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암호닉을 가진 회원 독자님들은 반드시 본인이 작성한 댓글을 2장 이상 캡처해서 메일 주소와 함께 공지에 올려주셔야 합니다.. 파일 전송할 때에 전부 확인할 예정이니 사진 첨부 없는 독자님들은 암호닉이 있어도 보내드릴 수가 없어요.. 양식을 꼭 지켜주세요.. 댓글을 다셨어도.. 사진 없으면.. (절레절레) 우리 함께 양식을 지켜봐요..
그런 의미에서 들고 왔습니다. 메일링 전용 에피 中 일부 선공개.
방탄 홍일점 글에 왜 서브 김석진 없냐
EP 누나한테 혹했던 게 사실은 아직도 그래
윤기: 누나
탄소: 언제 일어났어?
윤기: ...애들은?
탄소: 해가 중천인데 아까 아까 놀러나갔지, 누구는 친구 만난다 하고 누구는 전시회 보러 간다 하고 아무튼 전부 다 놀러간 건 맞아
간만의 휴식.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난 윤기는 그저 조용한 숙소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요. 다들 어디로 놀러나가기라도 한 건지 작은 인기척 하나 들려오질 않습니다. 뭐, 상관 없나. 비척대는 걸음을 옮기며 아무 생각 없이 부엌 식탁 의자를 빼내어 앉으려던 윤기의 귓가로 때마침 현관문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찾아드네요. 누구지. 남준인가, 싶은 예상을 빗나가고 모습을 드러낸 멤버는 뜻밖의 탄소.
잠시 멍한 얼굴로 저를 보는 윤기가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웃한 탄소가 양손 가득 마트에서 장을 봐온 찬거리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습니다. 난리난 머리 상태를 보니 제대로 주무셨네, 살짝 웃음을 참고 냉장고를 열어 정리를 시작하는 탄소에게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윤기는 질문을 이어갑니다.
윤기: 누나는 왜 안 나갔어?
탄소: 반드시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윤기: 그, 동생 보러 안 가?
탄소: 지한이? 아, 이따 저녁에 애들 오면 지민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
윤기: 어어...
탄소: 어쩐 일이야 나한테 신경을 다 쓰고
윤기: 그냥 좀, 그건 다 뭐야?
탄소: 너 밥 먹어야지
윤기: ...나?
탄소: 안 챙겨주면 또 종일 굶을 거잖아
부스럭거리며 냉장고부터 채우고 옷을 갈아입는 탄소. 누나가 잠깐 방에 들어간 사이 얼떨떨한 마음을 주체 못하고 괜히 간질간질한 기분이 든 윤기가 눈만 끔벅이네요.
탄소: 일어났으면 세수라도 좀 하지?
윤기: 아, 맞다
탄소: 애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해?
윤기: ...정국이는 다 해주면서 왜 나한텐 짜증이야
탄소: 어째 갈수록 김석진이랑 하는 짓이 똑같아지네
윤기: ... ...
탄소: 너네 둘 다 언제까지 그럴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올려묶은 누나를 보며 헛기침 한 번. 그러다 날아든 핀잔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면 이어진 잔소리에 살짝 빈정 상해 말꼬리를 잡아도 보고. 어린 애한테 너나 걔나 참 유치하다, 말하는 게 왠지 듣기 싫지만 답할 거리가 없네요. 애꿎은 입술만 깨물며 세수한 윤기의 저조한 기분은 스스로도 어이없을 만큼 단순하게 풀립니다.
얌전히 앉아 기다리라는 누나의 말에 툴툴대면서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깐 상한 기분은 진작에 녹아내린 것 같지만 본인의 생각은 그것과 다른 부분이라고 하네요.
탄소: 어머님께 전화해서 여쭤봤는데 네가 좋아하는 반찬이 이거라며
윤기: 뭐한다고 번거롭게 전화씩이나 했어
탄소: 챙겨주면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말하는 본새 봐라?
윤기: ...미안하니까 그러지
탄소: 미안하단 애가 툭하면 밥을 거르고 다녀? 그럴 거면 처음부터 걱정 안하게 잘 하든가
내가 걱정됐나봐. 뭘 줘도 맛있게 먹을 텐데 굳이 신경 써주고 그래. ...사람 기분 좋게.
