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51 재회
"쨔자잔~ [진짜 맛있겠다. 그치?]"
"귀 간지러워."
"왜!! 니가 머리 울린다고 해서 바꿨었는데!!"
"이건 귀 간지러워."
"씨이, 기다려. 곧 바꿔서 다시 해줄게."
짜증낼 줄 알았던 백현이는 의외로 고분고분 내 말을 들어줬다.
포크로 떡볶이 하나를 찍어 건네준 백현이가 자기도 하나 찍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말해도 돼. 그냥, 너혼자 끙끙 거리면 힘들잖아."
"말해줄게. 끙끙거리기 진짜 힘들었거든."
"그래! 잘 생각했어!"
어느때보다 밝게 웃은 백현이. 가만 생각해보니 백현이 동생은 아무말도 안 했었구나.
뭔가 백현이를 보면 은연중에 그런것들이 나오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힘든것이 사실이니까.
"여긴 너무 개방 되어 있으니까,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우리집?"
"너네집에 부모님 안 계셔?"
"다 일나가시지. 그럼 우리집으로. 이거 먹고가자!"
떡볶이를 먹는 동안은 상당히 즐거웠다.
워낙 백현이 자체가 밝은 아이기도 하고, 나중에 말할 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여러모로 즐겁게 먹고 있는 도중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누나 너 어디냐?
"왜?"
-오늘 형이 일찍 들어오란다.
그때 누나가 형한테 준 가족외식권으로 저녁먹재.
"아, 알았어."
-어.
전화를 끊고 입 앞으로 온 떢볶이를 받아 먹으니 백현이가 물어온다.
"누구?"
"조니니."
"왜?"
"외식한다고 일찍 들어오래. 어차피 시간 많으니까
저녁쯔음 들어가면 되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 더 찍어서 준다.
입에 넣고 오물거리고 있는데 나를 보며 씩 웃는 백현이.
"뭘 쪼개."
"자기는 참 착하게 생겼으면서 입만 열면 상남자야.ㅎㅎ"
식탁 밑으로 백현이 정강이를 때려버렸다.
소리없이 아파하는 백현이에게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왜? 그렇다구 내가 이렇게 상냥하게 말하면 또 뭐 잘못 처! 먹었냐며
뭐라고 할 거면서.ㅎㅎ"
"아.. 자기야, 이거 진짜 아파.."
"아프라고 때린거니까 아파야지. 백현아 아~ 해봐."
마지막 남은 떡볶이를 백현이 입에 넣어주고 일어나니
꿍얼거리며 일어나는 백현이.
"그렇게 많이 아파쬬? 누나가 호오, 해 줄까요?"
"됐어. 꺼져. 소름돋아."
"거봐. 그럴거면서."
계산을 끝낸 백현이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래만에 뭔가 되게 편했어.ㅎㅎㅎ"
"또 지 기분 좋을땐 애교부리고."
"싫으면 정색할게."
"아니, 그건 아니고.."
팔짱을 풀러내 자유로운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싼 백현이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오? 그때 그 불여우년이네?
불여우년이 우리를 발견한 듯 다가왔다.
"안녕?"
참, 내 주위에는 뻔뻔한 여자들이 많아.
그때 그 패서네이트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꾸준히 쫑징을 운운하는 달콤이도 그렇고...(한숨)
"하이."
"결국 백현이랑 이어진거야?"
"아니."
"그래? 뭐, 알바 아니구. 이거봐봐."
불여우가 보여주는 사진첩 안에는 종인이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있었다.
뺏어들 듯 가져와 자세히 들여다봐도, 아무리 다시 봐도 종인이었다.
"남편의 누나를.. 형님이라 부르던가?ㅎㅎ"
"우리 종인이가 여자보는 눈이 이렇게 없을 수가."
아.. 종인아... 누나가 너의 여친까지 관여하진 않을건데..
