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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화요일 오후 두시, 점심시간 후 처음 있는 개인 상담시간은 이여주 환자와의 것이다. 백현은 서류 차트 몇가지를 살피다 밖에 대고 말했다.
"장간, 이여주 환자 들이세요."
"선생님, 이여주환자 없는데요?"
"그게 무슨……?"
"어제 새벽에 실종됐다고, 경비까지 울렸던데요."
백현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신철호. 그러고 보니 그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씨발, 그 새끼 짓인가? 백현은 목 끝이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백현의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여주는, 이여주는……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아…… 그녀는 내 거라고……. 백현은 신경질적으로 가운을 벗고 코트를 챙겨 입었다.
"장간, 잠깐 나갔다 올게요."
대답은 듣지 않고 바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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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은 언젠가 철호가 이사를 했다며 신나게 떠들었던 말이 기억 났다. 나 이사갔어, 한새빌라 5층 두번째 집으로. 백현은 차를 몰아 고민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철호의 집은 문이 열려있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던 백현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진동하는 비린내에 미간을 찌푸렸다. 백현은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거실을 가로질러 바로 보이는 방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지옥이 있었다.
"으아악!"
백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온통 피범벅이 된 침대 위에 시체 두 구가 있었다. 눈이 파이고 배가 갈려 장기들을 쏟고 있는 여자와 입꼬리 끝까지 칼로 찢어 올려지고 가슴부터 배밑까지 배가 갈린 남자. 아마 철호와 그의 아내일 것이다. 백현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몇 번이나 놓칠 뻔 했다. 1,1,2. 조심스럽게 번호를 누른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사람…… 사람이 죽어있는데요."
백현은 곁눈질로 방 안을 살폈다. 의자 하나가 침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정수정, 27세]
"수정아…… 수정아, 엄마 좀 구해줘. 응? 엄마가 다 잘못했어. 응? 제발……."
수정은 자신의 손을 잡고 애원하는 늙은 여자를 응시헀다. 한때 관능적이었던 몸은 볼품 없이 말라버렸고 지나가던 남자들이 한번씩은 쳐다보았던 얼굴은 야위고 주름져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졌다. 불안하게 시선을 떨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미친년같았다. 아직 파마기가 남아 있는 숱 적은 머리를 발작적으로 만지작거리던 휘정은 수정의 눈치를 보았다. 수정의 선글라스 밑으로 보이는 눈에는 한치의 자비도 없었다.
"구해줄테니까 말해줘요. 이여주 어딨는데?"
"……나는 그런 애 몰라. 수정아, 내 사랑스러운 딸. 자꾸 그런 애 찾지 말구 엄마 좀 여기서 빼내주라. 여기 너무 무서워……."
"끝까지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거죠? 그래요. 그럼 이제 엄마한테 볼일 없어요."
수정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클러치 백을 챙겼다. 자리에 미련 없이 일어서려는 그 모습을 보는 휘정은 안달복달했다.
"수정아! 수정아!! 다시 안 올 거 아니지? 너 그렇게 냉정한 애 아니잖아. 응? 수정아!!"
"엄만 날 20년 넘게 보고도 몰라?"
수정의 비웃음 담긴 말에 휘정은 굳었다. 알고 말고. 암. 알고 말고. 휘정은 알고 있었다. 수정은 냉정한 애가 맞다는 걸. 칼같고 잔인한 성격에 영악하기까지 하다. 제 배에서 나왔건만 가끔 자신도 소름 돋곤 하니까. 그래도 수정은 자신의 딸이다. 커가면서 좀 삐뚤어지고 차가워지긴 했지만 자신과 그이의 사랑의 결실이다. 웃을 땐 그이처럼 코를 살짝 찡그렸고, 차가운 표정에서는 그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수정은 휘정의 마지막 끈이었다.
"말해줄게! 말해줄테니까 제발 오지 않겠다는 말만 하지마……. 그러면 엄마 진짜 죽어. 응?"
"아, 착해. 진작 이럴 거 왜 뜸을 들여요. 귀찮게."
수정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을 뱉었다. 수정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메모앱을 켰다. 말해요, 빨리. 시간 끌지 말고. 걔 위치 확인 되면 빼내줄게. 수정의 말에 휘정은 얼굴 잔뜩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그야 말로 미친 년처럼. 휘정은 홀린 듯이 주소를 읊었다. 경기도, A시, B면, 한아름사랑병원 정신과 병동 505호……. 메모를 마치고 홀드키를 누른 수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또 올때까지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알겠죠?"
휘정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정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기다리고 있어, 병신같이. 미안하지만, 당신 여기랑 정말 잘어울려. 그리고, 이여주만 찾으면 너한테 다시 올 생각 없거든. 수정은 자신의 친모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담고 나왔다. 아- 드디어 이여주를 찾았다. 수정은 포식한 암사자같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프리 엔터테인먼트 소속 매니저 강상규씨]
강상규씨는 아침 출근 전에 항상 거울을 보며 다짐을 한다. 그래도 이게 인생인데 어쩌겠어. 참자.
