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녀."
으에? 하는 병신같은 대답을 하면서 돌아보니까 김태연이 피식 웃는다.
"너 음악실 청소더라?"
이게 뭔 개소리여. 싶어서 김태연한테 왜? 하고 되물었다.
"내가 아냐? 청소 열심히해라. 빤딱빤딱. 엉?"
김태연이 손으로 내 볼을 슬쩍 건드리고 교실을 나간다.
그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정신이 번뜩 들어서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한창 청소당번 조율이 끝나 종이를 정리 중이던 환경부장의 팔을 부여잡았다.
"주현아, 주현아."
환경부장이 이건 뭔가 싶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나는 지난주에 청소 끝났단 말야. 염병할.
"그거 자원한 사람이 하기로 한건데?"
"난 한다고 한적 없는데?"
"아, 태연이가 너랑 얘기 끝났다고 그러던데? 둘이 한다며. 취소해줘?"
속으로 시발을 한 백번 찍었다. 김태연 고년을 잡아다가 얼마 없는 눈썹을 다 뽑아버리고싶다.
"아니, 냅둬."
그래도 청소는 해야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니까.
실실 웃음이 나온다.
-
괜히 그냥 미우니까 한마디라도 해보려고 김태연을 찾아다니고 있을 때 쯤.
황미영네 반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느껴져 벽 옆에 숨어 힐끔거렸다.
이제 막 자다 일어난 듯한 황미영 앞에 누가 서있다.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김태연이지.
김태연이 황미영 머리를 쓰다듬는다. 황미영은 웃는다.
하긴, 날 저렇게 쓰다듬어 줬으면 난 이미 이승이랑 사요나라 했을거다.
황미영이 다시 엎드리고 김태연이 싱글거리면서 뒤를 돈다. 나랑 눈이 마주친다. 입꼬리가 싹 내려온다.
"뭐야."
"뭐."
"왜 나만 보면 정색하는데."
"정색 안했는데?"
"방금 했잖아."
"아니거든."
김태연이 얄밉게 얘기하고 나를 휙 지나쳐간다. 반에 들어가다말고 갑자기 다시 멈춘다.
"너 나 찾아다녔냐?"
"아니거든."
"아님 말고."
김태연이 혓바닥을 쏙 내밀어 메롱을 한다. 속이 끓는다. 저거 원없이 딱 삼백구대만 때려봤음 좋겠는데.
-
"야, 빨리빨리."
"아, 알았어!"
"화났어?"
"아, 아니."
"그럼 됬고."
잔뜩 약올리면서 피아노 위를 신나게 걸레로 문댄다.
맨날 허리아프게 쓸어담는건 내가 해야되는거다. 진짜 어이가 없다.
"야, 김태연."
"응."
"왜 나 청소시켜 맨날?"
"응?"
"난 한다고 한 적 없잖아."
"그래서, 싫어?"
"아니, 싫은건 아닌.."
"그럼 됬네. 빨리 쓸어."
내가 좋아하긴 해도 진짜 쟤는 너무 얄밉다. 그것도 나한테만.
"나 어렸을 때 피아노 진짜 잘쳤는데."
그러면서 피아노 위에 털썩 앉아 자세를 잡는다. 누가 봐도 안친지 십년은 되보이는 자세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저거만 주구장창 치면서 표정은 베토벤 싸닥션날릴기세다.
"야, 정숭녀."
"뭐."
"너 젓가락 칠줄 알아?"
"알지."
"이리와봐."
아 왜. 튕기면서도 가슴이 콩딱거린다.
같이 치면서 막 손도 잡아보고 막 그럴거 같아서 괜히 긴장된다.
계속 보채길래 싫은척 하면서 옆에 가서 앉았다. 자리를 비켜주는데 의자가 따뜻하다. 좋다.
딴딴딴 딴딴딴 딴딴다ㄸ나딴 딴딴딴ㄷ나딴
음악실에 우리 둘이서 젓가락행진곡 치는게 잔뜩 울린다. 김태연이 계속 첫음을 못잡는다.
"병신아, 여기잖아."
"아."
김태연 손을 잡아다가 제대로 올려주니까 씨익 웃는다. 그걸 보고 속으로 한 열번 울고있는데
피아노 건반을 막 띵똥거리면서 입을연다.
"정숭녀."
"응."
"내가 왜 너랑 청소한다고 했게."
"......"
"왜그랬을까."
나야 모르지. 나 구박하려고? 하니까 김태연이 아아니. 하면서 올린 입꼬리를 못내린다.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왜, 뭐때문에! 왜그러는건데!
"다 쓸었냐? 가자, 검사맡으러."
"아 말은 해줘야지!"
이미 음악실을 빠져나간 뒤다. 궁금해 죽겠다. 왜 저런데 쟤?
내 등뒤에 뭐 써서 붙혀놓고 이런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괜히 아무것도 없는 등을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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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없어도 너~ 무 없어.. 그래도 일단 올려놓고 가요..
비젬 너무 쓸데없이 좋지 않나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티드-너에게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