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선후배 6
W.지호야약먹자
물을 따르며 방금의 상황을 곱씹었다. 얼굴이 붉어져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거지? 정신나갔다. 정신나갔어.
물컵을 들고 거실로 나오는 데에도 멍한 시선은 제자릴 찾지못하고 허공만 바라본다.
지호! 뭐하는 거야, 멍하니 서서? 추운건지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내 눈앞에 손짓하는 형에게 눈이 제자릴 찾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날카로운 생김새와는 안어울리게 싱글싱글 웃고있다.
일찍 끝나서 빨리왔다나, 눈치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종알종알 말을 끊이지 않는다.
그게 나한테만 해당되는거면 괜찮은데, 표지훈한테까지 그러니까 마음에 안든다는 거지.
"지호야 나 없을동안 안 심심했냐? 형은 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다-. 첫날인데 같이도 못 있고! I'm sorry."
저 말을하며 내 어깨를 팡팡 치더니 곧 쪼르르 쇼파에 앉아았는 표지훈 옆에 앉는다.
눈썹이 올라갔다.
이상하게 뒤틀어진 마음은 표지훈과 제 형이 얘기하는 것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아한다, 이런 짧은 말도 표현하지 못하고 벌벌대는 주제에.
가만히 그 모양을 바라보다 내가 생각해도 삐뚤어진 생각만하고 있는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멍하니 내 뒤를 쫒던 표지훈의 시선은 어느새 돌려져 태운이형을 향해있다.
어디봐 표지훈 병신아...나 좀 봐.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어 느리게 윗층으로 향했다.
왜 말을 쉽게 못 할까.
표지훈의 모습들을 보면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게 다른 사람들 한테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빼면.
다 표지훈 탓이다. 사람 헷갈리게...좋아하면 나한테만 잘 하라고.
하아, 꼴사납게 이걸 또 표지훈 탓으로 돌리냐 우지호 병신아.
천천히 올라갔는데도 벌써 계단 끝이다. 좀 더 걷자 내 방 문고리가 보인다. 문고리를 가만히 노려보다 손을 올려 잡았다.
다시 손을 놓고 뒤로 돌았다. 표지훈의 방문이 보인다. 실내화의 앞코를 바닥에 툭툭 두드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섭다. 동성애자, 나조차도 막상 동성애자라면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텐데. 그 시선들이 좀 무섭다.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만약 표지훈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그대로 안녕일텐데.
여러가지 장애물이 너무 많다.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기엔.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니까 내 말은...표지훈이, 나한테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겁쟁이라서 나는 못 말하니까...
그대로 쭈그려 앉아 방문과 마주 앉았다. 굳게 닫혀있는게 꼭 아까 전의 내 입같다.
우리 마음은 서로 열려있을 텐데, 그럴텐데. 마주 본 문처럼 우리 입은 굳게 닫혀만 있다. 아, 답답해-
하아, 함숨을 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인테리어에 신경썼는지 알록달록 이쁘게도 꾸며놨다.
한쪽 벽은 통유리로 밖이 훤히 비친다. 어두워져 남색으로 물든 하늘때문인지 유리는 거울처럼 내 모습을 비춘다.
원래는 날카롭게 올라간 내 눈매는 지금 기분을 대변해주듯 축 쳐져 내가 아닌것 같다. 이상해, 원래 좋아하면 다 변하나
혼자 묻다가 쭈그렸던 자세를 바로했다.
으이구, 이게 무슨 청승이래, 다리를 쭉 피고 콩콩 두드렸다. 들어가기나해야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내 짐들에 힘이 쭉 빠진다. 언제 다 정리해...
생필품정도야 여기서 해결할 수 있으니 가져오지도 않고 옷가지랑 얼마 안 싼 것 같은데도 짐이 한보따리다.
귀찮아 귀찮아. 가방을 뒤적여서 대충 옷 몇벌만 꺼냈다. 편한 트레이닝복에 몸을 끼워넣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깐 잘 몰랐는데, 푹신푹신한 게 꽤 좋아보인다. 이불도 그렇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아 연한 보라색의 베갯잎에 얼굴을 묻었다.
"으아-무거워 무거워! 우태운 대박. 이겼다고 도와주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냐?"
초인종 소리에 달려가 정한해의 문을 열어줬다.
뭘 그렇게 부시럭 대면서 들어오나 했더니 양손에 비닐봉지 가득 뭔갈 채워서 들고온다.
고기 사오라고했지 장봐오라고는 안했는데...