탄소: 뭘 웃어?
윤기: 그러게, 왜 웃음이 나지
탄소: ??;; 너 어디 아픈 거 아냐? 병원부터 가야 하나?
윤기: 밥 생각 없었는데 막상 보니까 그건 또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표현이 서투른 탓에 먼저 같이 먹잔 말을 못해도 알아서 곁에 남아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탄소: 밥 다 먹는지 지켜보고 있으니까 꼭꼭 씹어 삼켜라 아까운 음식 남기지 말고
윤기: 부담스러워서 먹던 것도 뱉는 거 아냐?
탄소: 사람 정성을 물로 보네?
윤기: 그럴 거면 그냥 같이 먹어, 누나도 안 먹었을 거 아냐
탄소: 난 됐으니까 너나 많이 드세요, 괜히 설거지할 그릇만 늘어나잖아
윤기: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탄소: 좋아!
이것도 맛있는데 먹어봐라, 저건 왜 안 먹냐. 제 새끼 챙기는 어미새 마냥 짹짹거리며 반찬을 집어주는 게 귀찮다기보단 즐겁다는 느낌이에요. 정말 평화로운 일상, 아무런 걱정 없이 잔잔한 휴일. 뭐 그런 자체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할까.
윤기: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
탄소: ? 뭐 어떤 거
윤기: 우리 형이 나는 누나 같은 사람 만나야 한다고 했댔잖아
탄소: (밥 먹다 체함)
윤기: 아무 말 없이 누나랑 본가에 찾아와도 모르는 척 받아주겠다고, 그거 기억나지
탄소: 넌 왜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이상한 소리야
윤기: 누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누나 데려오란 소리 아니었을까?
탄소: 뭐 잘못 삼켰어? (질색)
아직 용기가 부족해서 진심을 모두 전할 수 없는 나야. 농담을 섞어 이 마음을 묽게 희석시키고 거기에 남이 해준 말 몇 마디 더해야 겨우 누나한테 말할 엄두를 내. 아직도 아무것도 어떠한 것도 모르는 누나니까. 너무 갑자기 치고 들어가면 지레 놀라 숨어버리진 않을까 조심스러워.
탄소: 내가 말했지 어린 애한텐 관심 없다고
윤기: 이럴 때만 어린 애지
탄소: 너 지금 하는 짓이 딱 애 같거든
윤기: 아니거든
탄소: 아니긴 뭐가 아냐, 사촌누나한테 나중에 커서 누나랑 결혼하겠다고 난리치는 유딩이랑 똑같은데
윤기: 왜 하필이면 사촌누나야
탄소: 친누나라고 하기엔 닮은 구석도 하나 없으면서 좀 오바지
윤기: 난 누나 같은 가족 둔 적 없어
탄소: ...너 정말 너무한다... 언제는 가족 같은 사이라고 했으면서 지금 애들 없다고 벽치네... 그러네... 와, 누가 누구더러 선 긋지 말라는 건지
윤기: ...? 아니, 그게 그 뜻이 아니고
탄소: 네 진심 충분히 알겠어 앞으로도 비즈니스 파트너 잘해보자 (서운)
윤기: 뭐?
탄소: ? 뭐
윤기: 방금 말실수한 거 알지
탄소: 무슨 말실수 (정말 모름)
윤기: 어떻게 말을 그렇게 쉽게 뱉어? 장난이라도 할 말이랑 아닌 말이 있지
탄소: ...????
아, 진짜. 훅 끼치는 짜증스러움에 머리를 헤집는 윤기.
윤기: 물론 이해해, 인간관계에 서투르고 항상 일방적인 것만 겪으면서 친밀한 상대에게 말을 할 땐 어떤 게 잘못된 거고 어떤 걸 조심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 테니까
탄소: ?????
