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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바비아이] 슬리데린 커플 관찰기 中 | 인스티즈

 

슬리데린 커플 中

: 구준회는 왜 갑자기 다크서클이 생겼는가.

 

 

 

 

 

호그와트에 입학한지 3년하고도 몇개월. 꽤나 평탄하다고 생각했던 준회의 삶은 왠 게이커플의 의도치 않은 커밍아웃으로 서서히 뒤틀려 가고 있었다. 벌써 스무번째 연애상담을 해줬던 준회가 또다시 울상을 짓고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한빈에게 저리가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소용 없었다. "이이잉. 준회야. 오늘 김지원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내가 어떻게 알겠니. 꺼지라고 수만번 외쳐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좀비처럼 다가오는 한빈의 끈기 탓에, 질색을 하던 준회도 어느 샌가 맞장구를 쳐주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 김지원이 잘못했네 - 그래도 김지원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 - 착한 네가 이해해줘. 영혼 없이 대사를 줄줄 읊는 준회의 어깨에 기대 "그렇지? 그래도 내가 봐줘야겠지?" 따위의 말을 하던 한빈이 멀리서 씩씩대며 다가오는 지원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팩 돌렸다. "너네 둘이 왜 그러고 있어! 떨어져 떨어져!" 준회는 귀찮다는 듯이 한빈의 얼굴을 저만치 밀어내고 자리를 떴다. 보나마나 등 뒤에서 지원은 한빈에게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으며 싹싹 빌고 있을 거고, 이미 다 용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빈은 흥 하고 새초롬하게 앉아 있을거다.

 

 "승윤이 형이랑 도서관에 있을게!" 외치고는 옆에 승윤을 끼고 휭 달아나버린 동혁을 찾으러 도서관으로 향하던 준회는 눈 앞에 보이는 쌍둥이에 멈칫했다. 머글들의 세상에 있다는 CCTV 수백개를 달고 다니는건지, 우다다 달려와 "너 또 슬리데린 애들이랑 있었지!" "이 엉아가 너를 그렇게 키웠더냐!" 왈왈대는 둘의 얼굴을 밀치며 준회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어 이새끼 이젠 아주 싫은 티를 낸다?" "와, 슬리데린 애들이랑 놀더니 이새끼도 점점 망나니가 되가는구만!" 준회는 별 지-랄을 다 떨며 발걸음을 방해하는 제 형, 누나의 행동에 도망갈 곳을 요리조리 찾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민호와 태현과 눈이 마주쳤다. 심심했던 차에 잘 됐다며 시비를 걸러 뛰어오는 둘을 바라보며 "조때다" 라고 중얼거리던 준회가 곧 벌어질 난장판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리핀도르 일진 두명의 힘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모든걸 포기한채 몸을 축 늘어트린 제 동생을 부여잡고 한창 개소리를 퍼붓던 준혜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핀도르 애들은 예절 교육을 안 받았나봐? 애들 지나가는 복도에서 왠 지-랄들이야."

"망나니 쌍둥이만 있는 줄 알았더니 우리 추격꾼 나으리도 계시네? 야. 너 내가 우리 동생한테 찝쩍대지 말라고 했냐, 안했냐."

"어디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했다. 슬리데린 게이들 납셨네?"

"이 짜부라진 찐빵같은 새끼가. 너 그딴 별명으로 부르지 말랬지."

"시-발 가만히 있는 남의 동생 먼저 건드린 새끼가 누구더라? 그 허여멀건 새끼한테는 쥐뿔만큼도 관심없는 애니까 꺼져."

"카악 퉤."

"이 기집애는 자꾸 침을 뱉고 지-랄이야, 진짜!"



남자 셋에 여자 하나지만 싸우는 꼴을 보니 수컷 넷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꼴이었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추태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준회가 탈출구를 찾았지만, 뒤에는 사랑싸움 중인 슬리데린 커플이, 바로 옆의 도서관에는 불알친구 김동혁과 선배 강승윤이 이를 벅벅 갈며 책에 얼굴을 쳐박고 드르렁 자고 있었으니. 결국 준회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리핀도르 담당 교수에게 쪼르르 달려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일러 바쳤고, 결국 왈왈거리던 넷은 나란히 징계를 먹었다고 한다. 교무실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누구 잘못인지 싸워대던 그들은 '아가리 닥치게 하기' 마법에 걸리고서야 입을 꾹 다물 수가 있었다. 남겨진 준회는 한가롭게 도서관으로 들어가 요란하게 코를 골아대는 동혁과 승윤의 등을 팡팡 때리는 것으로 그들을 깨웠고, 책에 허옇게 남은 침자국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야, 구준회. 너 눈 밑에 그 시커먼거 뭐냐?"

"워 씨-발 이거 슬리데린 애들만 생기다는 다크서클 아냐?"

"배신자 새끼!! 다크서클이 생기다니 가문의 수치다!"


