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석과 태형의 대화 부분에 중요한걸 빠뜨려서 추가했슴다)
[나, 정호석이다.]
[김태형 걸로 예약 문자를 보낸 것이니 너무 놀라지마. 이때쯤 너희는 다시 전쟁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어. 때를 잘못 맞췄을 수도 있는데.]
[왕위에 오를 때 민윤기는 너,김남준,전정국 3명이 뒤돌아 설거라고 예상했었어. 그래서 제일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네게 보낸다.]
[김석진, 잘 생각해. 전쟁은 민윤기가 의도한 대로 흘러갈거야. 민윤기는 네 생각보다 훨씬 넘어서서 영리하다. 천재라고. 운으로 보스가 된게 아니야. 처음과 끝, 놈은 제일 큰 리스크까지 생각하고 전쟁을 받아들였어. 명심해. 너희는 곧 패배할 거다. 전쟁 중의 민윤기는 연기할거야. 초조한 척. 난 알아. 그를 오랫동안 봐왔으니까. 아마 처음 전쟁 규율 정할 때부터 민윤기의 장난에 너희는 이미 속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군줄 알아? 어떤 일에 부딪혀도 이성적인 사람이야. 그게 바로 민윤기. 전대 보스도 대단하지만 전대 보스가 돌아가신 날, 민윤기는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전쟁을 준비했었다.]
[이미 5년전의 민윤기는 내가 이 문자를 보낼쯤 바로 네가 문서를 펴서 확인할거라 루트를 예상했었다. 내가 이 문자를 보낸다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더라고. 난 호구니까 다른 애들한테 말할 것이라 확신하더라. 난 그의 예언대로 너에게 보내게 됐어. 전쟁을 멈추라는 의미로.
이어서 민윤기가 했던 말은 '정보요원이었던 과거가 있어서 그런 쪽에 민감하니까, 아마 김석진이 받게 된다면 지금 꼭 손가락을 짚어가며 차근차근 읽고 있겠지.' 그리고,]
['김석진이 네 메세지를 보면 주저 앉지 않을까?']
내가 왜 김석진에게 보낼거라 예상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태형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챘다. 처음부터 민윤기는 태형이를 죽일 생각이었나. 그 장난질은 김석진을 향해 비수를 꽂은 거나 다름 없었다.
"태형아."
"……."
"돌아가야지 않겠니. 네가 꿈에 들어온지 3일하고 하루의 반이 지났어."
"제가 누구죠?"
"김태형? 김태형 정신차려. 여긴 네 꿈이야."
"뭘 하러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태형이 어떤 냄새를 마시고 중독이 됐다. 본연의 실체가 위험했다.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꿈에서만 머무르려고 하는 태형은 애써 자신까지 지울려고 노력했다.
나는 태형의 꿈에서 내 자신을 찾았다. 태형의 생각에 남은 내가 환각 속에서 존재한다. 어짜피 죽은 건 마찬가지. 태형이 만든 세계, 태형이 만든 나. 나는 태형의 머릿속을 알 수 있었고 서둘러야 했다. 전쟁 중, 무방비한 상태로 있다가 괴물에게 잡아먹힐게 뻔했다. 태형에게 돌려 말하지만 김태형은 피한다. 죽어도 이곳에서 죽고 싶다란 생각을 읽고 몸을 일으켰다.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 태형. 우린 바다 위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곳에서 뭘 먹는다던지 해서 실체의 위를 채우지 않는다. 물 위에 맨발로 선 나는 태형에게 손을 데려 하자 태형이 의자를 뒤로 기울였다. 물소리를 첨벙 내고 바다 안으로 빠진 태형이 잠식했다.
그를 깨우려고 들자 태형이 장면을 바꿨다. 회피의 한 부분. 행복하게 노니던 뭣도 모르는 어린 아이로 돌아가거나 어머니, 아버지에게 보살핌을 받는 장면으로.
보기 좋았으나 이런 식이라면 태형은 무덤이 코앞이다.
그의 꿈 내용은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환상 밖은 짧은 3일이지만 이곳은 일주일이 지난 느낌. 손목에 찬 시계는 하염없이 흘러가는데 태형은 돌아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의 꿈 안에서 사라지고 신체가 없는 투명한 상태로 태형을 지켜본다.
섬의 언덕 위 그의 집. 부엌 의자에 앉아 손길을 기다렸다. 여전히 가슴에 피를 흘리며 태형을 안고 있는 어머니는 태형의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태형의 머리칼은 백색으로 바뀌었다. 하늘하늘한 머리카락이 선선한 바람에 휘날린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웃음이 태형의 입가에 머물렀다.
집 앞에서 널어놓은 빨랫감들이 바람을 타고 흔들린다. 나무들도 잔잔하게 흔들렸다. 평온해지는 태형을 느꼈다. 텅빈 하늘에 구름 무리가 생기고 솜사탕처럼 찢어졌다. 분홍빛이 도는 구름. 구름에서 오색 비눗방울들이 내려온다. 손에 닿으면 톡 터져버리는. 꿈 안에서 태양은 주극성마냥 지는 법을 몰랐다. 자연 법칙을 등한시한 태형은 욕망을 풀 장소를 찾았다. 그거로도 부족한 희망고문에 다른 방향을 찾아 사악한 꿈은 태형에게 단 행복을 안겨주었다.
태형이 행복한 가정을 원했다면 석진을 등장시켰을법한데 이상하게도 꿈 안에서 석진은 첫장면 빼고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석진은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서 사라지는 건가.
