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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엑소
스페셜K 전체글ll조회 1893l 7

 

주신 커플링: 현유

주신 단어들: 인공눈물, 거울, 만화책, 야상, 큐브, 캐리어, 머그컵, 상처, 양파, 아르바이트, 탄산수, 떡국, 계획, 눈, 꿀통, 가위, 베개, 하모니카, 사과

선택 단어들: 만화책, 야상, 머그컵, 아르바이트, 탄산수, 떡국, 눈, 꿀통, 사과

 

 

 

새해와 함께 시망인 몸상태를 맞이하여 2013년 초반부터 상콤했던 스페셜K는...

이제서야 글을 뱉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누나들에게 주겄다고 합니다. 헝헝.

 

아플 때 야금야금 쓴거라 상태가 매우 메롱함 주의해주세여. 오타나 알 수 없는 문장이 있을지도 몰라여.

대신 길게 써오겠다는 약속은 지켰으요...지켰나? 스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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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상가 건물, 정육점 좌우로 밤늦게까지 나란히 불을 밝힌 만화책 대여점과 24시 편의점.
이것은, 그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조금 지루해 보이는 두 남자의 이야기.

 

 

 

두 남자 이야기  -진기 ver.-

 

 

 

제일 싸늘한 바람이 들어차는 10시 무렵부터 진기는 발치의 히터를 꺼야 했다. 사장님은 퇴근하기 위해 부지런히 차키를 챙기며 새삼 진기의 젊은 나이와 곧은 어깨에 대한 감탄사를 늘어놓았고, 그것은 이 정도 추위쯤은 견딜 수 있지? 하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의 인권이란, 그런 것이다.

 

급하게 사장이 유리문을 열고 나서자, 열렸던 문틈으로 시린 겨울바람이 훅 끼쳐왔다. 문 바로 옆에 자리한 카운터 의자에 웅크리고 앉은 진기는, 의자 등받이에 걸쳐두었던 야상 점퍼에 꾸물꾸물 팔을 끼우고는 모자까지 푹 뒤집어 쓰고 나서야 움츠린 어깨를 살그마니 폈다.

 

추운 건, 딱 질색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고리타분한 성격의 진기는 사장 몰래 히터를 켠다거나 하는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 그러지 못한다는 편이 더 알맞은 표현이겠다. 사장이 곁에 있던 내내 틀어뒀던 히터의 온기로 데워진 공기가 남은 때까지는 그럭저럭 야상으로 몸을 감싸고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장 구석 어딘가에 떠돌던 겨울공기가 코끝을 차갑게 식혀 맑은 콧물을 훌쩍거릴 즈음이 되면, 잠시 문을 걸어 닫고 재빠르게 옆, 옆의 편의점으로 달려가 핫초코를 사오는 것이다. 1,200원짜리 편의점표 핫초코를 손에 쥐고 종종거리며 돌아와 자신의 머그컵에 옮겨 담으면, 손도 속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일회용 난로가 되었다.

 

동네 어디에나 하나쯤 있을법한 DVD&만화책 대여점. 이 곳에서 진기는 1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휴학생이긴 하나 낮에는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마감을 맡고 있다. 대출, 반납과 가끔의 독촉전화, 가게 정리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마음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시급이 좀 적어도 진기는 이 일이 좋았다. 어차피 밥값 정도 벌고자 시작한 일이었고, 크게 공부시간을 뺏기지 않아서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장님이 짠돌이만 아니라면 딱 좋을텐데.

 

 


-

 

 


“아, 형! 이 시간에 오시면 어떡해요-!”

 

종현은 시계와 트럭을 번갈아보며 조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밀대, 밀대! 드르륵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바퀴가 곧 무거운 박스에 진득하니 눌려 살짝 찌부러졌다.

 

“야, 그래도 저 쪽 사거리는 피크 시간에 받았어.”

 

평소처럼 새벽시간이 아닌 자정 무렵에 물품을 받게 되어 종현은 마음이 급했다. 새벽 1시까지는 제법 손님이 오는 시간대였다. 동네 편의점이라 물품 수량이 많진 않지만, 매장 뒤의 창고에 물건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오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앞에 물품 배달하는 형이 지키고 있으니 도둑이야 들지 않겠지만. 종현은 급한 마음에 무리해서 많은 양의 박스를 옮기려고 애썼고, 그럴수록 바퀴는 끼익끽 비명을 질렀다.

 

“형이 간만에 월차라는 걸 쓰겠다는데. 그렇게 구박을 해야 쓰겠냐?”
“누가 쉬지 말래요? 대타 없어요, 대타?”
“이 지역은 최소인원만 돌아서 안 돼.”

 

얼마 전에 딸이 생겼다며 입이 귀에 걸려서 사진을 보여주던 형을 생각하니, 다음날 월차를 내고 일찍 일을 끝내려는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종현은 투덜거리기보다 그 에너지를 물품을 옮기는데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쳤다.

 

마지막 박스 5개가 바닥에 내려지고, 형은 미련없이 트럭을 몰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버렸다. 이 옆 지역까지 돌아야 하니, 마음이 급할만도 하겠지. 종현은 밀대 받침에 박스 4개를 쌓아 올렸다. 이것만해도 벌써 무게 초과다. 손잡이보다도 높게 쌓인 박스를 보며 종현은 나머지 하나를 위에 더 쌓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잘 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잘못하면 물건 나가는 건 한순간일 것 같다.

 

그대로 바닥에 두고 창고에 다녀오자니 마음에 걸리고, 박스 하나를 먼저 매장 안에 들여놓자니... 그러고 보니 트럭이 떠나서 매장 입구를 지켜봐줄 사람도 없다! 종현은 그냥 저 박스를 매장에 들여놓고 문을 잠시 잠가야 하나 생각하며 멍하니 서서 찬 바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들어줄까요?”

 

그러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야상 후드를 푹 눌러쓴 진기가 어깨를 움츠리고 종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
“이거, 같이 가져갈 거죠?”

 

 

 

 

평소와 다른 일이 생기면, 그 뒤의 일들도 모두 순차적으로 어그러지는 모양이다. 종현은 자신의 앞에서 박스 하나를 들고 앞서 걷는 진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대답이 없자 바닥에 놓인 박스를 번쩍 집어 들고는 “창고는 뒤에 있나?” 하고 걸음을 옮기는 진기와 종현은, 이미 구면이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둘이서 나눴던 대화라고는 어서오세요, 이거 얼마예요? 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정도가 전부였다. 엊그제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럴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닥에 덜렁 남은 박스 하나가, 둘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고정된 둘의 관계를 어그러뜨렸다.

 

“...감사합니다.”

 

내부에 쌓인 박스 정리까지 도와줬는데, 편의점 매장으로 돌아왔다고 다시 직원 대 손님으로만 대하기는 멋쩍어 종현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 발갛게 물든 손을 탁탁 털던 진기가 그런 종현을 향해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매장 구석으로 가서 핫초코를 골라드는 그 손을 보던 종현이 자신의 손에 끼워진 목장갑을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맨 손으로 짐을 옮기게 했다. 손 시렸을 텐데.

