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도 몰랐던 사촌 오빠가 있었다. 01 (부제: 첫 만남)
자, 잠깐. 이거 많이 들어 본 목소린데?
"아, 여기면 괜찮겠다."
어, 어어? 역시 목소리가...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 와서야 말문을 열고 얼굴을 공개하는 이 남자.
어? 어어어어어????!?!?!?!?
"안녕."
나에게 나도 몰랐던 사촌 오빠가 있었다. 01
"안녕."
"어, 어... 저기, 그. 엑소..."
"응, 맞아."
"어? 엑소? 이 형이 엑소라고?"
"아오, 이 등신. 엑소 백현 몰라?"
"어... 몰라. 나 연예인에 관심 없는 거 알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엑소를."
"근데 누나 왜 이래? 너 아이돌 좋아하는 애들 극혐하는 거 아니었어?"
아차...
"어? 아니, 아니 그게. 아, 신, 신기하잖아. 하하... 연예인 처음 보는데 안 신기하냐, 그럼?"
"으음...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인마. 가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동생의 의심을 싹 잘라 버리고 팔을 잡아 끌었다.
"ㅋㅋㅋㅋㅋㅋ 너네 진짜 웃긴다."
"... 네?"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아, 아 배아파. 아, 귀엽다 진짜."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 하고 눈을 도르륵 굴리는데,
"야, ㅇㅇ야. 나랑 얘기 좀 하자. 태형이 먼저 보내고."
"네? 아, 네, 네."
"와, 너무하시네요, 형. 그래요, 전 갈게요."
잔뜩 삐친 티를 내는 동생의 등 뒤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 던지고 내게 시선을 던진 이 남자.
"너 우리 팬이지."
"네? 아니, 아닌데요."
"뭐가 아니야. 딱 눈빛이 그렇구만."
"아니 그, 맞긴 맞는데..."
"동생 가니까 성격이 확 변하네. 순해졌어."
"아, 제가 진짜 이런 성격이 아닌데."
"그럼 원래 성격은 어떤데."
"아까보다 심해요. 이따 보시면 알 거예요, 아마..."
"음, 알겠어. ㅋㅋㅋㅋ 우리도 가자."
"아, 뭐가 웃겨요."
"아니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
"네?"
"아니야, 가자."
끝까지 실실거리면서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 날 데려가는 오빠 때문에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
"진짜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갈래, 우리랑? 내일 출국하면 되는데."
"됐어요. 잘 다녀오시기나 하세요."
"우리 없어도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살아."
"네. 안녕히 다녀오세요."
"애들 좀 잘 부탁할게. 잘 챙겨 줘."
"네, 이모."
"그럼 우리 간다?"
"응, 안녕히 다녀오세요."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부모님은 출국장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집으로.
"가자."
"네, 형."
"저기, 뭐 타고 가요?"
"아, 나 차 갖고 왔어. 매니저 형 안에 있을 거야."
"우와, 아싸. 형 짱. 차 어딨어요?"
"저기, 건너편에. 보여?"
"네, 네. 빨리 가요."
뭐가 그리도 신났는지 쫄래쫄래 앞장 서서 가는 내 동생. 창피해 죽겠다, 정말...
"야, 너 앞에 타."
"아, 왜."
"아, 타라면 타, 그냥."
"하, 어이가 없다. 착한 내가 봐 준다."
"어, 존나 고맙다."
ㅇ태형을 앞에 태운 이유는 뭐, 오빠랑 뒤에 같이 앉기 위해서... ^^
"이런 거?"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귓속말을 하는 오빠 때문에 소리 지를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아오 심장이야...
"네? 뭐가요?"
"네 진짜 성격."
"아, 네. 뭐 그렇죠..."
차에 올라타 운전석의 매니저가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데 이 어색한 기류를 어찌하면 좋을까...
그때,
"아, 너네 번호 좀."
"아아, 네, 네."
