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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정국/사극] 새벽 2시 ep3 | 인스티즈

 

 

 

 

 

 

 

 

 


"널 도우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소란스러워 놈들을 쫓아보낸 것이다. 착각하지 마라."


정국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딱딱하고 차가웠다. 탄소의 눈이 토끼처럼 커지며 그녀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자신의 호의를 싫어하기를 넘어 혐오하기까지 하는 탄소였기에 일부러 차갑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당황해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덩달아 정국도 당황하여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탄소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것일까? 이 때까지 내게 어떤 말이든 서슴치 않았는데...


"누가 뭐래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도와준 거니까 고마워요."


뭐라고?
정국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국 앞의 이 소녀는 분노에 휩싸여 흥분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존댓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탄소에게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걸까? 알고 싶다. 물어보고 싶다. 갑자기 이렇게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날 용서한 것인지 알고싶었다.


"어째서..."


정국이의 목소리가 긴장감에 가늘게 떨렸다. 정국은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어째서..."


그러나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어느새 정국이에게 다가 온 남준이 때문이었다. 남준은 정국이의 귓가에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문수 어르신께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국은 그제야 떠올랐다. 자신이 왜 이 곳에 왔는지, 누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탄소의 변화에만 신경쓰느라 순간 잊고있었다. 정국은 이내 입을 꾹 다물고 그녀를 바라봤다. 탄소는 정국의 눈빛에 움찔거렸다. 정국은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려 문수의 앞으로 돌아갔다.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도 정국의 머릿속은 온통 탄소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문수가 건네는 술잔을 받으면서도 정국의 눈길은 탄소에게로 향했다. 탄소는 정국을 노려보며 잠시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끝내 제 분에 못이긴 듯 발을 쿵쿵 구르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입구쪽에 앉아있던 한 남자도 일어섰다. 남준이가 붙여놓은 사람이었다. 탄소가 물을 긷다 쓰러졌을 때 알려준 놈도 저 놈이었다. 정국은 그 남자가 뒤따르는 것까지 확인하고 난 다음에야 문수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저 아가씨는 누구길래 정국 도령이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인가?"
"커다란 사내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던 여인에게 어찌 신경이 안 쓰일 수 있습니까?"
"허허. 그렇군. 자네 말이 옳다. 여인이 곤경에 쳐했을 때 나서 도와주는 것이 사내 대장부의 도리라고 할 수도 있지. 허허허허."


대충 둘러대는 정국의 말에 문수는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문수의 눈이 능글맞게 휘어졌다. 순간 정국의 몸이 살짝 굳으며 긴장감이 돌았다. 나이는 많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포스였다. 비록 지금은 아버지와 손을 잡고 있고 자신과 우호적인 관계이기에 큰 위협이 없지만, 언제 변할지 모르는게 사람이다. 더군다나 정국이 문수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 순간도 빈틈을 보여선 안된다. 문수가 자신의 생각을 알게하면 안된다. 정국은 바짝 마른 입 속을 느끼고, 물을 한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옛날엔 저희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던 문수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눈을 들어 정국을 보았다. 정국은 그런 문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문수는 음식을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과거엔 그랬지... 헌데, 그건 왜 묻느냐?"
"그런데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그 계기가 무엇이었던 건지 궁금해져서 말이지요."


정국은 해맑게 웃었다, 마치 정말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순진한 아이처럼.


"...내가 빚을 좀 졌거든."
"빚?"
"내가 네 아버지에게 도움을 좀 받았지. 허허허허."

 

 

 

*

 

 

 


집으로 돌아온 정국은 이마를 싸맨 채 인상을 썼다. 그 앞에 남준이가 정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분명 뭔가 있어."