 

진기가 카운터에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핫초코와 함께 1,200원을 내밀었다. 워낙 매일같이 사러 오는 터라 이젠 가격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돈을 함께 내민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드릴게요.”
“네?”

 

야상후드의 복슬복슬한 털 사이로 빼꼼 드러난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아까 짐 옮겨주신 거 고마워서요. 제가 살게요.”
“아.”

 

조금 벌어진 도톰한 입술 사이로 하얀 앞니가 보인다. 곧 그 입이 보기좋게 씨익 웃었다.

 

“잘 마실게요.”

 

나, 이런 거 사양 안 해요. 눈까지 접어가며 활짝 웃는 얼굴로 핫초코를 손에 쥐더니 그럼 안녕, 하고 문을 나선다.

딸랑딸랑 여운도 없이 짧게 울리고 마는 도어벨 소리를 들으며, 종현은 야상점퍼의 뒷모습이 망막에 여운처럼 남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안녕. 그럼 안녕이래. 실핀처럼 접힌 눈으로 씩 웃으며 그럼 안녕.

 

“...”

 

까만 밤, 드문드문 불이 켜진 아파트가 보이는 유리문 바깥을 멍하니 바라보며 종현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럼 안녕. 다정했던 목소리. 그럼 안녕.

 

“어... 안녕.”

 

참으로 뒤늦게도 나온 대답이었다.

 

 


-

 

 


오지랖이 넓은 것도, 호전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이미 말한대로 진기는 고리타분한 성격이었을 뿐이다. 짐을 앞에 두고 망연히 서 있는 편의점 직원을 보아하니 당장 자신이 편의점에 들어가 봤자 바로 물건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직원도 없는 매장에 혼자 있다가 혹시나 엄한 누명이라도 쓸까 싶었다. 그러니 가장 최상의 수는 직원을 도와 일을 빨리 끝내고, 자신의 볼일을 해치우는 거였다. 그리고 진기의 고리타분함에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한다는 고전적인 동방의 예의도 기본 탑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리타분함 때문에, 진기는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종현에게 의무적인 ‘아는 체’를 건네야만 했고, 이는 인간관계에 있어 먼저 나서지 않는 진기에게 꽤나 곤란한 일이었다. 짐 하나 옮겨주고 공짜 핫초코를 받은 일은, 없던 일로 치기에는 틀에 짜인 일상을 사는 잔잔한 진기에게 너무 인상적인 에피소드였기에, 그 뒤로 종현을 다시 평범한 편의점 직원 대하듯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어쩐지, 늘 카운터에서 지루한 듯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던 종현도 이제는 진기가 들어서면 그와의 대화에 신경을 기울이는 듯 했기에, 더더욱 아는 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핫초코?”
“네.”

 

편의점에 들어오면 다른 제품들도 좀 돌아볼 법도 한데... 종현은 진기의 직선적인 행동이 흥미롭다 생각했다.

 

“추워서요. 떠느라 소모된 열량도 채울 겸. 피로도 풀 겸.”

 

진기가 어깨를 오싹하니 부르르 떨며 변명을 했다. 매일같이 핫초코를 사먹는 남자, 라는 주제로 생각을 해보니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았기에.

 

“하긴. 늘 야상점퍼에 푹 파묻혀 계시더라구요.”
“네?”
“옆에 만화책방 알바 하시죠?”
“아.”

 

사람이 드문 밤, 늘 출근길에 토익책에 코를 박고 옹송그리고 있는 진기를 보아왔노라고 종현이 말했다. 이 상가 뒤쪽에 있는 아파트가 저희 집이거든요. 아... 진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맹하니 중얼거렸다. 저희 집도요.

 

 


-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온 후로는, 자꾸만 묘한 습관이 하나 생기더란 말이다.

 

그동안 몇 마디 말을 나누며 알게 된 사실들은, 종현이 상가 뒤 아파트에서 누나와 살다가 현재 잠시 혼자 살고 있으며, 아직 대학생이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한 것은 진기보다 6개월 후였으며, 11시 출근-아침 8시 퇴근이라는 것.

10시 반 무렵부터 흘끔흘끔 시계를 바라보다, 어두운 길거리 한 번 바라보다, 고개를 길게 빼 아파트 입구 쪽을 바라보다, 이런 제 모습을 누가 볼세라 책에 코를 박았다가, 곧바로 시계로 눈을 돌리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하고 있는 모양새에, 진기는 시무룩하니 어깨를 떨궜다.

 

바보같아.

 

종현이 정확히 10시 50분에 대여점 앞을 지나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절부절 바깥을 바라보다 그 시간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책에 코를 박고 고개를 들지 않는 진기를 향해, 유리를 똑똑 두드려서까지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종현이었으니까. 겨울바람에 언 유리가 손이 시릴 만도 한데, 서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기 시작한 무렵부터는 꼭 유리를 두드려 진기에게 자신의 출근을 알렸고, 유리 너머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하루의 첫인사를 나눴다. 그리하여 진기가 편의점에 갈 때에 서로 나누는 인사는, 안녕하세요 가 아닌 왔어요? 가 되었다.

 

진기는 어쩐지 자신이 바보같았다. 종현이 오기 전부터 안달하는 모습도, 그가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 쪽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에 아쉬워하는 모습도.

 

왜일까도 생각했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그 전까지는 그저 핫초코만 사서 냅다 돌아오느라 종현에 대한 인상마저 흐릿했다. 단순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의점 알바생’이었던 종현이 언제부터 자신이 기다리고, 또 기다려지는 대상이 되었을까.

 

짐을 날라준 날부터?

 

아니다. 진기는 짐을 들어 준 대가로 핫초코를 받아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종현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없었다.

 

그럼 언제부터?

 

토익책 한 귀퉁이가 샤프로 까맣게 물들고, 어깨를 한 번 부르르 떨고, 익숙한 듯 잠시 가게 문을 잠그고 편의점으로 종종종 걸어, 종현의 왔어요? 하는 인사를 들을 때까지도 진기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매일 핫초코 먹으면 안 질려요? 우리, 꿀물도 있는데.”

 

포스에 종현이 20대, 남자, 버튼을 꾹 꾹 누르며 말했다. 고객층 분석을 위한 계산 절차로, 대충 찍어도 상관없지만 종현은 늘 진기가 핫초코를 살 때마다 성실히 버튼을 눌렀다. 20대, 남자, 품목은 핫초코. 오늘도 핫초코. 꾹 꾹.

 

“매일 커피 마시는 사람도 있잖아요.”
“에, 뭐...”

 

그렇죠.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죠. 종현은 은연중에 자신이 핫초코를 애들이나 마시는 음료로 취급했나 싶어 찰나의 반성을 했다.

