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에서 내린 바비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한테 오는데 옆에 있는 남자들이 도련님이라고 하는걸 들었거든?
아 그래서 역시 보통 남자가 아니었구나 했는데 그 남자가 주위에 있는 남자들한테 뭐라뭐라하니까
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고 차도 출발하고 그 남자만 내 쪽으로 걸어왔어.
"여기서 다 보네요. 연락 못해서 미안해요 바빴는데 그쪽도 그랬던거 같네?"
"아 네, 또 보니까 반갑네요."
"그 때 그 일로 유난떨 줄 알았는데 꽤 조용하네요?"
"내 부주의도 있는걸요, 그쪽 나쁜사람인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어깨를 으쓱이니까 바비가 입주변을 가리면서 웃더라.
나도 살짝 웃으면서 같이 건물 안에 들어가는데 사원증 없이 들어가더라?
근데 아무도 터치안하는거야..
"직급이 꽤 높으신가봐요? 출근하시는 것도 그렇고.. 사원증도 없으시네요."
"아, 오늘 첫 출근이거든요."
"저돈데? 저랑은 많이 다르시네요. 도련님."
내가 장난치니까 바비도 귀여운 앞니를 내보이면서 웃는거야.
부잣집 도련님 같지는 않은 포스에 별로 그런 유치한 놀이에 끼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
나는 브랜드 매니저니까 마케팅 부서가 있는 층수를 눌렀는데
바비는 안누르는거야 그래서
"아버님 뵈러 안가나요?"
"아뇨, 저도 제 일 하러 가야죠."
"...?"
"마케팅 부서 사원 김지원입니다."
그니까 바비, 아니 김지원도 마케팅 부서인데... 도련님.. 사원..?
내가 벙쪄서 있는 동안 엘레베이터가 도착한건지 김지원이 먼저 내렸어.
나도 따라서 내렸고, 다들 나랑 김지원이 오늘 들어오는거 알고 있었는지 반겨주더라.
나는 뉴욕에서 팀장으로 일했어서 마케팅 영업부 1팀 팀장자리에 앉게 됐지.
아직 우리 부서 사람들은 김지원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건지 다들 막 편하게 대하더라고
나만 혼자 이도저도 못하고 짐 정리하는데
"무거우실텐데 저 주세요."
하면서 김지원이 내 짐을 책상까지 옮겨주는거야.
안쓰던 존댓말을 쓰면서.
근데 내 자리가 살짝 칸막이 같은걸로 가려져있는데 그 안에서 둘만 있게 되니까
토끼웃음 싹 없어지더니
"팀장급이면 꽤 열심히 일했나보네."
"....에..?"
"잘 해봐요."
하더니 살짝 웃으면서 자기 자리로 가버리는거야!
아니 근데 너네라면 이 상황이 이해가 가..?
너무 드라마같잖아, 도련님이라고 출근해놓고서는 사원이라고 저렇게 앉아서 심부름하고 있고 이게 뭐야..
괜히 혼자 심각해져서 짐 풀고 있는데 귀여운 여자 사원 한명이 커피들고 내자리로 오는거야.
"저.. 안녕하세요! 마케팅 영업부 1팀 사원 이수현입니다..! 커피 드세요!!"
"아.. 고마워요."
내가 커피 받아드니까 엄청 막 혼자서 난리치다가 인사꾸벅하고 나가는데 귀여웠어.
자리 가서 앉는거 보니까 김지원 옆자리에 가 앉는데
거기 가서도 쉬지않고 쫑알쫑알 뭐라말하고있는데 여고생같더라ㅋㅋㅋ 나도 저런때가 있었지..
오늘은 첫 출근이니까 가볍게 업무 사항 체크하고 팀원들하고 대화나하려고
테이블에 모이자고하니까 다들 좋은 얼굴로 모이는게 왠지 앞으로 회사생활이 힘들진 않을거 같았어!
괜히 신경쓰이는 김지원만 빼면 말이지..
"전 30살이고요, 우리 팀원들을 앞으로 이끌어 나갈 새로운 팀장입니다. 이름은 ㅇㅇㅇ입니다. 잘부탁드려요."
내가 간단히 소개하고 자리에 앉으니까 다른 팀원들도 순서대로 일어나서 자기소개하고
마지막으로 김지원 차례가 됨!
"저는 아시다시피 새로온 신입 사원이고요, 나이는 31살 김지원입니다. 나이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31살이 신입사원이라니 다들 조금 당황한 표정?
나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분위기 대충 수습하고 업무 방향같은 얘기 나누고하는데
갑자기 김한빈 대리가 자기 앞에 놓여진거 내밀더니
"저, 갑작스럽지만 저희가 이번에 시장에 내놓을 향수입니다.
저희는 팀장님 스타일이나 어떤식으로 앞으로 진행해나갈지 이렇게 추상적으로 얘기하는것보다
내일부터 진행하게 될 아이템인 요 아이를 대리고 이야기하는게 더 효율적일것 같은데.."
"대리님..."
"아 아니에요, 좋아요 이걸로 얘기하죠."
김지원도 지루했는지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다가 아이템 얘기가 나오니까 시선을 돌리더라고.
김대리가 내놓은 책자를 내 앞으로 가져와서 넘겨보니까 남자 향수였고
겨울 신상 향수였는데 기존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이었어.
"샘플은?"
"여깄습니다."
재빨리 내 손에 샘플을 넘겨준 수현이가 헤헤 웃으며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뒷주머니에서 시향지를 꺼내서 향을 맡았어.
다들 조용히 내 모습만 바라 보고 있길래.
"뭘 그렇게 봐요, 음.. 좋은데 기존 향들이랑은 확연히 다른 느낌도 있고."
"저도 이번 향수 정말 마음에 들어요!"
"수현씨는 굉장히 밝아서 좋네요."
"눈치 없는건 덤이에요."
"대리님!"
투닥거리는 김대리랑 이사원보면서 내가 셀쭉 웃는데 김지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거야..
그래서 괜히 멋쩍어서 시선돌리고 대충 디자인인과 모델, 이벤트성 홍보 방식 등등에 관한 얘기 꺼내는데
"이렇게 의미없는 회의는 그만하고! 다시 업무하는건 어때요?"
"....?"
김지원이 갑자기 노트를 탁 접더니 저러는거야.
다들 당황해서 김지원만 쳐다보길래..
"그..그래요! 이제 그만하고 업무하죠."
팀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뭐라 말할까봐
그냥 내가 빨리 상황 마무리짓고 테이블 치우니까 팀원들도 머쓱해하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김지원은 테이블 치우는 내 옆으로와서 내가 컵 쥐려는 손 자기가 겹쳐잡으면서 내 귀에다가
"이런건 제가 할테니까 쉬세요, 팀장님"
이러는거야......
근데 목소리가 완전 저음인게 좋으면서도 느낌이 이상해서 내가 어깨 한쪽만 들썩이니까.
"빨리."
내 허리 쓸면서 말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테이블 치우면서 웃었어.
왠지 우리팀에서 나만 피곤해질것 같은 예감..
암호닉
뜨뚜님
밀크님
김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