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수열
"박명수 매점가자!"
"너 내가 박명수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왜, 귀엽구만. 그리고 박명수건 김명수건 넌 명수야."
"아오, 좀 이왕이면 김명수로 불러. 말은 하여튼 존나게 안 들어처먹지."
제 말은 간단히 무시한 채 팔에 팔짱을 낀 채 매점으로 인도하는 이성열 때문에 손 발 다 들었다. 아니 점심 먹은 지 얼마나 됬다고 맨날 이렇게 저를 끌고 매점으로 가는 지. 굳이 나 말고도 성규나, 우현이 뭐 이런 애들 많구만! 혹시 내가 만만한가. 꽤 나름대로 곰곰히 고민 하고 있는데 이성열이 내 옆구리를 퍽 친다. 아 또 왜.
"나 저거."
"뭐?"
"소세지빵. 먹고 싶다고."
"사 먹으라고."
"나 돈 없다고. 사주라고."
지랄하네. 내가 널 사주긴 왜 사줘. 뭐 이쁜 짓 했다고.이성열이 내 옷깃을 꽉 붙잡고 있길래 "야 내가 무슨 하루에 백만원씩 용돈 받는 갑부집 아들이냐?" 라며 쏴주었더니 이성열이 잠시 내 귀를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매점 아줌마는 들리 지 않을 정도로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빵 사주면, 뽀뽀 해 줌."
지랄, 뽀뽀 하나에 빵 사줄꺼 같냐? 됬다며 다시 가려고 하자 이성열이 뒤에서 큰 소리로 소리친다.
"열 번 해 줌!!!!!!"
..........콜.
02.표들
늘어지게 낮잠을 잤더니 5일 동안 묵혀놨던 피로가 죄다 풀리는 기분이다. 기지개를 키며 거실로 나왔더니 왠 기분 나쁜 냄새가 온 집 안을 뒤 덮고 있었다. 부엌 쪽으로 가보니 표지훈이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뭘 자꾸 휘젓는다.
" 어 뭐야. 부엌에 왜 들어가 있어?"
"닥치고 먹어봐."
으…이런걸 어떻게 먹어. 냄새가 딱 봐도 이상한데. 계속 절레 절레 고개를 돌리며 거절을 하는데 저게 날 째려본다. 아, 알았어, 먹으면 되잖아. 먹으면.
"……어라."
"맛을 봤으면 평가를 해야지."
"어……맛있는데?"
"내가 백 년 만에 하나 나올만 한 쉐프라고."
"아이고 그러세요."
"어 옆에 뭐 묻었어."
등신처럼 또 뭘 묻히고 먹었지? 괜히 애처럼 보이기 싫은 마음에 재빨리 혀로 입 주변을 쓸면서 "여기?" 했더니 표지훈이 찡그린다.
"아 존나 혀 내밀지말고."
"괜히 또 뭐라 그래…"
"좋아서 그래."
그러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물론 들고 있던 국자도 함께.
"아 얼굴 치워어… 진짜."
03.호현
이제 십 분만 지나면 내 생일도 지난다. 최민호 얘는, 진짜 내 생일 잊은건가. 내심 기대하면서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살았는데 전화는 커녕 문자 조차 오지 않길래 내가 걸어 봤더니 모르는 여자가 고객님의 핸드폰에 꺼져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불라불라불라. 아니 이게 말이나 되? 하나 뿐인 애인 생일 하나 챙겨주지 못 할 만큼 오늘 그렇게 바쁘니? 속상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굶은 채 침대 속에 파묻혀서 계속 꿍시렁 거렸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위에 얇은 겉 옷 하나를 걸치고 집 밖으로 나갔다.
이제 막 골목길로 들어가려 하는데 누가 저 멀리서 "종현이 형!" 하고 부른다. 저 남자답고 씩씩한 목소리는 분명, 최민호겠지. 못 들은 척 마저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느새 달려온 민호가 내 어깨를 붙잡으며 숨을 고른다.
"많이, 화 났어요?"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해!!!!!!! 라고 외치려다가 민호가 자신의 등 뒤에 숨긴 한 손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민호의 손에는……
"형 커플링 맞추고 싶어했잖아요. 금은방 아저씨가 생각보다 늦게 만들어줘서……이거."
제 손에 들린 작은 상자를 부시럭 부시럭 거리더니 이내 심플한 모양의 금 반지 하나를 내 손에 가져다가 끼운다. 그리고는 난 이미 꼈어요, 하면서 자신의 오른손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너 정말… 난 그런줄도 모르고…
"핸드폰은 왜 꺼놨어?"
"내 핸드폰, 형네집에 있는데…"
아 맞다, 엊그제 우리집에 놓고 갔었지. 어휴 바보 바보 바보!
"늦었지만,생일 축하해요."
그러고는 민호가 날 꼬옥 안아준다. 우리 집으로 들어갈까요? 응. 되도록이면 빨리…
02는 무슨 짤을 모티브로 쓴 건데..문제 시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