 

“그래도, 맨날 편의점에 오면서 핫초코 진열대로만 직행하니까. 다른 거 필요한 건 없어요?”
“......”

 

종현의 말에, 줄곧 뭔가 고민하던 표정의 진기가 깨달음을 얻은 듯 종현을 바라봤다. 뭐, 뭐요? 왜요? 종현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마주봤다. 그리고 그런 종현의 뒤통수에 땀이 뽈뽈뽈 솟아오르는 것도 모른 채 진기는 입을 몽글하게 벌렸다.

 

“맞아요.”
“에?”

 

이제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맞네, 맞아. 하고 중얼거리는 진기를 보며 종현은 제 손에 들린 잔돈을 내려다봤다. 줘야 하는데. 어쩐지 다른 것도 골라서 추가 계산을 할 것만 같은 반응이다. 맞네, 맞아. 나 그러고 보니 배도 고팠네. 하면서 삼각김밥이라도 집어올 것만 같은데...

 

“나는 맨날 편의점에 왔네요.”
“...네.”

 

새삼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찰이라도 해보았습니다, 하는 진지한 말투에 종현은 일단 성실히 대답했다.

그렇죠. 제가 알바 시작한 이후로, 평일에는 꼬박꼬박 봤었죠, 우리.

 

“그런데 그 쪽은 왜 우리 가게에 안 와요?”
“네?!??”

 

뜬금없는 비난(?)에 종현이 순간 우스운 고성을 내질렀다.

 

“만화책, 안 봐요? 우리 DVD도 빌려주는데.”
“아... 저기...”

 

만화는 웹툰만 보고, 영화는 DVD 대신 파일을 구... 죄송합니다.
어쨌거나 종현은 꽤 오랜시간 이 동네의 주민이었으나, 진기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회원가입조차 되어있지 않았다. 누나는 가끔 만화책을 빌려 보는 모양이었으니 가족 명의로 대여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방법은 집에도 많았으니까.

 

종현이 이런 일차적인 대답을 생각하는 와중에 놓친 게 있었으니, 진기의 핵심 질문이 ‘왜 DVD나 만화책을 빌리러 오지 않느냐’가 아닌 ‘왜 나는 오는데 너는 안 오느냐’라는 사실이었다.

 

진기는 진기 나름대로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이다. 자신이 종현을 신경 쓰기 시작한 이유. 그것이 자신의 일방적 편의점 방문에 있다고. 어찌됐건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둘이 만나 짧은 이야기라도 나누는 때는 진기가 종현의 편의점을 방문할 때 뿐이다. 이건 왠지 불공평하다. 진기는 모든 일은 동등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법. 이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계속 종현이 신경 쓰인 거라고.

 

하지만 진기가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놓친 게 있었으니, 문제의 핵심은 ‘관계란 동등한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전에, 왜 자신과 종현이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지’였다는 사실이었다.

 

 

 

-

 

 

 

요즘, 종현이 좀 달라졌다.

 

물론 그것은 자신이 원인이었지만, 진기는 곤란한 기분이었다. 왜 오지 않느냐 물어서, 정말 그 다음날부터 종현이 꼬박꼬박 출근 전에 진기네 가게에 들러 만화책을 대여해가기 시작하자 오히려 마음이 심란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마음을 심어준 것은 아닌가, 하고. 그리고 그 심란함 저변에는,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종현의 태도에 대한 감동과 고마움이 있었다.

 

책장 앞에서 자신의 턱을 손으로 잡고 진지하게 책 제목을 훑고 있는 종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진기는 처음 종현이 문을 열고 들어서던 때를 떠올렸다.

 

여느 날처럼 10시 50분 쯤 가게 앞을 지나가겠지. 하지만 알면서도 한참 전부터 바깥을 두리번거리던 진기의 눈과 종현의 눈이 딱 마주쳐버리고, 허를 찔린 진기가 어버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이 종현이 맑게 웃으며 평소와 달리 가게로 점점 다가와 문을 열고 빼꼼,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종현에게 진기는 멍한 표정으로, 늘 종현이 자신에게 하던 인사를 내뱉었었다.

 

왔어요?

 

그 후로 종현의 출근시간은 5분, 10분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진기네 대여점 사장이 퇴근하는 시간이 10시라는 사실을 안 종현은, 아예 10시가 조금 넘는 때에 대여점으로 먼저 출근도장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진기가 12시 무렵 핫초코를 사러 가면, 늘 쥐고 있던 핸드폰 대신 만화책을 들고 종현이 진기를 향해 웃으며 두 번째 인사를 나눴다.

 

왔어요?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진기는, 종현의 손에 들린 만화책을 바라봤다.

종현이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여점에 들러줘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 점이나, 서로의 일터에 방문하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종현의 만화책 취향에 대해서는... 진기는 가만히 핫초코 진열대로 고개를 돌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남자다운 손에 들린 [아름다운 그대에게] 라니.

 

 

 

-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뭐지?

 

진기는 자신의 집 현관과 똑같이 생긴(같은 아파트니까), 그러나 호수는 다른(같은 아파트 다른 집이니까), 문 앞에 서서 손에 들린 DVD와 주스 세트를 내려다봤다. 침을 꿀꺽 삼키고, 문을 바라보고, 다시 손을 바라보고, 발을 바라봤다가, 문손잡이에 걸린 우유주머니를 바라보고.

 

그리고 마침내, 한 번 더 침을 꿀꺽 삼키며 초인종을 바라봤다. 꿀꺽. 가만히 렌즈 아래 달린 버튼을 바라보던 진기는, 손에서 땀이 나는 것 같아 손에 들린 주스박스와 DVD를 반대쪽 손으로 옮겨 잡았다. 청바지에 땀이 난 손바닥을 문지르며, 진기는 이번에야말로 꼭 벨을 누르자고 다짐했다.

 

셋을 센 뒤에 눈 딱 감고 누르는거야! 그러는거야!

 

3, 2... 철컥. “밖에서 뭐해요?”

 

........그러게요.

 

문 밖에서 뽀시락대는 소리에 모니터로 내다본 종현이 선수를 쳐버렸다. 진기의 손에서 짐을 받아든 종현이 오래된 친구에게 하듯 들어와요, 들어와 하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섰고, 진기는 아까까지 하던 자신의 고민은 무엇인가 하며 신발을 벗었다. 종현 혼자 있다는 건 알지만, 우리의 고리타분한 이진기는 있지도 않은 집안 어른께 하듯, 지금은 잠시 외국에 나가 있다는 누나에게 하듯, 아니 어쩌면 집 자체에게 하듯, 실례하겠습니다아... 하는 자그만 인사를 뱉으며 후다닥 종현의 뒤를 따라 들어섰다.