나는 살아있을 적 석진의 얘기도, 태형의 얘기도 들었었다. 그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 뿐. 내가 죽기 전, 같이 남은 석진에게 태형을 놓지마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보다 못한 사이. 태형에게 무의식적으로 석진이 크게 남아있을 것이다. 알거든. 태형은 석진과 관련된 기억을 잠궈서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고 있다.
왜곡된 과거를 꿈꾸는 태형은 환상에서 더욱 행복해 보였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낮은 쾌락을 버리고 아픈 현실로 나아가야 아픔 끝에 신선한 과실을 얻을 수 있어. 태형아.
죽어가는 줄 알면서 태형이는 잊어갔다. 태형의 어미가 부엌 바닥에 또 다시 쓰러졌다. 태형은 스프를 떠먹다 장면이 바꿨다. 태형의 방. 침대에 누운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옆에는 총자국이 아물지 않은 어머니와 아버지. 같은 한 이불을 덮고 잠에 빠졌다. 꿈에서 잠에 든 태형은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무슨 꿈을 꾸는지 빙그레 웃은 그는 머리카락이 완벽히 백색으로 물들어갔다.
현실에서 환각으로. 환각에서 꿈으로. 아무래도 빠져나오긴 힘들 것 같아.
슬픈 표정을 짓고 내 몸이 바닷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태형의 환각 속에서 몸을 감춘다.
신의 영역에 총구를 겨누다.
-2부-
월계수의 왕관을 쓸 승자.
Two Hearts
w. 그루잠.
-17# 형과 아우
빠르게 흐르고 반복되는 행복한 시간. 하지만 새하얀 구름들로 가득한 하늘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진다. 섬을 둘러싼 바다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섬의 절벽에 앉아 아버지와 낚싯대를 두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 침묵을 깬 건 아버지.
"태형아."
"네, 아버지."
"내 아들 어디 갔지?"
"여기 있잖아요."
"너는 내 아들이 아니잖아!"
잠에서 깬 나는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섬의 끝자락에서 낚시를 하던 꿈. 아버지는 누군가를 찾았다. 누구를? 내가 당신의 아들이잖아요.
아 맞다, 상상에 너무 젖어 혈육인줄 알았다. 난 당신의 아들이 아니지. 전대 보스의 아들이지. 조금씩 환상이 부서지는 게 느껴진다. 밖에서 환상의 문을 두드리는 게. 하지만 곧 무시를 한다. 아름다운 환상들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자 누군가 내 땀을 닦는다. 눈알이 없는 어머니.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은 지푸라기처럼 말라비틀어졌다. 놀라 일어났다. 어머니. 어머니 왜 눈이 없으세요. 입 한 번 뻥긋 안 하고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피날 정도로 닦는 여자가 갑자기 입에 재갈을 물렸다.
"내 아들 어디갔어!! 내 아들 도로 내놔!!"
그녀를 쉽게 제압하고 방에서 뛰어나갔다. 그리고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자 장면이 바뀌었다.
중간에 스쳐가는 사자의 갈기와 서커스 안 관객들 모습이 섬광이 되어 정신을 쏙 뺀다.
장면이 바뀌고 싸한 절벽. 섬에서 절벽에 서있었다. 우르릉 쾅쾅 천둥이 치는 하늘. 태양이 구름에 숨었다. 철컥. 등을 돌리자 피로 물든 정장을 입은 아버지.
그리고 총을 든 아버지. 아버지마저 눈이 없었다. 썩은 사과를 들고 있는 아버지는 한 입 베어먹고 투명한 바다에 떨어뜨렸다. 흰 색 물이 빠지는 나의 머리카락. 검은 색 머리로 돌아와 절벽 끝에 서있다. 총을 주저하지 않고 쏜 아버지에 나는 총을 맞지 않게끔 움직이다 바다 뒤로 떨어졌다.
자주 바뀌는 장면에 정신이 없다. 바다에 빠질 때 또 상황과 맞지 않는 섬광이 눈을 찾았다. 몸집이 거대한 사자가 철장을 뚫고 관객들을 덮치는 형상.
눈이 부시자 눈두덩이를 감았다. 뭐지. 이게 뭐지. 사자? 사자. 서커스. 중세시대. 철장. 마차.
장소는 집의 문 앞으로 바뀌었다. 환각 속에서 이 문을 열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와 나를 안아주곤 했다. 이번에도 그럴거라 믿고 연 문 앞에
총성이 가까이 들렸다. 내 발치에 쓰러진 어머니.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내 발을 적신다. 그리고 아버지가 뒤이어 쓰러졌다. 그 앞에는 이방인. 꿈을 파괴하는 자. 검은 면복을 얼굴까지 덮고 있는 그는 누구지.
그는 복면을 벗고 어머니를 향해 달려왔다. 어머니를 끌어안고 우는 누군가. 이번에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환각을 무너뜨리는 무언가가 서서히 내 시야를 잠식한다. 고개를 흔들며 눈에서 깜빡이는 또 다른 장면을 떨쳐내려고 했다. 눈을 괴롭히는 감각에 벽을 짚었다.
회색 벽돌길을 걸어가는 한 여인. 풍성한 검은 드레스, 가슴과 허리를 강조한 드레스. 작은 레이스가 달린 양산을 든 여인이 두려움으로 가득찬 괴성을 듣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 여인은 육중한 몸집에 밟히고 목이 뜯어졌다. 보이지는 않지만 귀에 들려오는 사자의 그르릉거리는 사냥 소리.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몸이 뭉개진 여자는 목이 없었다.
