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아, 정국 씨. 왔어요?"
"네. 다른 멤버들도 오고 있어요. 밑에서 음료수 좀 산다고."
"알았어요."
"오늘은 뭐해요?"
"치수 잴게요."
[방탄소년단] 치수 잴게요
"치수 또 재요?"
"네에-, 네에-. 어딘가의 막내가 또 키가 크셨다고 팬들이 바지 길이 왜 저러냐고 하도 컴플레인을 하셔서 말이죠."
너 말이야, 너. 나쁜 전정국 같으니. 치수 재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하는 말은 모두 목구멍 뒤로 삼켜버리고 묵묵히 원단만 만졌다.
민망한지 괜히 몸을 움직이는 게 곁눈으로 보였지만 모르는 체. 귀여운 척해도 소용 없어 이 잔업 생성기 같은 놈아!
"누나! 지민이 왔어용!"
"왔어요?"
"네! 밖에 진짜 더운 거 있죠. 여기 들어오니까 살 것 같다. 헤."
오늘도 귀여우시네요. 아주 내 심장을 터뜨려버릴만치 귀엽네. 나이를 스무 개 넘게 먹은, 그것도 피지컬은 아주 근육맨을 쌈싸먹는 멀대같은 남자가 하는 '헤'가 귀엽다니.
내가 중증인 거니 니가 이상한 거니.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바로 뒤 이어 채 닫히지 못한 문틈 새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만지던 원단을 내려놓고 뒤돌아 섰다.
"누나는 지민이 형만 좋아해..."
어쩐지 한 쪽에서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무시하자. 응. 무시해.
"탄소야! 안녕!"
"안녕하세요."
"에-이. 동갑인데 말 놓자니까? 안녕, 해 봐. 안녕."
"안녕하세요."
오자마자 그 소리. 지겹지도 않은지 볼 때마다 반말을 종용하는 정호석을 필두로,
"안녕, 누나!"
"안녕ㅎ,"
"아 박지민 진짜!!! 니 새끼가 홀랑 튀어서 내가 이거 다 들고 왔잖아!"
음료수 봉지와 함께 인사만 툭 던져놓고 응징할 대상을 찾아 헤드록을 시전하는 김태형,
"안녕."
"안녕하세요. 더워서 그래요? 힘이 빠졌네."
"어, 그러니까 나 어깨."
"저기 소파 있어요."
"어."
"덥다면서. 소파 가서 누워요."
"더우니까 가만히 좀 있어 봐. 형, 나 음료수 좀 주세요."
멀쩡한 소파 놔두고 왜 나한테 기대는지 모르겠는, 하나도 안 무거워서 더 짜증나는 민윤기,
"오랜만이에요."
"그제도 봤는데요."
"어제 못 봤잖아요."
"네, 뭐. 그래요."
얜 또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김남준,
"안녕!"
"네 오빠. 안녕하세요."
"이거 먹어. 덥지."
"에어컨 틀어놔서 괜찮긴 한데, 그래도 잘 마실게요."
"민윤기 너는 소파 놔두고 뭐하냐. 얘 어깨 부서지겠다."
김태형이 던져놓은 음료수 봉지를 들고 개중에 하나 있는 정상인, 김석진이 들어왔다.
아... 진짜 그만둘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악의 소굴에. 후.
그래도 일단은,
짝짝,
"치수 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