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어딨어?
"일어나 주인!!!!"
오늘도 종대의 부름을 들으며 일어났다.
밥 달라며 땡깡부리는 종대는 곧 백현이에 의해 치워졌다.
"금붕어 새끼야. 니 기억력 안좋은 거 자랑하냐? 주인은 내꺼라고."
"뭐! 뭐! 니가 뭔데 니꺼래!!"
"...? 미쳤어? 닌 디졌다."
백현이가 종대 멱살을 잡고 끌고 갔다.
하... 얘들아..? 싸우지마 제발..
그것도 아침부터 싸우지 말란말이야..
"야 경수 없어."
"뭐???!"
"몰라 아까부터 안보여."
민석이의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 작은 아이가 어딜갔다는 거야?
"나가는 거 본 사람?"
"왜? 경수형아 사라졌어?"
"못 봤습니다. 사라졌답니까?"
"경수형이 어딜가?"
왜 아무도 못 본거야..
사람이 된 후에도 본능이 살아있는 찬열이를 찾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구석에 누워 자고 있는 찬열이를 흔들어 깨웠다.
"찬열아.. 열아 일어나봐."
"왜... 미안한데 나 10분만 더 잘게."
"안돼.. 찬열아 너 혹시 경수 나가는 거 못 느꼈어??"
"왜..? 경수 없어졌어?"
찬열이가 벌떡 일어났다.
서로가 너무 놀라 마주보기를 몇 초. 아무런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데
민석이가 아래에서 지르는 소리에 뛰어 내려갔다.
"야!!! 경수 왔어!!!"
내려가자마자 경수를 살폈다.
동물이었을 당시에도 작은 만큼 민감해서 조심하던 경수였다.
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경수가 날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뭐야. 뭐가 이렇게 놀란 표정이야."
"너.. 너 내 허락도 없이 어디 다녀왔어..
다녀온다면.. 다녀온다고 말해야 하잖아."
돌아온 경수에 의한 안도감에
계속 차오르던 눈물은 결국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웃고 있던 경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왜울어? 누가 너 괴롭혔어? 어떤 새끼야?"
"너 잖아.. 넌 작은게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다 와."
"아침운동. 그래도 너보단 크거든요. 뚝 그쳐. 누가 울래."
손등으로 내 눈물을 훔치던 경수가 슬쩍 웃는다.
뭘 웃어. 비웃냐?
"백현이 어딨음?"
갑자기 백현이의 행방을 묻는 경수였다.
곧 백현이가 종대와 함께 들어왔다.
"야 백현아. 얘가 내 걱정하면서 운다?"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 한 말에 백현이의 표정이 변했다.
종대를 패고와서 교육시키고 와서 만족하던 표정이 확 굳었고
그에 반한 경수의 표정은 너무나 좋았다.
곧 경수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나를 다시 확인하더니 말했다.
"아침먹어. 난 좀 잘게."
"경수 너.. 나랑 맞짱뜨자."
"잘거야. 말걸지마 하찮은 개새끼야."
경수 전용자리에 경수가 누웠고 그 위에 백현이가 타며 괴롭혔다.
찬열이는 저런 영양가 없는 거 보지 말라며 나를 데리고 식탁에 갔다.
나는 닝겐이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옆에서 기웃거리는 민석이를 보니까 문득 어제 생각이 났다.
"민석아 궁금한 거 있어."
"뭔데?"
"너 온실 관리 안하냐?"
"....했는데?"
"거짓말 치면 존나 못된 고양이."
"했어. 했는데 아마 한 달? 정도 된 거 같음."
지도 민망한지 실실 웃는다.
그러나 곧 내 표정을 확인하고 싹 굳힌다.
그런 민석이에게 말했다.
"민석이는 못된 고양이야."
"아니야."
"맞아."
"아니야. 난 사람이야."
"아니야. 넌 고양이야. 그것도 못된 고양이.
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못된 고양이야."
혀를 쏙 내민 다음 행주로 싱크대 물기를 닦았다.
아무말도 없는 민석이. 고개를 돌려 그런 민석이를 보니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나는 사람이야. 니가 이성이 있으면 사람이라며.
내가 사람 된 후로 발정난 개마냥 니한테 들이댄 적 있냐?"
"마취총 없냐? 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이 고양이가.
주인님 못 들은 거로 하세요.ㅎㅎ"
준면이가 민석이 입을 황급히 틀어막고 가버렸다.
음.. 그래. 그건 인정할게.^^
역시 우리 똥꼬양이는 말이 머리를 안 거쳐서 나오는게 분명해.ㅎ
"주인 발정난 개가 뭐야??"
"주인님 우리집에 마취총 하나만 사다 놓으면 안되겠습니까?ㅎㅎㅎ"
종대 역시 준면이가 데려갔다.
