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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제 : 위로)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구준회를 상대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글쎄 빨리 가야한다는 내 재촉에도 여유로운 태도를 내보이는 구준회의 모습은 정말 재수없다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결국 백기를 든 건 나였다. 뭐, 늦게 가도 내가 혼나나? 늦은 자신이 혼나겠지. 이렇게 생각한 나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구준회를 포기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감독님의 살기를 지켜보고 있을 진환선배와 윤형선배에겐 미안하지만..

 

 

"김한빈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오 벌써 만났나 본데, 같은 중학교 나왔어. 중학야구대회 결승전에 나왔었는데 기억 안나냐?"

 

"내가 상대편 선수들 얼굴이나 이름까지 줄줄히 외울 머리는 가지고 있지 않거든."

 

"듣는 김한빈 섭섭하겠네~"

 

 

드디어 운동장에 도착하자 나는 구준회의 어깨를 툭 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야, 감독님 엄청 화나셨어. 힘내"

 

"엄청 화나셔봤자야. 설마 아들을 죽이기라도 하겠어?"

 

"뭐?! 너 감독님 아들이야?"

 

 

구준회의 폭탄 발언에 놀란 내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구준회가 감독님에게 가고 나서 진환선배에게 구준회의 폭탄 발언을 전했는데, 선배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구준회가 감독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와 이거 특종인데? 그치만 구준회가 아무리 감독님 아들이라도 지각에 대한 벌을 피할 수 없을걸? 윤형선배의 말에 감독님과 구준회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감독님의 발에 걷어차이며 오늘 남아서 매니저와 뒷정리를 하라는 말을 듣는 구준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치만 감독님, 구준회와 뒷정리라니, 저 혼자 하는게 나을 듯 합니다..

 

 

 

 

------------------

 

 

 

 

야구부 연습이 끝나고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모두들 연습을 슬슬 접고 밥 먹으러 갈 준비를 하는 듯 했다. 나도 돌아다니면서 투수들 투구폼이나 타자들 타격폼은 대충 점검했고 마무리는 밥 먹고 해야겠다. 김지원도 대충 연습 할당량은 끝났나 보다. 땀이 홍수 나듯 오는 김지원에게 수건 하나 던져주고 밥 먹으러가자! 라고 외치자 김지원은 호들갑을 떨며 우리 야구부에 감독님의 아들이 있다는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렸다고 야단을 쳤다.

 

 

"구준회 말하는 거지? 니가 아는 걸 내가 모르겠냐, 바보."

 

"뭐야?! 어떻게 알았어? 아, 김한빈한테 대박정보들어서 신나 있었는데 반응 한번 참 재미없네. 알고 있어도 모른 척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알고 있는 걸 어떡하라고. 근데 김한빈은? 먼저 먹으러 갔어?'

 

"아니, 걔 할당량 아직 못채웠어. 우리 먼저 먹으러 가자."

 

 

야구부는 따로 급식실이 마련돼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운동을 하는 애들이다 보니까 신경 써서 영양분을 골고루 배분시켜 따로 야구부원들만을 위한 메뉴를 만들기 때문이다. 역시 야구 강호교답게 체계적인 시스템에 김지원과 나는 헐, 대박 이라는 말을 오늘 한 거짓말 보태서 100번은 한 것 같다. 그렇게 급식 메뉴에 감탄하면서 밥을 먹는데 비워진 내 앞자리가 채워졌다.

 

 

"맛있어? 나 기다려주지도 않고 먹저 먹으니까?"

 

"뭐야? 벌써 끝내고 왔냐, 아까 보니까 할당량 엄청 많이 남았던데."

 

"김지원 너가 얘랑 둘이 밥 먹으러 가는데 엄청 짜증나더라고, 그래서 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김한빈의 미소는 날 설레게 한다. 식판을 내려 놓으며 맛있냐며 묻는데 그게 또 왜 이렇게 가슴을 뛰게 하는지..

 

 

"아 감독한테 엄청 깨졌어. 깨워줄거면 확실하게 부활동 전에 깨워주라고. 덕분에 오늘 남아서 뒷정리 해야 하잖아."

 

내 오른쪽 옆자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황당한 말을 지껄이는 구준회로 채워졌다. 미쳤냐? 니가 안 일어난 걸 왜 얘 탓으로 돌리냐? 김한빈은 나와 얘기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말투로 구준회에게 말했다. 야 내가 너 데리러 안갔으면 너 뒷정리로는 안끝났을걸?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 너랑 같이 뒷정리 하고 싶은 줄 아나? 야 다 됐고 너네 밥이나 먹어, 얼른 밥 먹고 자율연습 가야돼 멍청이들아. 김지원의 말을 끝으로 밥에 집중하는 우리들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들 연습벌레들인가보다.

 

 

자율연습은 보다 여유롭게 진행되었다.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이라 나도 뭐 딱히 할 일은 없고... 그냥 운동장 바닥에 앉아 연습하는 선수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 고등학교 야구부는 이미 실력들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탑이고 부족한 점들은 알아서 반성하고 연습하니 내가 할 일이 있긴 한건가.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있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채운다. 바로 지금이 그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여긴 내가 감독을 했던 우리 중학교 야구부도 아니고 다들 프로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괜히 내가 잘못된 조언은 하는게 아닐지, 방해가 되는건 아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털썩- 하고 내 옆에 앉았다.

 

 

"왜 연습 안하고 왔어?"

 

 

"..."