이 불여우가 이쁘긴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앞으로 자주 볼거니까. 친하게 지내자구.ㅎㅎ"
"어, 그래. 하하하핳 백현아. 빠르게 가볼까?"
아직도 내 어깨에 올라앉아 있던 백현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빨리하니
따라오는 백현이. 아니, 나 진짜 어이가 없네?
앞으로 자주 봐? 난 너무너무 싫거든. 못된 시누이가 뭔지 보여주지.
Ep. 152 그와 단둘이.avi
백현이 집. 처음 와 본다.
어색하게 현관을 들어서서 거실에 앉으니 백현이가 들어와 불을 켜 주었다.
어두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술들이 들어있는 유리로 된 장식장.
"모으시는게 취미셔?"
"뭐? 아, 술? 어. 모으기도 하고, 드시기도 하고."
"오오, 저건 우리집에도 있는 건데!"
익숙한 술병 하나를 가리키니 백현이가 웃었다.
"과일 먹을래?"
"엉."
금새 또 익숙해져서 쇼파 위로 올라가 편하게 앉았다.
포도와 배를 가져온 백현이가 바닥에 앉아서 배를 깎기 시작했다.
"내가 깎을까?"
"괜찮아."
오오, 진짜 잘 깎는다. 나보다 더 잘 깎아.
"집에서 자주 해봤나봐? 나보다 더 잘 깎아.ㅋㅋㅋㅋㅋ"
"일등 신랑감이지? 나는 누가 데려갈려나."
"니가 누굴 데려갈 생각을 해야지. 쯧쯧."
포도를 먹으며 혀를 차니 그냥 웃고 만다.
요즘, 백현이 성격이 많이 죽었어.. 옛날 같았으면 노발대발 뭐라고 했을텐데.
백현이가 찍어주는 배를 먹었다. 헐, 개맛있어.. 꿀맛이야..
"진짜 맛있다."
"그치? 할머니가 직접 재배한거야.ㅋㅋㅋㅋ"
"오오오 너희 할머니 짱이시다!ㅋㅋㅋㅋㅋ"
배 만으로도 이렇게 즐겁다니.. 좋아..ㅎ
이제 슬슬 말해야지. 시간도 별로 없으니까.
"말해줄게 배큥아."
"그래. 들어줄게."
"근데, 뭘 말해?"
"그냥, 담고 있기 싫은 것들. 다."
"오오, 그랭."
우선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백현이는 차분하게 기다렸..
"아 빨리빨리!!"
기다릴 줄 알았다.ㅅㅂ
"나는 다 친구란 말이야.. 근데, 오빠나 찬열이, 경수, 세훈이까지도
다 나를 그렇게 생각 안했다는 거잖아."
"그렇지."
"타오는, 그래도 나아. 다들 대놓고 그러는데, 타오는.. 저번에도
애들이 나 괴롭힐때 멀리서 하지 말라고만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이.
답답함에 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
"차라리 한 명이면 괜찮을텐데.. 진지하게 라도 생각할텐데, 한명도 아니고..
나는 가운데서 죽어나는데.. 계속 늘어나고.."
"그렇겠네."
"그러니까. 뭔가 막, 미안하고. 눈 마주치는 것조차 미안하다 보니까
자꾸 수그러들고.. 다들 예전 같지 않고.."
"굳이 미안할 필요 없잖아. 그들이 너한테 미안해 해야지."
"종인이도 그렇게 말했는데, 알잖아 내 성격."
"그래. 남한테 상처 주는 거 죽도록 싫어하지.
그런 성격 좀 고치라니까. 김종인 봐. 막말 쩔잖아."
"ㅋㅋㅋㅋㅋ걔는 교육이 틀려먹었어."
"ㅋㅋㅋㅋㅋ니 핏줄이잖아."
"잠시만 아니라고 치자.ㅎㅎ"
"ㅋㅋㅋㅋㅋㅋ미친다 진짴ㅋㅋㅋㅋㅋ"
뭔가 백현이라서 안심이었다.
