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좋아했다.
그 아이는 치즈 스파게티를 좋아했다.
나는 치즈 스파게티를 싫어했다.
그 아이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싫어했다.
나는 1년 8개월 동안 변함이 없었다.
그 아이는 1년 8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아이는 치즈 스파게티를 좋아했다.
나는 치즈 스파게티를 싫어했다.
그 아이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싫어했다.
나는 1년 8개월 동안 변함이 없었다.
그 아이는 1년 8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토마토 스파게티와 치즈 스파게티는 어울리지 않는다
입맛이 없다. 아니, 애초에 먹을 생각도 없었고,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턱 대고 식사를 마지막으로 보내기로 했다. 아무렇지 않게, 멀쩡하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내가 아무렇지 않게 보일 것만 같아서. 고개를 슬쩍 들어 정대현을 바라보니, 평소 먹던대로 잘만 먹는다. 이 와중에도 사랑스럽다. 이제 곧 빌 자리가 벌써부터 뼛 속 깊게 와닿아서, 허탈하게 웃음를 내뱉었다.
"……왜 웃어?"
"그냥, 오늘도 네가 너무 예뻐서."
정대현이 실소를 터뜨렸다. 귀엽고 예쁘다.
정대현이 어느 날 내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 말했다. 갑작스런 말에 정말 놀랐다. 암, 놀랐고 말고. 실감이 나질 않았다. 1년 8개월 동안 한 집에서 같이 살고 같이 지냈던 우리였다. 단순히 동거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지극히도 아끼던 사이였다. 그런 정대현이,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나를 떠날거라 말했다. 차라리 당장에 헤어졌다면 더 좋았을텐데. 왜 하필이면, 따로 정해진 날짜가 있었을까?
"유영재…… 라고 했었나."
"응."
"……잘해줘?"
"응. 너보다 훨씬."
"너, 내가 엄청 못 챙겨 준 것처럼 말한다?"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자 정대현도 조용히 웃어 보이며 스파게티를 입에 넣었다. 아, 그 사람 얘기 하니까 목이 바싹 타네. 물이 넘치도록 가득 담긴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내가 그렇게 못 해 줬던가. 내심 정대현의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문득 옛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맛있어?"
"응."
"한 입만 줘 봐."
"엥?"
"한 입만."
"너 이거 엄청 싫어하지 않……"
마지막이잖아. 내 말에 정대현과 내 눈이 맞닿았다. 정대현은 잠시 어딘가 모르게 슬픈 표정을 내보이더니 고개를 조금 떨궈 내고는 치즈 스파게티가 담긴 접시를 내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달그락 거리며 난다. 다 먹었나 보다.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정대현이 발자국 소리도 없이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짐을 챙기나 보다. 미친듯이 떨린다. 저 현관에서 내가 널 덤덤하게 보낼 수 있기야 할까? 대현아. 지금이라도 네 마음이 바뀌어 버렸으면 좋겠어. 차라리 그 사람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탁자에 턱을 괴고는 또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저벅저벅' 하고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나 예뻐? 정대현이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응, 예뻐. 금방이라도 저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지며 저 작은 손이 내 옷깃을 부여 잡고는 미안하다고 울 것 같은데, 애써 참는 모습이 안쓰럽다. 하여튼 독하긴 진짜 독해, 정대현. 쓴웃음이 나왔다.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만데, 그 정도도 모를까봐?
현관문으로 나섰다. 발이 떼어지질 않았지만 애써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이 문이 열리면, 정대현은 내게서 사라진다. 최준홍에게서 정대현이 사라지고, 정대현에게서 최준홍이 사라진다.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고는 눈을 마주쳤다. 그래, 이런거지. 다 끝이 있는거야. 누구에게나 다…… 있는거야. 정대현이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였다. 난 슬프게 웃어 보였고, 정대현은 끝내 현관문을 열고야 말았다. 찬 바람이 휘날려 정대현의 머플러가 조금씩 펄럭였다. 니트만 입으면 추울텐데, 베이지색 니트 소맷자락을 꽉 움켜 쥔다. 정대현이 또 다시 웃음을 지어냈다. 머쓱한, 그런 웃음. 정대현이 손을 흔들며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준홍아."
"……."
"사랑해."
"대현아……."
"미안해."
