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을 잔뜩 들고 들어오기에 뭐냐고 물으며 들어준다고 했더니 혼자 옮길 수 있다고 손사래를 친다. 대체 뭘 사러 갔다왔길래 혼자 나가더니 들어와서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건지. 조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방문을 철컥 잠구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만이 들리고 궁금증은 증폭되어간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우현이 나왔다. 성규의 입이 떡 벌어지고 우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방에서 나온 건 우현이 아니라 왠 여자였다. 중단발의 갈색머리, 기모에 청반바지, 노란색 맨투맨, 빨간색 야상.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우현에게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었다. 헤헤 웃으며 팔짱을 낀 우현이 가자며 성규를 이끈다.
"형아 우현이 기차여행하고 싶어요. 기차여행. 네?"
눈을 깜빡이며 애교를 부리는 녀석에게 항복을 선언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뭐가 그리 신나는지 폴짝폴짝 뛰던 우현이 탁 넘어진다. 조심해야지! 하고 머리를 쥐어박으니 울상이 된다. 힝. 시무룩해진 우현의 머릴 쓰다듬어주고 의자에 앉혀놓은 뒤 기차표를 끊으러가는데 얼마 못 가 우현의 목소리가 기차역에 울린다. 얼른 뛰어갔더니 왠 남자 두 명이 재빨리 도망간다. 내가 너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뗄 수가 없어. 하며 표를 끊으러 같이 간다. 근데 너, 아까 뭐랬어? 오빠? 그럼 이 차림으로 형이라고 해? 놀란 탓인지 조금은 불퉁해진 목소리로 대꾸하는 우현이 귀여워 풋 웃고는 손을 잡아준다.
"이러려고 여장한 거 맞지?"
금세 기분이 풀려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를 향한 마음처럼 꼭 잡는다. 놓치고 싶지 않다. 서로에게 서로가 그런 존재가 되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놓쳐서는 안 될, 그런 존재.
표를 끊고 단 걸 좋아하는 우현을 위해 이런 것 저런 것 사다보니 어느새 기차 시간이 다 되었다. 귀여운 강아지 인형을 한참 쳐다보고 있던 우현이 생각나 나오려다 인형을 사서 감춰두고. 그렇게 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말머리마다 오빠오빠하면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우현이 졸린지 하품을 하자 기대라면서 어깨를 대준다. 고개를 끄덕이곤 어깨에 기대자 우현이 편하도록 자세를 바꿔준다. 팔 이렇게 해줘.... 나른한 목소리에 팔을 받쳐 우현이 팔을 벨 수 있도록 해준다. 팔걸이를 치우고 품에 거의 안듯이 하고선 토닥여주자 금세 잠이 든다. 새근새근 예쁘게 자는 우현을 가만히 쳐다보다 싱긋 미소짓는다.
한참 자다 일어나서 장난을 치기에 하지마, 했더니 풀이 죽어 손을 꼼지락거린다. 우리 현이 지루해? 다정하게 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눈이 생기를 되찾았다. 말투 하나하나에 변하는 표정을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머릴 쓰다듬어준다. 주머니를 뒤적여 초콜릿을 꺼내고, 포장을 벗겨 먹여주고. 아까 산 강아지인형을 건네주니 와! 작은 탄성이 터지고 고맙다며 성규의 볼에 뽀뽀를 해준다. 제가 뽀뽀를 해놓고서는 제가 화르륵 타오르는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우와아....."
강원도 정동진.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이 곳에 도착해 탄성부터 내지른다. 출발한지 몇 시간만에 오빠라는 말이 익숙해진건지 쓰는 우현도 듣는 성규도 처음처럼 어색하고 웃기지만은 않았다.
"오빠 혀니 저거 먹고 싶어요. 저거어. 사주세요."
어디서 배워온건지 토끼애교라며 흐응흐응거리고, 사진 찍어달라면서 하트를 그리고 내 마음이라며 소리치고. 예쁜 짓만 골라골라하는 우현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거린다. 다리를 통통 두드리며 울상을 짓는 녀석에게 등을 내어준다. 신나서 업히더니 얼마 못 가서 나 무거운데... 라며 내려달란다. 어이가 없어 엉덩이를 찰싹 때렸더니 억울하다는듯이 말꼬리를 늘어뜨린다. 왜에. 살 좀 쪄라. 업고 있다는 느낌도 없게 가볍네. 괜히 퉁명스레 대답했더니 입을 삐죽이고는 등에 고개를 묻는다.
"네가 애야, 입가에 묻히고 먹게?"
말은 그렇게해도 입가 닦아주고 일일히 챙겨주는걸 보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헤헤 웃는다. 뭐가 좋다고 웃어. 콩 쥐어박아도 좋다고 웃는다. 어, 카톡 왔다. 잠깐 확인한다더니 한참을 카톡하고 있기에 핸드폰을 빼앗는다. 먹고 확인해. 아. 먹여주고 입가에 묻은 걸 닦아주고. 그 모습을 보는 주변 여자들은 제 앞에 앉은 남자친구를 한 번 쳐다보고, 성규를 한 번 쳐다보고, 남자친구를 또 쳐다보고, 한숨을 푹 내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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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이 썰도 쓴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ㄴ지...... 옛날옛날에 쓴 글에서 이 부분만 쏙 뽑아온건데 이걸 글이라고....;;; 개교기념일이라서 학교를 안 가니까 마음이 다 편하고 좋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