중간에 장난쳐도 다 받아주고, 다 맞장구 쳐주고.
계속 내편이고.
"근데 웃긴게 뭔지 알아? 내가 이런 말을 민석 오빠한테도 했었는데.
그날 고백했다고."
"ㅋㅋㅋㅋㅋㅋ역시 클래스가 다른 형이지."
"ㅋㅋㅋㅋ쇼핑하다가 갑자기 고백하는 오세훈은 또 뭔데."
"아, 어젠가 그제?"
"응. 아주 따끈따끈한 아이야."
"미친다 진짜. 인기 겁나 많네 우리 징어."
"이런 인기는 줘도 갖기 싫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백현이가 조금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징어가 한명이라도 선택해야,
나머지들이 정리를 하든, 잊든 하지 않을까?"
"...그게 어려워."
"하긴, 너 성격이 그렇지."
"어떡할까?"
"우선. 너가 말한게 있었으니까 친구 대 친구로 만나. 그러다가보면
너가 설레는 남자가 있겠지. 그때까지도 걔가 널 좋아하면 사겨버려!!"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책이었다.
...? 아닌가?
"내가 만약 좋아졌는데 걔는 이미 정리했으면?"
"운명이 아닌거지. 남친사귀는 걸 포기해.
어차피 넌 우리가 친구잖아. 친구로는 남고 싶은 거 아니야?"
"그, 그렇지."
"어쨋든 너가 원하는 결론이 나오는 거야. 그렇지?"
"그, 그렇네."
"끝! 역시, 난 상담가 체질이라니까.ㅎㅎㅎㅎ"
혼자 만족하는 백현이와 뭔가 이상한 나.
맞는 말인데, 왜.. 이렇게 떨떠름 하지..?
"너도 말해줄 거 있다며. 뭔데?"
"음, 너가 기억할 지 모르겠는데, 그거 기억나?
저번에 타오 어머님 만나러 갔을 때, 내 동생이 뭐, 그만두라고 말했던거 알지?"
"응? 어. 기억나."
"사실, 너라서 말해주는 건데. 내 최종목표는 그 새끼들 죽여버리는 거였거든.ㅎㅎ"
웃으며.. 할 말인가..? 역시 백현이 능력이 지수이고 텔레파시인건,
진짜 다행인 거 같아.. 정말..
"근데 만약 그렇게 되면, 난 사형이겠지. 그건 동생을 잃어본 적이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아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 같더라고."
"잘 생각했어. 너 없이는 안돼.."
"ㅋㅋㅋㅋㅋㅋ가장 중요한 것은.
징어 너가 진짜 힘들어 할 거 같아서.
워낙 겁도 많고, 칠칠 맞고, 애같아서 챙겨줄 게 많잖아."
욕이야, 뭐야? 죽고 싶다는 유서인가?
어디 줘 터져봐야 다신 그런 말 못하지 아주냥.
잠깐 이라도 진지한가 했더니. 내가 뭘 바래..
"동생이 그거 알고 그만하라 그런거야?"
"응. 그런 것 같아. 내가 맨날 찾아갈때마다 말했거든. 똑같이 복수해줄거라고.
이제는 안 그럴거니까 이렇게 웃으며 말하는 거지. 그때는 되게 진지했어."
"그래보여.. 너가 저번에 말했지? 니 능력이 그거인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고. 난 무조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ㅋ왜? 찬열이도 불안하지 않아?ㅋㅋㅋㅋ"
"불안한 걸로 따지면 너가 더 불안해. 이 시한폭탄 같은 놈아."
"이 장면 형이 봤으면 누나 분명 맞는다."
뜬금없이 나타난 종인이가 나를 내려다 보았다.
아 깜짝이야 진짜.
"안녕 종인이.ㅎㅎ"
"형도 처맞았어요. 누가 단 둘이 있으래."
