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하루하루
Happy ending
"나중에 니가 감당할 때가 되면"
그런 날은 오지 않을거야. 내가 너에게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날은 오지 않을거야. 아니, 그런 날은 오지 않아야만 해. 그냥 우린 행복하기만 하자.
적막한 어둠이 너와 날 싸고 돈다. 그 적막함은 아주 차가워서 시린 칼 끝이 내 살을 파고 들 때의 느낌과 같았다. 딱 죽고 싶을 만큼 시리다.
넌 그냥 지금 처럼 내가 쓴 가면만 보고 있어. 그 가면 뒤는 보려고 하지 마.
Happy ending 03편 中
아무래도 그대로 아저씨에게 안겨 잠이 들었나보다. 시끄럽게 내 알람 소리가 울리고 난 잠에서 깨기 싫어 낑낑대며 눈을 떴다.
"일어났네-"
어리광을 피운답시고 아저씨 품으로 파고 들었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어리광 피운다고 내 머리를 콩하고 아프지 않게 쥐어 박는 아저씨.
아저씨는 일어나 베란다 창문 블라인드를 걷어올렸다. 오늘도 눈이 올련지 하늘은 여전히 어두침침했다.
"따뜻한 햇살 기대하고 걷은 건데-"
인상을 쓰며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던 아저씨가 툭 던진 말이 귀여워 소리죽여 웃었다. 내가 웃어서 머쓱었는지 아저씨는 날 욕실로 몰아냈다.
칫솔 없다고 말하려 나가려는데 칫솔 꽂이에 꽂혀있는 새 칫솔 하나를 보고 간질거리는 설레임에 바보 같이 빙그레 웃어보았다.
칫솔에 치약을 죽- 짜서 입에 물었다. 아저씨와 함께 맞이하는 첫 아침에 기분이 괜스레 좋았다. 날씨는 그렇지 않아도 기분 만큼은 상쾌했다.
세수를 하고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나갔을 때 아저씨는 주방에서 한 손으로 서툴게 달걀말이를 하고 있었다.
"아 식빵.. 이거 왜 이렇게 안돼.."
아저씨의 주특기인 뒷머리 긁적이기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 아저씨의 허리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
이 행복이 계속되길 바라며, 항상 우리가 함께이길 바라며.
* * *
학교가 끝나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참으며 다친 아저씨의 팔이 걱정되서 헐레벌떡 왔더니만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집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오늘 회사 쉰다고 했는데 그 팔을 하고서 어딜 간건지.. 결국 아저씨가 줬던 도어락 카드로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 마자 날 반기는건 좋지 않는 직감.
날 에워싸는 기분 나쁜 기류에 집에 들어서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옷을 두껍게 껴입고도 갑자기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에 발을 들여놨다. 쾅-! 하고 닫히는 대문을 빤히 바라보다가 거실에 들어섰다. 아침에 나간 그대로였다.
아직 치우지 않은 피 묻은 와이셔츠며 지혈에 사용한 넥타이, 아침에 사용 연고. 어질러진 거실을 빠르게 치웠다. 아저씨가 오면 추울까봐 보일러도 틀었다.
병원갔나? 아니면 잠시 회사에 일이 생겨서 들렀을까? 아저씨가 갈만한 곳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고 걸레를 빨아 피로 얼룩진 쇼파를 닦았다. 굳어져 잘 닦이지 않는 피를 거의 다 지워갈 때 쯤 아저씨 집 전화벨이 울린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 귀 아프게 울려대는 전화. 받고 싶지 않았다. 전화기를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곧 전화가 끊기고 소리샘으로 연결된다.
"야!! 기성용 너 어디야?! 지금 난리났어! 너 진짜 미쳤냐? 뭐? 조직을 나가? 형님이 다 아셨어. 너 진짜 그 꼬맹이 하나 때문에 그래?
이대로 가면 너 진짜 죽어! 너 오늘까지 안오면 형님이 애들 푸실지도 몰라. 그 때는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빨리 와 이 자식아!"
한 동안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전화기만 바라봤다. 조직, 형님, 꼬맹이, 애들은 풀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뭘? 도대체 뭘?
내 손이 가르다랗게 떨려왔다. 머리 속에는 무언가 잡히는 구석이 있었지만 내 가슴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한다.
소리샘이 끊어지자 마자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나고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전화기에 뒀던 시선을 아저씨에게로 돌렸다.
"갔다 왔어? 미안- 오늘은 마중 못 나갔다"
"응- 괜찮아요. 혼자 잘 왔잖아"
"근데 왜 이렇게 멍하게 있어?"
"아니예요 아무것도.."
"아! 내가 치웠어야 했는데... 벌써 다 치웠어? 그냥 두지-"
아저씨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꾸만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옆에서 아저씨가 뭐라고해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 저녁 먹을까? 내가 장 봐왔는데"
"먹어요.. 저녁.."
"카레 해줄까? 나 카레 진짜 잘해"
"응... 카레"
"꼬맹아"
".........."
"꼬맹아!"
"아저씨..."
내 나지막한 부름에 아저씨가 날 이상하게 바라본다. 아저씨의 왼 쪽 팔에 시선을 두었다. 남방에 가려져 있지만 붕대가 감겨있을 왼 쪽 팔.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야?"
초고추장입니다~ 제가 주말 동안은 못 올것 같아요ㅠㅠㅠ 주말에 다른 지역에 좀 가야해서요ㅠㅠ 우리 독자님들 못봐서 저는 서운합니다ㅠㅠㅠㅠ
독자님들은 안서운해요?ㅠㅠㅠ 난 완전 서운한데ㅠㅠㅠ 대신 월요일엔 꼭 올게요! 아마 다음주 주말도 못 올거예요... 주말이 제일 바빠서ㅠㅠㅠ
서운한 말씀 전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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