토네이도처럼 몰려오는 형상들은 뇌를 휘감았다. 눈을 뜨자 보이는건 새하얀 바다. 나는 그 수중에 떠있다. 이상한 조각들이 떠다닌다. 쓰레기같은 것들이.
어머니의 목걸이. 산산조각난 가족사진. 그리고 아버지가 쥐었던 총. 다 낡아서 떠내려와 가라앉는다. 그것들을 잡기 위해 손을 휘젓자 내 앞에 정호석이 나타났다.
그의 눈이 썩어 구멍이 뚫려있었다. 웃지 않는 정호석. 가라앉는 내 기억. 이건 내가 바란게 아니야. 고개를 흔들며 아래로 헤엄을 치자 숨이 막혀왔다. 여긴 내 환각 속인데 어떻게….
바다 안에서 있어도 숨을 쉴 수 있었건만 갑자기 모든 권한들이 제한된다. 바다 안 중앙에 뜬 낡은 의자에 앉은 정호석이 커피를 마신다. 점점 암흑으로 가라앉는 슬픈 추억들의 산물을 잡지 못한다. 환각에 사로잡힌 나는 괴기한 울음소리를 냈다. 모든걸 잃은 마냥 높은 울음소리를. 하지만 눈물따위 나오지 않는,
나를 본 정호석은 커피잔을 아래로 던졌다. 그가 즐기던 커피마저 바다에 퍼지고 잔은 미궁으로 떨어졌다. 안 돼-!! 입을 쩍 벌어져 몸부림을 치자 정호석이 내 앞으로 훅 다가왔다. 귀신처럼.
"김태형."
"아,아… 아, 으아."
"아직도 울지 못해?"
"으아, 어,윽 이게 무슨 짓…."
"지금 네 과거들이 가라앉고 있어. 버려지고 있어."
"아아아아악-!!!"
"쓸데 없는 것들에 사로잡혀서는. 김태형. 미안한데 좀 없어 보여. 너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 모든 마피아들의 우상으로 불리던 멋있는,"
"으으으…! 선배 이러시는 분 아니잖아요. 여긴 제 환각,"
"환각이지. 기억나? 네 동료들. 네가 끔찍히 여겼던 동료들. 너를 기다리는 동료들은 생각나?"
잔뜩 흥분해서는 눈을 부라리며 정호석을 노려보았다. 듣기 싫은 기함소리를 내다 '동료들'이라는 단어에 멈췄다. 가라앉은 불행한 추억들이 검정 손으로 변해 올라온다. 늪. 늪? 늪에서 봤었던 손들. 언제 내가 늪을 봤었지? 그것들이 빠르게 서로를 감고 올라와 내 발목을 잡았다. 확 끌어내리는 힘에 몸이 꺼지자 정호석이 아닌 어떤 손이 내 손을 잡았다. 흐느끼는 소리만 내고 눈은 메말라 흔들거렸다. 나를 잡은 손은 물집이 가득했다. 핏물이 흩어지자 손은 사라졌다.
"김석진. 기억해!!! 기억해내란 말야!!!"
손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가 외친 이름에 얼굴이 상기되었다. 김… 김석진. 그리고 다시 그 얼굴을 잊었다. 그러자 몇 개의 손들이 내 발을 놓치고 떨어졌다. 정호석의 눈이 푹 파여 더이상 그를 오래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처럼 가루로 서서히 변하는 그의 몸에 억누른 신음소리를 냈다.
"가지 말아요…. 제발 저를 죽게 두지 말아요. 선배,"
"나는 널 죽게 두지 않았어. 김태형, 정신차리고 내 말 들어! 마지막 기회야. 김태형, 눈 감지마! 회피하지마."
강하게 잡아끄는 멱살에 끌어당겨졌다. 이때까지 참아왔던 두려움이 덮쳐 약한 모습을 보이자 정호석이 더욱 단도직입적으로 이끌었다. 바다가 검게 물들고 있다. 내 푸른, 산호색, 바닷빛 바다. 평생 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해가 지고 달이 차 기운다.
"너도 나처럼 핵 폭발시켜서 죽고 싶어? 네가 남은 사람들을 지켜주겠다며? 너와 나의 약속을 잊은거야?"
"…고 싶지 않아요."
"뭐라고? 다시 제대로 말해. 똑똑히 말해. 넌 이렇게 사라지고 싶어? 환각속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죽고싶어? 네 확고한 대답을 어서 말해!"
살고 싶어. 핵을 작동시키고 싶지 않아. 떨리는 두 손으로 정호석의 팔을 붙잡았다. 내 속에서 썩었던 물고기가 입 밖으로 토해질 것같은 울렁거림이 시작된다.
썩어서 나를 괴롭히고 깎던 그것이 토해질 것만 같았다. 자물쇠로 잠궜던 기억이 덜컹거렸다. 살아숨쉬는 봉인된 기억. 누구와 관련된 기억일까.
"죽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고장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에요. 치료가 필요해. 선배, 절 떠나지 말아요."
"네 곁에 널 지켜주려는 사람이 떡하니 있잖아. 김석진을 기억해. 구렁텅이에서 꺼내줄 사람은 김석진뿐이야. 묵혀왔던 악을 토해내."
"그런 사람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저 혼자 뿐이에요. 남은 건 아무도 없어."
"거짓말. 김석진은? 김석진은 네 형 아니야?"
"제게 형은 없어요."