그거 고려해볼게. 필요할 거 같다.
화장실 쟁탈전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평화로운 오후.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며 집에 굴러다니는 책들 좀 읽으라는
준면이 말에 책하나 붙들고 소파에 길게 누워 보고 있었다.
읽으면서 입이 심심해 물도 같이 먹고 있었는데
물병으로 하나를 다 마시고 나니 신호가 왔다.
책을 엎어놓고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낮잠을 자던 백현이가 벌떡 일어나 나를 본다.
나도 놀라 그런 백현이를 보니 웃으며 말한다.
"주인 놀게?? 놀자!"
"나 화장실 갈건데?"
"...놀면 안돼..? 따분해.. 붕어새끼 잔단말야.."
"나 화장실 갔다가 와서 생각은 해볼게."
"그래!"
신나서 소파에 앉는 백현이를 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우리집엔 화장실이 2개 있다.
하나는 변기만 딱 있는 2층 화장실. 다른 하나는 샤워실에 욕조까지 있는 1층 화장실.
아이들은 군소리 없이 다 2층에 있는 화장실을 쓰고 있다.
그러나 딱 하나. 준면이는 1층을 고집한다.
토끼가 굉장히 깨끗한 동물이거니와
2층은 깨끗하긴 한데 적어도 7명이 쓰는 곳보단 1층이 더 깨끗하겠지.
그래서 결론은 준면아 빨리 나와줄래??ㅎㅎ
"준면아?"
"주인 기다려. 조금 남았어."
이새끼 작은게 아니군..
식탁의자에 앉아서 준면이가 나오길 기다렸다.
"주인 뭐해?"
"준면이 기다려."
"그 형 또 거기써? 내가 맨날 말하는데..
원래 토끼는 멍청해?"
"그런가보다.."
내 곁으로 온 백현이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주인."
"응?"
"주인은 우리중에 누가 가장 좋아?"
"그런게 어딨어. 다 똑같지."
"빨리 내가 좋다고 말해. 그럼 선물줄게."
"그래. 백현이가 제일 좋아."
"아싸! 준면이 형!!! 부시기 전에 빨리나와!!!!!!!"
????????
선물이 이거야?
고맙다 백현아. 내 방광에 평화를 줘서.ㅎ
백현이 덕에 준면이가 금방 나왔다.
시원하지 못했다며 짜증이었지만 나는 별로 상관없었다.
볼일을 해결하고 나오니 낮잠을 자던 아이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나보다.
기지개를 킨 찬열이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녁 준비해야지."
"그래야지."
"으그그.. 오늘 흐려서 광합성 못했어."
"일광욕 이겠지 멍청한 종인이 형아."
"그게 그거지 머저리 새새끼야."
"야!! 종인이 형아가 나보고 머저리래!!!"
"새새끼가 먼저 멍청하다고 함."
....무시가 답이겠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준면이가 옆에서 도와준다.
웬일이야 이놈은?
"무슨 일로 준묘니가 날 도와주는 걸까?"
"주인님. 진지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말해봐."
"진지하게 우리둘 화장실 같이 씁시다. 합법적으로."
"되겠냐 병신아?ㅋㅋㅋㅋ"
민석이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코웃음 쳤다.
"민석이 말 들었지? 일단 위생적으로 안돼."
"그런게 어딨습니까? 저 되게 깨끗합니다 주인님."
"일단 너 하나 허락하면 1층 쓰게 해달라는 애가 한 둘이 아니야."
눈빛을 빛내던 경수와 종대가 눈을 돌렸다.
"저딴 허접한 것들은 신경끄시고 저만 봐주십시오, 주인님."
"준면이 풀이.. 저번에 샀던 곳이 더 싸지 아마?"
"...네?"
"요즘 생활비도 부족한데 준면이 풀이나 바꿔야지."
"주인님 2층이 제 스타일입니다! 그럼 이만!"
원래 토끼가 밥에 환장하나?
우리집 토끼만 저러는 거지?
돼지 토끼녀석.. 근데 왜 살이 안찌는 거야...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3월 2일 월요일
날씨 : 흐림
책에 폭풍전야라는 말이 나왔다.
그말에 심장이 뛰더라. 덜컥 먹어버린 겁에 끝까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금방 종인이가 겁에 질린 나를 느낀건지 내옆에 앉더라.
아이들의 작은 거 하나에도 위안이 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끝은 생각해보지 않기로 한다.
오늘도 아프진 않았다.
보내주신 | ||
사진은 잘 저장했습니다!! 다음에 써야지>< 중간에 함정을 봤는데.. 그건 쓸일 없을 것 같네염..ㅎㅎ(밍속이.. 끌어내.)
개인적으로 오늘의 박력상. 민석이 주고 싶습니다.ㅎ
암호닉입니당!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쪙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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