 

 

난 눈물이 많았다. 연습이 잘 풀리지 않아 짜증이 날 때도 눈물이 나오고, 연습을 땡땡이 치는 선수들에 화가 나도 화를 내긴 커녕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리고 항상 내가 울고 있을 때에는 김지원은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내 옆에 앉아 위로해 주곤 했다. 지금도 눈물은 내 의지와 다르게 계속 흐르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내 옆에 앉은 남자를 김지원이라 생각했다.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으니까 고개는 무릎에 파묻힌 채였으니까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뭔 일 있어서 우는 건 아니야. 그냥 여긴 우리가 다니던 중학교와 다른 게 당연하고 이 고등학교를 선택한 건 나인데...자꾸 부정적인 생각들만 떠올라. 난 물론 열심히 할테지만 그게 과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지, 그리고 선수들 중 대부분이 프로를 꿈꾸고 있을텐데 나의 조언이 해가 되진 않을까."

 

 

"적어도 나는..."

 

 

내 옆에 앉은 애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고 옆을 쳐다봤다. 김한빈? 김한빈은 표정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너의 조언으로 여기 있어. 여기 있는 다른 애들처럼 프로를 꿈꿀 수 있는 것도 니 덕분이야."

 

"내가 너한테 조언?"

 

"나 말고도 있잖아. 여기 내가 아니라 김지원이 있었어도 나처럼 말했을거야. 김지원도 너 덕분에 여기 있잖아."

 

"한빈아, 우리 어디서.."

 

"다 울었으면 가자, 자율연습도 슬슬 끝나가고 뒷정리 해야지. 도와줄게."

 

 

김한빈과 나는 도대체 어디서 만났을까.

 

 

 

 

------------------

 

 

 

 

"뭐야, 너 울었어? 설마 김한빈이 울렸냐?"

 

 

뒷정리를 하기 위해 창고로 갔을 때 구준회는 먼저 와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부은 두 눈을 본 구준회는 내 양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 당겼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당황한 나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느라 바쁜데 절대 안놔준다.

 

 

"내가 너냐, 여자 울리고 다니게? 그것보다 손 떼고 얼굴 좀 치우지?"

 

"그럼 왜 울었는데?"

 

"..."

 

 

김한빈의 말에 그제야 손을 놓고 왜 울었냐고 묻는 말에 침묵을 지키고 정리를 시작하자 귀찮게 따라다니며 묻는 구준회였다. 물론 처음엔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귀찮게 졸졸 따라다니니 이대로 계속 무시해도 포기할 것 같지도 않고 알려주지 않으면 전교생에게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에 홧김에 대답했다.

 

 

"뒷정리 하기 싫어서 울었어!!!!!!!됐냐??!!!!!!!"

 

"뭐?"

 

"안 그래도 피곤한데 뒷정리까지 하라니까 서러워서 운거라고!!!!!!!!"

 

 

물론 홧김에 말하더라도 사실을 말하진 않았다. 왠지 구준회에게 사실을 말하긴 쪽팔리기도 하고... 뒷정리 하기 싫어서 울었다는 거짓말은 구준회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내가 말해 놓고도 어설픈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구준회는 잘 속는 편에 속한 것 같았다.

 

 

"그럼 내일부터 하지마. 자율연습 끝나면 들어가서 쉬던가 해."

 

"말이 되냐? 그럼 이 많은 거 누가 치워."

 

"피곤하다며, 내가 할테니까 너는 그냥 가라고."

 

 

구준회의 말은 나를 당황시키는데 충분했다. 역시 사람은 첫인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건가! 그렇게 재수 없어 보이던 구준회한테서 배려라니...

 

 

"오늘도 그만 들어가봐, 내가 아버지께 말해놓을게."

 

"아 됐어~ 막상 해보니까 별로 힘들지도 않네."

 

"야"

 

"왜?"

 

"무거운 거 옮길 땐 누구 시켜. 니 주위에 널린 게 남잔데 널 도와줄 남자 하나 없겠냐."

 

"뜬금 없이 뭔 소리야?"

 

"물통 말이야, 아까 혼자 끙끙 대며 옮기던데 그러지 말라고 멍청아."

 

 

아 구준회, 진짜 좋은 녀석일지도...

 

 

 

 

 

 

 

 

 

 

 

 

 

 

 

 

 

 

 ---------------

 

 

[기프티콘] [맘삐] [밍] [체리돼지] 님들 암호닉 감사합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요, 모두들! 댓글 쓰고 포인트 받아가세요ㅠㅠ 포인트 아까우시죠...

분량을 늘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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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107
헐 구준회 좀 설레여 함비니도 지워ㅜㄴ이도
8년 전
독자1
허러럴.....주네가 좋아하는걸까요?!
암호닉[밍]으로 신청할께요!!!아그리고 신알신하고가요♡

8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체리돼지예요! 오늘은 준회가 한몫하는데요!?ㅋㅋㅋㅋ 뭔가 모르게 살살 설레는 준회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설레요ㅎ 분량은 지금도 괜찮은데 작가님 부담스럽지 않으시면 조금만 늘여도 저희들이 좋습니다!ㅎㅎㅎ 오늘도 너무 잘 보고 가요~
8년 전
비회원54.54
기프티콘입니다! 주중에 바빠서 이제서야 인스티즈에 들어오는 저란 년ㄴ을 용서하세요ㅜㅜ 그간 다정하게 말 걸어오는 한빈이가 눈에 밟혔습니다. 그런데 여주덕에 한빈이가 저렇게 말 했다는 건 대체 첫 ㅁ만남이 언제였길래.. 그렇다고 막 유딩이나 그럴 땐 아닐테니 ㅋㅋ 오늘도 잘 읽고 가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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