나를 째려본다. 무섭게..
"아니, 그럴 일이 있었.."
"누나 또 약점 잡혔네?"
"...그러네..ㅎㅎㅎ"
슬금슬금 딴 곳을 보았다.
그 시선 끝엔 백현이가 있었고 내 눈빛을 받던 백현이가 말했다.
"종인아."
"네?"
"너가 자주하는 게임 아이템. 현질하면 십만원 넘어가는 거.
너가 맨날 갖고 싶다고 땡깡부렸던 거. 업그레이드 만땅으로 끝낸
초특급 레어 아이템. 이거 솔직히 20만원 넘는 건데."
"....그거 왜요..?"
"어제 뽑다가 그거 나와서 업그레이드 끝내놨거든.."
"형. 형의 개가 되겠습니다."
바로 쪼그려 앉아 백현이와 눈을 마주치는 종인이.
백현이는 거만하게 뒤로 손을 짚더니 말했다.
"누나랑 나랑 긴히 할 얘기가 있었어.
우리집엔 부모님도 계셨고."
"당연하죠."
"오늘 하루 징어한테 하는 거 봐서 주던가 말던가 할게."
"네. 형님. 일단 좀 늦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러도록. 징어야 내일봐!!"
"응!!! 고마워!!!"
"별말씀을.ㅎㅎ"
손을 흔들다보니 우리집. 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 안녕!!"
"징어 왔어?ㅎㅎ"
"가자!"
"종인이가 데려다 줄거야.ㅎㅎ"
참 편리해. 김종인이란 생물은..ㅎ
Ep. 153 가족외식
"헐.."
"왜?"
"오빠, 아무리 이게 가족외식권이라지만, 이렇게 좋은 곳을 오다니..
요즘 나 먹을 복이 터졌나봐.."
"누나 많이 먹어."
답지않게 해실해실 웃는 김종인만 없었으면 참 좋았겠다.ㅎㅎ
게임아이템에 눈이 멀어서 개가 된 놈이란.. 어디가서 내 동생이라고 하지 말고^^
"웬일이야? 훈훈하고 좋네.ㅎㅎ"
오빠도 종인이가 해실거리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정말.. 훈훈하다.ㅎ
"근데 오늘 왜이렇게 일찍 왔어?"
"일이 일찍 끝나서!ㅎㅎㅎ"
"오오, 웬일이야.ㅎㅎㅎ"
"누나 이것도 먹어."
좀 꺼져.
계속 입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참아냈다.
그래도 오랜만에 누나 취급 해주는데, 즐겨야지.
"근데 오늘 진짜 종인이 왜이래?"
"오늘따라 누나 취급 해주고 싶어서."
"그게 뭐지..?"
이해 안된다는 표정을 한 오빠가 우리를 번갈아 보았고,
차마 게임아이템때문에.. 라고 말할 수는 없어 웃기만 했다.
오빠도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는지 그냥 웃어 넘겼고 우리는 계속 나오는
코스 요리를 맛보며 감탄을 했다.
한참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자기야 종인이한테 여친이랑 헤어지라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닌듯;;]큥큥큥이♥
아이씨. 변백현이 저장해 놓은 거 바꾸던가 해야지. 볼때마다 놀라네.
아 그러고보니.. 우리 조니니.. 누나를 아주 실망시켰었지...
"종인아,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무슨 말 하려고?"
"여자는.. 가려 사겨야 돼."
"뜬끔없이 뭐야. 내가 알아서 해."
"너무 여자 외모만 보지 말구.."
"예쁘면 좋지 뭐. 안 그래 형?"
"그럼!"
뭘 좋다고 그렇다고 하고 있어?
이놈의 김형제들이 단단히 돌았나.
"아, 맞다. 알았어 누나. 가려 사귈께."