내 말이 끝남의 동시에 눈 앞에 나타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들은 나를 조롱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총을 쏴 바다 밑으로 떨어뜨리는 누군가. 어머니와 아버지. 자물쇠가 억지로 부숴진다. 총을 쏜 사람은 형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울렁이는 속. 눈밑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목걸이도, 총도 모두 바다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나를 치료해줄것만 같았던 아버지, 어머니. 상상해낸 그들의 따뜻한 손길. 받지 못했던 손길을 만들어 내도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쓸모없는 그들은 내가 닿지 못하는 곳까지 내려가 사라졌다.
그 어느것도 건질 수 없는 나는 참을 수 없어 괴로워했다. 그러자 내 어깨를 부서질 정도로 잡는 정호석. 고장난 마음 안에서 한 상자의 리본이 풀린다.
"네 형은 아무리 네가 환각 속에서 지워내려고 해도 네 곁에 남을거야. 왜냐고?!"
"아아, 으아 선배 제발…."
"바보같은 새끼가, 널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치졸하고 더럽게 살아남아서! 피도 못봤던 새끼가 널 사랑해서 크림슨 하트로 따라왔어."
"전 김석진이 누군지…."
"누구 살리겠다고? 어떻게든 네 그 고장난 한 쪽 심장 고쳐보겠다고!! 김석진은 오직 크림슨 하트에 들어와 널 관찰하고 고칠 방법만 생각했어, 알아?"
너도 알고 있잖아. 네 그 자물쇠로 잠군 상자 안에 김석진의 사랑이 담겨진걸.
감추고 숨겼던 상자는 열리고 말았다. 애써 지워왔던 김석진과의 과거가 펼쳐졌다.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과거가. 바다를 가득채우는 과거. 시간순으로 좌르륵 지나간다.
요람에 잠자는 신생아의 볼을 찌르는 김석진. 흰 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어린 나를 데리고 섬의 절벽에 가 연을 날리던 김석진. 검을 처음 잡은 내 손에 소독약을 뿌리며 붕대를 감던 김석진.
장난식으로 '난 커서 네 보호자 해야겠다. 맨날 다쳐오고. 너 따라가서 꼭 치료시켜줄게.' 라고 말하던 것.
그는 정말 의학으로 진로를 결정했었다.
어머니를 사랑해서 아버지를 미워해 잠을 자는 내 곁으로 와 기도하는 김석진.
항상 그 기도 끝에는 '사랑하는 동생이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했었지. 처음 배에 칼을 맞은 내가 있는 훈련소로 달려온 김석진은 상대 놈을 죽도록 팼다.
그렇게 아픈 나를 업고 얕은 바다로 들어와 흰 동가리를 잡곤 했다. 발을 동동 수면위로 띄워 모래밭에 앉아 하루를 보냈던 형과 나. 그는 내가 흰 머리인 가족에 포함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염색을 해줬다. 모래밭에 간이 의자를 두고 앉아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이 따스했고 조심스러웠다. 탈색을 하니 따가워 하는 나에게 호들갑을 떨며 보호하려 드는 김석진에 조그만한 웃음이 나왔다. 임시로 같은 흰 머리가 된 나는 그와 꼭 소금바다에 가자며 약속을 했었다.
눈을 다친 다면 눈을 내어줄 것처럼 굴었고, 손이 잘린 다면 그의 손을 내어줄 것처럼 굴었다.
친가의 자식이 아닌 나를 알았지만 그는 오히려 나를 감싸 부모의 싸움에서 빼내왔다. 그리고 어느날 김석진이 없는 틈을 타 들어온 그의 방에는 온통 나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브라더 콤플랙스.
어린 마음에 너무 놀란 나머지 김석진을 피했고 점점 혐오심으로 감정을 대체했다. 부모는 나를 멀리하고 나는 하나 뿐인 가족을 멀리했다. 어느날, 늦게 집에 들어온 날. 어머니와 싸웠는지 엉망이 된 집구석. 방에서 나온 아버지가 나를 향해 총을 쏘려다 거둔것을 김석진이 보고야말았다.
여인일 적 어머니는 크림슨 하트 전대 보스를 사모했고 그를 닮은 아들을 얻길 원했다. 그래서 불륜을 저질렀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결혼을 한 지 5년후, 전대 보스와 저지르면 아니되는 일을 냈다.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자 욕심이 넘쳤던 어머니는 나를 멀리하고 아버지의 마음을 잡길 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에게 마음을 돌아세운지 오래. 배신감으로 치를 떤 아버지는 항상 총을 들고 어머니를 위협했다. 어린 내게도 위험은 존재했다.
그렇게 그는 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위험 요소들을 제거했다. 실수로 과정에서 어머니를 죽여버렸지만. 복면을 쓴 남자는 김석진이었다. 요원들은 김석진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직접 나선 김석진이 총을 들었었다. 복면을 벗은 김석진이 어머니를 향해 달려와 끌어안고 울었다.
'어머니 돌아가셨어. 나 때문이야.'
하지만 아무 말 하지않고 평온한 나를 본 김석진. 나는 그를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김석진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그 이후로 방에서 나오지 않는 김석진. 김석진이 어떤 비밀스러운 연구실로 간 사이, 그의 방을 다시 한 번 훔쳐봤다. 정신병 쪽으로 연관된 모든 자료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이름 없는 병을 찾고 다니는 김석진. 내 병명은 나도 몰랐다.
김석진은 흰 색 머리의 가족이 되길 거부했다. 나와 같은 어두운 계열의 머리를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와 가족이 되길 바라는 김석진을 무시했다.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멀어지는 김석진.
