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추적추적 밤길을 두드리던 비가 기어이 오피스텔의 창문을 두드렸다. 한시간 뒤면 동틀 늦은 새벽에 그 빗소리는 내게 마치 자장가가 되주었다. 그러나 얼마안가 그 자장가 조차도 날 재우지 못했다. 여자는 한순간에 죽은 사람이 되었다.
학년 내에서 미영을 싫어하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 미영이 등교를 하게 되면 언제나 책상은 꺼져버려, 사라지면소원이없겠어 라는식의 낙서와 함께 복도 밖으로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1학기 중반부터 그것은 미영에게 일상이었다. 한번쯤 그런생활이 슬프진 않냐고 물어보기라도하면, 무표정하게 당연하다는 말투로 '일상이니까'라는 대답을 하곤 했다.
학생들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그녀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왕따를 시키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싸가지없어서,외국물먹어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냥'이라는 이유가 매우많았다. 그것이 미영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그녀는 '니들이 나를 왕따시킬이유나 만들어주려고 이학교 다니는거 아니다' 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래도 그녀는 왕따 치곤 당당하긴 했다. 맞을때면 언제나 내가 뭘 잘못했냐는 말을 소리쳤다. 그것때문에 더 맞았긴했지만.
학교에서 나름 우등생이었던 나는 미영을 싫어하지 않는 소수의 학생 중 한명이었다.
아이들은 그 재수없는 애를 왜 도와주냐며 니 앞길이나 생각하라며 나름 걱정아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처럼 똑같이 미영을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 왕따시키는 것보단 차라리 도와주는 것이 나을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그것조차 미영에겐 상처가 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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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늘 그래왔던 것과 달리 오늘은 미영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어차피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미영이 야자를 하든 말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쳐자빠져 놀든 말든 난 내 일만 생각하면 된거였다.그런데도 오늘따라 그녀가 왜이리 걱정되는지 모르겠다. 하필 비오는 날이라 우산도 없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학교 뒤쪽에선 여고의 소리라곤 믿기지 않을만큼 험악하고 경쾌한 소리가 퍼졌다.
짝-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소리와 함께 한 여자의 손이 미영의 뺨을 휘갈겼다. 미영의 뺨은 빨간 수채화 물감으로 색을 칠한듯 물들었다.
다 엉켜진 머리에 얼굴을 휘감은 머리카락 사이로 비춰진 그녀의 강아지같은 눈엔 기어코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따위 눈물로 매정한 그녀들의 동정심을 살 순 없었다. 눈물로 먹힐 그녀들이라면 애초에 왕따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동정심을 얻기는 커녕 다리를 걷어차이고 넘어졌다. 그리고 그녀들은 미영의 책가방과 신발을 학교 연못에 던져버렸다. 미영의 다리에는 상처가 나있었다.
그 모습에 눈이 뒤집혀 그녀에게 달려갔다. 미영의 앞으로 달려가자마자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초점이 풀린 눈으로 학교 돌담에 기대고 있었다. 그녀를 똑바로 앉혀 세우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미영의 가방과 신발이 빠진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아 이젠 스쳤다 하면 썩어버린다는 흉흉한 소문도 사실이 아니었다. 연못에 빠져 둥둥떠다니는 가방과 신발을 낚아채 바깥쪽에 두었다. 어느새 다리를 접고 그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미영이 날 쳐다봤다.
- 왜그랬어..?
- ...응?
- 차라리 날 미워해, 왜 자꾸 날 도와주는건데 ?!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서 나한테 질러버리던 미영이 그저 당황스러웠다. 째려보는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미안해' 라는 말을 남긴채 그곳에서 나와버렸다. 그리고 미영은 나에게 '미안할게 따로있지'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선 황미영이 죽었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황미영은 살아있었다. 그것도 아주 멀쩡히.
사람 하나 죽이기는 매우 쉬웠다. 한순간에 멀쩡히 살아있는사람을 자살한 사람으로 만들기는 아마 1+1이라는 문제 풀기보다 쉬울것이다. 학교 분위기는 마치 황미영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으로 '위장'하였다. 무려 황미영의 다리를 걷어찼던 그 무리들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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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일단 팬픽에 넣는데 짧아서.. 조각으로 옮겨야 된다면 옮길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