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VS 소아과 :: 07
By.아리아
말 그대로 심장이 팡 터지는 기분이었다. 고작 권교수의 말 한마디에. 터진 파편들을 처리할 새도 없이 발이라도 달린 듯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더불어 마음이 급해진 난 결국 친구에게 SOS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외모를 가꾸는 일에 일가견이 있던 친구의 손길 덕에 평소 추리한 모습이 아닌 첫 데이트의 설렘을 가득 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거울에 비추어졌다.
"친구야, 고맙다. 사랑하는거 알지?"
"사랑이고 나발이고, 누군데. 빨리 좀 불지?"
"나중에. 나중에! 나 간다!"
야야 거리며 저를 붙잡는 친구를 뒤로 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 항상 걷는 길, 항상 보는 풍경도 오늘따라 온통 분홍빛이였고 제 마음 또한 그랬다. 익숙치않은 힐과 샤랄라한 원피스가 불편할 만 한데도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콧노래가 그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느릿느릿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도 웃음꽃의 봉우리 끝을 살짝 열었다. 1층입니다- 하는 나긋나긋한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눈 앞엔 제 볼을 붉게 만드는 장본인이 멀뚱히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탑니까?"
"..아, 타요, 타야죠."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반 쯤 넋이 나간 채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던 저를 일깨워준건 제 팔목을 확 잡아당겨 구석으로 몰아넣은 그였다.
"조심 좀 하세요. 뒤에 베드 싣는 거 못 봤습니까."
제 아무리 베드 때문이라해도, 이건..너무 가깝다.
고개를 들자니 권교수의 얼굴이 코앞에, 그대로 정면을 보자니 넓은 가슴팍에 안겨 있는 꼴이었다. 더불어 은은히 풍겨오는 향수 냄새까지, 제 사고회로를 정지시키긴 충분한 재료들이었다. 어쩔 줄 몰라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저를 보았는지 피식 웃으며 제 머리에 손을 올리는 그에 사고회로는 정지하다 못해 산산조각 나버렸다.
"안전벨트,"
"ㅈ,제가 할 수 있어요!"
"..누가 뭐랍니까?"
드라마를 봐도 너무 많이 봤나보다. 아니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막 조수석에 앉으면 남자가 여자 안전벨트 매주느라 가까이 오고 그러다 눈 마주치면 뽀ㅃ, 뭐래. 팔짱을 낀 채 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곤 안전벨트를 쭉 잡아 당겼다.
"..하하, 이게 왜 안 될까ㅇ.."
무언가에 걸렸는지 탁탁 소리를 내며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 안전벨트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당겨보아도 제자리인 벨트에 울상이 되려던 순간 훅 다가와 끈을 당기는 그였다. 그의 손이 닿자 거짓말같이 찰칵- 하며 잠긴 벨트를 매만지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참 신경 많이 쓰이는 타입입니다, 김교수."
뭐라 반박할 말이 없어 그를 살짝 째려보는 걸로 제 마음을 대신했다. 뭐, 그런 눈빛을 깡그리 무시한 채 시동을 켜 주차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그였지만.
***
"파스타 괜찮습니까."
"아, 네. 저 그 까르보나라 엄청 좋아해요-"
차에 탄지 20분 이래로 처음 주고 받은 대화였다.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틈에 일어난 대화에 넋을 놓고 있다 홀린 듯이 대답했고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 궁금한 거 있는데, 왜 자꾸 저보면 막 웃고 그러세요?"
"제가 그렇게 웃기게 생겼어요?"
돌아오는 대답 대신 서로의 눈동자에 서로를 담고 있길 한참, 뒤에서 줄줄이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에 놀라 창 밖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아 능숙하게 차를 출발시키며 말을 잇는 그에 제 심장은 아물기도 전에 다시 한번 팡-하며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냥, 김교수보면 자꾸 웃음이 납니다."
진짜 사람 마음 흔들어 놓는데 뭐 있다, 권교수. 아니 권순영.
***
오랜만에 느껴보는 대학로의 향기는 청춘으로 가득했다. 꽤 이른 시간부터 술에 빠지는 청춘들도, 꼭 잡은 두 손을 놓을 줄 모른 채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청춘들도, 두꺼운 전공책을 껴안은 청춘들도, 모두의 향기는 달콤했다.
그 사이에 권교수와 단 둘이 나란히 걷고 있자니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에 제 얼굴엔 웃음꽃의 봉우리가 반 쯤 열렸다.
사실 저녁은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체 안 하고 입으로만 들어갔으면 됐지, 뭐.
식사 후,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들 중 지하에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초대권이었는지 매표소에서 교환을 해 온 권교수 덕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었다. 근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무대 위의 소품들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에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겨 흔들리는 눈빛으로 올려보았다.
"..교수님, 이거 제목이 뭐예요?"
"폐쇄된 수술실이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표를 보여주는 그에 고개를 숙여 확인하자 제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공포영화를 못 보는 건 아니지만 즐기지 않는 편이라 익숙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공포연극은 처음이란말이다. 친구들 말론 막 갑자기 튀어나와서 다리를 잡는다던지 한다던데..갑자기 훅 끼쳐오는 서늘한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에 앉았다. 아, 하필 자리도 통로 쪽이야.
제 옆에 앉아 뭐라 말을 하는 그의 목소리가 음산한 선율에 묻혀버렸다. 아, 몰라.
극이 차차 진행되면서 긴장감 또한 달아올랐지만 무언가 튀어나올때마다 저보다 더 움찔거리고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그의 모습에 시작 때보단 공포감이 덜 해졌다. 그렇게 권교수의 의외인 모습만 보고 끝날 줄 알았지.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밑에서 제 발목을 세게 잡아오는 배우의 열연에 소리를 지르며 순간 제 손에 잡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확 잡아버렸다. 말캉한게 사람 손 같기도 한데.
막이 내렸고 모두들 애인의 손을 꼭 잡아 소극장을 하나 둘씩 떠나갔다. 그들을 보자 그제야 아까 제가 확 잡아버렸던 무언가가 떠올라 손이 뻗은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느 연인들과 다름없이 꼭 마주 잡은 두 손이었다.
"아, 헐, 죄송해요. 너무 놀래서.."
지금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면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아 급하게 손을 빼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붉어진 얼굴을 식히며 먼저 나가려고 했다. 했는데.
제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 손으로 옮겨가 도로 자리에 앉혀버리곤 다정한 눈빛으로 저를 감싸오는 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눈빛을 받아 내는 것 뿐.
"김교수, 만나는 사람 없다 그랬죠."
끄덕끄덕.
"그럼."
"......"
"내가 다가가도 되는 거 맞습니까."
..끄덕끄덕.
"그럼 됐습니다. 일어나요. 시간 늦었다."
먼저 일어나 나가려던 그가 그의 고백 아닌 고백에 멍하니 있는 저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예쁘게 하고 와서 남자 손 막 잡는 거 아닙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왔고, 꽃은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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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써놓고 보니까 제가 뭘 쓴 건지 모르겠네요껄껄 죄송해요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요..쥬륵
하지만 이게 제 필력의 한계입니다허헣헣 독자님들 자꾸 저 막 둥가둥가 띄워주지 마요...진짜 잘 쓰는 줄 알고 착각합니닼ㅋㅋㅋㅋㅋㅋ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그럼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