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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햫동/윤형x동혁] BGM시리즈 - Spectrum(탈출, 짠내주의) | 인스티즈

[햫동/윤형x동혁] BGM시리즈 - Spectrum(탈출, 짠내주의) | 인스티즈

 

 

 

 

 

BGM은 Matthew Koma의 Spectrum(Acoustic ver.)입니다.

 

 

 

 

 

 

 

 

 

[햫동/윤형x동혁] BGM 시리즈 - Spectrum

 


 발목을 조여오는, 쇳덩이가 달린 족쇄는 더이상 그 무게를 더해가지 않는다. 다만, 무릎 아래는 이미 감각을 잃고 제 것이 아니다. 윤형은 기나긴 어둠에 둘러싸인 제 몸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말을 잘 듣지 않는 다리를 조금 움직여본다. 발목부터 시작해 정강이를 타고 올라오는 아릿한 통각, 제멋대로 움직이는 다리를 가누기가 힘들기에 윤형은 이를 악 물고 가만히 입을 연다.

 

 - 동혁아.

 

 공기를 타고 흘러나온 이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대답이 들려온다. 응, 형. 나 여기 있어.

 

 - 발목은 괜찮아? 어디 아픈 덴 없고?


 - 괜찮아. 아픈 데도 없고. 아직까진 괜찮아. 형은 어때?


 - 나도 아직 견딜 만 해.


 - 형, 윤형이형.


 - 응, 동혁아.


 - 우리 여기서 나가면 행복할 수 있겠지?


 - 당연하지. 당연히 행복할 수 있지.


 - 나가면, 나랑 연애하자. 형. 나 형이 좋아.


 - 내가 좋아?


 - 많이.


 - 그래? 진짜 내가 좋아?


 - 그렇다니까.


 - 그럼 생각 좀 해보지, 뭐.


 - 그게 뭐야, 거 되게 비싸게 구네.

 

 입술을 삐죽이며 윤형의 어깨를 툭 건드린 동혁이 씩 웃는다. 빛이 찾기 힘든 아득한 공간에서도 그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비친 말간 웃음은 단연 눈부시다. 아픈 데가 없다는 좀 전의 말과 다르게 동혁은 땅을 딛고 선 다리를 잘게 떤다. 그 작은 움직임을 포착해낸 윤형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곧 미간을 찌푸리며 동혁에게 묻는다.

 

 - 아픈 데 없다며, 다리는 왜 떨어.


 - 별로 안 아파. 그냥 근육이 놀랐나봐. 신경 쓰일 정도 아니니까 얼른 가자.


 - 안 아프긴. 가만 있어봐.

 

 어깨에 둘러맨 작은 배낭을 내린 윤형이 그 안을 뒤적인다. 동혁은 황급히 윤형의 팔을 저지한다.

 

 - 형, 뭐하려고 가방을 뒤져.


 - 진통제 줄테니까 좀만 기다려.


 - 하나밖에 없잖아, 그걸 왜 나한테 줘! 먹으려면 그건 형이 먹어. 아까부터 다리 저는 거 다 봤으니까.


 - 난 괜찮아. 네가 먹어야 할 것 같아.


 - 나 진짜 안 먹어.


 - 김동혁.


 - 싫어, 안 먹을 거야.

 

 부욱- 엄지손톱만한 알약의 포장을 찢는 소리가 가라앉은 공간을 얕게 울린다. 놀란 동혁의 얼굴과 마주한 윤형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보인다.

 

 - 동혁아, 이거 이미 뜯었어. 어쩔 수 없어. 먹어야 돼.


 - 아, 형이나 먹지 이걸 왜 지금 나한테...


 - 착하지.

 

 윤형이 아이를 어르듯 부드러운 어투로 동혁을 달래 알약을 먹인다. 그거 녹여먹는 거야. 천천히 먹어, 그냥 삼키지 말고.

 

 - 윤형이형.


 - 왜.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린 윤형의 두 손을 마주잡은 동혁이 입술을 서로 맞댄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당황한 윤형이 고개를 뒤로 뺀다. 그러나 입술 새로 바람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고쳐잡는 동혁에게서 어떠한 애정과 더불어 이유모를 서글픔이 전해진다. 손을 놓을 수 없다. 키스는 달콤하지도, 농염하지도 않다. 쓰디쓴 약맛이 나고, 놀랄 만큼 서툴고, 무엇보다 어리다.
 푸르스름한 키스의 끝. 씁쓸한 맛이 공기 속을 부유한다.

 

 - 됐다. 이제 다 먹었으니까 둘다 안아프겠지.


 - 야, 놀랐잖아.


 - 형이 계속 안 먹겠다며. 사심 없었다? 그냥 형 약 먹이려고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개구지게 웃는 동혁의 얼굴은 마냥 편해보이지만은 않는다.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동혁의 작은 입술을 닦아내며, 윤형은 진통제의 씁쓸한 맛을 되새긴다.