 

친구네 집에 놀러간 것은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대학교 때는 자취하는 친구 집에 가 볼 법도 하건만, 다른 사람의 주거공간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어찌되었건 집 주인에게 꽤나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진기였기에 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가만. 자신은 종현과 대체 얼마나 친한 사이가 된 걸까? 우린 집에 드나들 만큼 친한 걸까? 대체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거였지? 진기는 가만히 며칠 전 일을 떠올렸다.

 

 

 

-어, 이거.

 

진기가 남몰래 한숨쉬었던 종현의 초이스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완결까지 모두 읽고(여기서 진기가 이 만화책의 내용을 어째서 알고 있는지는 넘어가도록 하자), 종현이 한참을 고심하여 새롭게 집어든 것은 [이끼]였다. 영화로도 꽤나 재미있게 봤던 진기였기에, 조금은 같은 취향이구나 싶어서 반갑게 아는 체를 했더랬다.

 

-나, 이거 무지 재밌게 봤어요. 웹툰 연재 때부터.
-아... 이거 봤어요?
-네. 나 공포, 호러, 미스테리, 이런 거 무지 좋아하거든요.
-이거, 공포예요?

 

종현이 눈을 뚱그렇게 뜨더니 입을 쩍 벌리는 것이다. 그 큰 눈에 더 커질 곳이 어딨다고.

 

-이건 영화도 꼭 봐야 돼요. 보통 원작이 좋으면 영상화 한 뒤에 욕 먹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영화도 꽤나 호평이...
-이거, 공포물이예요?

 

신이 난 진기와 달리 만화책의 뒤표지를 빤히 바라보며 종현은 인상을 살풋 찡그렸다. 공포물... 호러물이라...

 

-아, 아니... 뭐. 공포물이라기보다... 미스테리랄까.
-무서워요?
-아니... 뭐... 무섭다기보다, 미스테리하달까...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무섭다고 말하면 그 즉시 이 책을 빌리는 것을 포기할 종현이라는 것을. 진기는 급히 머릿속으로 이끼의 내용을 떠올렸다. 잔인하던가? 무섭던가? 공포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꺼려질만한 장면이 있던가?

 

하지만.

이건 진짜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만화였고, 종현도 한 번 읽어보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은 종현이 이걸 읽었으면 했다. 그럼 자신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더 늘어나는 거고... 조금...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밤에만 읽지 않으면... 일단 귀신이 나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잖아?

 

-아니요! 안 무서워요. 이거 진짜 재밌어요. 그냥 진짜, 미스테리물.
-...이거, 재미있어요? DVD도?
-네. 무지무지. 강력 추천합니다.

 

진기는 일부러 넉살스럽게 종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보였다. 웃으며 좋아요~ 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페이스 북 해요? 아니요, 트위터만. 근데 좋아요~는 어떻게 알고. 요새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결국 종현이 웃으며 만화책 이끼를 빌려갔고, 다음날 1권을 반납하며 종현이 진기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DVD도 보고 싶어요. 근데 혼자서는 못 볼 것 같더라고요.

 

그리하여 진기는, 자신이 DVD를 대여해 둘 다 아르바이트를 쉬는 주말의 토요일 오후 3시, 종현의 집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어영부영 떠돌다가 끌려들어가게 된 것이다.

 

 

 


늘 편의점 카운터 포스 앞에서 보던 종현을, 오롯이 종현만의 공간에서 보게 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진기는 얌전히 소파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편의점처럼 깨끗이 정리정돈하고 살 것 같았는데, 의외로 집은 꽤나 프리한 분위기다. 역시 직장과 집은 별개지. 암. 아무렴. 진기는 야상으로 겨우 추위를 버티는 대여점과, 자신이 들러붙어 있을 때면 늘 뜨끈뜨끈 틀어져 있는 침대 위의 전기장판을 떠올렸다. 직장과 집은 다르지. 그러니 저 선풍기 위에 올려져 있는 삼각팬티쯤은 이해할 수 있어. 암. 남자가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깔끔하지. 그러니 저 식탁의자에 걸쳐져 있는 삼각팬티도 이해할 수 있어. TV 옆 산세베리아 화분 아래에 펼쳐져 있는 삼각팬티도.

 

...왜 어질러져 있는 게 팬티 뿐인거냐!!!

 

진기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수그리고 자신의 발끝만 바라봤다. 꼼질꼼질. 노란색 양말은 발목 부근에 병아리 얼굴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청바지 밑단에 가려진 그 얼굴을 떠올리며 진기는 자신이 본 종현의 팬티 취향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애썼다.

 

하...하나는 코끼리 그림이었어...

 

“뭐해요?”

 

진기가 사 온 주스를 컵에 따라 과자와 함께 가져온 종현이 진기 옆에 앉으며 진기의 시선을 따라 꼼질거리는 노란 양말을 바라봤다.

 

“...이거, 병아리예요.”

 

청바지 밑단을 슬쩍 들어올리자 진기의 발목에서 얌전히 부리를 내밀고 있는 병아리가 뾱, 튀어나왔다. 종현은 와하하 웃으며 이거 뭐예요? 본인이 산 양말? 하고 손을 뻗어 병아리의 날개를 잡고 흔들었다. 안녕, 병아리군. 악수나 할까.

 

“근데...”
“근데?”
“저...저건... 코끼리네요.”

 

진기의 저건, 이 무엇을 가리키는가. 종현은 잽싸게 거실을 스캔했고 눈에 들어온 세 장의 불청객을 발견했다. 어이쿠. 흐하하. 이게 왜 여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나 휙휙 낚아채 현관 옆 방문을 열고 집어던지는 종현의 시선도 이젠 본인의 발끝에 가서 닿았다. 꼼질꼼질.

 

 

그리고?

그리고.

둘은 DVD를 재생시키고, 주스를 마시며, 과자를 먹으며 영화에 집중했다. 진기는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 이미 영화관에서 한 번, TV에서 한 번 봤지만 세 번째에도 재미있게 봤고, 종현마저 혼자서는 못 보겠다던 약한 모습은 어디가고 꽤나 진지하게 영화에 몰입했다.

 

또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어둑어둑해진 베란다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종현이 문득 저녁을 먹고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 고개를 끄덕인 진기는, 종현이 만든 스파게티를 돌돌 포크에 말아 먹으며 새삼 속으로 감탄했다.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끓여본 적 없는 진기였기에, 스파게티 만들기가 라면만큼 쉽다는 것은 몰랐다. 그리고 그런 진기의 맞은편에 앉아서 종현 역시 새삼 속으로 감탄했다. 핫초코 식성도 그랬지만, 보기 좋게 부푼 볼이 올록볼록 움직이고 동그랗게 말린 입술을 오물조물거리며 스파게티 먹는 모습도 또래라고 하기엔 위화감이 있다. 아까의 노란 병아리 양말도 그렇고. 20대, 남자, 꾹 꾹 누르시겠습니까? 글쎄요. 이건 좀.

 

“오늘 고마워요.”