좀 꺼지라고^^
"진작에 그러지! 얼마나 보기 좋아.ㅎㅎ"
오빠만 좋은 거라고. 나는 지금 기껏 비싼음식 집어 넣은 거
다시 나오려고 한다고..
"아 맞다. 얘들아. 그거 조심해.
오빠가 뉴스로 봤는데, 요즘 신종 사기가 유행이라더라."
"신종 사기?"
"페이스 오버들을 이용해서 신종 사기를 친다는데. 몰라.
아무튼 조심해야되 징어야ㅠㅠㅠㅠ오빠는 우리 징어가 너무 걱정된단다ㅠㅠㅠㅠ"
"종인이는!!?"
"종인이는 그럴 일이 없잖아ㅠㅠㅠ워낙 손이 안 가는 아이야ㅠㅠㅠ
알아서 잘 하잖아ㅠㅠㅠㅠ근데 우리 징어는 손이 많이 가잖니?ㅠㅠㅠㅠㅠ"
가끔 오빠를 보면.. 욕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때마다 종대 패듯 패고 싶은데.. 오빠라서 참는다.
오빠라서 참는다 = 오빠만 아니면 XXX해서 XXX해버린 다음 XXXX해버릴 것이다.
Ep. 154 연구원보다 점쟁이어때?
밥을 다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니 오빠가 귀엽다며 웃었다.
물론 김종인이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봤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았다.
차라리 저게 익숙하니까.
"근데 징어 어디 다녀온거야?"
"응? 나?"
"응. 설마, 남자랑 단 둘이 집에 있었다는 어마무시함은 아니겠지?"
뭐야, 오빠 뭐지? 뭐야? 어떻게 알아?
김종인을 쳐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듯 커진 눈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우리 징어가 그럴리 없지.ㅎㅎㅎ"
단순히.. 촉.. 인거죠..?
순간 진짜 등골이 오싹했네. 어유, 무서워라..
팔을 부비는데 문자가 왔다.
[너가 좋아하는 카페로 나올 수 있어?
나 경수 이거 아빠 폰]
으잉? 오빠와 종인이를 힐끔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급한일?]
역시나 도경수 답게 즉답이 온다.
[딱히 그건 아니고. 커피 마시고 싶어서]
개 뜬금. 아, 뭐..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할 말 있나보다.
"오빠! 종인이랑 먼저 가. 나 갑자기 약속 잡혀서."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안녕~!!!"
그냥 파닥거리며 손 인사를 하고 빠르게 달렸다.
아직 8시구만 뭘!!! 김종인은 11시에 들어와도 들어왔구나..
하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서러움 폭발해서 길 한가운데서 땅 퍽퍽 차며 걷다가
급 쪽팔림이 몰려와 바르게 걸어갔다고 한다..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저 구석에 경수 뒷통수가 보였다.
시계를 확인하는 듯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경수.
"경슈야!!"
"아, 놀래라."
놀란 거 맞지? 놀란척이니..?
"무슨 일이야?"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런가 보다."
"뭐하다 왔어? 금방왔네?"
"밥먹다가. 오늘 외식했거든.ㅎㅎ"
맞은편에 털썩 주저 앉아 등받이에 기댔다.
그거 조금 뛰었다고 힘든 거 보소. 체력 진짜 꽝이구만.
"왜 불렀어?"
"보고싶어서라니까?"
"진짜? 단지 그 이유?"
"응. 단지 그 이유."
"너도 참, 대단하다."
"그러게. 진짜 대단하지?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궁금할 정도야."
"너 자신이면서."
그냥 웃고 마는 경수를 보았다.
....뭔가 좀 이상한데?
"있잖아. 정말 죽어도 난 아니야?"
"...뭐?"
"진짜, 정말 죽어도 난 아니냐고."
"너, 뭐.. 술 마셨어?"
고개를 젓는다.
얘 뭐지? 경수 아닌 것 같아. 이상해. 무서워.
"난 너가 이렇게나 좋은데, 왜.. 난 아니야?"