윤기: 그나마 동생이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낸 사이였겠지만 오히려 누나를 보고 배우는 애가 어떻게 잘못된 걸 지적하고 고쳐주겠어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따금씩 보이는 누나의 비틀린 면이 가까운 사람들을 쉽게 상처 준다는 걸. 전부터 줄곧 생각한 거지만 누나는 특정 선을 넘어서면 그때까지 유지하고 있던 얼굴을 싹 지우고 다른 사람 마냥 행동하는 것 같아, 엄청 극단적으로. 무의식 중에도 툭툭 나오는 단어가 되게 위험하고.
윤기: 태형이나 지민이, 정국이 같은 애들한텐 친동생이랑 겹쳐보여서인지 그런 게 좀 덜하긴 한데, 이제 다른 애들한텐 종종 보인단 말이야
탄소: (영문 모르고 밥 먹다 잔소리 듣는 중)
윤기: 호석이는 기분 상해도 일단 누나가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니까, 가끔씩 엇나가는 거니까 굳이 뭐라고 하진 말자는 입장이고 남준이는 되게 끙끙 앓아대면서 누나의 그런 말들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괴로워해, 진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탄소: ... (대체 내가 어디서 무슨 잘못을 했길래)
윤기: 말 나온 김에 나는 누나만 괜찮다고 하면 내가 그런 걸 고쳐주고 싶거든
탄소: 거절하면?
윤기: ... ...
탄소: 미안
윤기: 물론 나도 그렇게 대단하고 어쩐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나한테 지금의 안 좋은 면을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어낼 자신은 있어
탄소: (그니까 시방 내가 뭘 잘못했는디)
표정으로 말하는 탄소. 이유 모를 호석이 겹쳐보이네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탄소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물들인 위인이죠. 그리고 누나한테 제일 많이 맞는 멤버고요. 까불기를 엄청 까불거려서요.
윤기: 누나 주변에 항상 이용하려는 사람 아니면 낚아채려는 사람, 뭐 다 고만고만했으니까 그런 사람들 대하는 거에 최적화된 걸 뭐라고 하는 건 아니야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멤버들마저 그렇게 대하면 안된다는 거
탄소: 아니 아무리 들어봐도 난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데...
윤기: 그니까 얘기하잖아, 누나만 괜찮다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탄소: (고민)
윤기: 밥 다 먹고 대답 들을 거니까 잘 생각해봐
탄소: 언제까지 도와주는 건데?
윤기: 누나가 말 예쁘게 할 때까지
탄소: 욕해도 돼?
윤기: 그런 식으로 굴면 평생 못 고치지
탄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래
윤기: 난 누나를 어디에다 써먹으려고 고치는 게 아니잖아
탄소: 음... 그건 맞는데...
윤기: 그리고 도와주겠다는 사람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지
탄소: (정말 모름)
윤기: 어릴 땐 애어른 소리 들었을 거면서 막상 커서 보니까 어른아이가 따로 없네
탄소: 그만하고 밥부터 먹자
윤기: 말 돌리지
탄소: 숟가락으로 인중 맞기 전에 앵간히 해
눈을 째리며 숟가락을 위협적으로 들어보이는 탄소. 말을 멈춘 윤기가 조용히 시선만 맞추다 입가를 길게 늘이며 웃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입니다.
윤기: 농담 아니야, 누나가 바뀔 때까지 도와주겠다는 거
탄소: 당장 오늘 바뀌면?
윤기: 농담 아니라고 방금 말했어
탄소: ...으응...
윤기: 그 기간이 누나가 살아온 시간만큼 걸린다 해도 상관 않고 옆에서 봐줄게 그러니까 되도록 긍정으로 대답해줘
탄소: 내가 살아온 시간이면 앞으로 최소 27년인데요... 그때 님은 쉰셋이고 전 쉰넷임
윤기: 알아
탄소: 아니 그 나이면 이미 각자 가정 꾸리고도 남아서 못해도 내새끼 학교 보내고 있을 텐데 그때까지 한다고??? (황당) 내가 그걸 오케이할 거라고 생각해???
윤기: 누나가 남자 일곱이랑 같이 동거한 걸 이해해주는 남자가 어디 흔할까 난 누나 그때까지 결혼 못했을 거 같은데 지금 낳지도 않은 자식은 왜 걱정하는 거야
탄소: 참내 말버릇은 너도 같이 고쳐야 될 판이잖아 (얼척) 지금만 해도 나한테 연락 오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니들이 몰라서 그렇지 나 인기 완전 많거든??? 성별을 떠나서,
윤기: 그 인기가 영원할 거 같애?