 

칵테일 새우를 포크 삼지창에 모두 꽂는데 열중하던 진기가, 종현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같이 봐 줘서. 영화 진짜 재밌었어요.”

 

엄지를 들어 보이며 좋아요~ 하고 말하는 종현의 모습을 보며, 진기도 씩 웃었다.

 

“저녁 해줘서 고마워요. 맛있네요.”
“방문대여에 같이 영화도 봐주고. 이거, 내가 VIP라서 해주는 거 맞죠?”

 

종현의 말에 칵테일 새우를 오물오물 앞니로 끊으며 진기는 푸스스 웃었다. 고개를 끄덕끄덕.

 

“그럼, 나도 편의점 매일 가는데 VIP 맞죠?”
“그럼요. 서로 VIP 해요.”

 

음, VIP면 뭐가 다르지? 스탬프 찍어줘요? 아님 사은품? 줄 서지 않아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우대권이라도 주나? 진기의 말에 종현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이거요.”

 

진기에게 내민 건, 종현이 진기와 서로만의 인사를 나누기 전, 진기가 편의점에 갈 때마다 늘 종현 손에 쥐어져 있던 하얀 휴대폰이었다.

 

“VIP 고객은 따로 관리해야 하니까, 서로 직통 연락처 파악은 필수죠.”

 

그 말에 진기는 순순히 종현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꾹꾹 눌렀고, 통화 버튼을 눌러 자신의 휴대폰에도 종현의 번호를 남겼다. 그리고 서로 휴대폰을 손에 들고 저장을 하려다, 머뭇머뭇 고개를 들고 동시에 이렇게 물었다.

 

“저기... 근데 이름이.”
“저... 그 쪽 이름이.”

 

...그렇다. 늘 걸어서 15초도 안 걸리는 옆에 붙어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따로 연락처를 물어볼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두 번 꼬박꼬박 보면서 새삼 묻기가 계면쩍었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 두 남자.

 

서로의 이름도 이제야 묻는 것은 조금 심하지 않은가.

 

짐을 들어주고, 핫초코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있는 장소에 들르고, 집에 놀러와 같이 영화를 본, 근 한달이 지난 이제야.

 

“김종현.”
“...이진기예요.”

 

 


-

 

 

 

서로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가 무색하게도, 하루 두 번의 만남 외에 둘의 접점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후로는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그러니까, 서로에게 조금 까불 수 있을 정도로. 그것도 반말로.

 

“아, 형. 왜 나는 김종현이냐고.”
“김종현이니까 김종현이지.”

 

아까부터 종현이 카운터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진기의 휴대폰을 쥐고 징징거리고 있었다.

 

나는 형 VIP라고 저장해놨는데, 아이고 억울해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나도 VIP! VIP!! 베리 임폴턴트 피플!!!

 

그런 종현을 올려다보는 야상모자 틈 사이의 진기 눈은 가로로 길게 닫혀있다. ㅡ_ㅡ 몰라. 그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누군지 까먹는단 말야.

 

“안 까먹어! 어떻게 까먹어! VIP는 형이랑 나랑 만이잖아!”
“...평소에 연락 한 번 안 하는 녀석이 말은 잘 한다.”

 

진기는 토익 단어장을 팔랑팔랑 넘기며 무심히 대답했다. 그러자 종현이 멈칫, 하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 그건... 하고 중얼거린다.

 

“어, 10시 50분이다.”

 

진기가 종현의 어깨 너머로 시간을 확인하자, 종현이 빠딱, 일어서 후다닥 책장 앞으로 갔다. 적어도 5분전에는 미리 가서 포스 정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종현의 손이 바빴다.

정신없이 뭔가 한 무더기 책을 집어 들고 오기에, 진기 또한 종현이 늦을까봐 정신없이 바코드를 찍어 비닐에 책을 넣어 들려 보냈다. 돈은? 돈은 이따가 내가 편의점에 가서 받지 뭐! 후다닥 편의점 쪽으로 사라지는 종현의 모습을 보다가 진기가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자, 김종현 회원님 대여내역에는 [러브리스]가 1권부터 5권까지 찍혀 있었다.

 

헐.
김종현 뭘 빌려간거야.

 

맹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종현이 사라진 어두운 길을 바라보는 진기였다.(그리고 우리는 또 한번 어째서 진기가 이 만화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

 

 

 

진기는 종현이, 급하게 고르느라 그랬을 거라 생각했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남자들은 꺼릴 만한 요소가 가미된 만화였기에. 알고 고른 건 아닐 것이다. 그럼 분명 2권 정도까지 읽다가, 반납하러 오겠지.

 

하지만 편의점으로 핫초코를 사러 갈 때마다 종현은 진지하게 독서 중이었고, 반납은 그 다음 권의 대여로 이어졌다. 어라.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러브리스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고, 음, 게임도 있고... 일부 소재만 빼면 평범한 판타지물이긴 하니까.

 

하지만, 종현이 러브리스 다음으로 고른 책의 바코드를 찍을 때엔, 심란함을 감추기 어려워 결국 묻고 말았다.

 

“...종현아.”
“어.”
“이거, 무슨 내용인 줄 알아?”
“...아니? 왜?”

 

모르니까 빌려가지, 형 바보냐. 종현의 말에 진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천원입니다, 하고 종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르니까 빌려가겠지, 그래.

 

성인 DVD를 빌려가는 손님이나 여러권의 만화책을 빌리는 손님들을 위해 구비된 까만 비닐봉지에 [브랜뉴] 네 권을 담으며, 진기는 고민했다. 말해줄까? 아니야. 아그대나 러브리스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잖아. 하지만 브랜뉴는... 아니지. 말해줬는데도 상관없다고 하면 어째? 그보다 나보고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또 어째? 이래저래 아는 척은 득 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진기는 양말에 달려 있던 병아리 부리처럼 입을 꼭 다문 채 종현에게 비닐을 쥐어줄 뿐이었다.

 

정말 읽나?
재미있어서 읽는 건가?

 

편의점에 핫초코를 사러 갈 때 보면,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누가 보면 만화책이 아니라 성경책을 읽고 있는 줄 알겠다. 저 경건하고도 진중한 표정이라니!

 

“...재밌어?”

 

결국 카운터에 핫초코와 1,200원을 내밀며 진기가 묻자, 종현은 계산을 위해 잠시 만화책을 엎어놓고 씩 웃었다.

 

“아니, 그냥 좀... 참고할 게 있어서.”
“참고?”

 

응. 참고. 20대, 남자, 꾹 꾹. 종현은 어리둥절한 진기의 얼굴을 흘끔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종현이 참고할 게 있다니까. 진기는 대여점으로 돌아와 머그컵에 핫초코를 옮겨 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이 다음엔 내가 추천이라도 해줘야 하나?

 

순간 아찔해진 진기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저었다. 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그러지 말자. 뜨거운 핫초코가 머그컵을 쥐고 있는 손가락에 튀어 진기는 황급히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내가 얼굴을 못 든다고.

