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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코일] 올가미 3rd | 인스티즈

 

지코x태일

 

올가미

 

그때 나는 그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에 다시 네 방을 쏘았다.

총탄은 깊이, 보이지도 않게 들어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3rd

 

  아무일이 없어 이상하다고 말하면 이상한걸까. 태일은 평소와 같이 집에 들어와 교복을 벗지도 않고 부엌으로 직행했다. 와이셔츠 소매를 두어번 훌훌 걷어 접고, 계란말이를 만들기 위해 계란을 몇 알 꺼내는 일련의 행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진 파와 당근을 섞은 계란을 후라이팬에 붓는데 계란껍질 조각 몇 개가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 태일은 아차싶었다. 초보적인 실수다. 태일은 아무 생각없이 껍질 조각을 빼내려다 그만 손을 데였다. 빨갛게 부어 오른 검지손가락 끝을 식힐 생각도 없이 유심히 보다가 태일은 왠지 눈물이 터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다. 그러나 다 부질없는 짓이다.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잖아.

 

 우지호, 너는 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거야.

 대답없는 질문이 몇 번이고 입안을 멤돌다 그친다. 태일은 다시 한 번 좌절한다. 자신을 위로해줄 누군가가 절실히, 정말 간절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자, 영악한 자들과 숨죽여 지내는 자들이 구분없이 뒤섞이는 공간이다. 태일은 요즘 학교에 등교하는 일보다 무서운게 없었다. 예전에는 그저 민석과 둘이서만 조용히 다니느라 몰랐다. 자신보다 가진게 많고, 힘이 세고, 누구에게도 져본 일이 없을 듯한 아이들. 태일은 자신의 협소한 우물에 갇혀 그들을 너무도 쉽게 간과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이동수업이라도 있는 날엔 그들과 부딪혀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들은 쉽게 나자빠지는 태일을 보며 시시덕거렸다. 태일이 다시 일어나려고 하면 그 즉시 발이 들어왔다. 한순간에 이럴 수가 있는 걸까. 정말 모든 건 한순간이고, 찰나였다. 그래. 우지호만 아니였다면.

 그 때였다. 두 번째로 바닥에 뒹군 태일의 시야에 민석이 들어온 것은. 그것도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태일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단짝이였던 민석의 곁엔 박경과 그 외 우지호의 친구들이 함께였다. 그들이 동등한 친구처럼 보일 수가 있다니, 태일은 민석과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돌아온 것은 순식간에 싸늘해진 시선. 그제서야 태일은 민석의 부재를 인정할 수 있었다. 완전히 가 버렸구나. 몸은 아프지 않은데 입안이 씁쓸했다. 끝까지 함께하리라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란 너무 큰 고통이다. 그리고 태일이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눈물을 한 방울 흘렸을 때 자신의 눈물이 타인에 의해 절로 훔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내 곁엔 아무도 없는데 누굴까.

 

 "이태일. 혼자가 된 기분은?"

 

 차라리 아무도 없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태일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나를 극한으로 몰아간 사람,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우지호. 파국으로 치닫는 나의 비극을 관람하며 네가 느낄 카타르시스는 감히 어림잡지도 못하겠다. 태일은 코웃음을 치며 지호의 손을 살짝 피했다. 그러자 지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직도 피할 힘이 남아있구나, 그래? 지호의 말을 애써 외면하며 태일은 시선을 피했다. 그 시선에 끝엔 민석이 있었다. 민석은. 민석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네. 의외로 꽤 잘 버티는 걸 보니."

 "너는......이게 지금 버티는 걸로 보여?"

 "그럼 튕기는 건가? 날 더 자극시키고 싶어서?"

 "제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지껄이지마. 입에 걸레 쳐 넣기 전에."

 우지호의 표정이 한층 우스꽝스러워졌다. 그에 반해 민석은 아랫 입술을 짓이기며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때려부술 듯 했다. 태일은 모든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대체 이 상반된 반응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처해졌다. 시선이 몇 번이고 얽힐 때서야 지호는 태일의 손목을 부러져라 눌러 잡고 일어섰다. 긴장의 끈이 우지호에 의해서 당겨지고 우지호에 의해서 끊어진다. 언제부터 우리는 모두 우지호에게 종속되어 서로를 마주하게 된 걸까.

 태일은 지호에게 끌려가면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비웃는 듯한 경의 표정은 뒤이어 나타난 민석의 무너질 것만 같은 표정에 의해 쉬이 잊혀진다. 복잡한 상황을 뒤로 한 채 지호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향하는 태일의 발걸음은 마치 낙엽이 바스라지듯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

 

 어렸을 때, 보통의 어린 아이들은 부모님께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곤 한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어린 아이들과 달랐다. 첫번째로 나에겐 없는 엄마와 낮엔 도박을, 밤엔 술을 마시는 한심한 아빠라는 작자가 그랬다. 불가피한 악조건 속에서 나는 내 스스로가 책을 읽어야만 했는데 그들이 '콩쥐 팥쥐','신데렐라'따위의 권선징악적인 진부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때, 나는 책등에 주름이 자글자글 해질 정도로 읽던 책이 있었다.

