔을 끌어안은 승관이 사랑한다 말하자 승관의 귀에 짧게 입을 맞춘 한솔이 말했다. 내마음속에 너 새겨둔거니까, 너없으면 나도 죽어 이제. 고개를 끄덕이는 승관을 다시금 품에서 떼어낸 한솔이 승관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사랑해,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쭉"
"나도, 사랑해요"
창밖으로 첫눈이 흩어져 내렸다. 꽃잎이 떨어지듯 조심히 길가에 뿌려졌고 하늘은 은은한 달빛을 내려주었다.
조심스럽고, 또 다정하게. 다시 한 번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어.. 끝입니다! 되게 음 노력했어요 해피엔딩.....ㅎㅎㅎ 내용이 조금 어설프게 끝난것같ㅌ지만 ㅠㅠㅠㅠㅠㅠㅠ 여기까지 같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첫화부터 쭉 봐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좋아해주셔서 항상 힘얻어서 글썼어요. 아마도 잊지 못할겁니다. 이게 제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초록글올라가있는것도 늘 감사했어요ㅠㅠ 말하지 않아도 내님들은 제마음 아실거라고 생각해요 사랑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암호닉 ; 화상 구피 송송이 뿌 샤넬 밍구리 뿌뿌뿌
끝까지 같이 와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부족한 글실력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껴요 잊지 않을거에요. 절대로. 사랑합니다
외전은 텍파에 추가될거같구요 텍파는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가지고 올게요ㅠㅠㅠ 없으면 없는걸로! 더 좋은 작품 들고 오도록 노력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