얼핏 보이기론 과자에 맥주, 칫솔 치약 별 걸 다 담아왔다.
헥헥 거리면서 들어와 현관에 봉지를 두고 나한테 뭘 던져주면 잘썼단다.
근데 이거 많이 보던..........
"헐, 정한해 내 카드로 뭔 짓 한거야!"
"이제 알았냐? 아는 줄 알았는데...아무튼 잘 썼다. 니 카드가 내카드고 내카드가 니카드고 그런거지 뭐."
하면서 지훈이 앉아있는 쇼파에 몸을 던지며 비스듬히 기댄다. 아, 저 밉상
지훈이는 뭘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 걸 때 아니면 멍하다.
아, 아닌가. 아까부터 계단만 바라보는게 무슨 생각하는진 눈에 뻔히 보이는 것 같다.
박경이 이메일로 둘이 가관이라고 할 땐 뭐가 그렇게 웃기나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답답해 죽겠네. 그렇게 모르겠나?
그러고보니까 아까 타이밍 이상할 때 들어온 것 같았는데...괜히 미안해지네.
"어이, 정신놓지말고 바비큐 준비하시죠, 집주인?"
아, 저 밉상놈 아직도 안일어났어.
"Shut up"
"OK"
아...내가 졌어...한 번 밉상은 영원한 밉상이다. 퍼질러있는 정한해를 한번 흘기고 부엌으로 향했다.
"야 정한해 누워서 나대지말고 와서 돕지?"
"어? 지훈아 태운이가 너 부른다."
...정한해 뺀질이 놈. 이젠 지훈이까지 시켜먹는다.
표지훈은 아까까지 또 멍때렸는지 네?네. 하면서 부엌으로 들어오고.
으이그, 손가락을 튕기며 집중시키니 그제야 날 제대로 본다.
"정신차려. 어디다 정신을 놓고있어?"
그랬더니 자기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익어서는 뭘 도와야하냐며 말을 돌린다.
행동들이 어리숙한게 목소린 아저씬데 어리긴 어리다.
저기 퍼질러있는 아저씬 진짜 아저씨같은데, 바비큐 준비도 해야하는데...벌써 어둡고, 그냥 오븐에다 익혀먹어야지.
지훈의 손이 빨라서 그런지 금세 채소도 다듬고 고기도 양념에 재웠다.
지훈일 거실로 내보내고 오븐에 고기를 넣었다.
좀 있으면 다 익을텐데...지호도 불러야 될텐데.
거실로 나가보니 한해랑 지훈이 얘기하고있다. 지훈이한테 시키는 게 나으려나, 아까 일도 풀고...
"지훈아, 올라가서 지호 좀..."
"지호? 야, 내가 갈게. 지호 오랜만인데 얘기도 못하고...어렸을 땐 진짜 붙어다녔는데 큭큭.
아, 지훈아 지호 어렸을 땐 덩치도 작아서 꽉 안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진짜 애기였다, 애기. 지금은 엄청 컸어 진짜..."
정한해, 저거 웃으면서 말하는 게 좀 이상하다. 지훈이 표정 변하는 거 보니까 쟤...노린건가?
쟤도 눈치챈 거면 니네 겁나 티 내고 다니는거다. 그리고 앞으로 정한해의 농간에 휩쌓일 것도 분명하고...
지훈인 애기라는 단어에 올라간 눈썹이 아직도 내려갈 줄을 모른다.
옆자리에 앉아 어깨를 두드려줬다.
"니가 많-이 힘들겠다. 저것땜에."
퉁퉁 흔들리는 침대에 눈을 떴다. 아...잠들었나. 요즘들어 잠이 많아진 것 같다. 안 그랬는데.
일어났는데도 흔들리는 침대의 진원지를 찾아 베개에서 얼굴을 들었다.
"으억"
얼굴을 들자마자 보이는 한해형의 얼굴에 식겁했다.
뭐야, 내가 괴물이냐. 나도 식겁했네.
섭섭하단 얼굴로 툴툴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잔뜩 골이난 것 같은 표정이 어릴때같아서 귀엽네.
큭큭거리며 침대에서 읽어나질 않으니까 순식간에 팔을 잡아당겨 침대밑으로 떨어졌다.
낮은 높이라서 많이 아프진 않은데 그래도 아픈 건 아픈거다. 찌르르하고 아픔이 타고 올라오는 것같아 허리를 통통 두들겼다.
"뭐야, 으으..아프잖아, 우리집은 왠일이야?"
엉거주춤 앉아서 위로 올려다보는데 대답은 커녕 꿀밤을 준다.