 어린왕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누군가가 책들을 한아름 묶어다 버릴 때 나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가장 위에 있던 책을 가져갔다. 일곱살즈음, 동생이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 든 그 이듬해에 아랫동네 슈퍼 할아버지가 '슬픔이 많을 때엔 책이 제격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슬픔이란 추상적인 감정도, 제격이란 어려운 단어도 몰랐지만 책이 좋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어린왕자를 처음 접한 어린 시절, 나는 누군가에게 '여우'가 되고 싶었다. 나를 기르고 길들여 서로가 떨어질 수 없게 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너를 처음 만난 지금, 난 너에게 '장미꽃'이 되고 싶다. 너의 머릿속 일부분을 나로 채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흰 셔츠 끝자락이 나부낀다. 마치 항복하는 군사들의 깃발과도 같이. 우린 수 많은 핏자욱 진 가시밭길을 걸어 결국 이 곳, 수평선 끝자락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세상의 한계에 서 있는 사람치곤 표정은 온화하기 그지없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그를 가져서 이젠, 행복하니? 나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천천히 그에게로 향한다.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설령 내리막길의 끝이라도. 네가 날 부른다면, 어디든지. 한 걸음, 두 걸음, 그에게로 내딛는 발걸음은 설렘을 가득 담고 있다. 무슨 일일까. 나를 왜 부른 걸까. 마침내 그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에 섰을 때 뒤돌아 서 있는 그가 별안간 고개를 뒤로 휙 꺾는다. 그리고 씩 웃는다.

 

 "거기까지. 더 이상 다가오지마"

 

 나는 아쉬운 마음에 몇 번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내 얌전해진다. 그는 얌전한 사람을 좋아할 것이다. 그러니 그 아일 그렇게나 길들이고 싶어하는 거겠지. 나는 네게 이미 길들여져 있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을텐데. 그 아일 생각하니 무력함이 온몸을 휩쓴다. 나는 그 애 옆에 서면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마치 바람과도 같이, 그를 스쳐지나가는 그저그런 존재. 그래도 애써 괜찮은 듯 웃어보인다. 나를 예뻐해줘. 나를 좋아해줘. 그 애말고, 날.

 

 "네가 할 일이 생긴 것 같아"

 

 사랑해줘.

 

 "너말곤 이 일을 해줄 사람이 없어. 네가 유일해."

 

 제발.

 

 "그러니까 부탁할게, 민석아"

 

 너는 늘 그렇듯이 내 부탁에 대답하지 않는다.

 매정한 우지호, 너는 나쁘고 또 나를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사람.

 

--------------------------------------------

 

기억을 하실런지 모르겠어요..... 저 뎁입니다.....여러분 반가워요ㅎㅎ..ㅎ....

며칠 밤낮을 소주까면서 부어라 마셔라 했습니다. 10년차 아이돌 덕질을 해도 모든 일에 괜찮지는 않더라구요. 전 제가 이렇게 유리심장 인줄 몰랐어요ㅋㅋㅋ

7월에 돌아오긴 했지만 저를 아직도 기다려 주시는 분이 계실거라 사실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야 계속 쓰려구요...

 

민석이 얘기는 과거이구요 오늘 좀 짧은데 그건 끊을 타이밍을 못잡아서 그래요ㅠㅠ 담편에 코일이 본격적으로 나올거에요

그리고 아마 곧 지호의 연적이 등장할 것 같아요(태일이가 불쌍해서 안되겠음ㅠ) 트리플 싫어하는 분 계시면 손번쩍 들고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그나저나 이 글을 계속 쓴다면 방학을 맞이한 미자 인티분들도 보시게 될터인데 곧 있을 핫한 장면들은 어쩌죠...? 인티엔 처음 써보는 거라 조심스럽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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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기다렸어요ㅠㅠㅠ드디어ㅠㅠㅜㅠ진짜 다음편 기대되요ㅠㅜㅠ
9년 전
헐(her) 댓글 감사드립니다♡ 잭팟과 함께 컴백하는 기분! 너무 늦어서 죄송스럽네요ㅠㅠ
앞으로 열심히 쓸게요~

9년 전
독자2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 지호의 연적이 나온다니 기대되네요ㅠㅠㅠ
9년 전
우와우와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두분이나 되다니 전 좋아서 죽습니다ㅠㅠㅠㅠㅠㅠ
힘내서 4편 열심히 쓰고 있으니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엔 끝없는 스크롤바를 보실수 있으실거에요...사랑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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