정국의 기억에는 어렸을 적 일이긴 했지만 분명 아버지와 문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오히려 천적인 양 서로 마주치기만 해도 불쾌한 표정을 짓기 일수였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을 지점으로 둘의 관계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지금은 가끔 집에까지 초대하여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한다. 아들인 정국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때의 정국은 어렸기 때문에 항상 바쁜 아버지보다 자신과 함께 놀아주는 문수가 좋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참 이상했다. 아버지와 문수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그 시점이 탄소의 아버지가 죽은 그 때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도 문수에 대해 물었지만 정계에 입문할 준비나 하라는 핀잔만 들을 뿐이었다. 아버지께는 문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힘들 거 같았다. 다시 문수에 대한 이야기를 유추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일단 문수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아진 후 도시로 이사를 오고, 경제적으로 좋아졌다고 들었다. 아버지께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단 이야기인데... 그 전에 살던 동네로 가서 주민들에게 문수에 대한 이유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아버지를 싫어했던 이유를 들을 수도 있다.


"문수 어르신 뒷조사를 해야겠다."


정국의 말에 남준의 눈이 빛났다.


"옛날에 문수 어르신과 아버지의 사이가 나빴던 이유를 알아야겠다."


정국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준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일어났다.


"조심해야 한다. 문수 어르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
"제가 직접 나설 것이니 걱정마십시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다."


단호했던 정국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번 일에는 다른 이를 시켜라."


문수는 겉으로는 호탕한 아저씨 같았지만, 실은 그 속에 구렁이 몇마리가 사는지 모를만큼의 음침한 사람이다. 또한 자신과 적이라고 생각하면 단칼에 베어버릴 냉정한 사람이었다. 정국이가 의심을 품고 남준을 보낸 것을 눈치챈다면 그 자리에서 남준의 목을 베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일엔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시켜야한다는 것쯤은 알고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제 곁에 지금까지 남아준 소꿉친구였다. 또 잃고 싶지 않다.
남준은 그런 정국을 알기에, 더 오래 정국 옆에서 그를 보필하겠다고 결심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준이다. 정국이가 유일하게 전적으로 믿는 사람도 남준이었고, 속마음을 모두 터놓을 수 있는 사람도 남준이 뿐이었다. 남준은 정국을 위해서라도 목숨을 소중히 할 것이며, 자신이 목숨을 버릴 때는 정국을 위한 일을 할 때뿐이라 여길 것이다. 남준은 허리를 숙여 정국에게 인사를 했다.


"조심하겠습니다."


목소리에서 조차도 강한 결단이 느껴졌다. 꼭 조심하겠다고.


"넌... 정말 내 말을 안듣는구나."


항상 그렇게 제멋대로야. 다른 이를 시키란 말이다.

남준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남준이가 떠나고 정국은 또다시 홀로 남아있었다.


'탄소는 어떻게 된걸까...'


저잣거리에서 만난 탄소가 떠올랐다. 갑자기 바뀐 탄소의 태도가 이상했다. 쓰러졌을 때 얼굴을 부딪혔던데... 혹, 머리도 부딪혔던 것 아닐까? 그래서 갑자기... 그럴리는 없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정국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실소를 지었다.

 

 

 


*

 

 

 

 


"널 도우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소란스러워 놈들을 쫓아보낸 것이다. 착각하지 마라."


아니, 그렇게 말할 거 까진 없잖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까 정국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내 방 앞 마루에 앉아서 정국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뭐, 착각?! 그래. 처음엔 날 구해줬단 생각에 좀 설레긴 했어. 근데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사람 민망하게! 얼마나 사이가 나빴었길래 그러는거야. 아니면 이 곳 정국이 저런 성격 때문에 사이가 나빴던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구해주긴 했으니 고맙기도 했고, 좀 친해져보자고 고맙다고 인사도 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어째서...'
고맙다는 말 처음 들어보나...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는 것이...


"좀 쉬라니까 어딜 갔다온게냐?"


말숙 아줌마다. 아줌마는 웬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그냥... 답답해서 저잣거리 좀 다녀왔어요. 그건 뭐예요?"
"부추 장아찌다. 윤희 거기 없냐?"
"윤희요?"
"심부름 시키려 했더니 어디 갔는지, 원..."


이 집엔 아줌마랑 나랑 그 여자애 밖에 안 살던데... 심부름 시킬 사람은 나랑 그 여자애뿐이니... 그 여자애 이름이 윤희겠구나?!


"윤희야!"


아줌마가 큰 소리로 윤희를 불렀다. 저 쪽 부엌 뒤쪽에서 윤희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윤희의 얼굴이 온통 땀으로 뒤덮여있었다.