 

 


 돌연, 귀를 찢을 듯한 경보음이 어둠을 뒤흔든다. 놀랄 틈도 없이 귓가를 덮쳐온 소음에 당황한 둘은 다급하게 머리를 감싸며 몸을 숙인다. 몸을 숨길 곳조차 없는, 기계의 비명이 가득한 심연과도 같은 공간에서 작은 두 몸이 서로에게 기대어 의지한다. 귓가를 제대로 가리지 못한 동혁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온다. 시작할 때와 같이 한 순간 뚝 멈춰버린 경보음에, 다리에 힘이 풀린 둘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쉰다.

 


 - 깜짝 놀랐네, 동혁아. 귀 괜찮아?

 

 동혁은 대답이 없다. 급작스레 다가온 불안감에 윤형이 동혁의 어깨를 손을 얹자 그제서야 동혁의 눈이 윤형을 향한다. 파도같은 상실감에 잠식당한 듯한 눈이, 그제서야 윤형을 담는다. 엄습하는 두려움을 무시하려는 듯 애써 목소리를 꾸며낸 윤형이 짐짓 밝은 목소리로 묻는다.

 

 - 동혁아, 왜 대답이 없어. 놀랐잖아. 귀 괜찮냐니까.

 

 얼굴을 한껏 찡그리던 동혁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절망이 동혁을 그러안는다. 동혁이 고개를 떨굼과 동시에 동혁의 어깨 위에 얹힌 윤형의 손등으로 끈적하고 비릿한 액체가 후두둑 쏟아진다.

 

 - 이게 뭐야... 동혁아, 이게 뭐야? 이, 이게 무슨...

 

 고개를 숙인 동혁이 말한다.

 

 - 형, 귀가 안 들려... 아무것도 안 들려, 아무것도... 형, 나 형 목소리가 안 들려...

 

 공기 입자를 타고 진하게 퍼지는 피의 냄새. 동혁과 윤형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귀를 틀어막은 동혁이 애처롭게 흐느낀다. 윤형이 그런 동혁을 끌어안는다.

 

 - 형.


 - 응, 동혁아.


 - 대답했어?


 - 응, 나 여기 있어. 대답도 했ㅇ,


 - 나 버리지 마, 형. 나, 나 버리지 마... 형, 나 형 좋아한단 말야... 형 목소리 듣고 싶다. 근데 안 들려, 나 어떡해? 형, 나 어떡해... 형 목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 숨소리도 안 들려... 이제 내 목소리도 안 들려. 형, 나 버리면 안 돼. 나 버리고 가지 마. 사랑해, 사랑해, 형. 나 형 사랑해...


 - 그래, 그래. 동혁아, 절대 안 버릴게. 너 절대 안 버릴 거야. 걱정하지 마. 괜찮아, 괜찮을 거야.

 

 동혁이 윤형의 품을 파고들며 미친듯이 울고, 제 진심을 토해낸다. 기도를 타고 올라와 울컥하며 목젖을 치는 울음을 꾸역꾸역 삼켜내며, 윤형은 가만히 동혁을 안는다. 순간, 온통 검은 그 공간의 저만치 먼 지점에서 희미한 빛이 보인다. 거의 동시에 윤형의 귀에 여러 개의 군홧발이 바닥을 딛는 규칙적인 마찰음이 들려온다. 아주 희미한 소리이나, 두 사람을 지킬 귀는 이제 두 개뿐이기에 윤형의 감각은 한껏 예민해져 있다. 붉게 충혈된 눈을 힘껏 뜬 윤형이 멀리 비치는 빛을 뚫어져라 본다.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찾아헤맨 탈출구인 것 같다. 윤형이 동혁의 양 뺨을 잡아올린다.

 

 - 동혁아, 저 빛 보여?

 

 더 이상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입을 크게 벌려 또박또박 말하는 윤형의 입모양과 빛을 가리키는 손끝을 본 동혁이 어렴풋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퉁퉁 부은 눈, 멀어버린 귓가도 모자라 상의를 온통 피로 물들인, 엉망진창인 상태의 동혁을 보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미소지은 윤형이 다시 입을 연다.

 

 - 저기로 뛰어.

 

 제 말에 강하게 반박하려는 동혁의 뺨을 단단히 잡고 작은 입술 위에 짧게 입맞춘 윤형이 새카만 눈동자를 마주하고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 난 금방 따라갈게. 다리가 아파서 그래. 조금만 쉬었다가 갈 테니까 너 먼저 뛰어가고 있어.


 - 거짓말하지 마. 아깐 안 아프다며, 같이 가.


 - 넌 다리 괜찮아?


 - 아까부터 말했잖아, 괜찮다고. 약 먹어서 이젠 참을 만 하단 말야.


 - 그러니까 너 먼저 가. 난 아직 약 효과가 안 오는 것 같아.


 - 거짓말, 거짓말치지 마... 나 먼저 가면 형 안 올 거잖아...


 - 아냐, 갈 거야. 약속해. 갈게, 너한테 갈게.


