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옷 소매를 꽉 쥐었다. 그 때와 같은 장소였다.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바비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좋아해요. 푹 숙인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바비의 표정을 살피는데 조금 전과는 다르게 바비의 표정이 더 굳어져 있다. 바비…? 떨리는 목소리로 바비를 부르자 바비가 갑작스럽게 손을 움직여 내가 잡고 있던 소매를 내 손에서 빼내었다. 그리고는 마치 불쾌한 일이라는 듯 소매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 날 좋아해? "
바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해요. 내 대답에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의 바비는 나와 잠깐 시선을 맞췄다. 그러다가, 나를 아래 위로 한 번 훑어본 바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난 아니야. "
" …네? "
" 넌 못생겼잖아. "
" ……. "
그리고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다시 한 번 피식 웃음을 흘린 바비가 몸을 숙여 내 귓가에 제 얼굴을 가져다 댔다. 밀려오는 바비의 향기에 잠깐 숨을 참자, 바비가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했다.
" 못생긴 여자는 싫어. 넌 안 돼. "
" ……. "
눈을 떴다. 이게 대체 무슨 꿈이지?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이상한 기분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이건 너무 기분 나쁜 꿈이잖아…. 깨자나자 마자 피어오르는 화를 꾹꾹 누른 채로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며 몸을 일으켰다. 방 안에 가득한 바비의 향기가 코를 스쳤다. 허전한 옆자리를 바라보니 바비는 여기서 잠들지 않은 건지 곁에 없다. 쇼파에 있을거라 생각해서 그쪽을 바라보는데 그쪽에도 바비는 없었다. 어딜 간거지. 간지러운 눈을 비비며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방문이 열리고 바비가 음식이 담긴 접시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 일어나셨습니까. "
" ……. "
깨어난 날 바라본 바비가 다정하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바비의 얼굴을 보자 어제 꿈 속의 그 모습이 스친다. 옷도 하필이면 꿈 속의 옷과 같은 검은 정장이었다. 또 밀려오는 화에 입술을 꾹 닫곤 바비를 흘겨보듯 바라보니 바비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 …왜 그렇게 보십니까. "
" 몰라요. "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 바비가 멈춰선 채로 내 움직임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 앞쪽으로 걸음을 옮겨 쇼파에 몸을 앉혔다. 바비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로 아무 것도 없는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자, 바비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며 뭐라고 말을 하려다 말곤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 나비가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
" ……. "
" 다 드시고 난 후에 백화점으로 가실 수 있도록 준비 해두겠습니다. "
바비의 말에 백화점? 하고 되물으며 바비를 잠깐 올려다 보았다가 금방 다시 고개를 내렸다. 볼 때 마다 생각나잖아. 씨이…. 내 되물음에 바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느껴진다. 친구분 선물 산다고 하셨잖습니까. 그제야 동혁이가 생각나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샌드위치를 양손으로 잡곤 한 입 베어물자 날 내려다보던 바비가 내 맞은편 쇼파에 몸을 앉혔다. 그런 바비에게 애써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샌드위치를 우물거렸더니 참 끈질기게도 내게 닿아오는 바비의 시선이 따갑다.
" 아가씨. "
" ……. "
" 뭐 화난 거 있어? "
바비의 물음에 힐끔, 바비를 바라보는데 그 짧은 순간에 눈이 마주쳤다. 먼저 눈을 피하곤 아무런 대답 없이 샌드위치만 꾸역꾸역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볼이 터질 듯 입 안에 샌드위치가 가득해지자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마실 걸 찾기도 전에 먼저 주스를 내미는 바비의 손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스를 받아 몇 모금 마셨다.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다 해치우곤 몸을 벌떡 일으키자 바비도 나를 따라 일어났다. 그런 바비를 힐끔, 다시 한 번 올려다보곤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 그런 거 없어요. "
그리고는 혹시라도 바비에게 잡힐까 싶어서 재빨리 방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처음으로 와보는 유아용품 매장에 들어서자 절로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지나가다가 보이는 아기들 신발이나 옷만 봐도 귀여워하는 내게 그 곳은 꼭 보물상자만 같았다. 가지런히 걸린 옷들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유리 위에 올려져 있던 아기들 신발로 눈이 갔다. 하늘색 신발을 하나 잡아들곤 손에 올리는데 내 손보다도 작은 신발에 절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 진짜 귀엽다. 그쵸? "
습관처럼 바비를 향해 물었다가 바비와 눈이 마주쳤다. 아침의 뚱한 태도는 어디가고 이렇게나 해맑아진 내가 웃겼는지 바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멋쩍은 기분에 고개를 다시 확 돌리곤 손에 올려진 신발만 만지작거렸다. 신발을 제자리에 두자 정말 어느 것 하나 내 시선을 뺏지 않는 것이 없다. 동그란 젖병도 귀여웠고, 촘촘하게 짜여진 털모자도 귀여웠고, 쿠션, 잠옷 할 거 없이 뭐든 다 자꾸만 눈이 갔다.