 

하지만 이런 진기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종현이 다음에 빌려간 만화책은 [유희왕]이었고, 어째선지 진기는 그 사실에 약간 실망해야만 했다는 이야기.

 

만약의 만약을 대비해 추천 리스트까지 뽑아놨는데...


김종현의 취향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두 남자 이야기  -종현 ver.-

 

 

 

 

조금씩 공기가 후덥지근해질 무렵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다.

종현은 전 타임 근무자에게서 포스를 넘겨받고, 진열대를 정리하고, 쓰레기통 주변을 치우고, 카운터에 서서 간간히 손님을 받으며 시계를 흘끔 바라봤다.

 

12시.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손부채를 팔랑이며 한 남자가 들어선다. 음료냉장고로 직행해 제품을 스캔한다. 지잉-. 그러더니 시선 높이 한 구석에 잘 진열된 페리에를 꺼내들어 카운터로 직행한다.

계산을 하면서 종현은 남자의 얼굴을 흘끔, 바라보고 10대, 남자, 버튼을 꾹 꾹 눌렀더랬다.

 

 

 

 

 

남자는 평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에 편의점에 들렀다.

종현은 남자가 페리에나, 그게 없을 때엔 탄산수를 사러 오는 그 시간을 은근히 기다렸다. 한산한 주택가엔 밤손님이 드물었다. 가끔 야식삼아 먹을 간식을 사러 나오는 올빼미족들이 대부분이었고, 자리를 지키고 물품을 받는 일들이 거의 다인 일상에 꾸준한 손님인 남자는 반가운 존재였다. 그래서 그다지 판매율이 높지도 않은 탄산수 제품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놓곤 하는 종현이었다.

 

그리고 주구장창 페리에를 사 나르던 10대, 남자, 꾹 꾹 의 주인공인 그 남자는, 당연하게도, 진기였다. 종현이 꽤나 동안인 진기를 보며 20대 키를 누르게 된 것은, 어느 날 출근하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려 편의점 옆 옆의 만화책 대여점에 앉아 있는 진기를 본 후부터였다. 청소년을 이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로 부릴 수는 없지 않을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의외로 건강한 정신과 바른 사고를 가진 종현에게 있어서 ‘19금’을 취급하는 곳에서 ‘19세 미만’ 알바생이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날부터 진기는 20대, 남자, 인 고객이 되었다.

 

한편, 진기는 집안 식구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맛없는 사과 한 박스를 보며 한숨을 푹 푹 내쉬다가, 적당히 조각낸 사과 위에 꿀통 하나를 통째로 들이부었다. 그리고 그 사과 꿀 무침(?)은 여름 내내, 짠돌이 사장이 에어컨 리모콘을 숨기고 퇴근하는 야박한 만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더위에 시달려야 했던 진기가 탄산수에 타서 차근차근 해치워야 했다. 사과와 꿀과 페리에(혹은 탄산수)의 만남. 꽤 나쁘지 않은 조합에 진기는 만족스러워하며 매일 밤 편의점에 들렀고, 종현은 그런 진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

 

 


그리고 한동안 뜸했었나.

 

더운 바람이 시원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끊긴 발걸음은, 시원한 바람이 매섭게 느껴질 무렵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탄산수가 아닌 핫초코 코너로 직행하는 것이다. 종현은 오랜만에 나타난 진기를 보며 저 직선본능은 여전하구나, 생각했다.

 

사실, 그 동안 진기는 편의점에 들르지 않았지만 종현은 내내 진기를 봐 왔었다. 출근하며 바라본 찰나의 모습뿐이었지만, 하품하는 모습, 문제집에 집중한 모습, 손님에게 웃어 보이는 모습, 지루한 표정으로 TV를 바라보는 모습, 찰나의 진기는 굉장히 다양했다.

 

그러나 점점 밤의 기온이 시린 것 같다고 생각될 무렵부터는 늘 야상에 머리끝까지 폭 파묻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추운 걸까. 추운 것 같다. 그래서 핫초코를 사러 오는 걸까. 그런 생각은 안쓰러운 마음을 부르고, 그건 자꾸만 시선이 머물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어쩐지 혼자만 아는 사람에 대한 관음증 같아서 종현은 진기가 편의점에 들어서면 일부러 더 휴대폰에 코를 박곤 했다.

 

 


-

 

 


진기가 짐을 들어준 그 날 이후로, 종현은 진기를 볼 때마다 진기의 손을 먼저 살펴보곤 했다. 출근길, 유리 너머로 야상 후드를 뒤집어쓴 진기의 모습을 보면 제일 먼저 빨갛게 얼어 있던 몽실한 손끝이 떠올랐다. 그 날, 핫초코를 선물했던 것은, 그 손끝이 조금은 녹을까 싶어서였다.

 

자신은 아무것도 먼저 시작한 것이 없는데, 진기가 다가와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종현은 출근 때마다 곁눈으로 바라보던 진기를, 이제는 다가가 콩콩 유리를 두드리고 눈을 마주쳐 인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가끔은 먼저 인사를 받고 싶어서 일부러 정확한 시간에 맞춰 대여점 앞을 지났다. 하지만 진기는 늘 자신이 오는 시간에 다른 일에 몰두해 있기 일쑤였다. 그래도 마주보며 웃어주는 얼굴을 거쳐 따뜻한 편의점에 들어서면 등줄기가 후끈후끈했지만,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네가 4시에 오면 3시부터 행복할거라던 여우의 말은 다 거짓부렁인가!!

 

그리고 진기의 왜 대여점에 들르지 않느냐는 물음에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선 날.

 

대여점이 보이고, 유리벽 너머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기와 딱 눈이 마주친 종현은 자신조차도 본 적 없는 해사한 얼굴로 대여점에 들어섰다. 말캉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기를 보며 따뜻한 편의점에 들어설 때 느꼈던 등줄기의 후끈함을 느꼈다. 이 쌩한 공기 속에서도! 이건 바깥 온도와는 별개로, 종현의 몸 안쪽 어딘가의 열감이 분출된 것이었다.

 

3시부터 행복한 여우가 아방한 표정으로 앉아 자신에게 왔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

 

종현의 몸 안쪽 어딘가의 열감은, 이제 등줄기를 타고 온 몸으로 뻗어 나가 폭발하고 말았다. 펑.

 

그리하여 넋이 나간 부랑자 상태로 흔들흔들 책장 앞에 서서 영혼 없는 눈빛으로 책등을 훑고 있는데, 와중에도 눈은 충실히 제 몫의 소임을 다 했는지 만화책 제목들을 바라보던 종현의 머릿속에 불현듯 전구가 켜졌다.

 

그리고 종현이 집어든 책은, 얼마 전 드라마로도 방송했었던 [아름다운 그대에게]였다.