곧이어 현관문이 냉정하게 닫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정대현은 그렇게 내게서 사라졌다. 떠나갔다. 도망쳤다. 배신했다. 자기도 다 큰 어른이랍시고 정대현이 날 떠났다. 대현아, 그 사람한테 가면서 울고 있진 않지? 울지마, 쪽팔리게. 21살 짜리가 울긴 왜 우냐. 근데, 자꾸 눈에서 뭐가 나온다. 물 같은 게…… 막 흐르네.
"……왜 웃어?"
"그냥, 오늘도 네가 너무 예뻐서."
정대현이 실소를 터뜨렸다. 귀엽고 예쁘다.
정대현이 어느 날 내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 말했다. 갑작스런 말에 정말 놀랐다. 암, 놀랐고 말고. 실감이 나질 않았다. 1년 8개월 동안 한 집에서 같이 살고 같이 지냈던 우리였다. 단순히 동거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지극히도 아끼던 사이였다. 그런 정대현이,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나를 떠날거라 말했다. 차라리 당장에 헤어졌다면 더 좋았을텐데. 왜 하필이면, 따로 정해진 날짜가 있었을까?
"유영재…… 라고 했었나."
"응."
"……잘해줘?"
"응. 너보다 훨씬."
"너, 내가 엄청 못 챙겨 준 것처럼 말한다?"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자 정대현도 조용히 웃어 보이며 스파게티를 입에 넣었다. 아, 그 사람 얘기 하니까 목이 바싹 타네. 물이 넘치도록 가득 담긴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내가 그렇게 못 해 줬던가. 내심 정대현의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문득 옛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맛있어?"
"응."
"한 입만 줘 봐."
"엥?"
"한 입만."
"너 이거 엄청 싫어하지 않……"
마지막이잖아. 내 말에 정대현과 내 눈이 맞닿았다. 정대현은 잠시 어딘가 모르게 슬픈 표정을 내보이더니 고개를 조금 떨궈 내고는 치즈 스파게티가 담긴 접시를 내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달그락 거리며 난다. 다 먹었나 보다.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정대현이 발자국 소리도 없이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짐을 챙기나 보다. 미친듯이 떨린다. 저 현관에서 내가 널 덤덤하게 보낼 수 있기야 할까? 대현아. 지금이라도 네 마음이 바뀌어 버렸으면 좋겠어. 차라리 그 사람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탁자에 턱을 괴고는 또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저벅저벅' 하고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나 예뻐? 정대현이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응, 예뻐. 금방이라도 저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지며 저 작은 손이 내 옷깃을 부여 잡고는 미안하다고 울 것 같은데, 애써 참는 모습이 안쓰럽다. 하여튼 독하긴 진짜 독해, 정대현. 쓴웃음이 나왔다.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만데, 그 정도도 모를까봐?
현관문으로 나섰다. 발이 떼어지질 않았지만 애써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이 문이 열리면, 정대현은 내게서 사라진다. 최준홍에게서 정대현이 사라지고, 정대현에게서 최준홍이 사라진다.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고는 눈을 마주쳤다. 그래, 이런거지. 다 끝이 있는거야. 누구에게나 다…… 있는거야. 정대현이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였다. 난 슬프게 웃어 보였고, 정대현은 끝내 현관문을 열고야 말았다. 찬 바람이 휘날려 정대현의 머플러가 조금씩 펄럭였다. 니트만 입으면 추울텐데, 베이지색 니트 소맷자락을 꽉 움켜 쥔다. 정대현이 또 다시 웃음을 지어냈다. 머쓱한, 그런 웃음. 정대현이 손을 흔들며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준홍아."
"……."
"사랑해."
"대현아……."
"미안해."
곧이어 현관문이 냉정하게 닫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정대현은 그렇게 내게서 사라졌다. 떠나갔다. 도망쳤다. 배신했다. 자기도 다 큰 어른이랍시고 정대현이 날 떠났다. 대현아, 그 사람한테 가면서 울고 있진 않지? 울지마, 쪽팔리게. 21살 짜리가 울긴 왜 우냐. 근데, 자꾸 눈에서 뭐가 나온다. 물 같은 게…… 막 흐르네.
가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다.
첫글자도 꺼내질 못했다.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죽고 싶다.
미쳐 버릴 것 같다.
한심하다.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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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이보다는 준홍이에게 감정을 더 쏟아 부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또 좋은 소재를 망쳐 버리고야 말았다 히히히
준홍이가 가지 말란 말을 안 해서 나중에 엄청나게 후회하는 씬을 그렇게 잘 표현하려고 했건만..
아 욕 나와 으엉
글고 신알신 하셨다는 그 분과 제 똥같은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