탄소: 험한 말 나오게 하지마라 내일 당장 맞선 보러 나가는 수가 있으니까
윤기: 또 또또 말 쉽게 하지
탄소: (환장)
밥맛이 뚝 떨어진 탄소와 달리 그릇을 싹 비우는 윤기.
윤기: 그래서 대답은?
탄소: 뭐야 나 아직 밥 덜 먹었어
윤기: 그건 누나 사정이고 난 다 먹었어
탄소: ㅎ;
윤기: 대답 안 할거야?
탄소: 당연히,
석진: 탄소야 오빠 왔다~!
탄소: 저 양반이 대낮부터 술을 마셨나
석진: 어 윤기 깼네?
탄소: 넌 술이 덜 깬 듯
석진: 뭔소리야 소주는 딱 한 잔만 마시고 왔구만
탄소: 한 잔이 아니라 한 병 같은데요
윤기: 왜 벌써 돌아와요?
석진: 나? 뭘 물어, 누가 봐도 당연히 얘 보러 일찍 들어왔지
탄소: ? 나 뭐 왜
석진: 애들이 너 보고 싶대
탄소: 희연이 없으면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해
석진: 아무튼 그러다가 나도 너 보고 싶어져서 먼저 간다, 하고 왔어
탄소: ??? 신종 개소리 굉장하다 진짜... 너 나랑 맨날 얼굴 맞대고 사는 인간이에요;;
윤기: ... ...
그래서 누나 대답은 뭐였을까. 당연히, 뒤에 올 말은 뭐였는지 묻고 싶은데 이미 타이밍을 놓쳤네.
저 형은 어떻게 매번 이런 때만 잘 맞춰서 나타날까.
석진: 그러게 내가 얼마나 좋아하면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단 생각을 하겠어, 너를 두고
윤기: ...?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었던 윤기. 형의 발언이 무척 불편한데요. 설마 형도 누나를 좋아한다거나, 뭐 그런 막장은 아니겠지?
탄소: 술주정은 다른 애한테 받아달라고 해라, 짜증나게 찾아와서 나한테 이러지 말고
석진: ...아 왜애애애!!!!
탄소: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니들은 뭐한다고 자꾸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하나만 난리쳐도 열받는데 쌍으로 그러면 어쩌라고!!!!
윤기: 잠깐 스탑, 왜 나를 형이랑 같은 선상으로 두는데
탄소: 넌 뭐 진상 아닌 줄 알아?!
김이 팍 새어버립니다. 형이 누나를 좋아하든 말든, 그룹 내에서 같은 사람을 동시에 좋아하는 아침드라마 전개가 이루어지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거든요.
저 누나는 자기가 인기 많은 줄 알면서도 정작 제 마음에 차는 사람이 없어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죠.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하는 사람이었어요. 물론 연애 방면으로 심각한 눈새인 것도 거하게 한몫하긴 했지만. 그러니까 누나를 누가 좋아하든, 몇 명이 좋아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제일 중요한 사항이죠.
태형: 누나 이상형으로 나 정도면 합격 아녜요?
탄소: 키랑 나이에서 탈락
태형: ... (할 말 잃음)
탄소: 내가 구두 신어도 되는 키에 어두운 피부! 무쌍! 커다란 손! 연상!
지민: 나이 빼고 완전 지한이네요
탄소: ? 난 잘생긴 거 좋아하는데...
지민: ?? 지한이 잘생겼잖아요 누나
탄소: 걔가...? 그냥 사람이라고 불릴 만한 정도로 생긴 거지 객관적으로 잘생긴 건 딱히... 내가 주관적으로 볼 땐 몰라도 남들 눈엔 그냥 평범하잖아
태형: 이러니까 모솔이지
호석: 나였으면 이미 엉덩이 걷어차였을 텐데
탄소: 그러게, 얘가 김태형만 아니었어도 발로 깠다
호석: ...나한텐 조폭마누라가 따로 없으면서!