정신없이 구경을 하고 있는 내게 바비가 작게 말을 걸었다. 선물은 안 고르십니까. 아… 맞다. 바비의 말에 그제야 잊고 있던 동혁이 선물이 생각났다. 아니, 뭐 따지고보면 동혁이 선물이 아닌 동혁이 누나네 애기의 선물이었다. 조카라고 해도 되려나? 첫 돌이 되었다는 소식을 늦게 전해들은 탓에 돌잔치는 갈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선물이라도 보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유아용품들에 뭘 골라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 그러니까…. 괜히 앞에 놓인 곰돌이 인형의 팔만 손가락으로 꼭 잡곤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맞은 편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옷을 구경하다 말고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아가씨는? "
" 네? 아… 스무살이에요. "
" 신혼부부가 벌써 애기 용품 보러 온 거야? "
에? 신혼부부요? 아주머니의 말에 습관처럼 되묻곤 아주머니의 시선을 따라 바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바비도 날 바라보았고, 순간 눈이 마주치자 누가 불이라도 붙인 것 처럼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지금 이 아주머니 나랑 바비가 신혼부부라고 오해하고 계시는 건가? 재빨리 바비의 시선을 피하곤 아주머니를 바라보니 아주머니는 그저 우리가 귀엽다는 얼굴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 배가 하나도 안 불렀네. "
" …아니, 그게, 저기…. "
" 허니문 베이비에요? "
" 아니에요, 그런 거! "
아주머니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내저으며 손도 함께 저었다. 부부 아니에요. 선물 사러 잠깐 온 거에요. 급하게 말하는 내 말에 아주머니가 놀란 듯 날 바라보다가 입을 살짝 가리고 웃었다. 어머, 미안해요. 나는 당연히 부부인 줄 알았지 뭐야. 아주머니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아주머니는 뭐라고 말을 더 이어가려다가 계산이 끝났다는 직원의 말에 고개를 살짝 까딱이곤 자리를 떴다.
얼굴에 오른 열이 떠나갈 생각을 않아서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그러다 힐끔, 바비를 바라보는데 참 이상하게도 그 잠깐의 타이밍에 또 눈이 마주쳤다. 1초 정도의 아이컨택 후에 또 내가 잽싸게 시선을 피하자 바비는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기다렸다는 듯 픽 웃음을 터트렸다. 바비의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 뭐야…. "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웅얼거렸다. 하지만 바비와 부부라는 말이 싫지는 않았던 건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린다. 혹시나 바비에게 들킬까 싶어서 겨우 입꼬리를 쭉 내리곤 괜히 앞에 걸려있는 옷들만 뒤적거렸다.
그래도 아침부터 뚱해져 있던게 아주머니 덕분에 조금은 풀려서 다행이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삐친 거긴 하지만. 옷을 선물로 줄까 싶어서 손이 닿는 옷들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는데, 정말 손에 잡히는 옷마다 예뻐서 뭐 하나 포기를 할 수가 없다. 못 고르겠어…. 이거 전부 다 예쁘지 않아요? 내 물음에 바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 나중에 딸 낳으면 이런 거 꼭 입힐 거에요. "
" 그 전에 결혼을 먼저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피식 웃으며 답하는 바비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저 다정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바비의 눈길에 꿈 속에서 보았던 바비의 모습은 어느새 점점 잊혀지고 있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웃으며 바비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 빨리 결혼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어요. "
" ……. "
" 바비가 나랑 결혼 할래요? "
내 말에 순간 멈칫한 바비가 대답 없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만 흘렸다.
