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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l조회 4043l 5

   오랫동안 닦지 않아 뽀얗게 먼지가 쌓인 유리창에 서리가 낀다. 까맣게 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꼴이 사뭇 처량해 보여 눈을 감을까 싶다가도 쉽게창문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눈은 쌓이고 쌓여 도로 위에도, 건물 위에도. 사람 머리 위에까지 쌓였지만 나에게는 닿지 않는다. 찬 기운 탓에 옷 아래 피부에 소름이 돋아오르지만 개의치 않는다. 시계가 없는 방 안은 단순한 초침 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나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 소음의 전부라 소리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이 방 안에 시계가 있었다면 자신의 예민한 성격이 좀 누그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쓸모없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쓸모없는 생각이다. 창 가까이 의자를 가져다 앉았지만 눈의 기운을 느낄수 없어 손을 뻗어 창문을 집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감촉이 닿음에도 눈의 버석하고 포근함을 느낄 수 없어 얼굴에 아쉬움이 번졌다.

발 소리가 들렸다. 시간은 늦었고, 가정부 아주머니와 청소를 하는 어린 학생은 자신들의 침실로 들어갔음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의 똘마니들이 나를 찾아옴은 천만에 없을 일이고 이 곳에 도둑이 들리도, 경찰이 들이닥칠 일도 없다. 이 곳은 그와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가 없다. 수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올 이는 그 남자라는 것을.

끼익, … 쿵.

문이 닫히고 가벼운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목재바닥에 구둣발이 부딪쳐 가볍게 뚜벅, 뚜벅. 구두 소리가 방의 중간 쯤 깔린 카펫트에 흡수되 조용해질 때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내 고개는 다 돌리기도 전에 그의 손에 잡혀, 훽 돌려졌다. 단번에 잡아채인 턱에 뒷목이 아릿했다. 예상을 했다고 해서 고통이 감소되는 건 아니니까. 턱을 그러쥔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나갔다 온 모양이였다. 맘 편한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그의 손이 리드미컬하게 내 턱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렸다.


" 오늘은 안 긁어놨네. "


한 동안 억지로 내 뺨을 긁어놓은 적이 있다. 일부로 손톱을 자르지 않고 길게 길러, 망설임없이 바득바득. 뺨에 낫질을 해 놓으니 한 동안 실내에서도 손을 묶고 생활해야 했다. 턱을 놓은 손으로 내 오른 손을 붙잡고 위 아래로 살펴보는 눈길이 제법 매서웠다. 흰 부분이 안 보이도록 바투 자른 손톱. 아주머니의 작품이였다. 너무 짧게 잘라 오히려 손가락 끝이 아릴 지경이였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손을 물건을 집어던지듯 던져놓고 몸을 돌려 찬장으로 걸어갔다. 그의 취향대로 찬장 가득 전시되어있는 와인. 유리문을 열자 익숙한 알코올 향이 내 쪽까지 퍼졌다. 


" 잘 했어. 한 번만 더 했으면 니 손톱을 다 뽑아버릴 생각이였으니까. "


어차피 못 해. 너가 아줌마를 시켜 다 잘라놔버렸으니까.


" 예쁜 얼굴에 왜 상처를 못 내 안달이야. "


너 눈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 생긴 얼굴이 아니야. 내 마음대로 할 꺼야.


" 보는 내 마음이 다 아프잖아. "

" 지랄하고 있네. "


우뚝. 두 와인 사이에서 배회하던 그의 손이 멈췄다. 입 밖으로 내뱉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미 내뱉은 이상 주워담을 수도 없는 말이 였으니 뻔뻔스럽게 그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당장에 나에게 다가와 내 목을 틀어쥔대도 절대로 눈은 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당장 나에게 달려와 내 목을 조르지도, 나에게 발길질을 날리지도 않았다. 화가 난 표정으로 날 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그 자세 그대로 서 있다 조용히 유리문을 닫았다. 딸칵, 소리가 나는 쇠자석 소리에 팔뚝에 움찔, 소름이 돋았다. 그는 손을 마주고 비비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나의 도발에 장난으로, 화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으리라 믿었던 그의 눈을 제법 차분했다. 한 발자국 씩 다가오는데 방 안에 가득한 부드러운 카페트 탓에 구두소리가 나지 않았다. 소리가 난다면 분명 위협적이였을꺼라 생각했지만, 소리 없이도 무섭기는 매한가지였다.


"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그 며칠 안 들어왔다고 삐져있는 거야? "

" …. "

" 개새끼처럼. "


그는 나에게로 걸어오다 우뚝, 테이블 앞에 멈춰 서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소매를 걷어 드러난 손목으로 시계가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이 더듬, 그 시계를 잡아 풀러 끌러내리고 테이블 위로 소리나게 내려놨다.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떠니 그의 비웃음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 때부터는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그의 행동으로 다음 내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뻔히 예상이 갔기 때문이였다. 손으로 머리를 깔끔하게 쓸어올려 정리한 그는 몇 걸음 만에 나의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예쁘게 웃었다. 아. 애석하게도 그 때 그의 웃음은 예쁘다 라는 말이 가장 적절했었다.


