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치기 10초 전.
식욕이 제일 왕성하다던 고삐리들이 대기를 타면서 한창 책상을 붙잡고 다리를 떨며 뛸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
9,
8,
7,
6...
3...
0초.
복도가 물소 떼 뛰어가듯이 소란해졌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여전히 장관이라 바람 빠진 웃음을 달고 쓰레빠를 직직 끌며 교실을 나왔다.
계단을 13개쯤 내려왔을 때 이어폰을 껴야 하는데.
주머니가 가볍다.
한참을 더듬어 봐도 나오지를 않는지라
아 씨, 욕을 뱉으며 쿵쿵 계단을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짜증 나네. 왜 안 하던 짓을 하는 건지.
복도 끝 음악실 바로 옆의 반. 애석하게도 우리 반이었다.
에이씨, 또 욕 한 사발.
엄마가 욕하는 버릇 좀 고치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댔는데.
벽을 손으로 쓸며 일부러 감성팔이를 하는 척 갔더니 덜컥, 뒷문이 손에 잡혔다.
벌컥 문을 열려 한 순간 교실에 사람이 남아있는 걸 보았다.
그것도 두 명.
뭘 하는 건지 좀 보려고 창문가로 가 눈만 빼놓고 구경을 했다.
기분 나쁠 정도로 환한 햇볕을 정통으로 맞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 둘.
한 명은 잔다. 앉아서 꾸벅꾸벅.
한 명은 그걸 보고 있다. 앞자리에 뒤돌아 앉아서. 턱을 괴고는 흐뭇하게 쳐다본다.
보던 애가 말한다.
설아 자냐라고.
이미 자는 걸 뻔하게 보고 있었으면서 자냐고 묻는 게 좀 웃겼다.
자던 애가 말을 한다.
응.
아 쟤 안 잤구나. 방금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으로 사과나 해야지.
보던 애가 또 말을 한다.
잘 거면 여기 기대서 자던가.
아까부터 괴고 있던 팔을 내민다.
자는 줄 알았던 애가 말을 한다.
응.
내 준 팔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는 듯 팔에 머리를 베면서.
또 쳐다본다.
무슨 눈에 양봉장이라도 차렸나. 자기 여자친구 보는 느낌으로.
여자친구.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주저앉았다.
참 폼 안 난다. 이 나이 먹고 복도 바닥에 엉덩이를 찧을 줄이야.
잡생각을 계속 하니까 본론을 까먹었다.
아. 여자친구.
설마 저 둘이 사귀나. 여긴 공학도 아니고 쟤네 둘은 성염색체도 같은 놈들이다.
그나저나 난 어떡하지.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을 텐데.
꼬리뼈도 아릿하게 아파온다.
튀어야겠다.
그 한 문장으로 벌떡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정말 쟤네 둘이 사귀는 걸까.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노골적으로 나 너 좋아해요, 하고 쳐다보던데.
그럼 쟤넨 동성애자인 걸까.
내 재생목록엔 세븐틴 밖에 없는데 그럼 나도 동성애자인 걸까.
내가 저걸 보려고 이어폰을 안 가지고 온 걸까.
이어폰의 다가라고 하기엔 창창한 십 대에게 너무 가혹한 대가인데.
친구들이 옆에서 보고 있던 야한 잡지도 그렇게 열심히는 안 봤을텐데 난, 왜.
정신없이 뛰었다. 숨이 차 헉헉거리며 식당 앞에 도착했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지만 아무 감각이 없다.
아. 이어폰이 없구나.
오늘은 포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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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봉의 시점으로 본 쨍설... 인데 못 썼다 정말..
쓰느라 힘들었어요ㅠㅠㅠ
내가 원한 건 점심시간 햇볕 내리쬐는 교실에 둘만 남아서 설은 자고 쨍은 흐뭇하게 쳐다 보는 거였는데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고...
... 근데 여기서도 반말 되나(요)? 모르겠으니 그냥 존대로 써야겠습니당
조각.. 쓰고 보니까 조각 아닌 거 같지만 여러분 조각이라고 칩시다
저는 이거 폰으로 써놓고 맞춤법 검사해서 컴으로 올리는 거라구여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