어렵게 옷을 고르고 포장을 마친 뒤 겨우 다시 차에 탔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익숙한 듯 운전석에 앉은 바비를 바라보다가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이젠 뒤가 아닌 바비의 옆자리가 훨씬 익숙했다. 품에 안은 선물을 잠깐 바라보니 내 선물이 아닌데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예쁘게 입었음 좋겠다…. 배시시 웃으며 그 선물을 다리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데 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킨 바비가 내게 물어왔다.
" 이젠 기분 좀 괜찮으십니까. "
" 네? 뭐가요? "
" 아까는 저 못 본 척 하고 그러셨잖습니까. "
바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종일 잠깐 잊고있던 꿈이 떠올랐다. 아… 그거요? 그냥 뭐. 대충 웅얼거리는 내 대답에 바비가 날 잠깐 바라보았다가 금방 운전에 집중했다. 짧게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 동기의 메세지를 잠깐 확인하곤 휴대폰 화면을 껐다. 괜히 화면이 꺼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가 웅얼거리듯 답했다.
" …꿈 때문에요. "
" 꿈? "
" 꿈에서 고백 했다가 차였어요. "
" 누구한테? "
뭐 그런 걸 묻나. 내가 지금까지 누구한테 짜증을 냈는데…. 바비요, 하는 짧은 대답과 함께 바비를 바라보니 바비가 운전을 하다말고 작게 몸을 흠칫했다.
" 단호하게 찼어요. 엄청 잔인하게. "
" 내가? "
" 네. 못생겼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너 같은 건 안 된다고. "
말하다보니 또 화가 차오르는 기분이다.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입을 꾹 다물곤 바비를 바라보니 바비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피실피실 웃고 있다. 뭐가 웃겨요? 내 물음에 바비가 겨우 웃음을 멈추곤 답했다. 그거 때문이었어? 별거 아니라는 듯한 바비의 말에 입술을 삐죽였다. 난 진짜 기분 나빴단 말예요. 좋아한다는데 못생겼다고 나 버리고 갔다니까, 바비가…. 내 툴툴대는 소리를 가만히 들고만 있던 바비가 다시 한 번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예뻐. "
" 네? "
갑자기 무슨…. 때 마침 신호에 걸려버린 차가 서서히 멈춰섰다. 핸들 위에 올려진 팔을 베곤 몸을 살짝 앞으로 기대 날 바라보던 바비가 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평소의 다정한 눈빛보다 더 다정한, 사랑스러움을 한껏 담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웃었다.
" 안 못생겼어. 충분히 예쁘다고, 아가씨. "
* * *
바비가 일을 하는 틈을 타서 나비가 있는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어째 툭하면 부엌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대체 나비는 경호원이에요, 아님 식모에요? 하고 묻자, 나비가 피식 웃으며 한 손에 파를 든 채로 흔들었다. 자꾸 그러시면 요리 안 알려 드릴 겁니다. 나비의 말에 고개를 젓곤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안 돼요. 요리 배워야 한단 말야…. 내 간절함을 아는 나비가 픽 웃으며 파를 다시 한 번 흔들었다. 농담입니다.
바비와 연애를 하게 된 것을 나비에게 들켜버린 그 날. 나비는 걱정 말라며, 자기는 우리 편이라는 말과 함께 내 귓가에 몰래 속삭였다. 바비는 요리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답니다, 아가씨. 그 말에 누가 머리를 때린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요리? 왜 하필 요리야. 나는 요리는 완전 꽝인데. 그리고 내 시무룩한 표정을 읽은 나비는 한 마디 더 속삭여왔다. 요리 좀 알려드릴까요?
" 오늘은 쉬운 걸로 하겠습니다. "
" 설마 생선…. "
" 고등어 입니다. 고등어 조림을 위해서. "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해오는 나비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해산물 싫은데…. 고등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벌써부터 비린 느낌에 속이 울렁거렸다. 어째 요리를 시작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이후로 틈만 나면 바비 몰래 나비를 만나기 위해 부엌으로 내려왔다. 나름대로 비밀이랍시고 바비가 서류를 보거나 일을 할 때마다 소리 없이 조심스레 내려왔지만, 사실은 이미 몇 번 걸린 터였다. 오늘도 나비와 투닥거리며 요리를 배우다가 물을 마시러 잠깐 내려온 바비와 마주쳤다. 뭐 하십니까, 하고 묻는 바비에게 아무 것도 아니에요, 라고 말하며 나비의 옆에 숨다시피 꼭 붙어서 나비와 속닥였다.