 - 형...

 

 점점 더 가까워지는 마찰음에 윤형은 마음이 급해진다. 약효가 이제야 도는지 다리의 통증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더욱 비극적인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다리가 아예 말을 듣지 않는다. 동혁에게서 약을 받아먹기 전까지는 아프긴 해도 움직일 수 있었던 다리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대신에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가라앉은 통증에 잠시 희망을 본 윤형은 닥쳐온 현실에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절망을 맛본다.

 

 - 동혁아. 내 말 들어, 제발. 얼른 저 쪽으로 뛰어가.


 - 형, 일어나봐. 같이 가면 되잖아.

 

 말없이 고개를 젓는 윤형에게 동혁이 애원한다.

 

 - 형, 같이 가자. 왜 그러는 건데.


 - 아파서 그래, 좀 있으면 일어날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먼저 가고 있으면 내가 좀 이따가 따라갈게.


 - 약을 먹었는데 왜 아파, 왜! 난 이제 안 아픈데 형은 왜,

 

 계속해서 눈물로 호소하던 동혁이 별안간 말을 멈춘다. 윤형의 눈에 들어온 동혁의 얼굴이 점차 경악으로 물든다. 아, 알아버렸구나.

 

 - 형, 다리 움직여봐.


 - 아프다니까 자꾸 그러네.


 - 못 움직여?


 - 움직일 수 있어.


 - 그럼 움직여 보라니까! 형 지금 다리 못 움직이잖아, 약 때문에 못 움직이는 거잖아!


 - 아니야, 동혁아. 그냥 아픈 거야. 조금만 있으면움직일 수 있어.


 - 형, 미안해... 내가 미안해. 나 안 갈 거야. 여기 있을래, 나 형이랑 있을래. 미안해, 형...


 
 동혁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한 윤형이 조금은 빠른 호흡으로 말한다.

 

 - 김동혁. 멍청한 소리하지 말고 일어나서 뛰어. 나 여기 안 남아. 너 따라 곧 갈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


 - 싫어, 싫다고...


 - 나가서 연애하자고 했잖아. 우리 연애해야지. 얼른 저 쪽으로 가고 있어. 나도 이제 일어날게.

 

 강경하게 말한 윤형이 동혁을 이리저리 뜯어본다. 뇌리 깊숙히 그 모습을 넣어두겠다는 듯 섬세하게 훑어보는 그 눈빛에 동혁은 다시 눈물을 쏟는다. 발갛게 짓무르기 직전인 동혁의 눈가를 닦아낸 윤형이 동혁에게 말한다.

 

 - 형 말 들을 거지?

 
 - 꼭 나와, 꼭... 형, 꼭...


 - 그럼, 나갈게.


 - 무서워, 형... 형 잃어버릴까 봐...


 - 동혁아.


 - 응.


 - 키스해줄래?

 

 짠 맛인지 쓴 맛인지 구별하기도 힘들 만큼 버거운 키스. 끝을 예감하고 있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서로를 새긴다.
 짧은 키스를 마치고, 확연히 가까워진 발소리에 윤형이 동혁을 밀어낸다.

 

 - 어서 가.


 - 형, 꼭 와. 난 형 없으면 여기서 나가도 못 살아. 그러니까 나와야 해.


 - 알았어. 얼른 가. 뒤 돌아보지 말고.

 

 계속해서 등을 떠미는 윤형에 힘없이 밀린 동혁이 발걸음을 뗀다. 계속해서 돌아보는 동혁을 향해 윤형이 말한다. 이 쪽 보지 말고 가!
 마지못해 윤형을 두고 빛을 향해 걷는 동혁의 등을 바라보며 윤형이 쓴웃음을 뱉는다.

 내가 널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연애라는 걸 할 수 있을까. 미안하다, 동혁아.
 내가 너를 사랑해. 안녕, 동혁아. 행복하길.

 군홧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누군가 억센 손으로 윤형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챈다. 뒷통수를 힘껏 내려친다. 흐려지는 시야에 이 쪽을 돌아보는 동혁의 모습이 아스라이 비치고, 눈이 감긴다.

 

 

 

 

 

-

감기 조심하세요 독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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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내...내용이 안보여여....
9년 전
쌍꺼풀
이제 보이실 거에요 죄송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2
나만글자안보이는건가??
9년 전
쌍꺼풀
이제 보이실 거에요ㅠㅠ 죄송해요!
9년 전
독자5
보고왔어요ㅠㅠㅠ진짜노래때메더슬퍼ㅠㅠ
9년 전
독자3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는다)(심장을 부여 잡는다)(감사해한다)(브금을 듣고 다시 한 번 오열한다)
9년 전
독자4
가스미가 아프지만 정말 좋은 글 ㅠㅠ 감사합니다 자까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여 헤헤
9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윤형이는 쓰러진건ㄱ가여...아..안ㄴ돼요ㅠㅠㅠㅠㅠㅠㅠ안타까워서 어째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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