"갑자기, 너 왜 그래?"
식탁 밑으로 통화기록에 들어가 아무거나 눌러 전화했다.
손이 덜덜 떨려서 맞게 들어갔는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통화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을 뒤집어서 테이블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경수야? 왜 갑자기 카페로 불러낸거야?"
"아니, 딱히 그건 아닌데.. 그냥, 힘든일들이 겹쳐서.."
"힘든일? 무슨 일인데?"
"이런저런일, 아빠가 회사 짤렸거든."
아..? 핸드폰을 다시 들어서 아래에서 끊어버렸다.
아, 진짜 힘들겠네. 근데, 너 하나만으로 분명 집안이 돌아갈텐데..?
"사기 당하셔서."
사기도 당했다고..? 무슨 일이 있던거야..
너네집 되게 화목하고, 막 그런데..
"모르겠다. 미안, 너 불러내서 괜한 말 했네."
"아니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아니야. 미안."
고개를 숙이는 경수. 얼마나 힘든거야..
맨날 너가 날 위로해서 난 널 어떻게 위로해야 될지 모르겠어.
옆 자리에 앉아서 등을 토닥였다.
급 나에게 안기는 경수. 당황스러워서 잠시 갈 곳 잃었던 손을
경수 등에 대고 다시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경수야."
내 품에서 빠져나온 경수는 촉촉해진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아, 진짜 이런 상황에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왜 이렇게 청초하게 생겼냐.
"괜찮아?"
괜히 그런 생각 한게 미안해져 안부를 묻는데
다짜고짜 내 얼굴을 손으로 감싸더니 다가왔다.
너 힘드니까 한번만 봐줄게.란 생각으로 눈을 감는데, 루한쌤 목소리가 들린다.
"너 뭐야 이 개새끼야."
갑자기 훅 멀어진 숨결.
눈을 뜨고 앞을 보니 머리채가 잡힌채 비열하게 웃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뭐야? 경수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손을 따라가니 보이는 것은 루한쌤이셨다.
"너 뭐냐고 묻잖아 이 시발새끼야."
쌤 왜 욕을..?
상황을 보면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핸드폰을 뒤적이니
루한쌤에게 전화를 걸었었나보다. 이해가 안 된다. 쌤은 왜 저렇게 경수를 막 다뤄?
이게 뭐야?
"쌤! 경수잖아요!!"
"이새끼 경수 아니야."
경수가 아니라고? 누가봐도 경수인데?
"페이스 오버들을 이용해서 신종 사기를 친다는데. 몰라.
아무튼 조심해야되 징어야ㅠㅠㅠㅠ오빠는 우리 징어가 너무 걱정된단다ㅠㅠㅠㅠ"
오빠.. 진짜 점집차릴래? 나 지금 진지해.
어떻게 이날 알 수가 있어? 진짜 그 신종사기야?
그래!! 경수가 그런 말을 할리가 없지!!!"
"멱살 좀 놓지. 아프네."
경수의 얼굴로, 경수의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
그러나 경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건, 비열한 웃음이었다.
내가 경수를 안 후부터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루한쌤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프라고 잡은거잖아. 너 징어한테 뭔짓했어,이 미친새끼야."
잔뜩 격앙되어 있는 루한쌤의 목소리가 카페에 울렸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똑바로 말해. 나 진짜 너 죽일수도 있어."
....쌤? 아 맞아. 쌤 능력 위험해.
"루한쌤..?"
내 부름에 나를 보신다.
흔들리는 눈빛이 나를 살피고 있었다.
잔뜩 힘을 주어 핏줄이 서 있던 팔.
곧 힘을 풀고는 완벽히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나를 살피신다.
"괜찮아? 이 새끼가 뭔 짓 한건 아니지?"
"네, 아니에요. 걱정마세요.. 쌤!! 뒤에..!!"