제프리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에서 최고로 쳐주는 소속사이다. 특히 탑 배우들은 거의 소속사가 제프리라고 보면 될 만큼. 제프리는 배우지망생들에게 꿈의 기획사 쯤인 존재였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바로 좋은 회사-제프리 엔터테인먼트-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입사한 사람이 바로 강상규씨다. 유망주답게 그에게 처음 들어온 일은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했던 여배우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탈의 스케쥴 매니저였다. 이십대 중반의 피끓는 사내였던 그는 정수정을 실물로 만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크리스탈, 본명 정수정. 직업은 배우. 스물 일곱에, 국민 공주님.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가다 재작년 초 대박 친 드라마 '나는 공주로소이다'에서 철 없는 공주 역을 사랑스럽게 소화해내며 그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일본, 중국은 물론, 대만, 태국, 미국, 심지어 아랍까지. 마지막회는 최고 시청률인 46%를 달성했다.
그 후, 식품, 전자제품, 화장품, 의류……. 각종 cf를 통해 cf 퀸으로 거듭나고, '갓수정', '믿보크(믿고 보는 크리스탈)'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찍는 영화, 드라마마다 대박에 대박을 이루어냈다. 고양이 상의 사랑스러운 외모에 완벽한 비율의 몸매, 통통 튀는 연기부터 깊은 감성 연기까지. 심지어 성격도 털털하고 쿨해서 남녀노소 인기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도도하고 새침한 고양이같은 이미지이긴 했지만 사랑스러움을 바탕하고 있었다. 평친으로 삼고 싶은 여자 연예인 1위, 여자친구 였으면 하는 배우 1위, 안아주고 싶은 여배우 1위, 아내로 삼고 싶은 여배우 1위……. 전국민에게 가장 사랑 받는 여배우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 강성규씨는 그런줄로만 알았다. 설마, 설마 내 배우가 성격이 더럽다거나 하겠어? 정수정인데? 다행이 더럽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다른 의미로 매우 불편했다. 상규씨는 자신보다 더 일찍 회사에 출근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수정의 옆에 앉았다. 그는 계속 수정의 눈치를 보았지만, 수정은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수정은 성격이 딱히 심술부리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철저히 무시한달까, 필요할 때만 찾는 스타일이었다. 그나마도 자기 혼자 거의 모든 걸 다해서 정말 '스케쥴'만 관리해주는 매니저가 됐다. 칼같은 성격에 잔인한 본성으로 빚어진 완성품. 그것이 수정이었다. 옆에 있자면 괜히 기빨리는 느낌을 받는 상규씨였다.
[연결점]
백현은 목격자로 경찰에게 진술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속은 곪아 가고 있었다. 철호가 죽은 장면을 봐서 충격 받은 것이 아니다. 철호가 죽었다는 것 자체를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연결점'이 끊어졌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여주를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연결점. 그 유일한 연결점은 철호였다. 왜 한발 늦었을까. 조져도 자신이 조졌어야 했는데. 백현은 마른 세수를 했다. 축하해, 이여주. 이로써 넌 나에게 한 걸음 더 멀어졌어. 백현은 자신의 멍청함에 탄복했다. 어제, 그의 말을 왜 그렇게 흘려 들었을까. 어제 병원에 남았어야 했는데. 장선생님 대신에 당직에 서려던 백현은 집안 사정 때문에 철호에게 대타를 부탁했었다.
씨발, 그 노친네는 하필 어제 위급하고 지랄이야. 뒤질 거면 씨발 그냥 뒤지던가, 진짜……. 살아서 어떤 욕 더 쳐먹고 어떤 호사 더 누리겠다고. 백현은 이제 가봐도 좋다는 경찰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친한 동료가 시체로 발견 돼 너무 안타깝고 슬프단 표정을 지으며 형사에게 힘 없이 고개를 떨궜다. 형사는 그런 백현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힘내라는 말을 한다. 병신,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 새끼 죽이는 상상을 몇번이나 했는데. 아, 정확히는 그 새끼 입에서 여주의 정보가 나오는 상상. 백현은 비릿한 웃음기를 감추고 경찰서를 나왔다.
아버지께 말씀드려 아주 당분간만 일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여주를 되찾을 때 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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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곧 온다더니 지금 와서 미안하다~!!!
근데 기껏 온게 분량도 짧아서 미안하다~~!!!!
2 다음 글은 3월 7일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어쩌겠어요, 와이파이도 안되는 기숙사 사는 고쓰린데..
3 단편도 하나 올라올 예정!
오세훈으로 제 취향 타서 퇴폐퇴폐하고 모럴리스한 걸로!
4 댓글은 항상 너무 너무 잘 읽고 있고, 너무 힘이 됩니다!
제 응가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느라 노고가 많사와용
5 암호닉 적는 과정에서 징잉잉님과 스티치님이 누락? 되셨어요ㅜ 왜때문이지..
6 애모닉!
부릉부릉
소취
다메
레몬솜
징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