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Fashion, Passion
W. 레녹
찬열은 처음으로 고층에 집을 얻은 걸 후회했다. 아, 무거워. 술에 취해 축 처져서 그런가, 백현은 꽤 무거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겨우겨우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섰다. 늦가을 밤의 쌀쌀한 날씨지만 찬열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백현을 제 침대에 던지듯이 내려놓고 찬열도 그 옆에 벌렁 누웠다.
"힘들어…."
제 옆에 누워 쿨쿨 자는 백현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째려보다가 자켓을 벗어 책상 위로 던졌다. 이대로 잠에 빠져들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백현의 겉옷은 벗겨야 했다. 그렇게 아끼는 Passion B의 신상 자켓인데. 찬열은 백현의 겉옷을 벗겨냈다. 왠지 모를 묘한 분위기에 찬열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안에 받쳐입은 청남방만 벗기면 맨 몸이 드러날 것 같은데. 찬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단추 하나만 남겨놓고 다 잠군 백현이 답답할까봐 단추 하나를 더 풀었다. 뽀얀 살이 조금, 아주 조금 드러났다.
"흐억!"
찬열은 못 볼 거라도 본 양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안 돼, 안 돼! 찬열은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단추 두 개 끄른 것 갖고 저러는 찬열을 남이 보면 비웃을 게 뻔했지만, 찬열은 이 상황이 심각했다.
"아냐, 난 아무 것도 못 본거야!"
사실 볼 것도 없었지만. 찬열은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방을 뛰쳐나갔다. 그러다 벽에 어깨를 부딫혀서 온 인상을 다 찌푸리며 백현이 깰 까봐 큰 소리도 못내고 손으로 부딪힌 어깨를 문지르기 바빴다. 병신. 딱 지금 제가 하는 짓이 '병신'같았다. 찬열이 여전히 아픈 어깨를 문지르며 소파에 누웠다. 길이가 짧아 다리를 굽혔다. 새우잠을 자면 내일 몸이 쑤시겠지만, 그래도 백현과 한 침대에선 부끄러워서 같이 못 잘 것 같았다. 찬열이 짧게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
백현은 깨질 것 같이 아픈 머리에 눈을 부시시 떴다. 윽, 배도 아파. 백현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낯선 방에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제 찬열과 같이 술을 먹은 건 기억이 나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실수를 했나 싶어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 지부터 확인했다. 옷도 제대로 입고 있고 제 옆에 찬열도 없는 걸 보니 딱히 다른 실수는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다. 백현은 책상 위에 놓인 제 자켓을 챙기고 거실로 나갔다. 찬열이 길이가 짧은 소파에서 쪼그려 자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키도 큰 게 이인용 러브시트에서 새우잠을 자는 꼴이라니. 백현이 혀를 끌끌 차고는 담요를 찾아와서 찬열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가방을 챙겨 제 집으로 돌아가려던 백현의 발걸음이 딱 현관에서 멈췄다. 필름 끊긴 저를 여기까지 업고 왔을 찬열이 영 신경이 쓰였다. 또 침대에서 안 자고 러브시트에서 몸을 구겨서 새우잠을 자는 찬열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휴. 백현이 신발을 다시 벗었다. 해장국이라도 끓여놓고 가는 게 도리겠지. 백현은 가방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냉장고를 열었다.
"헐."
대용량 고효율이라고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900L 냉장고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냉장고 안에는 캔맥주 열 캔과 생수병 열 병이 다였다. 아, 냉동실에는 아이스크림 너댓 개도 있었다. 대용량 고효율 냉장고를 이딴 식으로 쓰다니. 백현이 혀를 끌끌 찼다. 라면이라도 있을까 싶어 선반을 열어봤지만 크래커 몇 통이 전부였다. 얜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거야? 백현이 한숨을 쉬고 가방을 챙겨들었다. 아무래도 근처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와야 할 것 같았다.
*
장을 보고 찬열의 현관 앞에 선 백현이 툭, 비닐 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병신. 백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난 박찬열 집 비밀번호를 모르는데. 백현이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
"병신. 병신, 변백현."
백현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백현의 어깨가 달싹였다. 잠 안 깨울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백현이 찬열의 번호를 찾아 찬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전자계집의 목소리 뿐이었다. 망할 자식.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뭘 좀 해주려고 해도 해주질 못하겠네, 정말. 백현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러다 문득 비밀번호가 찬열의 생일일 수도 있겠다 싶어 찬열의 생일을 검색했다. '11월 27일'. 곧 박찬열 생일이네? 백현이 그렇게 생각하며 숫자 1127을 꾹꾹 눌렀다. 띠리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헐."
백현은 찬열의 단순함에 정말로 깜짝 놀랐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생일을 눌렀는데, 정말로 열릴 줄이야. 요즘 세상에도 지 생일을 비밀번호로 해놓는 사람이 다 있네. 백현이 혀를 끌끌 차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비닐봉지를 들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장 봐온 것을 식탁에 늘어놓는 중에도 찬열은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잘─자네. 백현은 콩나물을 흐르는 물에 씻으면서 중얼거렸다.
백현의 콩나물국은 순조롭게 완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온 쌀로 밥도 짓고, 반찬 몇 가지도 접시에 담았다. 앞으로 즉석 밥이라도 챙겨 먹으라고 즉석 밥도 여러 개 사와 선반 안에다 넣었다. 정말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없을 거야. 선반을 닫으며 백현이 생각했다. 보글보글 끓는 콩나물국의 간을 보고, 가스렌지를 껐다.
의자 위에 올려뒀던 가방을 뒤져 수첩을 꺼내 맨 뒷 장을 아무렇게나 찢었다.
'밥 차려놓고 가니까 먹어. 어제 수고했어.'
대충 휘갈겨 쓰고서 백현이 가방을 챙겼다. 자켓도 챙겨입고 찬열의 집을 나섰다. 그냥 확 오늘 장 보는데 든 '삼만이천구백원'을 찬열에게 받으려고 했지만 어제 저를 업고 온 것도 있고 밥 값도 계산했을 찬열이 신경이 쓰여 말았다. 수첩 종이 옆에 두려다가 다시 주머니에 쑤셔넣은 영수증을 구겨 길 거리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 버렸다. 커피 하나 사서 출근해야겠다. 백현이 그렇게 생각하며 근처에 있는 카페전문점 안으로 들어섰다.
레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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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시간을 변경해야할 듯 싶습니다ㅠㅠ
학원에서 자습하고 집에 오면 거의 일곱시에요...ㅠㅠ
월 수 금 일곱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