탄소: 조폭마누라는 뭔 잡소리야!!!! 그게 언제적 말인데!!!!!
저 까다로운 여자가 좋아할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남준: 형 그거 알아요?
윤기: 뭘?
남준: 누나 동생이 살짝 알려준건데, 누나한테 연락하는 사람 중에 외국인도 꽤 있대요
윤기: ? 외국인은 왜
남준: 운동선수나 모델이나... 부자들?
윤기: ....???
남준: 국적을 뛰어넘는 세기의 신붓감이라나? 확실히 누나가 우리한테나 같이 살면서 익숙해진 거지, 워낙 대단한 스케일이잖아요 모르긴 몰라도 집안에서 하는 일 때문에 더 엮이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누나는 영어도 잘하고 그러니까 소통의 문제가 있을린 없고 워낙 생김새가 화려해서리
잠깐 혹했던 순간이 그대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단점을 보고도 그걸 내가 고쳐주고 싶단 생각이 들지, 그로 인해 마음을 접으려는 의지는 도무지 생길 기미가 없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조용하게 앓아오는데 날이 갈수록 듣는 소문이 요란해지네요.
지민: 회사 갔다가 우연히 들은 건데 누나 무슨 브랜드에서 뭐 제안 받았다면서요?
탄소: 어어... 뮤즈...
지민: 원래 그런 거 잘 안 하는 곳이라는데 해서 나쁠 건 없지 않아요? 왜 거절했어요?
탄소: 귀찮아서...
지민: (이해불가)
탄소: 뮤즈고 나발이고 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어쩌자고 멀어지기만 하지. 용기를 내지 못해 망설이는 동안 계속 거리가 벌어지는 느낌이에요.
윤기: 근데 괜히 관계만 틀어져버리면... (아악)
호석: 형, 완전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소식 하나 알려줄까요?
누나가 드디어 어떤 남자랑 제대로 연락하기 시작했답니다.
윤기: 뭐?
호석: 진형 표정만 썩어들어가고 다들 축하하고 있어요, 형도 축하해줄 거죠?
윤기: 누구랑 연락하ㄴ, 는데?
호석: 지한이가 소개시켜준 사람이라는데요? 나이도 딱 네 살 차이에다가 아주 그냥 누나 이상형을 똑 떼다 만든 것 같대요
머리가 아찔하네요.
윤기: ...악!
탄소: 애기 깬다...
윤기: ? 뭐야 누나가 왜 여깄어???
탄소: ....?
악몽 같은 현실이다 생각했는데 현실 같은 악몽이었나봅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니 침대 옆엔 탄소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탄소: 맨날 선기엄마라고 부르더니 갑자기 누나 타령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윤기: 선기가 누군데
탄소: (잠 깸)
윤기: ...뭐야!
탄소: 이런 미친...
탄소의 환멸 표정은 호석과 똑닮았습니다. 탄소의 얼굴이 그렇게 점점 호석으로 변해간다 싶더니, 이내 정호숙 어머님이 되는 게 아닌가요?
호석: 이런 미친...
윤기: (화들짝)
호석: 자면서 뭔 개꿈을 꿨길래...
윤기: ...?
호석: 아무래도 조만간 누나한테 대자연이 찾아오나봄여
이상, 호접지몽을 몸소 경험한 윤기였습니다.
탄소: 이게 뭔 개꿈이야
석진: (움찔)
탄소: 꿈에서 애엄마가 됐는데 애아빠가 민윤기였어 진짜 불쾌하다
석진: ...뭐야!
탄소: 몰라!!!!!! 왜 니가 아니고 걔랑 결혼하는 건데!!!!!!
석진: 꿈은 현실의 반대라고 하니까 진정하자
탄소: 난 너 아니면 싫어!!!!!!!
석진: (대환장) 알겠어, 알겠다고
탄소: 김석진이랑 결혼할 거야!!!!!!!
아, 뭐. 진짜 메일링 내용이 이건 아니고요. 일부 선공개라고 했잖아요. 내용의 부분적인 요소만 실제 에피와 일치합니다. 쓰다 보니까 잠이 와서요 ㅎ. 그럼 내일의 새로운 에피 선공개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