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름씨, 왜 일을 이따위로 합니까? "
"죄송합니다.."
"맨날 죄송하다 하면서 왜 발전이 없는 겁니까?"
"..."
이름이는 옹 팀장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곧 이 바닥 뜬다
" 지각을 하지 않나, 보고서는 개판이지않나
그리고 업무시간에 김사원이랑 떠들기까지 하고"
계속되는 옹 팀장의 잔소리에 이름이는 고개를 푹 숙였고
그런 이름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옹 팀장은 박수를 크게 쳤다
박수 소리에 놀란 이름이는 고개를 들어 옹 팀장을 쳐다보았다
" 그래서 어쩌실 겁니까"
"오늘.. 안에 보고서 완성시키겠습니다"
"이렇게 빽빽하고 쓸모없는 내용만 가득한 보고서를 완성시키지 말고
진짜 완전 대박 리얼 헐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하세요."
"네.."
그렇게 엄청난 잔소리 폭격을 들은 이름이는 한숨을 푹 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어떻게 보고서를 진짜 완전 대박 리얼 헐 완벽하게 작성하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한글2010을 들어간 이름이는 한숨을 크게 푹 쉬었다
옆자리에 앉은 눈치없는 회사 동기 재환은 그런 이름이의 마음도 모르고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루도 안 빠지고 팀장실에 불려가냐? 이거 기록 갱신 아니냐?
와, 대박. 축하주로 쏘맥 마시러 갈 성이름 구함"
이름이는 조잘거리는 재환의 입을 조질까 생각하지만
답없는 아이에게는 주먹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김재환 조질 계획1'을 포기했다
"보고서 완성 못시키면 퇴근 못 해"
"그럼 오늘 퇴근 못 하겠네?"
"야, 옹팀장이 너 좋아하는 거 아니냐?"
"뭔 또 개소리야"
"너보다 일 개떡같이 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너만 혼내냐 이거지"
"그러게.. 개떡같이 일하는 김재환도 있는데 왜 맨날 나만"
"야 닥쵸"
"그리고 옹팀장이 날 좋아할 확률은 니가 승진할 확률이야"
"그럼 백프로네"
말같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 재환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이름이는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열심히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렸다
열심히 업무에 집중한 덕인지
보고서는 퇴근하기 30분 전에 완성되었고
대충 몇 번 검토를 하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팀장실 문을 두드렸다
쾅쾅
"들어오세요"
"팀장님 여기 보고서 드리겠습니다"
"문도 이름씨답게 시끄럽게 두드리고 들어오시네요"
옹 팀장은 이름이 주는 보고서를 건네받고는
글자 하나하나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그런 옹 팀장의 행동에 이름이는 떨리기 시작했다
오늘 야근하라 하면 어쩌지
"이렇게 잘 할거면서 아까는 왜 거지같은 보고서를 준 겁니까?"
"..네?"
유독 이름이에게만 칭찬이 박한 옹 팀장이
무려 다정한 눈빛으로 칭찬을 하자 당황한 이름이는 말을 더듬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겠네요"
"네, 뭐 네.. 그럼 저 이제 나가보겠습니다"
이름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팀장실을 나오다
퇴근과 가까워진 시간을 보고 기분이 좋아 자신의 옆자리 재환이에게 달려가
꼬옥 안아주고는
"재화낭 누나 오늘 야근 아니당. 같이 쏘맥 콜?"
"와,씨 얼마만이냐. 콜당오!"
"오늘 달려보자"
"조앙조앙"
"소주는 클래식 맥주는 하이트?"
"조앙조앙!"
이름이는 들뜬 마음으로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고
재환은 술 마시기 전에는 물을 빼야한다며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며 나갔다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도 하나 둘 나가고
아직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는 재환을 기다리는 이름과
팀장실에 있을 옹팀장만이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조용해진 사무실에 심심해진 이름이는 의자에 앉아 빙빙 돌고는 히죽거렸다
오늘은 밤새 달려야지ㅎ
팀장실 문이 열리고
그대가 보이네요
자켓을 정리하며 나오던 옹 팀장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름이에 흠칫했다
평소였으면 그 누구보다 먼저 퇴근하는 이름인데..
"이름 씨 퇴근 안 하십니까?"
"아 저 재환 씨랑 저녁이라도 먹고 가려고.."
"재환 씨?"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으로 이름이에게 말을 걸었던 옹 팀장은
이름이 입에서 '재환 씨'라는 단어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졌다
둘이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지
또 저녁은 왜 같이 먹지
타이밍 좋게 나타난 재환에 이름이는 속으로 아주 나이스를 외쳤다
"야 나 물이 아니라 힘 빼고 왔다.. 많이 기다렸 어, 팀장님 퇴근 아직 안 하셨어요?"
"네,뭐."
"그럼 저희랑 같이 술 마시러 가죠. 팀장님이랑 술 안 마신지 오조오억년 지난 것 같아요.그쵸, 팀장님?"
우리 사무실 대표 사랑둥이 김재환은 옹 팀장에게 같이 가자며 애교를 부렸고
이름이는 옹 팀장이 눈치있게 거절해줬으면 조켔다.. 하고 생각을 했다
"좋습니다. 같이 가죠"
저 사람 눈치없네..
"팀장님 쏘주에 삼겹살 좋아하세요?"
"좋아합니다"
"그럼 제가 아는 이모님 가게로 모실게요. 거기가 진짜 대박 맛있어요"
인간 네비게이션 재환의 길안내로 가게에 금방 도착했고
정말 단골인지 재환은 들어가면서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 재환을 따라 앉았고
그렇게 이름이만 어색하게 느끼는 그림이 그려졌고
재환이 놓아준 젓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못 달리겠네..
밑반찬이 나오고 메인 안주 삼겹살과 소주가 깔리자
셋은 말도 없이 조용히 쏘삼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 없는 건 옹팀장과 이름이지
재환은 이런저런 말을 하며 분위기를 띄었다
대충 끄덕이며 난 네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혼자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평소 주량보다 넘겨버렸고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김재환은 주량 센 거 알고 있었지만 옹 팀장도 장난아니네
이름이는 젓가락만 오물오물거리며 옹 팀장을 쳐다봤다
"야,성이름 그거 삼겹살아니고 젓가락이야 이빨 나가기 전에 내려놔"
"나두 알거등?"
취한듯해 보이는 이름이에 걱정이 된 옹 팀장은 재환에게 자신의 카드를 주며
여명도 사오고 비타민음료도 사오라며 시켰다
"팅잠닌 저 치한 거 아니구 취한 척하는 거예요"
누가봐도 취해보이는데 자신은 안 취했다며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말을 하는 이름이 귀여워 보였는지
옹 팀장은 웃으며 이름을 보았다
"팅잠닌 혹시 저 조아하세요?
"..네?"
"아뉘 지쨔 저 조아하신 거 치구 너무하신 고 아녜요?"
"차라리 제가 조으면 조타구 하세요! 일 핑계로 저 더 보시려구.. 막 혼내구 부르구..업무량 늘리구..
야근 시키구..유치하다 증말.."
"들켰네요"
"그러니카.. 네? "
"좋아해요"
"제가 아무리 조아도.. 업무량은 공평하게.."
"다음부터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