미친놈이 의자를 들어올려 쌤을 가격하려고 했지만,
쌤은 알다시피 염력 AA등급.. 의자가 어디에 걸린듯 멈춰섰고
천천히 뒤를 돈 선생님이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말했다.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나갈까?"
역시.. 쌤은 조직에 더 가깝죠...
Ep. 155 아 서러워 찡찡찡
밖으로 나온 선생님은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주먹으로 경수의 명치를 때렸다.
아, 경수 아닌데.. 뭐라 불러.. 짜가? 그래, 짜가.
명치를 맞은 짜가가 맞은 명치를 잡으며 무릎을 꿇었고,
발 뒤꿈치로 등을 내려친 쌤이 엎어진 짜가에게 차근히 말했다.
"우리반에 하나뿐인 홍일점이거든. 그래서 내가 많이 아껴요."
짜가는 고통이 심한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어디서 감히 입술을 들이대. 빡치게."
발로 짜가를 굴린 루한쌤은 쪼그려 앉아 짜가를 내려다보았다.
짜가가 맞는데.. 경수야.. 누가 봐도 경수야.. 우리 경수.. 내가 다 아플려고 한다..
루한쌤은 뒷모습이여서 안보였지만, 짜가의 표정은 아주 잘 보였는데.
짜가의 입이 점점 벌어지더니 경악에 가득찬 표정으로 쌤을 보았다.
"잘 알겠지? 이만 가볼게."
일어선 루한쌤이 다가왔다.
무... 무슨 말을 하신거에요..?
"괜찮아?"
애들도 안 괜찮을 틈을 안 주는데, 쌤도 안 주시는 군요..
"네.."
"위험할 뻔했잖아.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죄송해요.."
"괜찮아. 놀랐을텐데, 뭐라도 마실래?"
"네? 아, 제가 사드릴게요!"
쌤은 그저 웃으시며 아까 그 카페로 들어가셨다.
쭐래쭐래 따라들어갔다.
"뭐 마실까, 징어 너는?"
"저요? 전 아이스초코요."
"아이스초코 두 잔 주세요."
지갑을 꺼내는데 뒷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시는 쌤.
"아 왜요, 내가 살려고 그랬는데."
"어떻게 얻어먹냐. 명색에 선생님인데."
"그래두요.."
"괜찮아. 다음에 얻어먹지 뭐."
근처에 앉은 쌤은 앞자리를 가리켰다.
그 자리에 앉으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은밀한 무언가를 말하듯 말하는 쌤.
"아무나 함부로 믿지말자."
"넴.. 근데 쌤 경수 아닌지 어떻게 알았어요?
전 완전 깜빡 속아 넘어갔는데."
"전화 받기 바로 직전까지 경수랑 있었거든."
"경수만 치킨 사준 건 아니죠?!"
"무슨. 가정 방문 중이었어. 곧 너네집도 갈거야."
"아, 그래요?ㅎㅎㅎ"
"백현이랑 찬열이 다음이 너야. 알았지? 준면이한테 말해놔."
"..? 벌써 말 놨어요?ㅎㅎㅎㅎ 편하게 지내니까 좋네요!"
"어? 아, 나이도 비슷하고, 그때 이야기 해보니까 편하드라고."
"전 좋아요! 편하게 지내요!
안 그래도 우리오빠는 친구가 이씽오빠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거든요.ㅎㅎ"
"친구 많아. 많겠지."
"말이라도 고맙네요. 워낙 어려서부터 우리만 위해주던 오빠라서,
교우관계가 걱정됬거든요."
"착하네. 준면씨가 알면 기쁘겠어."
"아직 완전히 친해진 건 아닌가봐요. 꼭 완전히 친해져요!
우리 오빠랑 짱친 먹으세요."
내 엄지를 보며 그냥 웃어버리는 쌤을 보았다.
괜히 이상했다. 항상보던 웃음인데, 왜죠..?
직원이 나왔다고 말했고 그것을 손에 들고 카페를 나왔다.