휴대폰을 들이밀며 날 쳐다보는 오빠에 당황해서 허둥지둥.
가까스로 번호를 쳐서 드렸다.
"누나."
"저기, 저도 번호 좀..."
"아, 그래."
"아, 누나."
"감사합니다."
"야, ㅇㅇㅇ!"
"아,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네가 듣지를 않잖아."
"아, 미안. 뭔데."
"너 엑소 팬이지."
이게 아닌데...
"아, 뭔 소리야. 오늘 처음 봤는데."
"이상해. 누나 성격도 바뀌고, 오늘 이상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야."
"뭐가 이상해."
"아무래도 애들한테 이 사실을."
"야, 닥쳐. 죽고 싶냐?"
"그럼 말해 봐. 뭔데.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데."
"아니, 그."
"그 뭐."
"아, 그래. 맞아. 나 엑소 좋아해. 존나 좋아해. 그 중에 변백현이 제일 좋아서 아까 지랄 좀 했다. 됐냐?"
"캬, 역시 내 직감은 정확해. 누나 이제 나한테 약점 잡힌 거다. 나한테 잘해."
"... 안 닥칠래?"
아, 짜증나. 난 망했다 이제...
"이야, 인기 많다 변백현?"
어, 뭐야, 이거. 디오 목소리 아니야...?
"뭐래.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
"매, 매니저라면서요."
"그 말을 믿었냐."
"뭔데. 이 형도 엑소?"
"어... 디오..."
으악, 오 마이 갓. 썬글라스 때문에 몰랐잖아.
"백현이가 예쁘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진짜 예쁘다. 생각보다 더 예쁜데? 예쁘장한 정도가 아니잖아."
"네? 아, 아 감사합니다!"
"동생도 잘생기고. 난리 났네."
아아,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뒷문으로 가야 돼. 무슨 소린지 알지?"
"아, 네..."
"조용."
갑자기 이 오빠들이 조금 불쌍해졌다. 사생을 피해서 뒤로 돌아가야 한다니.
"우리 숙소 들렀다 갈래?"
"... 네에?"
"애들 아마 다 있을 거야."
"그래도... 돼요?"
"응, 되지. 내가 아까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거든. 아마 치워 놨을 거야."
"헐, 네... 갈래요."
엑소 숙소와 우리 새 집은 14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엑소 숙소에 들어갔다. 조심히...
실례하겠습니다.
"어? 백현이 동생들?"
"아, 네. 안녕하세요."
"안녕. 들어와요."
아무래도 남자들만 사는 집에 들어오니까 느낌이 이상하다.
동생 자식은 벌써 친해져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데 나는 뻘쭘하게 거실 바닥에 앉아서 뭐하는 걸까...
"소파에 앉지. 바닥 차가운데."
찬열이다.
"아, 네. 감사합니다. ... 저, ㅇㅇㅇ라고 해요."
"어, 백현이한테 들었어. 예쁘게 생겼네."
"아, 감사합니다. 그... 진짜 잘생기셨어요. 팬이거든요."
"고마워."
뭘까. 내가 알고 있는 박찬열과는 뭔가 달랐다.
말투도 표정도 무뚝뚝.
모든 멤버들이 방송과 같지는 않았다. 조금씩, 뭔가가 달랐다.
새삼 느껴지는 거리감.
"자, 자 모여 봐. 손님 불러 놓고 이렇게 따로 놀 거야?"
리더 수호의 부름에 이제 생각났다는 듯 나오는 멤버들.
이런 저런 소개도 하고, 먹을 것도 먹고 게임도 하다 보니 좀 친해진 것 같다.
어제까지 내가 보던 영상 안에 있던 얼굴들이 여기 모여 있다.
앞으로 무슨 시련을 받으려고 이렇게나 좋은 일이 생기는 걸까.
몰라, 일단 즐겨.
걱정 집어치우고 즐겁게 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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