 

 

 

-

 

 


읽으려고 빌린 책이 아니었기에, 내용 상관 않고 고른 것이었지만 어째선지 진기가 올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책을 손에 잡고 살랑살랑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는 종현이었다.
진기가 편의점에 들어서면, 그 순간부터 눈은 온통 그 뒤를 쫓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

 

 

 

빌리는 책의 수가 늘어갈수록 종현은 제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만두려면, 지금이어야 했다. 하지만 편의점에 출근을 해야 했고, 그러려면 진기가 있는 대여점 앞을 지나야 했고, 지나다 보면 진기가 보이고, 보이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은 계속해서 빌리게 되고.

 

자신이 생각한 마지막이 점점 다가왔다. 그 마지막으로 향하는 보스룸 키는, [유희왕]이었다.
그리고, 대여했던 유희왕 38권을 반납하는 날, 종현은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고백 뿐!

 

 

 

-

 

 


2012년의 마지막 날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평일이었다.

진기는 가만히 시계를 바라봤다. 종현이 편의점으로 부랴부랴 간지 30분이 지났다. 12시 쯤 핫초코를 사러 가니까, 종현이랑 같이 해피 뉴 이어! 하고 인사하면 되겠다. 진기는 이런 날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썩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2012년의 마지막과 2013년의 시작을 종현과 보낼 수 있으니까.

 

-지이이잉.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새해 인사 문자가 도착하는 중이었다. 하도 알람이 울려대 조용한 진동모드로 바꿔뒀던 진기는 이번엔 또 어떤 뻔한 답문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며 화면을 터치했다.

 

그러나 문자를 보낸 것은 그 동안 한 번도 휴대폰으로 연락을 한 적 없던 인물이었다.

 

[형! 12시에 올거지?]

 

그럼에도 방금 전까지도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친숙한, 저절로 목소리 자동더빙이 되는, 옆 옆 따순 편의점에서 건들건들 서 있을 김종현.

 

[왜?]
[우리 떡국 먹자 만든거 싸왔어.]
[웬 떡국?]
[같이 나이 먹자고.]

 

그건 꼭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차피 이런 날엔 손님도 없을 터였다. 같이 TV로 종 치는 것도 보고, 첫 떡국을 같이 먹으며 새해 첫 인사를 서로에게 해주는 거다.

 

캬.

 

[그래, 좋아.]

 

 

 

 


늘 가던 시간, 늘 가던 길.

 

하지만 편의점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늘 먹던 핫초코가 아닌 종현표 떡국.

진기는 이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떡국을 먹어야지만 한 살 더 먹는 게 아니라는 걸 안 순간부터 자신은 새해라고 일부러 떡국을 찾아먹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종현이 편의점 전자렌지에 데워줄, 종현이 만든 떡국은 단순히 한 살 더 먹는 차원을 넘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그 떡국은 진기가 2013년에도 행복하기를, 이라는 의미였다.
그 떡국은 진기가 2013년에도 건강하기를, 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진기는, 종현이 뜨거운 떡을 건져올린 수저를 후- 불어 진기의 입 앞에 내놓았을 때, 가느다란 실핀처럼 눈을 접어가며 곱게 웃어주었다. 종현아, 너도 행복해. 너도 건강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내밀어진 수저를 입에 앙, 물고 또 한번 살포시 웃어주었다.

 

맛있다.
맛있어?
응.

 

 


-

 

 

 

틀어놓은 TV로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진기는 다시 대여점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가기 싫어.
근데 가야 해.
여기 있고 싶어.
편의점이 더 좋은가?
아니, 종현이랑 같이 있고 싶어.

 

진기 안의 진기들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목도리를 매는 진기의 손을 더욱 더디게 했다. 그러나.

 

“형! 눈 온다!”

 

강아지 같은 종현의 외침에 금세 쪼르르 편의점 문 밖으로 나서는 진기였다.

 

불 켜진 집들은 많지만, 그만큼 거리는 한산했다. 온통 새하얗게 뒤덮인 길을 바라보며 진기는 이제부터 자신이 이 설원에 발자국을 찍어야 한다는 걸 떠올렸다. 어차피 뛰어서 5초 거리인데. 이 풍경을 그대로 놔둔 채 돌아가는 방법은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멀뚱히 서 있던 진기의 뒤에서, 종현이 말을 걸었다.

 

“형.”
“엉.”
“해피 뉴 이어.”
“응. 너도 해피 뉴 이어.”
“형. 나 새해 소원 하나만 들어주라.”

 

엉? 진기가 눈을 바라보던 무상한 표정 그대로 고개를 돌려 종현을 바라봤다. 도톰한 입술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하얀 앞니가 조그만 설원 같다. 저 설원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종현은 생각했다.

 

“뭔데?”
“가서, 내 회원정보 열어서.”
“엉.”
“...지금까지 내가 대출한 만화책들, 기록 보고 난 후에 나한테 문자하나 보내주라.”
“무슨 문자?”
“그건 보고 나면 알게 될 거야.”

 

종현의 부드러운 손길에 등이 떠밀려 대여점으로 돌아온 진기는 종현의 부탁대로 회원검색창에 ‘김종현’을 쳤다.

14살 김종현, 16살 김종현, 17살 김종현, 김종현, 김종현, 김종현. 에, 어디에 있는 거지?

 

겨우겨우 최근기록을 뒤져 종현을 찾아 클릭하니, 그동안 빌린 만화책 목록이 빼곡히 화면에 들어찼다. 제일 위에 떠 있는 유희왕 38권.

 

대체 이걸 보고 무슨 문자를 보내달라는 걸까.

 

진기는 마우스 휠을 돌려 스크롤을 내렸다.

 

 

유희왕 38
유희왕 37
유희왕 36
유희왕 35
.
.
.
브랜뉴 4
브랜뉴 3
브랜뉴 2
브랜뉴 1
러브리스 8
러브리스 7
러브리스 6
.
.
.
.
이끼 5
이끼 4
이끼 3
.
.
.
아름다운 그대에게 23
아름다운 그대에게 22
아름다운 그대에게 21
아름다운 그대에게 20
.
.
.
아름다운 그대에게 1

 

 

 

 

-

 

 

 

 

[미 투]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종현은 문자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바닥에 떨구며 어깨도 함께 축 끌어내렸다.

못 알아채면 저 눈 위 진기 발자국 옆에 나란히 발자국 찍으며 달려가 직접 말해줄 생각이었다.

거절하면... 거절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럼 이제 나 VIP지?]

 

끝내 진기가 자신을 ‘김종현’ 세 글자로 저장해 못내 섭섭했던 종현이었지만,

 

[바보야. 늘 VIP였어.]

 

오히려 진기에게 있어 ‘김종현’이란 이름 자체가 VIP였다는 걸, 종현은 이제 조금 알아줄 수 있을까.

