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선아, 원래 졸업할때 주려 그랬는데 이제준다
나 너 좋아해, 좋아한다고.
야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 줄 아냐?
너랑 같이 학교 가려고 매일 아침 대문 앞에서 한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집에 올때까지, 나 너 걱정되서 한숨도 못잤어
얘가 왜이렇게 늦지? 또 잠들었나?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너.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때
같이 콘서트 갔을때
그리고 내 생일날 너한테 셔츠 선물 받았을때
나 정말 좋아서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보고싶고
만나면 그냥 좋았어
옛날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
사랑한다니, 정환이 좋아하는게 정말 나였다니.
정환의 고백을 들으며 덕선은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착각일거라고 생각했다. 다 내 착각이었을거라고.
친구들의 말만 믿고 선우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때처럼,
그냥 정환이의 맘을 착각했던거라고.
내가 준 선물을 형에게 주었을때, 아 선우때처럼 착각이었구나.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없었구나.
힘들어서 동롱뇽에게 상담까지 했었다.
그런데 정환은 그 셔츠를 받았을때 정말 좋았다고, 좋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했다.
덕선은 자신에게 말하는 정환을 보며 심장이 떨리고 가슴이 뛰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고 그냥 정환을 쳐다보고있었다.
"됐냐?"
뭐지.
"소원이라며, 됐냐고."
장난이라고?
지금 그 고백이?
도롱뇽이 정환이 고백하는거 보고싶다해서 나한테 그런거라고?
덕선은 어이가없었다. 허탈했다.
방금 자신이 고민했던게, 어떻게 받아줘야할지 고민했던게 헛수고엿다는게.
또 착각이었다는게 억울했다.
2차 가자고 자리를 옮기자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나오면서도 덕선은 정말 장난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어디로 옮길까 고민하는 아이들을 보며 덕선은 말했다.
"나 집에 갈래."
이 기분으로는 즐겁게 놀 수 없을 것같았다.
아이들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 신난 아이들의 기분을 망칠 수는 없었다.
"야, 어디가 내 차 운전해야되 너."
끝까지 개정팔은 개였다. 정말.
"니 차를 내가 왜 운전해, 갈거야."
그냥 아이들에게 등을 돌려 무작정 큰길로 나왔다.
큰길로 나와서자마자 눈물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또, 나는 왜 또.
또 착각하고 흔들렸는지.
나 자신에게 더 화가났다.
나에게 좋아한다 장난을 친 정환보다 거기에 또 설레여한 나에게 화가났다.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무시한 채 택시를 잡기위해 팔을 들었다.
빵-
차 클락션 소리가 들리며 정환의 차가 덕선 앞에 섰다.
"야, 타 태워다 줄, 너 우냐?"
창을 내리고 덕선을 본 정환은 우는 덕선에 놀란듯 쳐다보았다.
"뭔상관이야. 신경쓰지말고 가 그냥."
덕선은 정환을 피해 차 뒤로 걸었다.
일단 지금은 정환의 얼굴을 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환은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에서 내려 자신의 뒤를 따라왔다.
"어디가. 차 타 얼른."
차에타라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정환에 결국 덕선은 참지 못하고 뒤를돌아 정환을 보고 소리쳤다.
"너는 왜 맨날 나갖고 장난해? 내가 만만해? 나는 막해도되?"
"어?"
"그렇게 장난할꺼면 나한테 고백은 왜하는데? 나한테는 장난으로 고백해도되?
나는 너가 고백하는거 진짠줄알고, 설렜는데. 왜 너는 맨날 나한테 장난이야, 왜 매일 나만 너한테 흔들리고, 너한테 설레는데.
왜 맨날 나 혼자 너 좋아하고. 니가 한 행동에 설레여야하는데. 너는 다 장난이었어?"
정환은 아무말도 못하고 덕선을 쳐다보고만있었다.
흘리는 눈물을 닦아줄수도 덕선의 말에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정환은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설렜단다. 덕선이. 나의 고백에.
빌어먹을 타이밍으로 놓쳐버린, 그래서 내가 간절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없다.
놓쳐버린 사랑이라 믿었던 덕선이, 나를 보며 설렜다고했다.
이제 더 이상 양보할수없다.
방금 그 말을 듣고도 가만히 덕선을 택이에게 보내줄 수는 없었다.
정환은 덕선에게로 뛰어가 끌어안았다.
'
5년을 넘게 사랑해온, 혼자 마음에 품어 온 덕선이었다.
그런 덕선이 나를 좋아한다 말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미안해."
울면서 자신을 밀쳐내려는 덕선을 끌어안고 정환은 말했다.
"미안해. 내가 너한테 장난이었다해서. 내 고백이 장난이었다 말해서 미안해.
장난 아니었어. 어떻게 너한테 장난일수가있겠어.
내 평생은 너였는데, 그냥 나는 너 하나였는데.
미안해. 내가. 속상하게해서, 아프게해서.
아까 그거 장난아니었어. 진심이었어.
나는 너가 택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항상 너는 택이를 챙겼으니까. 미안해. 내가 착각해서"
"왜 너 맘대로 생각해. 내가 언제 택이 좋아한다고 했어?
왜 그렇게 생각해. 왜 니맘대로."
덕선은 정환을 더 끌어안았다.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다. 정환의 고백이 거짓이 아니었다.
더 이상 아파할 일도, 힘들어 할 일도 없다.
정환은 자신을 더 꽉 끌어안는 덕선에 행복했다.
입가에 걸린 웃음을 더 이상 숨기지않아도 된다.
이제 드디어 그녀를 내 품에 안을 수 있게되었다.
앞으로 아무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그녀는 내 사랑이 된 것이다.
"야, 반지."
품안에 안겨있던 덕선이 말했다.
"어?"
"반지, 아까 그 반지. 얼른 줘. 끼워줘."
"반지, 아까 술집에 버리고왔는데."
"뭐? 야 미쳤어? 그걸 왜 버려. 빨리 가져와."
울면서 같이 안아줄땐 언제고, 이제 화내며 자신을 밀치는 덕선이다.
역시 우리는 이런게 더 잘어울린다.
18화 이후로 응팔을 안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씁니다. 응팔.
화가나니 구독료는 없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