한창 퀴디치 연습을 하던 중 준회의 눈 밑 시커먼 무언가를 발견한 쌍둥이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와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블러저와 퀘이플이 얼굴을 한 대 후릴 기세로 날아다니는데도 아랑곳 않는 그들의 자세에 준회가 한숨을 내쉬더니 개를 내쫓듯 손으로 훠이훠이 몰아냈다. "이젠 대꾸도 안한다 이거냐?" "이젠 그리핀도르랑 말도 섞기 싫다 이거냐?" "슬리데린 애들이랑만 얘기할거다 이거냐?" "죽고싶다 이거냐?" 쫑알쫑알 나불나불. 저리 꺼지라는 의미로 퀘이플을 쌍둥이를 향해 날려버린 준회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빗자루에서 내려 잔디밭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 구준회! 너 다크서클 생겼다!" 물을 가지고 오던 동혁이 준회의 눈 밑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다른 팀원들이 슬금슬금 준회에게로 기어오자, 마치 좀비같은 모양새에 준회가 징그럽다며 진저리를 쳤다.



"헐, 진짜네.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졌다, 야."

"얼마나 고생했으면…. 으휴 불쌍한 새끼."

"구준혜, 구준형! 너네 준회 좀 그만 괴롭혀라. 좀 있음 코피도 쏟겠다."

"…제 얼굴에 신경 꺼주실래요?"



손가락으로 눈 밑을 가만가만 만지던 준회가 입을 삐죽였다. "그렇게 심하냐?" "ㅇㅇ존-나 많이." 동혁이 건네는 수건을 받아 땀으로 축축해진 목덜미를 닦으며 준회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게 다 김지원 김한빈 때문이야. 처음엔 눈치만 보더니 이제는 자기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입술도 문대고 안고 지랄을 다 떤다. 별 그지깽깽이같은 짓거리에 속이 거북해져 그만하라고 말하면 "왜에…? 혹시 우리가 이러는거 구역질나? 거리감 느껴져? 토할 것 같아?"하고 진지열매를 수십개는 처먹은 듯한 말을 지껄이니, 그냥 커플들 하는 짓거리가 싫은거라고 대꾸하려고 해도 지원의 얼굴이 너무 험악하고 한빈의 얼굴은 너무 시무룩해 아무리 온탑마이웨이인 준회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준회를 끌어 들이냐는 말이다.

 

한빈이 지원과 싸운 뒤 쪼르르 달려와 미주알 고주알 다 바친게- 어제 일까지 합치면 벌써 21번째다. 크리스마스날 진실게임을 하며 자기가 연애 고수라고 뻥뻥 큰소리 치는 준회를 어쩐지 지원이 요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했더니, 그 다음날부터 온갖 질문들을 퍼붓는 것이었다. 한빈이 선물 뭐해줄까, 이벤트 뭐해줄까, 편지는 어떻게 쓸까, 노래를 불러주는게 나을까, 한빈이가 뭐 좋아할까 등등, 내가 김한빈 엄마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고 짜증을 내봐도 조그만한 눈이 마치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반짝이니, 준회는 결국 커다란 양피지 한 장을 펼쳐놓고 몇 시간 동안 지원과 이벤트 계획을 끙끙대며 짰더랬다. 고맙다며 똥꼬발랄하게 뛰어가는 지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무슨 짓을 했나- 현자타임이 찾아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삶에 대한 회의를 느꼈어도 이벤트가 성공한 후 찾아와 먹을거리를 잔뜩 품에 안겨주고 가니 초콜릿 성애자인 준회로써는 계속해서 지원의 최수종 뺨치는 이벤트들을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진짜 갑자기 다크서클이 생겼네?"

"죽을병 걸린거 아냐?"

"아이고. 슬리데린 애들하고 같이 어울려 다니더니, 옮았네, 옮았어. 김동혁 너는 괜찮냐?"

"에?"

"너는 뭐 아픈 데 없냐고."

"어, 음… 얼마 전부터 자꾸 속이 울렁거린 것 같기도 하고."

"에라이, 씨부랄! 그럴 줄 알았어. 드디어 슬리데린 바이러스가 그리핀도르까지 침범했구만."



슬리데린 전염병이니 뭐니 저들끼리 실컷 떠들어대던 쌍둥이가 저 멀리 지나가는 민호와 태현을 발견하고는 "이 씨-발롬들아!! 너네 동생들때문에 얘네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병-신이 되려면 너네끼리 되던가 왜 그리핀도르에까지 감염을 시켜!!"하고 버럭버럭 외쳐댔다. 대체 이 사람들은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는게 맞나 싶어 준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쌍둥이 못지않게 정신이 삐뚤어졌다는 민호와 태현이 와다다 뛰어와서는 그들에게 맞서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제 주먹다짐을 하다가 생긴 멍들을 얼굴에다 주렁주렁 달고는 니가 더 못났네, 내가 더 낫네 싸우는 꼬라지들이 꼭 길거리 양아치같아서 준회는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다크서클은 지원과 한빈 뿐만 아니라 저 넷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었다.