내 목표가 크림슨 하트로 가는 것을 아는 김석진은 그 다음날 얼굴에 멍투성이로 돌아왔다. 그를 외면한 나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훈련소에서 사고를 친 후 그를 만났다. 내 후원자가 전대 보스, 그리고 동의하는 보호자 김석진.
창살 안에 갇힌 나와 마주한 오랜만인 김석진. 손에는 물집이 가득 잡혀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피했다. 소문엔 김석진이 크림슨 하트로 가기위해 발악을 했다고 한다.
살인에는 절대로 재능이 없던 김석진은 다짜고짜 돌파구를 만들었다. 숨겨진 크림슨 하트의 연구실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개겼다고 하는 소문을 들었다. 나를 따라 크림슨 하트로 오기위해 그는 무슨 짓을 하라던 따랐다. 몇달만에 본 얼굴. 어머니가 날 사랑했다는 것을 알려주러 온 김석진은 울지 않고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울음이 아닌 기이한 웃음을 내며 몸은 반대로 어머니의 목걸이를 끌어안고 오열을 표현했다. 망가진 나를 안고 우는 김석진. '형이 미안해. 방치해서 미안해.' 의사들에게 제압된 채로 병원으로 가는 내 뒤로 사람들에게 붙잡혀 울부짖는 김석진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널 사랑하셨어, 태형아! 어머니를 왜곡하지 말아줘." 보인 적 없던 눈물을 보이던 김석진은 마지막 절규와 함께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난 네 형이야. 내가 꼭 널 고쳐줄게.'
오직 전투기계로 만들어진 비밀병기를 고칠 사람. 날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
형.
조각조각 나는 과거의 형상들이 부서지고 바다로 되돌아왔다. 완벽한 암흑으로 물든 바다에 떠있는 나와 정호석. 발을 잡고 끌어내리려 했던 손들이 사라졌다.
모든게 기억났다. 정호석의 눈은 살아있는 눈으로 돌아와 생기를 띄었다.
김석진이 환각의 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릴 때 감시처분을 받은 내게 찾아온 그 모습 그대로. 손에는 물집과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의 손에는 어머니의 목걸이가 들려있었다.
뒤늦게 형을 찾았다. 형의 마음을 헤아렸다. 거리를 두고 나타난 김석진은 여전히 남동생을 사랑했다.
"태형아."
슬픈 웃음을 띈 김석진은 내게 헤엄쳐왔고 울음을 뱉는 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볼에 흐르는 뜨거운 액체를 닦아냈다.
"다행이다. 우리 태형이, 다 나았네."
"혀엉…. 형, 형…., 어흑."
"형이 거짓말해서 미안해. 어머니 목걸이에 네 사진을 내가 넣었어. 어머니 대신 내가 더 많이 사랑해. 태형아, 난 네 형이야."
"형을 잊어서 미안해."
"김석진은, 크림슨 하트를 배신한게 아니야. 유일하게 핵을 가지고 죽음을 자처하는 너를 살리기 위해 잘못된 길로 빠진 것이지. 영원히 네 편일거야. 네 팬이자 보호자."
김석진이 나를 안아주고 그제서야 나는 속 시원히, 눈물과 함께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어두웠던 바다가 다시 산호색으로 돌아왔고 숨을 쉴 수 있었다. 보글거리는 물방울들이 장식처럼 반짝인다.
김석진의 손에서 놓아진 목걸이는 바다의 끝을 향해 가라앉았다. 목걸이 따위는 필요없었다. 헌 과거따윈 필요없었다.
내게는 치료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날 보살펴줄 사람.
어른이 되어서 창피하지만 후련하게 아이처럼 운다. 눈물을 차곡차곡 모아왔는지 멈출 줄 몰랐다. 김석진은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안고 쓰다듬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다. 흑갈색머리의 형은 나를 품에서 놓았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고 흐려지는 바다 안에 호석과 함께 불안해 했다. 지금 시간이 없어. 어서 돌아가.
부서지는 바다 안 공간. 호석과 얼굴을 마주하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내가 잊었던 그 사람. 희고 보드라운 살결. 눈같이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흑갈색 머리의 여자. 복숭아를 머금은 입술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호석은 김석진과 고개를 끄덕이더니 둘이서 내 어깨를 굳게 잡았다. 호석과 석진이 번갈아가며 말하는 것이 귀에 못을 박았다.
"좀 격하게 해소시켜 미안해.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굳이 내가 없어도 넌 잘해낼거야. 나를 미세하게 닮은 녀석이 곧 네 곁에 나타날 거거든. 조금 목석같아도 이해해줘."
정호석
"현실에서 실제 김석진을 만나면 꼭 말해. 네가 하려고 했던 말."
김석진.
환상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죽지마 태형아.
김석진과 정호석은 나를 바다 밑으로 밀었다. 끝없이 내려가는 바다의 깊이, 그리고 아래서 본 그들은 아쉽고 쓸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상처를 내는 헌 것들을 버리고 성장했다. 사흘 만에 환상을 벗어나 현실의 위험에 직면한다.
마침내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말았다. 낮은 쾌락을 버리고 아픈 현실로 나아간다. 아픔 끝, 심금을 울릴 정도로 달콤한 과실을 수확하기 위해.
알파의 섬. 정신을 잃은 나를 깨우는 요원들의 손길이 느껴졌다. 상황 파악을 한 나는 벌떡 일어났다. 저 멀리 전정국이 놓고 간 무기들 사이에 불이 들어오는 내 무전기. 헐레벌떡 뛰어가 집어들었다. 뚤린 천장에서 헬리콥터의 바람이 세게 느껴졌다. 메몰아치는 머리카락의 방해에 헤집고 무전기를 연결시켰다. 보스다.