" 걱정마요, 걱정마. 얼마든지 놀아줄께. "

" …. "

" 나 없을 때 예쁘게 긁어놓은 것처럼 해줄께. "


쿵. 그의 발길질 한 번에 의자는 쉽게 뒤로 나동그러져 넘어갔고 나는 바닥에 볼품없이 굴러 넘어졌다. 의자 손잡이에 부딪힌 허리에 몸을 웅크리기도 전에 배로 발길질이 날라왔다.


" 허억, "


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멱살을 잡아올리는 그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잡았다 반대쪽으로 뺨이 돌아갔다. 짝, 하고 울리는 소리에 귀가 멍해졌지만 무엇보다 눈 앞이 흐려졌다. 그 손에 두어 대 더 맞았을까, 입 안 점막이 찢어져 터져나온 피가 부어오른 입 속에서 머무르지 못 하고 흘러나왔다. 그가 나를 던지듯 놓자 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허리에 날카롭게 통증이 스치고 지나갔다.


" 흐… 허으, 억. "


폐에 억지로 숨을 몰아넣고 있었을까, 그의 발이 가슴을 걷어차 올렸다. 내뱉던 숨을 단번에 집어삼킬 수 밖에 없는 고통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발길질은 어디가 급소든 상관없다는 듯 쏟아졌다. 내장을 쏟아내고 싶을 정도로 속이 역했다. 짐승이 된 기분이였다. 조금의 악 소리도 내지 못 하고 가쁘게 한 모금의 숨을 들이쉬며 쏟아지는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아픔을 줄이기 위해 몸을 한 껏 둥글게 말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 앞이 새하얗게 떠오를 즈음, 그의 발이 느려졌다. 한 번 숨을 들이킬 때 마다 배를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 탓에 힉힉 거리고 있는 나를 가만히 내려보던 그는 테이블로 돌아가 짤랑, 소리를 내며 시계를 손목에 찼다. 소리없이 걷는 그의 발걸음이 승리를 취한 맹수의 느긋한 발걸음 같았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가 유모 라는 한 마디에 바로 가정부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그가 하는 말에 무조건 네, 네 하며 대답하는 아주머니에 가늘게 눈을 뜨는데 눈물에 가려져 흐린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눈을 감으려는 찰나 그의 손이 머리채를 잡아 나를 일으켰다. 날카로운 고통에 억지로 눈을 뜨고 그를 올려보니 그는 코 앞에서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았다. 눈꼬리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새삼 뜨겁게 느껴졌다.


" 혼자 잘 있어. 다시 돌아올테니까. "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악다구니를 쓸까, 고민을 하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약한 움직임이였기에 그에게 보일까 싶었지만 그것을 알아들었는지 짐짓 턱을 끄덕이더니내 머리를 바닥으로 버리듯 던졌다. 절로 악 소리가 나오는 고통이였지만 억지로 아랫입술을 깨물어 신음을 참으며 카펫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몰아쉬었다. 입 안에서 쇠 맛이 나 억지로 침을 뱉으니 기침이 터져나와 다시 숨을 쉬는데 고생을 했다. 내 옆에 서서 안절부절 발을 구르며 서 있던 아주머니는 그가 문을 나가고 나서야 나의 곁으로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냐 물었다. 고개를 끄덕, 덜덜 떨리는 팔로 바닥을 집고 몸을 일으키는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빈 속에 게워낼 것도 없이 의미없는 토악질만 여러 번, 내 꼴을 본 아주머니는 이제 거의 전국의 119란 119는 다 부를 것처럼 내 주변을 겉돌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 그러지는 않겠지만.

위에서 올라온 산 때문인지 입에서 기분 나쁜 신맛이 느껴졌다. 아주머니는 늘어지는 내 몸을 끌어올려 세워놓은 의자에 앉혀놓고 이불을 끌어와 덮어주었다. 제대로 된 생각이 있다면 다 죽어가는 나를 위자에 앉힐 바에야 침대에 눕혔겠지만, 입가에 선명하게 늘러붙은 핏자국과 벌써부터 푸른 빛이 돌기 시작하는 피멍자국들로 얼룩덜룩한 내가 제법 호러틱한 듯 했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하고 문 밖으로 종종 걸음 쳐 도망치듯 뛰어나가는 아주머니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이제 좀 익숙해지시면 좋을텐데. 평온하게 미소를 지으시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두려움에 물들어 겁을 먹은 행동을 보일때면 필요없는 죄책감이 느껴지고는 했다. 그 사람은 한 웅큼도 느끼지 않을 불편함을 내가 대신 느끼고 있는듯 했다.

누군가 억지로 눌러내리는 것 같이 묵직하게 무게감이 느껴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창틀에 뽀얗게 먼지가 서린 창 밖으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흐물흐물, 공중을 떠다니다 바닥으로 안착하는 눈이 보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불 속에 감춰진 손을 뻗어 창에 가져다댔지만 여전히 눈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차가움. 차가움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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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윽 우표라니....!!!선댓후감상할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후루우ㅜ우ㅜㅜㅜㅜ우표라니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2
허얼..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계속 와줄건가요 너벌... 읔. 글 완전 취저얌 ㅠㅠㅠㅠㅠㅠ 분위기도 좋고 서술하는 것도 좋고 ㅠㅠㅠ 차갑다는 심상이 너무 잘 맞쟈나 글에서 아주 뚝뚝 흐르쟈나... 가뜩이나 얼마 없는 우표에.. 이런글 오아시스라긔 매우 잘보고 갑니다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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