 

눈만 마주치면 왈왈왈. 서로가 없는 곳에서도 뒷담을 하며 왈왈왈. 넷의 개싸움은 호그와트의 볼거리 중 하나라지만 그 사이에 낀 준회의 입장에서는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자기들끼리 십팔 조팔 욕을 섞어가며 싸우다가 구석에서 그걸 지켜보던 준회와 동혁, 지원과 한빈에게 다가오더니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져달라며 눈을 반짝이는건 하루에 한번 꼴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같은 기숙사 편을 들면 다른 기숙사 편이 "존-나 편파 판정 납셨다, 그져?"하고 꽈배기처럼 비꼬아대고, 다른 기숙사 편을 들면 같은 기숙사 편이 "너 오늘부터 우리 기숙사 출입 금지야."하고 쪼잔하게 나오니. 특히 요즘따라 준회와 동혁이 한빈, 지원과 붙어다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넷의 싸움 횟수도 늘어나는 터라 원래도 자기 형, 누나를 감당하기 버거웠던 준회는 최근 더 버거워지는 것을 느꼈더랬다. "레비코푸스!" 생각하다보니 점점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준회는 성질을 이기지 못해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더니 다리를 묶어 허공에다 매다는 주문을 외워버렸다. 갑자기 다리가 묶여 허공에 거꾸로 주렁주렁 달린 상태가 된 넷은 이게 무슨 짓이냐고 온갖 욕들을 고래고래 외쳐댔지만, 준회는 아랑곳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서 좀 반성들 하고 있어요. 두 시간이면 원래대로 땅바닥에 내려올테니까." 동혁이 해맑게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는 준회의 곁에 붙어 같이 기숙사로 향했다. 다른 퀴디치 팀원들도 낄낄 웃으며 자리를 떴다. 허공에 매달려서도 왈왈대는 넷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준회와 동혁은 직진했다. 이제 드디어 골칫덩어리를 해결했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준회의 앞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준회의 다크서클의 원인 기호 1번 지원과 한빈 되시겠다.



"아, 시-발, 나 진짜 피곤하다. 오늘은 말할 기분도 없어."

"존-나 얼굴 보자마자 욕부터 뱉으시네요. 우리가 바퀴벌레인줄 아세요?"

"나 기분 방금 되게 나빠졌거든? 김동혁, 나랑 식당 가서 점심 먹자."



한빈의 동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강당으로 휙 가버렸다. 뭐 저런 새끼가…. 어이없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는 준회의 찌푸려진 미간을 검지 손가락으로 툭 친 지원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휙 내밀었다. 쪼그만한 튜브형 통이었다. "이게 뭔데?" 퉁명스러운 준회의 말에 지원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너 요즘 다크서클 생겼잖아. 괜히 우리 때문인 것 같다고 한빈이가 미안해하더라고. 이거 머글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화장품이거든? 이거 바르고다녀. 다크서클 없애는거야."하고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감동에 준회가 어버버 말을 더듬으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튜브를 받아들였다. 너 이 쌔끼…? 감동받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준회의 어깨에 손을 두르더니 지원이 강당으로 준회를 질질 끌고갔다. 한빈이 헤헤 웃으며 옆자리에 앉으라고 의자를 팡팡 두드렸다. 준회가 피식 웃으며 의자에 걸터 앉으니 한빈이 큼지막한 고기를 썰어 준회의 입에 들이밀었다. "먹어." 참,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슬리데린 커플이었다.

 

 

 

 

 

 

 

 

 

 

 

 

 

 

 

 

 

 

다크서클이 생긴 준회에게 애도를 표하며 오늘의 슬커관 끝

상편에서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이 계셔서 감동받았어요ㅠㅠ

마루님 감사드려요!

다른 분들도 혹시 암호닉 신청하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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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와와와와!!!!기다렸어요!!!!!!!!근데이제 하편 나오면 끝나요ㅣ? ㅠㅅㅠ 준회하고동혁이는 안이어지죠? 바비아이더많이보여주시면안돼요?ㅠㅠㅠ재밌어요(≥∀≤)/
9년 전
후일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하편은... 분량조절 실패로 1, 2 나눠져 올라올 예정이에요! 준회하고 동혁이는 글쎄요, 여기선 아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부랄친구라...
9년 전
독자4
네!!준회랑 동혁이 친구사이좋아요ㅋㅋㅋ친구면좋겠어서물어본거에요....ㅎㅅㅎ
9년 전
독자2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한빈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진짜 미워할수가없네 둘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후일
미워할 수 없는 매력! 슬리데린 커플만의 매력입니다ㅋㅋ
9년 전
독자3
준회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원히 고통받던 준회를 그래도 지원이랑 한빈이가 걱정해주네요ㅋㅋㅋㅋㅋㅋ귀여워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후일
ㅋㅋㅋㅋㅋ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9년 전
독자5
어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기엽자나여ㅠㅠㅠㅠㅠㅠㅠ주네야 맨날맨날 고민상담해줘ㅠㅠ
9년 전
후일
귀엽게 봐주시다니... (감동)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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