 

 

 


주택가 상가 건물, 정육점 좌우로 밤늦게까지 나란히 불을 밝힌 만화책 대여점과 24시 편의점.
이것은, 그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조금 지루해 보이는 두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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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늦어서 죄송해요!!! 대신 콜록콜록 콧물을 피처럼 뿜으며 열심히 썼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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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애벌레에요ㅠㅠㅠㅠ누나ㅠㅠㅠㅠ아픈와중에도이런금글이라니ㅠㅠ완전 조안나!!!!!아이러브유 이글자만드려고 만화책을읽어댄 종현이생각하면 좀웃겨여ㅋㅋㅋㅋㅋ누나 얼마든지 늦어도 괜찮으니까 건강챙기세여ㅠㅠㅠ!!
11년 전
스페셜K
으헝헝헝 애벌레 누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글이라니 조안나 땡큐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글인지는 자신이 없으나 감기때문에 금귤은 많이 먹었어요....(아니 이런 개드립!!) 헤헤헤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다 나았어요! 캬!!! 저 앞글자 방법은 실제로 제 주변 누군가가 사용했던 것이라고 합니당 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2
그분 정말 부럽네요ㅠㅠ 나도 태민이가 저런거해주면좋겠드......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스페셜K
아니 누나... 사랑하는 독자누나에게 제가 놉을 외치게 만들....... ㅠㅠㅠㅠㅠㅠㅠㅠ 헤 제가 해드립니다. 한 때 만화책 대여점에 파리처럼 드나들어서 사장님께 과장이란 직함을 얻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캬 어렸다 어렸어...!
11년 전
독자3
ㅋㅋㅋㅋㅋㅋ 전 해리포터 불의잔이후로 빌리러가본적이없어여 허허허
11년 전
스페셜K
어머나 허허허 저희 집 앞 대여점도 어느새 사라졌네요 이젠 치킨집...
11년 전
독자4
우앙 치킨!!!! 치킨사주떼효!!!
11년 전
스페셜K
왕!! 저도 먹고 싶네요!!! 점심으로 김밥이나 먹으러... 김밥헤븐에 갑니다-_ㅜ 또르르
11년 전
독자5
헤븐..헤븐..헤븐...헤븐..헤븐....점심맛있게드세요!!! 저도슬슬먹어야겠어요ㅋㅋ
11년 전
독자6
으앙 전 바보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 아이러브유인줄 모르고 저게 도대체 무슨 암호지.. 이러다가 거꾸로 읽어보고 무릎을 탁!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신청했던 단어도 보이네요... 고리타분한 진기가 편의점 짐을 왜 들어줬는지는 정말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 터지고 종현이의 삼각팬티에서 또 터지고 ㅋㅋㅋㅋ
11년 전
스페셜K
흐히히히... 진기가 고리타분했기에 이어진 두 사람입니당!! 얌체였다면... 이봐여 이 짐 좀 치워여 왜 길을 막고 그러나^▽^ 하고 이야기 끝! ㅋㅋㅋㅋㅋㅋㅋ 빤쮸는 실내 여기저기에서 말려야 제 맛이죠bbb!!
11년 전
독자7
그리고 제가, 러브리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무슨 내용이길래...? 하고 찾아봤는데 BL이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기는 그걸 왜 읽은걸까에 대해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1년 전
스페셜K
네 넘어가도록 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8
으앙 누나 꼬리빗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오셨군요 ㅠㅠㅠ 몸은 좀 어때여?ㅠㅠㅠ아픈데도이런 금글을 뱉으면 꼬리빗 로드킬 ㅇㅇ 저 쥬거요 ㅠㅠㅠㅠㅠㅠ 사과 꿀무침? 절임? 저거 먹어보고 싶네영 탄산수에 ... 달달달달해서 몸이 녹는 기분일거같아요 ㅠㅠㅠㅜ아이쿠 누나 이렇게 달달한글을 주시면우째요 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종현이 팬티갘ㅋㅋㅋㅋㅋㅋㅋ으잌ㅋㅋㅋㅋㅋ 아무튼 아이러브유 겁나 귀여워요 ㅠㅠㅠㅠ 잉잉 너무 늦게왔나요? 누나 조안나! 아프지말아영
11년 전
스페셜K
몸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 감사해영 ㅠㅠㅠㅠ 사과 꿀 절임과 탄산수는 어떤 카페에서 사먹은 적이 있어요! 직접 담근 걸로... 맛있더라구요:-9 히히 누나 알라뷰!
11년 전
독자9
흐허허허헣허허장농인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현유ㅠㅠㅠ허헐럻허다라달다ㅏㄹ다라 진짜 푹빠져서 봤네요....대바규ㅠㅠㅠ만화이름에서 세번이나 다시봤어요ㅋㅋㅋㅋㅋ저란멍청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흐헿헿헿 달달해휴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ㅠㅠ너무재미써유휴ㅠ휴휴ㅠㅠㅠ잘봤어용
하트하트

11년 전
스페셜K
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 누나 달달달달...! 현유는 달달함이 갑이죠잉 그쵸잉 ㅠㅠㅠㅠㅠㅠㅠㅠ 흐헿ㅎ헿ㅎ헿헿헿헿 감사해영 누나!!!
11년 전
독자10
헐 ㅜㅜ단비같은현유ㅜㅜㅜㅜ흡ㅜㅜㅜㅜㅜ아진짜좋아요누나ㅜㅜㅜ신알하고가요ㅜㅜㅜㅜㅜ
11년 전
스페셜K
우왕 ㅋㅋㅋㅋㅋㅋ 네 감샤이니 누나 ~ 현유는 사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1
아 현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요ㅠㅠㅠㅠ 진기도 종현이도 귀여워 죽겠어욬ㅋㅋㅋㅋㅋㅋ 글이 느낌이 너무 포근하네요 ㅠㅠ 따뜻하고.. 누나 진짜 금손이세요 ㅠㅠㅠ 항상 사랑합니다 ㅠㅠㅠ
11년 전
스페셜K
늘 봐주시는 독자분이시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당 사랑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헤헤 열심히... 열심히 쓸게여!
11년 전
독자12
으아...밤에 여기저기 헤매다 이런 금같은 글을 발견할 줄이야!ㅠㅠ 우선 작가님 제 절부터 받으시고ㅠ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ㅠㅠ 저 처음에 아이러브유 몰라가지고 왜 미투징...끙끙대다가 엇!하고 보니까 너무 설레서ㅠㅠ 그리고 늘 VIP였다니요ㅠㅠ 진짜 글 읽는내내 설레서ㅠㅠ 진짜 이런 사랑, 이런 현유 너뮤 좋네요ㅠㅠ 진짜 너무 감사해서 계속 읽고 있네요ㅠㅠ 처음부터 소소하게 신경쓰고 있는 종현이도,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진기도ㅠㅠ 진짜 엉엉ㅠㅠ 작가님 행쇼하세요, 진짜 온 세상의 복을 다 가지세요!! 짱짱!!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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