걸리신 거 아닙니까?
걸리면 뭐 어때요.
근데 왜 이렇게 제 옆에 딱 붙어서 숨으십니까.
아, 그냥 좀 가려주면 안 돼요?
…제가 바비보다 선배인게 천만 다행인 것 같습니다.
왜요?
바비 눈빛이 심상치않네요. 지금 아가씨랑 저랑 붙어있는 걸로 질투하는 것 같은데.
바비가 들리지 않게 속닥이는데 어느 샌가 바비는 방으로 돌아가고 없다. 숨기듯 숙였던 몸을 일으켜 나비를 올려다보며 질투요? 하고 묻자 나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선배만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것 같은 눈빛이던데요. "
" ……. "
나비의 말에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질투? 바비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했다는 그 말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으며 앞에 놓인 가루를 숟가락으로 크게 한 숟가락 퍼서 반죽 안에 털어넣었다. 질투…. 질투…. 직접 보진 못했지만 나비에게 들은 말로도 바비의 표정이 상상되었다. 질투를 했대! 바비가! 자꾸만 머리 속을 맴도는 바비가 내 머리를 다 채워갈 때 즈음, 옆에서 나비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가씨. "
" ……. "
" 아가씨? "
" …네? "
" 저기…. "
" 왜요? "
" 방금 넣으신 건 밀가루가 아니라 소금입니다. "
헐……. 얼빠진 표정으로 나비를 바라보자 나비가 한숨을 쉬며 제 이마를 짚었다.
* * *
" 이리 와서 앉아 봐요. "
씻고 나온 바비를 식탁까지 겨우 끌고 와서 자리에 앉혔더니 바비가 왜 그러십니까, 하고 물어왔다. 옆에 걸려있던 앞치마를 두르고 뒤로 리본까지 묶은 뒤에 바비를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 저녁 안 먹었다면서요. "
" 네. "
" 저녁 해줄게요. 내가! "
갑작스러운 내 말에 바비가 피식 웃곤 날 바라보았다. 아가씨 요리 잘 못하시잖습니까. 바비의 말에 냉장고에서 재료를 하나씩 꺼내며 답했다. 아녜요. 나비한테 배웠어. 가만히 앉아 있어요, 내가 해줄게요. 내 말에 가만히 날 바라보던 바비가 턱을 괴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닿아오는 바비의 시선에 왠지 긴장이 밀려왔다. 마늘을 하나 까는데도 손이 조금씩 떨려온다. 나 무슨 요리 대회에라도 나온 것 같아…. 잠깐 칼을 내려놓고 뒤를 힐끔 바라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바비가 픽 웃었다. 도와 드릴까요? 바비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 혼자 할 수 있어요. 괜찮아. "
나비가 알려준대로 천천히 하나씩 채소를 손질했다. 마지막으로 당근의 껍질을 까고 당근을 얇게 썰기 위해 칼을 잡았다. 미리 올려둔 냄비 안에서는 이미 육수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뚜껑의 소리에 당근을 썰다 말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냄비를 향해 움직였고, 그 짧은 찰나에 당근이 아닌 내 손가락이 베였다. 아, 하는 조금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바라보자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 뭐야. 다쳤어? "
내 목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 바비가 내게 달려왔다. 피가 새어나오는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내 손가락 위로 휴지가 덮어졌다. 놀란 눈으로 바비를 바라보니 바비가 인상을 팍 쓰곤 내 상처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이게 뭐야. 조심했어야지. "
" 아, 저, 괜찮은데…. "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앉아. "
자기가 앉아있던 그 의자에 나를 눌러 앉힌 바비가 상처를 꾹 누르고 있으란 말과 함께 잠깐 자리를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상자를 들고온 바비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내 무릎 위에 손을 올려두곤 상처에서 조심스럽게 휴지를 떼어냈다. 소독을 하는 동안 따가운 느낌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자 바비도 덩달아 얼굴을 찡그렸다. 큰 밴드까지 상처 위에 붙이고나서야 바비의 찡그려진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 저거 마저 해야하는데…. "
" 됐어. 앞으로는 이런 거 하지 마. "
" 그치만…. "
" ……. "
" 바비 요리 잘하는 사람 좋아한다면서요. "
누가 그래? 하고 나를 올려다보는 바비를 바라보다 웅얼거렸다. 나비가 그랬는데…. 내 말에 바비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말을 해선.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왔다.