"아까 내가 부엌도 살펴봤었는데...?"
"저 부엌 뒤에서 장작 패고 있을 때 오셨나 봅니다."
"아궁이에 불을 떼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건 내가 할테니 이것 좀 전대감님댁에 갖다 주어라."


전대감님? 성이 전씨인 대감님이라... 혹시 정국이의 아버지이실까?


"정국 도련님댁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럼 이 동네에 성이 전씨인 집이 또 어디 있나?"


정국이 집? 난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제가 할게요!"


아줌마와 윤희가 동시에 날 바라봤다. 둘의 주목에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이걸 핑계로 정국이 집을 알게 되는 거야! 정국이랑 친해지려면 일단 많이 봐야지. 그러려면 집을 알아야 해! 그래야 내가 자주 찾아가서 주변을 서성이든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든 어떻게든 정국이랑 마주칠 일을 만들 거 아니냐... 거기다 남준이가 정국이 호위무사니, 남준이랑도 많이 마주치겠지?
그러나 그 둘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마치 내게 무슨 꿍꿍이냐는 듯 의심이 가득찬 눈초리였다. 원래 그렇게 싫어한다는 놈 집에 심부름을 가겠다고, 그것도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서는 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난 걔가 아니라고. 어떻게든 정국이랑 친해질거야. 못 미덥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줌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쳤다. '제가 잘 갖다줄테니 제게 맡겨주세요!'라는 눈빛으로 끈질기게 아줌마의 눈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윤희가 의외의 복병이었다.


"안 돼."
"왜?"
"너 아프잖아. 또 쓰러지면 어떡해?"


윤희의 말에 아줌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다 장아찌를 다 쏟아버리면 어쩌냐는 말을 덧붙였다. 윤희도 거기에 또 맞장구를 치며 날 만류했다. 아, 제발 그러지 말아요... 나는 내가 이젠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팔을 양쪽으로 들어올려 잔뜩 힘을 주었다. 팔근육을 보여줄 때 하는 동작을 만들어서 말이다.


"저 이제 괜찮아요. 진짜 멀쩡하다니까요? 저 이제 완전 튼튼해요."


윤희는 내 말에도 꿈쩍도 안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급기야 아줌마와 윤희 주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내 다리도 튼튼하다고! 봐, 이렇게 잘 뛰잖아?!
그러나 윤희는 건강함을 한껏 어필하던 날 붙잡고 마룻바닥에 앉혔다. 정말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아줌마를 쳐다봤지만 아줌마도 동의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윤희를 올려다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윤희는 그대로 아줌마에게서 장아찌를 받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칫.
아줌마도 내게 잠이나 더 자라며, 내일부턴 다시 일 시킬 거니까 지금이라도 푹 쉬라며 잔소리를 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흥, 내가 이대로 포기할 줄 알고? 아궁이에 불을 땠다는 거 보면 저녁을 하실 생각인가 본데, 그럼 요리를 하느라 바빠서 내겐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단 뜻은 내가 아줌마의 눈치만 잘 살펴 조심 조심 걸어간다면 이 집을 몰래 나갈 수 있다는 뜻이지! 얼른 나가서 빨리 윤희 뒤를 따라잡아야지.
나는 양손으로 치마를 잡고 살짝 들어올렸다. 내 새하얀 다리가 살짝 들어났다. 여기선 365일 긴 치마만 입고 살아선지 몸이 햇빛에 그을린 곳이 없다. 아, 얼굴은 몸에 비해 조금 까만 걸로 봐서 얼굴은 좀 탔다. 암튼 새삼스레 내 다리에 감탄하며 나는 조심 조심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고개를 돌려 부엌 안을 살폈다. 내 예상대로 아줌마는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대문까지 아무 장애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시선을 아줌마에게로 고정한 뒤, 조심스레 걸어갔다. 마침내 나는 집에서 나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윤희만 찾으면 된다. 윤희야 어디 간 거냐? 어느 쪽 방향이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윤희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 걸음이 좀 빠르긴 하던데, 놓친걸까? 진 빠져...
그렇게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저기 사람들 틈 사이에서 윤희가 보였다. 정말 살짝 보였지만 윤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안 놓치고 따라가긴 힘들겠다. 나는 윤희를 향해서 달렸다. 이리저리 사람들 틈 사이를 지나 꽤 가깝게 윤희를 따라잡았다. 오, 예! 나 오늘 운이 좀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나 혼자서도 이 길을 갈 수 있게 주변 특징을 살피며 윤희를 따라갔다. 좀 대놓고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눈치 채겠어?


