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다니면 잡혀간다.일찍일찍 다녀."
어느날부터 나에게 생긴 스토커.
내 우편함 속 우편물들은 주인인 나보다 그 스토커에게 먼저 뜯겨졌었고
그 중 매일 빨간봉투가 뜯기지 않은 채 들어있었고 열어보면 어김없이 그의 편지.
내용이라고 해봐야
'남자랑 함부로 얘기 나누지마'
'웃는 게 이쁘네.매일 웃고 다녀.'
'운동 열심히하더라,다이어트하나봐?누구한테 잘보이려고.'
'넌 빨간 목도리가 어울려'
등등 짧은 말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아끼던 빨간 목도리를 버렸고 항상 달고 다녔던 미소를 잃었으며 살도 마구 찌웠고 남자친구들도 사라졌다.
우편함에 어김없이 들어있는 빨간 봉투에 손을 덜덜 떨며 열어보니 늦게다니면 위험하다는 말과
납치감금성폭행 사건 사진이 한장 들어있었다.
너무 무서워 며칠을 집안에 틀혀박혀지내다
어느날 친구 생일이라 늦게까지 술을 진탕 마시고 휘청이며 집으로 향하니
매일 들어있던 빨간봉투대신 모자를 꾹 눌러 쓴 한 남자가 보였다.
누구세요,하는 나의 물음에 웃으며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늦게다니지 말라고 말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