" 못해도 좋아. "
" ……. "
" 다치지만 마. "
바비의 말에 바비를 잠깐 바라보다가 내가 만들다 말았던 음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잔뜩 벌려놓고 이게 뭐야.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날 바라보던 바비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켜 섰다. 푹 숙여 괜히 발끝만 바라보는 내 시선에 바비가 손을 뻗어 내 볼을 톡 쳤다. 덕분에 일어선 바비를 따라 고개를 들어 바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요리 못해도 괜찮아. "
" ……. "
" 나중에. "
" …네? "
" 우리 결혼하면 요리는 내가 해야 겠다. "
마지막 말과 함께 바비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
![[IKON/김지원] 아가씨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416/d0ea9a86367b048962a54033b3c2d242.jpg)
안녕 여러분! uriel입니다!
기다리시던 11화에요! 어, 오늘 편은 조금 길지 않나요? 그쵸? 길죠? (기대) 뭐 아님 말구요.. 쓰면서 되게 길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끊을까 하다가, 11화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제 사랑을 담은 마음! 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썼어요 ㅎ_ㅎ♡
제 머리 속에 있는 '나비'의 이미지는 윤형이에요..☆ 뭔가 착한데 웃음도 많고, 막 좀 개구지고, 막 그런 이미지.. 뭐 이건 읽으시는 분마다 다르시겠죠?
약속이 있어서 나가기 전에 얼른 얼른 썼어요! 오늘의 과제도 끝냈으니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약속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아 참, 준회 아가씨를 읽으신 많은 분들이 지원이 아가씨 끝난 걸로 오해하고 계시더라구요 ㅠ_ㅠ
안 끝났어요!!!!!! 안 끝났어!!!!! 계속 올거야!!!!!! 오지 말래도 올거야!!!!!!!!!!!!!!!!!!!! (시무룩)
준회의 아가씨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아요! 혹시나 지원이 아가씨가 끝나고 시즌 2가 생기게 된다면 준회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다 쓰고나서 한 번 읽어보니 수정을 해야할 부분이나 오타가 많던데 그런 건 제 이쁜이들이 알아서 필터링을 해줬을 거라고 믿습니다♡
암호닉 신청은 언제나 받고 있습니다! <> 안에 넣어서 신청해 주시면 돼요! 가급적이면 최근 글에 신청을 해주셨음 해요, 제가 제 이쁜이들을 빠트리지 않도록! 이전 글에 신청을 하실 경우 (ex.6화 암호닉 정리란 말 때문에 그 곳에 신청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제가 바로 추가를 못해드릴 수도 있어요 ㅠ_ㅠ 맨날 놓쳐.. 이 놈의 눈.. 혹시나 빠졌다면 둥글게둥글게 알려주세요! 곧바로 수정하도록 할게요! ㅠ_ㅠ..♡(하트)
오늘도 좋은 주말! 좋은 하루 보내요♡
아, 덧붙여서 제 필명 어떻게 읽냐고 물어보신 독자님이 계셨던 거 같은데 *_*.. 사실 저도 제 필명이 어쩌다 이건진 몰라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마 우리엘이라고 읽었떤 거 같아요! 이게 대 천사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뭐 영어니까 뭔들 어때요 유리엘 우리엘 뭐든 편하게 불러주심 됩니다! 사실 쉬운 한글로 필명 바꿀까도 싶은데.. 그럼 지금까지 쓴 글도 그렇고 절 u라고나마 기억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이걸로 쭉 가지 않을까 싶어요..☆ (아련아련) 흐흐
♡제 사랑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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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얼.. 올리다가 실수로 공지사항에 올렸어요.. 포인트도.. 허얼.. 허얼..
혹시나 포인트 잘못 내신 분이 계실까요 ㅠ_ㅠ 어떡하죠.. 죄송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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