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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김힘찬에 비해서 조금 넙대대하고 눈도 작고 씨발, 등치도크다. 어쩔래 꼬마야. 마음같아서 저렇게 말하고는 싶었지만 아직도 끅끅거리는 애가 안쓰러워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 때 큰 눈을 가리고있던 아이가 손을 내린채 날 또 다시 멀뚱멀뚱히 쳐다보기 시작한다.만난지 고작 십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 표정이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또 울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선을 맞추고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니 꼬마야]
[나 꼬마아닌데…]
꼬맹이 주제에 요구하는건 드럽게많다. 자기는 꼬마가 아니라고 자기 이름을 불러달랜다. 김힘찬을 쏙 빼닮았다. 물론 힘찬이누님의 아기지만 말이다.고1로 거슬러가보면 김힘찬을 처음 만났을때 이름을 잘 외우지못하는 나는 야라고 불렀다. 그때도 김힘찬이 이 꼬맹이 ,아니 최준홍이라는 아이처럼 이름불러 달라고 찡찡댔었다.
[그래 준홍아 너 얼른 집에가야지]
[힘차니형아가 여기서 살라그랬어 집에안가꺼야]
개새끼.김힘찬. 걔를 표현하는 방법은 개새끼밖에없다. 언제까지든 아이를 저렇게 현관에 세워두기 뭐해서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안아들자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그 조그마한 손으로 내 어깨를 잡는데 존나 귀엽다. 얼굴은 귀엽게생겨가지고 말하는건 김힘찬이야. 미치겠네. 아이를 안아들어서 쇼파에 앉혀놓고 다시 김힘찬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않는다. 개새끼. 진짜 오늘 아마 개새끼라는 단어를 엄청 사용할 듯한 느낌이든다. 전화를 다섯번이고 열번이고 걸어봤지만 받지않았다. 포기하고 아이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이런 씨발. 준홍이가 쿠션을 신명나게 뜯고있었다. 저거 비싼건데 얼마전에 내가 실수로 구멍을 뚫어놔서 깃털이 슝슝 빠져나오던 중이였다. 오늘 바늘로 뭐 어떻게라도 꼬매야지하고있던 참이였는데 준홍이가 꼬물꼬물 손가락을 넣어서 깃털을 신나게 뽑고있었다. 해맑은 얼굴로 웃으면서말이다.
[뭐하는거야!]
순간적으로 화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깃털을 뽑던 작은 손이 동작을 멈추더니 준홍이의 고개가 내쪽으로 삐걱삐걱 돌아가기시작했다. 그리고 또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씨발, 좇됬다. 급하게 소리를 낮추고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하지만 역효과였을뿐. 준홍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저 입에서는 또 울음소리가 나오겠지. 절대 안돼. 엄마들이 왜 고생하는지 갑자기 새삼 실감이나게되었다. 황급히 준홍이에게 다가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랬더니 준홍이가 울음을 그치긴 하였지만 얼굴이 점점 벌개지기 시작했다. 왜이러지? 가만히 쳐다보자 준홍이가 내 손을 콱 깨물었다.
[아악!]
[아져찌 나 죽을뻔했잖아! ]
하면서 헥헥 대기 시작했다. 아. 하긴 내가 좀 세게막긴 했나보다. 내손이 준홍이의 얼굴을 덮을만큼의 크기였으니까. 애기주제에 겁나 까칠하다.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려던참에 갑자기 준홍이가 내머리를 쥐어잡았다. 씨발? 뭐지? 이게 뭔가 싶어 준홍이를 쳐다보자 준홍이가 또 해맑게 꺄르륵 웃더니 내머리를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악! 존나아파! 한참동안 멍때린채 준홍이의 손에 흔들리기 시작했을까 그만하라고 말하려던 참에 준홍이가 타이밍을 맞춘듯 손을 떼고서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아가주제에 표정변화가 배우급이야. 엉망진창이 된 내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툭툭 치더니
[종어바 손!]
하며 내앞에 손을 내미는게 아닌가. 이건 무슨 개취급이지? 종어바는 누구일까. 근데 바보같이 내가 손을 내밀었다는것이다. 내 손바닥만큼의 크기를 가진손에 준홍이얼굴만큼의 손을 올려놓자 내 검지손가락을 쥐어잡더니 꺄르륵 웃는다. 진짜 하는 행동은 거지같아도 저 웃는거 하나는 존나 귀엽다. 준홍이의 웃음에 계속 빠져있었을까. 근데 왜 손을 내밀라고 한거지? 준홍이에게 물어봤다. 종어바는 누구고 손은 왜 갑자기 달라한걸까.
[종어비는 우리집 멍멍이인데 아저찌랑 닮았어!]
씨발. 한번더 귀엽다는 말 취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