"거 비키시오!"


갑자기 옆 골목에서 어떤 남자가 수레를 끌고 내 앞을 지나쳤다. 수레 위의 짐들이 내 키보다 더 높이 쌓여있다. 어떻게 저걸 끌 수가 있지? 정말 그 힘에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커다란 수레를 끄는 남자에게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난 윤희를 놓치고 말았다. 일단 이 길에선 직진 밖에 갈 길이 없으니 직진했겠지? 나는 일단 앞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앞쪽에 윤희가 없는지 찾기 위해 까치발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에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깜짝 놀라 내 팔을 잡은 이의 얼굴을 올려다 봤을 때, 나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윤희야..."
"누가 날 따라온다고 생각했는데... 너였구나?"


윤희는 눈치가 빨랐다.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길래 나는 윤희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다 눈치채고 몰래 숨어서 누가 자신을 쫓아오는지 보고 있었던 것이다.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몰라 저절로 내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동공지진이라는 것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저... 나는 그저..."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머리를 굴렸다. 뭐라고 핑계대야 윤희가 수긍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입을 달싹거리며 아무 말 못 하고 있는 날 보고 있던 윤희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어봤다.


"갑자기 정국 도련님 집으로 가겠다는 이유가 뭐야?"
"...눈치챘어?"


내가 정국이 집에 가려고 그러는 거 눈치챘구나, 그렇구나... 이걸 뭐라고 그래야 하지? 이 세상의 나와 정국이 사이가 정확히 어땠는지, 무슨 이유로 사이가 틀어졌는지 알 수 가 없으니, 뭐라고 핑계대야 그럴 듯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윤희는 또 아무 말 하지 못 하는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뭐라도 이유를 대야지 이 상황이 무마되든 어떻게든 될 것 아닌가.


"나, 나 정국 도련님이랑 화해하고 싶어."
"...어?"


좀 많이 놀란 듯한 눈치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뭐라도 뱉고 봐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지 않겠어?


"이 때까지 내가 좀 철없이 정국 도련님 막 싫어하고 그랬는데... 이젠 화해하고 싶어. 내가 잘 못 한게 있다면 사과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진심이야?"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정말 진심이라는 뜻으로 크게 끄덕였다. 내 진심을 알아 줘!
그러나 윤희는 여전히 날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날 믿어달라는 눈빛에도 변함 없었다. 내가 뒤에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것처럼 윤희는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눈싸움을 하다가, 윤희는 내 팔을 잡아 당기고는 내 귀에 속삭였다.


"도련님께 니가 오늘 밤 만나고 싶어한다고 전해줄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왜? 그냥 오늘 정국 도련님댁에서 보면 안될까?"
"절대 안 돼!"
"그니까 그 이유가 뭐냐고."
"...아주머니께서 너 찾으실거야. 빨리 돌아가."


이왕이면 정국이 집에서 만나고 싶은데... 윤희는 절대 날 데리고 가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또 아줌마가 내가 없어진 거 알면 걱정할 것도 맞기 때문에, 나는 윤희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꼭 전해줘야 돼?"


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지. 어쨌든 정국이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

 

 

 

 

윤희는 누가 자신을 쫓아오길래 탄소의 정체를 눈치 챈 누군가의 미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숨기고, 그 쫓아오는 자의 얼굴을 확인해 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자는 다름 아닌 탄소었다. 알고보니 정국과 화해하기 위해 정국의 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갑자기 태도가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탄소를 정국 도련님댁으로 가게 할 순 없었다. 탄소의 가문이 몰락한지 9년이 지났고, 전 대감님이 탄소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녀가 10살 때 일이었으니, 지금은 못 알아 볼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아예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소가 정국과 화해하고 싶다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판단할 것이 아니니, 정국에게 이 말을 전하겠지만, 탄소의 안전을 위해 그의 집으로 까지 모시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정국이가 자신 말고 또 다른 사람을 탄소에게 붙여주어 안심하고 그녀 혼자 집으로 돌아가게 보낼 수 있었다.

