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겁나게 넓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절대 아니었다는 것을 백현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리고 좀 새롭게 생긴 길이 나올 것이지 걸을 때마다 보이는 똑같은 건물들에 욕이 다시금 입밖을 비집고 나오려고 애를 쓰는 기분이었다. 김종대학교가 분명 터미널에서 무슨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가라 했던 것 같은데…. 옷깃을 잡고 펄럭이던 백현은 결국 지나가던 자기 또래의 남자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저기요, 김종대학교 어떻게 가요?”
“어디요? 김종대학교요? 지금 저 놀려요? 와, 진짜 너무하시네!”
“… 에? 예?”
“408번 버스 타시면 바로 가거든요? 우리 학교에서는 마주치지 맙시다.”
입꼬리를 올리지만 남자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어디 아픈가? 백현이 여러 추측을 하며 남자를 보는 사이, 남자는 그 애잔한 표정으로 점점 멀어져갔다. 학교에서 마주치지 말라는 걸 보면 김종대학교 학생이겠구나 생각하며 백현은 408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딘가 가벼운 느낌이었다.
버스는 금방 탔지만, 표를 보니 김종대학교를 가기 위해 가야 하는 정거장의 수가 꽤 많았다. 요리조리 눈을 굴려가며 빈자리를 찾던 백현은 마지막으로 비어있는 자리를 보곤 비질비질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자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리는 털썩 소리. 나이스 샷. …… 은 무슨.
“아, 씨……”
자리에 앉은 남자는 긴 다리를 꼰 채로 백현을 쳐다봤다. 남자가 다리를 꼬는 모습은 백현에게 있어 딱 질색이었다.
“뭘 봐요.”
“어디까지 가는데요? 더 많이 가시면 앉으시라고 하게요.”
“김종대학교요. 거~의 종점급. 그러니까 빨리 비켜 주시죠?”
“방학인데 거긴 왜 가요?”
“서울쥐 찾으…… 아니 내가 이걸 왜 말해야 돼요?”
너무 앉고 싶었던 나머지 남자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주고받는 꼴이 되었다. 괜히 자존심이 상한 백현이 됐다며 손사래를 치고 봉을 잡으려는 순간, 남자의 얼굴에서 누군가의 이목구비가 보였다. 잘못 본 건가. 잘못 본 거겠지, 이렇게 넓은 서울인데 어떻게 버스 안에서 바로 만나……
“… 야, 존나 서울쥐.”
“변백현, 너 정말 나 찾으러 서울까지 온 거야?”
서울쥐, 아니 찬열은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존댓말에서 반말로 태세를 전환했다. 만나자마자 한방 먹었다, FUCK. 백현은 자기 동네에 있던 욕쟁이로 유명한 변할머니 보쌈의 변할머니가 되고 싶었지만 여기는 서울이었고, 또, 버스 안이었다. 간신히 입을 제어하고는 찬열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며 선언했다.
“너 다음 역에서 안 내리면 뒤진다.”
어디선가 헛웃음 짓는 소리가 들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쓰는데 제가 재밌는 이유가 뭐죸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받고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