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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완전 큰 여드름이 났다. 이리저리 누르자마자 너무 아파서 입에 침이 고인다.
스읍 스읍 거리면서 거울을 살펴보는데 옆에 인기척이 들렸다.


"계속 건드리지마."

"신경쓰인다고."

"건드리면 더 커져. 평생 이마에 점 달고 다닐래?"

"아니, 그러고 싶진 않은데.."

"그럼 건드리지 마."


새침한 척 컨셉 잡고 눈 흘기는 걸 괜히 째려보다가 시야에서 없어지길래 몰래 피식 웃었다.
뒤로 돌아보니까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빗으로 머리를 건드리면서 걷는 게 보였다.
아래 위로 훑다가, 여기저기 오지랖 피우고 다니는 촌구석 이장마냥 걷는게. 괜히 미워서 코를 삐죽거렸다.
이제 완전 가을도 됬고, 또 찬바람도 많이 부는데 쟤는 종아리에 모기 자국 왕만한걸 달고 있다.
그걸 보고 있는걸 알아챈건지 벅벅 긁어댄다.

내 여드름이나, 니 모기자국이나. 많이 손대면 흉 남는건 마찬가지인데.
괜히 여드름과 모기자국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쟨 모기, 난 여드름.
원래 태생 자체가 꿀피부 태생인데, 하필 쟤 모기 자국과 생성 시기가 비슷한걸 보면.
어쩌면 쟤랑 난 운명일지도 모른다. 는 개뿔 괜히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면서 혼자 웃어대는게 습관이 됐다.

처음 봤을 때부터, 쟤 좋아하면서부터.

 

"너 청소더라?"

"어?"

"청소라고."

 

청소를 책임지는 환경부장이라는 애가 나한테 와서 말했다.
그놈의 청소당번은 한 번 숨쉬고 나면 돌아오는 것 같다. 출석 번호 대로 짜집기를 해서 돌아가는데, 이상하게 나는 격주로 청소를 하는 것 같다.
청소가 끝나면 주번, 주번이 끝나면 또 청소. 계속 똑같이 반복되는건 이젠 익숙한데 이상하게 짜증이 나는건 익숙하지가 않다.
아침부터 걸레나 빨고 있으면 묘하게 기분이 더러워질 때가 있다. 그러면 걸레를 집어 던졌다가, 아이씨- 하고선 다시 주워들어서 또 빤다.

 


복도를 쓸어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복도 청소 당번은 등교하는 아이들과 잠깐의 수다는 물론 숨막히는 조회시간의 숨구멍이 허락된다.
그래서 청소 당번 통보를 받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빗자루를 집어들고 복도로 튀어나가곤 했다.
여느때 처럼 빗자루를 고르고 있는데, 허연 손이 불쑥 들어와 내 앞 이마를 탁 쳤다.


"아!"

"아, 맞다. 니 여드름 났지?"


큭큭 대는 얼굴을 쏘아보자 무안한 척 표정을 짓더니 빗자루를 집어든다.
또 입에 침이 고여서 습습거리며 나도 하나 집어 들었다.


"뭐야, 니도 청소?"

"응."

"아-."

"왜에-."

"니 어딘데?"

"복도."

"아-."


짜증 난다는 듯이 잔뜩 표정을 구기더니 고개를 저으며 진짜 너는, 아휴. 하고선 복도로 나가길래 따라나갔다.
고개를 절레절레 거리면서 빗자루를 휘적거리는데, 연한 갈색 긴 머리가 빛을 잔뜩 받아서 거의 붉게 보인다. 그걸 보고 있자니 괜히 미워졌다.


"좋으면서."

"뭐?"

"아니.. 니는 맨날 싫은 척 하고 그러잖아. 틱틱대고."

"싫은 척으로 보이냐?"

"진짜 싫어?"

"시끄러, 빨리 쓸어. 걸레 빨아 올 테니까."

"내가 닦으면 안돼?"


어- 안돼. 하고 뭐가 좋은지 투스텝으로 치근거리면서 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근데 갑자기 멈춰서서는 어떤 애 머리를 막 쓰다듬고 막 웃어준다. 살짝 보이는 측면 얼굴에 웃어제끼는 안면근육이 참으로 온화해보였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 현관 한쪽 문에 가려 상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질투가 샘솟기 시작했다.
복도 쓸기에 집중하려고 허리를 숙였는데 눈이 자꾸만 저쪽으로 가고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별로 인맥이 넓지는 않은 애인데, 그냥 괜히 조바심이 나서 가슴까지 쿵덕거렸다.

 

황미영이네.

 

안심했다. 황미영은 쟤, 그러니까 김태연 친구다. 몇 안돼는 친구중에 제일 친한 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 같은 반이 돼면서 급속도로 친해진 나랑은 다르게
쟤는 중1 때부터 꾸준히 같이 다녔던 애고, 고등학교도 끈덕지게 같이 올라온 애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넌 걔한테 안돼.' 라는 표정을 쯧쯧 거리던게 생각나서 모아놨던 먼지를 괜히 꾹꾹 밟았다.

 

너무 이상하게 둘이 친해서 처음에 나는 질투부터 했다. 그래도 원체 성격 자체가 나쁜건 아니였어서 나쁜말은 해본적도 없고,
황미영도 나쁜 애는 절대 아니라서 싸워 본 적도 없다. 나랑도 비밀이 몇 없는 말그대로 이리저리 모든 애들을 수용하는 맘 좋은 애였다.
그래서 그런지 김태연도 황미영을 이뻐하는게 눈에 보이고, 4년 친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둘은 풋풋했다.
그래서 더 질투가 났던거다. 황미영이 김태연한테 가지고 있는 맘이 그냥 친구의 맘이 아닐까봐 걱정하면서.

멀리서 걸레를 빙빙 돌려대면서 오는 허여멀건한 실루엣에 나는 멍때리던걸 그만두고 다시 쓸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안쓸을래? 그렇게 해서 오늘안엔 끝나니?"

"..."

"어후, 먼지."


귀에서 콜록 대는 소리가 들려와서 신경 안쓰는척 하려다가 어렸을 때 천식 때문에 힘들었었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슬쩍 고개를 돌렸다.
눈을 찌푸리고 코를 막고서는 콜록대는게 키우던 강아지가 아파서 사료를 못먹고 켁켁대던게 생각나서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


"괜찮아?"

"뭔놈의 먼지가 이리 많어, 아후-."

"너 천식 있었다며."

"지금은 없지, 멍충아."


계속 작게 콜록대는게 갑자기 안아보고 싶어져서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몸을 휙 돌려 다시 복도를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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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를 조련하시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요즘 탱싴 많아서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밌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헐 사랑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달달해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신알신이요 진짜사랑해요
11년 전
독자5
탱싴이라니 탱싴이라니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헐 금손이시다ㅠㅠㅠㅠ신알신이요!
11년 전
독자7
와 진짜 재밌다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탱싴이라니ㅠㅠ엉엉
11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탱싴맞죠탱싴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136.65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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