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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맞다. 분명히 나는 아침에 밥을 먹으려고 전기밥솥을 열었고, 밥솥안에는 밥이 한톨도 없었고 그래서 라면을 끓여먹고 설거지도 안한채 쇼파에 널부러져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누구한테 온건지 궁금하지않았다. 딱봐도 김힘찬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빵! 나 지금 너네집앞이야 얼른문열어!]
맨날 방용국이라는 내 이름은 부르지도 않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빵이라는 음식물이름으로 날 부른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분명히 또 볼을 한껏 부풀리고 토라질 김힘찬을 알기에 문을 열어주었더니 나한테 덥석 안기며 얼굴을 부비대기시작한다. 망할놈
[떨어져]
그러자 바로 떨어지는 김힘찬이다. 김힘찬이 그렇지. 근데 혼자 온줄 알았더니 옆에 이상한 꼬마애기를 데리고왔다.
키는 내 무릎을 조금 넘는 키에, 얼굴에는 터질듯한 볼살을 가지고 애 주제에 머리는 샛노랗고 눈은 또 더럽게 큰, 머리는 파마를 했는지 치즈라면처럼 볶아져있는 그런 모습을 하고있는 아이가 힘찬이의 바짓자락을 잡고서 날 쳐다보고있었다.
손가락으로 노란머리 아이를 가르키자 힘찬이가 날 보고는 또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우리 누나 애기인데 우리누나 해외여행갔대 한달동안만 여기서 지내도되지? 알다시피 우리집좁은거 알잖아. 그럼 안녕 빵!]
저 미친놈. 저 말을 끝낸 김힘찬은 황급히 아이를 집안으로 밀어넣고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김힘찬은 달리기가 빠르다. 나는 항상 달리기에서 꼴찌를 했다. 저 시발놈
,,정적이 흘렀다. 아이는 아무말도 못한채 김힘찬의 바지를 잡았던 조그마한 손을 서서히 내리며 자기의 반대쪽 손을 꼭 쥐어잡더니 몸통의 가운데인 배꼽에올리고
서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느에. 아녕하세여. 저는 무지개유치원 부농반 최주농이라고 함니다]
씨발. 존나귀엽다. 아니 그게아니지. 다짜고짜 인사한 아이를 내려다보자 멀뚱멀뚱히 입꼬리를 올린 채 날 쳐다보던 아이가 입꼬리를 내리며 날 다시 쳐다보더니 천천히 눈이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어?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아이를 쳐다보자 눈물을 그렁그렁 단채 내 손바닥만큼의 크기도 안되는 손으로 자기눈을 가리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당황한 나머지 몸이 굳었고 그러자 아이가 울면서 손을 내리고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왜 우는지 도통 이유를 몰라 물어보려고 했을때 아이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씨발. 울만도 하지 존나 무서울텐데. 아이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서 아이앞에 앉았더니 얼굴이 뻘개진 채로 날 쳐다보는 아이가 보였다. 큰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쳐다보는데 미칠것같았다. 존나 귀여워서
[왜 울어]
[아져찌..완전 몬생겨써]
씨발. 귀엽다는 말 취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