- 민탄소.
"……예."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 나중에 얘기 하자. 비상사태야. 2:4. 저쪽에서 두 마리를 죽였어. 지금 당장 델타섬으로 가서 김태형과 합류해.
"예…. 알겠습니다."
- … 아버지한테 할 말 없어?
"……."
시끄러운 헬리콥터의 날개짓 바람을 받으며 고심 끝에 말했다. 모든 것에 대해서. 내가 저지를 모든 짓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한참 무음이던 아버지는 아무 말 않고 연락을 끊었다. 전정국의 무기들을 모두 챙겨 헬리콥터의 사다리에 올라타자 요원들이 방향을 틀었다. 아래엔 돌로 변한 한 여자가 보였다. 애써 태형 선배가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델타 섬. 사다리에 매달려 이동해 가까이 가자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섬. 수상했다. 생명력을 잃은 나무들이 섬을 감싸안은게.
어디서 내릴겁니까? 라고 물어보는 요원의 말에 막힘없이 답했다. 급한 마음과, 죄를 속죄하는 대답. 내가 죽든지, 괴물을 죽여 죄를 갚던지. 총을 단단히 매고 사다리 줄을 꽉 잡았다.
"섬의 중심부에 내려줘."
역시나 알파 섬처럼 중심부는 나무들의 경계가 허술해보였다. 섬 가운데에 내려달라는 말을 듣고 머뭇거리는 요원들이 이상했다.
"지금 섬 전체가 막혀있습니다. 뛰어내리신대도 투명한 결계에 부딪히실 겁니다."
"그냥 내려 달라고 하면, 군말말고 내려줘!"
"…예."
나도 모르게 신경질을 냈다. 눈치를 보던 요원들은 헬리콥터를 움직였고 섬에 가까이 가 중심부에 다달았다. 카운트 다운.
1
2
3
2대 4라니 지금 앞뒤볼 정신머리가 아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센 3이 끝나자 아래서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꼬리뼈를 향해 높은 위치에서 뛰어내렸다.
(음악이 끝나고 정지시킨 후 다음 음악을 진행시키세요.)
현실로 돌아온건가. 퀘퀘한 냄새. 환상속에서 섬광으로 보이던 장면들이 동영상이 되어 빠르게 눈앞에 지나갔다.
중세 시대, 유럽. 유럽의 한 섬도시에 신분확인 불가능한 서커스단이 출몰했다. 정결하게 지어진 벽돌집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했다. 두 사이드에 건물들이 나열되어있었고 그 사이에 놓은 벽돌길. 회색 도시에 빨간 천막이 들어섰다. 오르막인 벽돌길 끝, 숲으로 향하는 곳에 빨간 천막의 서커스단이. 말들이 푸르릉 거리며 마차를 끌었고 밤이 되자 천막을 둘러싼 전구에 불이 깜빡이며 들어왔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허리를 과도하게 줄이고 검은 양산을 품위있게 들고 도도하게 걸어간다.
큰 자극에 관심이 쏠린 신사들과 부인들, 평민들까지 열광의 도가니에 휩쓸렸다. 여러 동물들과 사람들이 묘기를 부린다.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서커스단을 대표하는 사자.
한 건물 크기의 철장. 그것을 덮고 있던 빨간 천을 서커스 단장이 벗겨내자 철장을 가득채운 사자가 보였다. 그 사자는 네 발이 묶여있었다. 우스꽝스럽게 사자의 코 위로 작은 안경을 올리자 마구 웃는 사람들. 베레모를 쓴 주근깨 남자 아이가 용기있게 다가가 손을 내밀자
눈을 번쩍 뜬 사자가 철장 밖으로 입을 꺼내 그 아이의 손을 물었다. 한 순간에 잘려나간 손과 분리된 손목에 비명소리가 서커스 천막안을 가득채운다. 흥분을 한 사자가 몸부림을 크게 하더니 철장이 분리되었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기 바빴고 쇠바닥을 딛고 뛰어오른 사자에 여러사람이 깔려 피를 쏟았다. 끈적한 웅덩이가 생기자 소음은 더욱 커졌다. 도시를 매우던 사람들은 사자의 먹이가 되었다. 벽돌길의 끝, 숲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앉은 사자는 뼈들을 토해냈다. 그 토해낸 뼈들이 제일 아래, 섬의 입구쪽으로 굴러갔다. 소란의 마지막으로 서커스 단장은 사자와 마주하게 되자 단장이 벌벌 떨며 사자를 길들인다.
사자에게 말을 가르친 서커스 단장은 스스로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사자를 받드는 신도가 되었다.
벌벌 떨며 사자의 머리 위에 커다란 왕관을 씌운 단장은 사자와 계약했다.
그를 위해 제물을 하루에 한 번씩 바치겠다고. 살아남은 서커스 일원들은 단장을 따라 살아남는 법을 개척했고, 신도로 전락했다. 문명과 두절된 섬은 해류로 떠내려와 버뮤다 삼각지대로 합류했다.
세월이 지나며 섬의 상태의 변화가 눈 앞으로 지나간다. 아마존의 부족들처럼 잎으로 된 옷으로 아래를 가린 신도들이 악마와 계약을 하는 장면. 그는 하데스, 지옥의 신.
