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적이면서 뜨거운 시선. 어쩌다 한번쯤 뒤돌아 볼때마다 계속해서 눈이 마주치고 있다. 우연이 아니다. 힐끗 흩겨볼때다 집요하게 따라오는 두 눈동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쑨양은 그렇게 태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환은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단순히 라이벌 의식에서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해야했다. 무엇보다 오늘은 4년간의, 아니. 어쩌면 모든 과거의 결실이 맺어질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어깨에는 수천만명의 국민들의 기대를 얹고 물살을 갈랐지만 아쉽게도 은메달만을 손에 져야했다. 태환과 국민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금메달은 다름아닌 쑨양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렇기에 태환은 울컥하는 섭섭한 마음에 뜨겁게 바라보는 쑨양의 시선을 무시하려 애썼다.
단상 위에 올라서는데, 쑨양이 태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니취팔러미?"
...?
무슨 말일까. 은메달을 한 자신을 얕잡아봐 욕질을 하는것일까. 설마, 금메달을 쥔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욕질을 하겠는가 .근데 어감이 참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통역사를 불러서 무슨 뜻인지 알고 싶었으나 이미 기자들의 포토타임으로 번쩍번쩍한 카메라 세례가 시작된 뒤였다. 태환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살짝 미소지으며 수많은 카메라를 응시하고, 쑨양의 말을 무시했다.
그렇게 포토타임이 끝나고, 비록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지만 올림픽 경기장에 온 수많은 한국국민들의 박수갈채로 조금의 위안을 받았다. 이제 출구로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확 잡았다. 쑨양이었다.
쑨양만 아니었으면 내가 금메달리스트…‥☆★
단상 위에 금메달을 거머쥐고 한껏 웃던 쑨양을 생각하자 갑자기 화가 났다.
실격, 아이러니하고 황당한 상황만 없었더라면.. 어쩌면 내가 저 자리에 있을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생각하자 마치 순양이 나의 금메달을 뻇은것만 같았다. 그러자 국민들의 박수갈채는 내 귓속에서 묻히고, 소리없는 패배감과 분노만이 생각을 잠식했다.
"쑨양, 아이 고 투 더 홈."
난 그렇게 쑨양의 손을 쳐내고 뚜벅뚜벅 걸으며 쑨양과의 거리를 넓혔다.
근데...멀리서 쑨양이 무슨 말을 한 것 같다.
잘 들리진 않지만.......
"……태환. 워아이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