"근데요.."
"응?"
"쌤 여자친구 있으시다구요?"
"ㅋㅋㅋㅋㅋ없어."
확답을 한 쌤은 멈춰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징어는?"
"저야, 없죠. 아직 누군가를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걸었다.
요즘 밤에 으슬으슬해서 아이스초코 먹으니까 좀 춥네..
팔을 쓱쓱 문지르고 있는데 쌤이 어깨를 감싸왔다.
"그러게 왜 추운데 그걸 먹어."
"맛있잖아요."
"못말린다 진짜."
더 꼭 붙어서 따뜻하게 해주시는 쌤.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추려 땅을 보고 걸었다.
괜히, 설레냐.
"징어야."
"네?"
"생각해보니, 쌤 여자친구 있는 것 같아."
"아, 그래요? 결혼해요? 언제하게요?"
"아직 그정도는 아니고. 아무튼 그렇다고."
"축하해요! 아.. 박찬열이 빨리 솔탈해야 나도 할텐데."
"...그러게. 다왔다. 들어가봐."
"넴. 안녕히가세요!"
"응."
괜히 쿡쿡 쑤시듯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 쌤 외모에, 공무원에, 능력에. 진짜 완벽하네.
아 짜증나. 아 몰라. 몰라몰라몰라!!!!
"징어야 지금 몇.."
"몰라!!!"
방으로 들어와 침대로 몸을 날렸다.
빼꼼 문을 열고 들어왔던 오빠가 눈치를 살폈고
난 그런 오빠에게 말했다.
"10시!!! 미안해!! 다음엔 일찍 오면 되잖아!! 흐어어엉!!"
괜히 서러움이 폭발했다고 한다..
텍파관련 공지 |
+안냐세요 독자님들!!! 추석은 재밌고 안전하게 보내셨나요?! 전 정말 안전하고 재밌게 보냈숩니다! 아직도 배가 불러요..ㅎ
++오늘은 텍파관련 자세한 공지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전 암호닉 여러분들만 메일링해드릴거예요! 2014.09.10 오후 7시까지만 암호닉 받을거구요. 그때 신청해주신 분들만 드릴려고 합니다! 좀, 야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메일링할거라서요..ㅎ 텍파는 에피소드가 200화를 달성하면. 그때 따로 공지를 올려드릴테니 그곳에다가 메일을 적어주시면 하루나 이틀? 늦어도 3일 안에 메일링을 끝낼거에욯ㅎㅎㅎ 이상 텍파 관련 끝! 궁금한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용!ㅎㅎ
+++꼭꼭! 암호닉 확인해주세요! 신청 한 줄 알았는데, 안올라가 있으면.. 텍파를...ㄷㄷㄷ(ctrl + f로 찾으시면 편리해용!) 체리/안녕/모카/매매/경수하트/엑소영/구금/정동이/뭉구/규야/바닐라라떼/세젤빛/탄비/슈웹스/죽지마/치노/ 성장통/두부/캐서린/해바라기/코끼리/강우/워너비/샘물이/스젤졸/삼지창/단해나/변맥현/햇살/깜뚱/시하/ 디스녀/젤컹젤컹/태영이/복통/골드/우리현이/보시엔/찬여열/초롱이/뾰로롱/luci/젤리빈/됴랑/하리보/유부/ 옵티머스/징어여신님/엑소깹송사랑/애기경뚜/Jane/미카엘/예찬/실끄/원피스/마름달/개밥바라기별/깡/살콩/ 라임/상반관계/냐옹/김종대/우리징/모악/뭉이/Moo/홈매트/여리/여유/자바칩/선물/행쇼/지로뱅/판다/ 그럼난종이니를갖겠다/나호/양양/오센/레모네이드/첸싱머신/ji 꼭!! 확인하셔야 되요!! 저 메일링 때는 야박해질거니까..ㅎ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을 거예요.. 네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