섬에서 자라기 시작한 요상한 식물들의 향에 중독당하는 사람들.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아는 자들은 반항하는 자들을 환각으로 고문을 했다.
사자를 받드는 것에 세뇌를 당한 그들은 악마와 영원한 사자의 목숨을 계약한다. 섬을 지켜주는 대가로. 그렇게 사자는 영원히 죽지 않았고 섬에 들어온 사람들은 사자를 죽이지 않는 이상 나가지 못했다.
그랬나. 죽지 않는 사자와 신도들. 이 섬은 중세시대 유럽의 섬이 멸망한 곳이군. 그래서 사람이 살았나. 발자국도 해명이 됐군. 숲길의 이정표에 매달린 해골도 반항하다 죽었다는 것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좀비 사자 왕이 사는건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끝나고 눈이 뜨였다. 현실. 깜깜한 숲. 내가 누워있는 곳은… 단두대?
드디어 현실을 본 눈의 시야는 한정이 되었다. 상체가 벗겨진 채로 돌로 된 판에 누워있다. 머리카락이 흰 색으로 바뀌어있었다. 환각 속에서 바뀐건가 단백질이 녹아 자연탈색이 된건가. 환각 속에서 그렇다고 치면 신빙성이 떨어졌고 아마 신도들이 한 짓이 아닌가 추측한다.
축축히 젖은 머리. 가슴팍에서부터 배에 단내의 미끄러운 액체가 발려있다. 손을 움직이려 하자 손목에 걸치적 거리는 것. 양 팔이 돌판의 사각지대 말뚝에서 밧줄로 묶여있다.
묶여져 있지만 그렇게 세게 묶여져 있지 않았다. 내 검은 곁에 다소곳하게 남아있다. 아직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있는건가. 잘라 먹으라고 칼 대용으로 둔 거라면 찜찜한데.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덤 사이로 보이는 흰 머리카락. 신도들. 그들은 사자가 죽지 않는 한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사자와 운명을 함께하겠지.
잠을 원하는 자가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란 꼬마아이. 허연 얼굴에 흰 액체가 길게 묻어져 있었다. 인디언처럼.
둘러보자 모든 신도들이 무덤 더미 밑에 숨어 나를 지켜본다. 그들도 내가 사자왕을 죽이길 원하는거, 맞지?
세게 묶기지 않은 밧줄을 풀어내 손과 발을 묶은 줄기들을 검으로 급하게 잘라냈다. 무엇에 긁힌건지 등이 쓰라림이 퍼졌다. 바지만 입은채로 올려졌다니. 식사를 하라고 접시에 올린 거나 마찬가지.
이때까지 늪은 환상이었다. 내려다보는 이 곳은 뼈를 묻은 무덤더미로 가득했고 내리막길은 부서진 벽돌길이었다. 숲길을 지나고 나온 늪은 보이지 않았다. 온몸을 감싸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막았다. 벽돌길 사이에서 자란 초록 꽃들이 원인. 환상을 일으키는 군. 근처에 사자가 있다. 뒤를 돌아보자 제일 높은 무덤 자리에 사자 왕의 거대하며 화려한 의자가 보였다. 사자는 어딨는거지.
단두대같은 돌판에 서서 전투자세를 취했다. 갑자기 불이 꺼졌다. 서커스 천막이 하늘의 빛을 막고 어둠이 찾아온다.
인공위성에 연결할 무전기를 찾기 위해 돌판과 단두대를 조심스럽게 탐색하자
내 귓가에 사자의 작은 포효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맨 살의 등에 닿는 차가운 뼈. 동작이 멈췄다. 놈과 나.
쿵
갑자기 정적을 깨고 불이 제거된 숲 위로 쨍한 햇빛이 들어왔다. 섬 한 가운데로 떨어진 무언가가 무덤을 울렸다. 나풀거리는 빨간 천막이 사자의 의자에 살포시 얹혀졌다. 깜짝 놀란 신도들이 숲속으로 몸을 숨긴다. 모습이 완전히 나타난 괴물.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거대한 화석의 사자가 내게서 손을 떼도 뒤를 돌아본다.
하늘에서 떨어진건 다름 아닌 기관총을 맨 흑갈색 머리의 여자. 복숭아를 머금은 듯한 입술로 내 이름을 불렀지.
"태형, 선배. 허억, 헉…. 아직 늦지 않았죠?"
목석같은 내 여인.
현재 2:3
○ ○ 김태형(상처 극복) & 민탄소
α [알파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δ [델타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크림슨하트 고대의 수호신-페르세우스의 걸어다니는 외눈고래(후각이 뛰어남.) 서커스단. 신도.
상어,아나콘다,가오리. 환상에서 벗어남.
아킬레스건. 저주. 단서- 이정표.
살아서 움직인다(언데드 라이언 킹),마시지 마(환각의 냄새).
○ 김남준 [스크린] 김석진(이동중)→ ○ 박지민
β [베타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ε [엡실론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뼈다귀. 정글. 모래. 사막여우.
비공개.
○ ○
γ [감마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ζ [제타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미확인 미확인
○ 민윤기 & 전정국 ○
[크림슨하트 기지] (마지막 고래) [라이언하트 기지] (마지막 사자)
헨리 18세때 만들어진 조직의 크림슨하트 보스 1세대부터 살아온 기지만한 거대한 고래. 미확인
(잠을 자고 있었음. 현재 깨어남. 이번 전쟁으로 처음 깨어나 꼬리를 흔듬. 불안정. 폭력성 없음.)
17# 형과 아우.