 

 

 

 


*

 

 

 

 


나는 집으로 돌아 와, 정국이를 기다리며 잠시 눈을 붙였다. 눈을 떴을 땐, 윤희도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내 말을 전하긴 한거야?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자고 있다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아침에도 자고 일찍부터 잠에 들었던 탓인지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달이 선명이고, 수많은 별들이 예쁘게 반짝이는 밤이었다. 한국에 있을 땐 잘 볼 수 없는 맑은 밤하늘이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별들이 너무 예뻐 손을 크게 쫙 편 채로 하늘을 향해 뻗어보았다. 손가락 사이 사이로 보이는 별들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밤하늘을 구경하고 있으니,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야. 나는 벌떡 일어서 인기척의 주인을 확인하려 했다.


"탄소."


정국이었다.


"날... 만나고 싶다고..."


윤희야, 말 했으면 말 했다고 날 깨워서 알려줘야지... 계속 자고 있었으면 어쩔 뻔 했어.
그나저나 무슨 말을 해야할까... 다짜고짜 미안했다고 하면 이상할까? 뭐가 미안하냐고 물으면 어떡할까... 이 때까지 싫어해서 미안하다고 할까? 이것도 이상한데... 뭐라고 얘기할지 미리 생각해 놓을 걸 그랬다. 밤이라 정국이의 표정이 선명하고 완벽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이 곳의 밤하늘은 정말 맑은 탓에 달빛으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무표정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보자고 해놓고 아무 말 없으면 짜증나겠지, 그래...


"음...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그냥 이젠 화해하고 싶어요."


정국은 입을 굳게 다문 채로 가만히 날 바라봤다. 정국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가만히 서 있던 다리가 서서히 저려오고, 그의 말을 조용히 기다려줄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때 쯤이 되서야, 정국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느냐."


이유... 그래, 이유가 필요하겠지. 갑자기 화해를 하고 싶다는데. 난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지쳤어요. 그만 미워하고 싶어요."
"...정말 그 이유인가."


아, 이게 아닌가? 하지만 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 이제 지쳐서 그만 화해하고 싶다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이의 눈치를 살펴봤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정국은 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상관없다."


드디어 정국이가 입을 열었다! 정국이는 점점 가까이 내게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돼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침을 꿀꺽 삼키며 정국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봤다. 바로 앞까지 다가 온 정국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까이서 봤을 때, 비로소 그의 표정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런 날이 올 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탄소야."


그의 눈빛, 표정, 목소리 모두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진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전정국은 슬퍼하고 있었다. 그만 미워하고 싶다고, 화해하고 싶다는 내 한마디에...

 

 

 

 

*

 

 

 

 


정국은 탄소의 말에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탄소가 이젠 화해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고심 끝에 물어본 말에 대한 대답은 '이제 지쳤다'는 대답이었다. 정말일까? 그게 진심일까?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화해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이 거짓인들, 정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지쳤다는 한마디에도 정국은 가슴이 미어졌다. 그 오랜 시간 자신을 원망하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정국이 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정국은 탄소의 화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국은 이미 그녀에게 죄인이나 다름없으며 누명을 벗겨준 뒤에도 평생 원망을 사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벌써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를 그만 원망하겠다 말하고 있었다.


"그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상관없다."


그저 탄소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몸이 한껏 긴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똑바로 정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깨끗한 눈동자. 예전부터 느꼈던 그대로이다. 그녀는 눈동자가 제일 아름다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게 얼마만인지...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힘겹게 내뱉은 말 소리에서 울음이 섞여져 나왔다. 정국은 울컥하는 감정을 다잡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날이 올 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탄소야."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그 옆으로 아직 다 낫지 못한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많이 아팠을까. 정국은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상처를 감쌌다. 미안하다.
'다시는 어떠한 상처도 네게 남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주리라' 결심하는 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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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글 올리는 텀이 길어지는 느낌ㅋㅋㅋ

음...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못 올 거 같아요ㅜㅜ 일이 있어서...

다음 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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