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서 하는 사랑이였다.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는, 외로운 사랑. 덕선이가 나에게 다가올 때 마다 내 몸은 반응하는데 내 머리가 자꾸 나를 막았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용기를 냈다. 한번쯤은 이기적이여도 되지 않겠느냐고, 나 혼자 생각했다. 나는 다시 덕선이와 설레임으로 소통하고 싶었다. 그런데 용기를 낸 그곳엔 이미 택이가 있었다. 사천에서 지낸 5년 간 나는 매일을 후회했다. 딱 한번만 더 다가갔으면, 아니 그 빌어먹을 분홍셔츠라도 제대로 설명했으면 지금 우린 달라져 있었을까. 그런데 나는 또 후회할 짓을 하고 말았다. 택이와 덕선이는 참 잘 어울렸다. 내가 그곳에 낄 자리는 없었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온 쌍문동이었다. 선우와 보라누나의 신혼집 집들이를 왔던 게 가장 최근이였으니 자그마치 또 5년이나 흘렀다. 곧 새천년을 맞이할 것이다. 벌써 그렇게 됐다. 나는 더 이상 쌍문동에 올 일이 없었다. 우리 가족이 강남에 새로 신설된 아파트로 이사한지도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쌍문동을 떠나면서, 나는 그동안의 해묵은 감정들을 모두 버리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5인방과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온 쌍문동은 여전했지만 여전하지 않았고, 미친듯이 그리웠지만 미친듯이 쓸쓸했던 곳이였다. 이 골목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나는 괜시리 마음이 버거워졌다. 충동적이였다. 엄마가 빌려간 차 때문에 오랜만에 버스를 탄게 화근이였다. 버스를 타자마자 라디오에서는 이문세의 소녀가 흘러나왔다. 일부러 듣지 않으려 노력했던 노래였다. 이문세의 목소리는 자꾸 덕선이의 목소리와 오버랩됐다. 듣지 않는게 이로웠다.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왜 이게 여기서 나오냐고 궁시렁댔지만, 그 노래는 계속해서 내 마음 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쌍문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온걸까. 몇십년을 함께했던 친구들을 내던졌다. 난 뭘 바라고 이곳에 온걸까. 나는 결국 우정을 지키려 하다가 사랑과 우정 모두를 버린 셈이였다. 복잡한 머리에 5년 전부터 피우기 시작했던 담배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담배 한까치를 꺼내 열심히 피워댔다. 연기가 뭉게뭉게 나는 모습과 쪼그려 앉은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김정환..?"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났다. 나는 담배를 피던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덕선이였다. 내 상상 속 덕선이는 이미 한 남자의 피앙새였다. 현실 속 덕선이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귀여웠다.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떨리는 기분을 느꼈다. "어. 오랜만이네." 나는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눌러 끄고 내 감정도 함께 억눌렀다. 놀란 듯한 덕선이의 표정이 이내 무섭게 변했다. "뭐? 오랜만? 야!!!" 덕선이의 눈이 가자미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야, 뭘 또 울고 그러.. 아악!!! 아!! 아파!!" 덕선이가 하이힐을 신은 채로 나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덕선이의 발차기 실력은 여전했다. 나는 맞고 있는 와중에도 이러한 상황을 너무 그리워했던 나를 깨달았다. 너무나 행복했고 꿈의 한 장면 같았다. "아악!!! 야야!!" 덕선이가 이번엔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다. 너무 아프다. 쓰다가 넘 졸려서 여기까지 씀... 다음 부분은 내일..!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