-그리고 복숭아(완료)
늦었네요. 맨날 새벽이나 12시 쯤에 올리고... 흠 차라리 아침에 올리는게 나을까요. 연재 거침없이 나가도 괜찮나요?
사실 이번편 쓰면서 눈물 찔끔했다는. (부끄)
이번 편은 상상 안에서 태형이 길을 찾은 중요한 편이에요. 중요한 부분은 호석의 말과 석진에 대한 분노가 풀린 것. 이제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적인데.
전쟁이 그렇게 무섭기만 한게 아니라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 보시면 됩니다!
판타지도 적당히 나오는데... 아마 섬을 다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연재하지 않아요. 중요한 섬만 유독 오래 걸릴 겁니다.
근데 태형과 정국은 물과 기름이에요. 미리 말하는 거지만, 둘다 같은 여잘 담았잖아오.
누구랑 이어지는 가 봐야죠.
아 글구... 스포는 쉿! 헤헤 눈치채셔서 다행이에요. 못채도 좋아요. 글 더 즐길 수 있응께.
시험 내일 잘 치셔요!!! 푹 쉬어요! 아프지 말고-(feat Zion T)
안녕히 주무세요!
이상 그루잠입니다.
아 맞다 슬픈 소식... 불맠 바이바이... 독방 ㅅㅅ 대란에 참여도 못하고 이걸 쓴 (울컥)
투하츠를 보실때 관전 포인트. (꼬인 관계만큼 넘나 많음 주의)
1.석진과 태형, 정국.-triangle, 석진과 태형의 비밀. 태형과 정국의 차이.
2.석진과 윤기.-심해공포증. 붙힐 수 없는 사진.
3.남준과 정국.-남준의 내면세계. 정국의 산산조각난 족보.
4.지민과 태형.-동기.
5.석진과 지민.-부서진 신뢰.
6.남준과 호석, 윤기.-정국이를 사이에 둔 애매한 관계. 굴러온 돌.
7.호석과 윤기.-호석의 일기(석진이 소유하고 있는 일기장), 전대 보스.
8.태형과 호석.-낯선 곳. 베를린 벽을 넘어서.
9.지민과 호석.-존재의 무로 커진 구멍. 새끼손가락에 묶은 호석의 손수건.
10.정국과 호석.-사탕발림. 변종.
11.석진과 호석.-석진은 피와 어울렸나?
12.정국과 탄소.-puzzle. 동갑. 첫만남. 저주.
13.탄소와 호석, 윤기.-혈연. 백발의 남자.
14. 탄소와 태형, 윤기.-백발의 남자. 존경. 몸 안의 핵. 비밀병기. (일부러 삼각관계인 정국은 뺐습니다.)
15. 윤기와 정국. 그리고 전대 보스.-보스와 왕의 자리.
크림슨 하트+ 라이언 하트= 투하츠. 고래vs사자.
마지막 16.모래성이 부서진 방탄에게 현재 간절히 필요한 것은 부재인 호석.-중재자. 대립 해소 중점.
-암호닉-
/망붕/너를 위해/오하요곰방와/탄소1/마틸다/보솜이/윤기모찌/부랑이/레모나/태태뿡뿡/태쁘/윤기융털/곰탱♥/목단/잼잼//아쿠아/닭키우는 순영/버블방탄/죠리뿅/다고쳐/버누/#Real V/효인/정글곰/골드빈/꾸기안녕/4124/말순이/홉달래/막꾹수/민군주님/김까닭/1600/뀨뀨/도우너/침침쿠마/달콤한 방탄♥/흥탄소년단♥/숲/라이언킹/종구부인/영덕대게/꿀윤기/곱창/도로시/흑슙흑슙/뷔몽사몽/아방빠/히지/라뿡까끄/알라/민빠답없/애독자/돼지꽃밤/베네/태꾹/♥/
댛니/뀨뀽/자판기/김데일리/봄봄/냥냥이/태탱쿠키/토요일/상처/도로롱/꾹블리/코카/뽀아/청천을/초딩입맛/민트/핑슙/청량/밀짚모자/태태야/쀼쀼/미시적관점/글로스/됴종이/모니몬/자몽/레모니/멜랑꼴리/방탄이즈뭔들/깨알/깨알친구/득구/blue/이사/꿍따리샤바라/펭귄사탕/하루야채/댐므/넬리/팥빵/다영/두부/♥지인♥/꾸기꾸기/뚱이/이리다/미나리/박듀/작가님 사랑해요/즴늬/콩순이/1031/모찌모찌해/글로스/포뇨뇨/채꾸/설탕맛/빅키트박뿡/딘시/뿌용/첼리/민빠답/꼼데/태정태세/꼬맹/생활과 윤리/정국노래자랑/태태한 침침이/먼지/슈룹/달똥달/미니언/뽐뽐/방탄사랑나라사랑/쿠쿠/콩/이부/
계피/냥냥이/계피/지팔/내손종/피짜/♥오렌지♥/인연/꾸꾸야/연이/행복/민트초코칩/97꾸/초록비/박력꾹/정국오라방/슙슙/마름달/하울/국정전/토마토마/탬태/슙토끼야/에브리데이피치/달똥달/코코볼/용서노노해/뀹뀹슙슙♡/D.시걸O./형태/시나몬/오구후나/꿀비/동동이/연화/꿀설탕/달빛/바나나/오아시스/라일락/레몬에이드/지안/증원/마음/현지짱짱/뷔와당신/낑깡긹/딘시/날봐태태/허블/TRAVI/청춘/차차/깡통/끼야아/꽁냥2/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