왜 자꾸 때려! 눈을 흘기자 아무말도없이 일어나란다.
"뭔데 뭔데? 왜 나한테 그러냐?"
쫄래쫄래 따라가자 그제야 뒤를 보고 입을 여는데 그건 또 뭔소린지.
"으이그, 답답아..."
?
알 수 없는 말만 해댄다. 아니, 잘 자고 있는 사람깨워서 답답이라니.
뭐야, 뭔데? 무슨 얘긴데! 아, 왜 내 얘기를 나만 몰라! 호기심만 자극하는 말들에 찡얼대며 말에 매달렸더니 날 끌고 계단을 내려간다.
다 큰 남자 둘이 끌리고 끌려가는 꼴이 웃긴데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따라 내려오니 1층.
꽤 소란스럽게 내려와서 그런지 태운이형도 지훈이도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리고있다.
눈이 먼저 마주친 태운이형은 지훈이를 한 번 보더니 한숨을 푹-.
태운이형을 따라 굴린 눈이 지훈은 마주치자 날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거에 머쓱해져 손을떼는데 한해형은 아랑곳않고 이번엔 자기가 내 어깨를 감싸안는다
"어...저녁 먹으려고?"
지훈이 신경쓰여 손을 치우려다가도 힘을 주는 형때문에 실패. 아, 진짜 이 형 왜 이래?
우리 둘을 보고있던 태운이형이 안되겠는지 내 옆으로와서 한해형 팔을 찰싹찰싹 때린다.
"으이그, 밉상아. 가서 앉아! 지호도 저기 앉고."
이러면서 날 떠미는데 하필 표지훈 옆이다. 아까 일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에 괜히 뻘쭘하다.
슬쩍 옆을보니 표지훈은 아무렇지않게 오븐을 여는 태운이형을 도우려 몸을 일으킨다.
나는 방금까지 한해형이랑 있었는데도 또 둘이 붙으니까 기분이 상한다. 포크만 들고 접시를 쿡쿡 찌르며 괴롭히는데 빵 하나가 툭 내밀어진다.
뭔가, 하고 올려다보니 한해형이 식빵 조각을 입 앞에 내밀고있는 거다.
먹으라는 건지. 뭐? 하니 먹어. 라는데...성의가 안보이잖아, 적어도 잼은 발라야지.
고개를 흔들자 이번엔 더 가까이 댄다.
져주는 셈 치고 먹으려니까 싹 사라진다.
"잘먹을게요, 형."
놀리나 했더니 표지훈이 가져간 건지 우물대며 먹는다.
먹으면서 씩- 웃는데 왜 웃는 것 같지가 않냐.
이게 뭔 상황인가...벙쪄있는데 태운이형이 바비큐를 들고온다.
바비큐라 해봤자 소세지에 폭립인데...별 기대는 안했는데 요리학원이라도 다녔는지 모양도 예술이다.
"와-형 요리 못했잖아. 대박."
"혼자 산 게 몇년인데 이것도 못하겠냐? 먹어봐 겁나 맛있을 걸?"
하면서 폭립을 말라서 주는데 그게 또 맛있다.
엄지를 보여주자 이게 나야, 하는 표정인데 한해형은 못봐주겠는지 태운이형 얼굴을 한 번 쓸고. 큭큭. 재밌게 노네.
그 모습을 보고있었는지 웃고있는 표지훈 그릇 위에 폭립 하나를 올려줬다.
표지훈은 당황한 건지 날 보다가 이내 특유의 웃음을 보여준다.
"고마워요. 형"
같이 웃어주면 되는데 난 또 시선을 피하게 된다. 당당해져야 하는데.
저녁을 먹고 표지훈과 살짝 어색했던 일은 풀렸다.
어색해져봤자 나 혼자 고민한거지만.
한해형은 집으로 돌아가고 형이 방에 들어가고 우린 2층에 올라왔다.
바로 보이는 바깥모습이 예쁘다. 별도 나름 박혀있고.
주변에 공원이 있다던데, 가볼까.
"형, 우리 내일 나갈래요? 공원에."
텔레파시라도 통하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내일. 뭐할까.
지호야약먹자 |
할로 여러분!!!!!!!!!!! 시험이 2일 남았지만 큰 산은 넘었으니까요... 내일은 선거일!!공부하고 투표권 있으신 분들은 투표 하시고! 저번 공지에 놀라신 분들도 있으시겠네요ㅎㅎ 원래 진짜 금요일날 오려고 했는데 오늘 공부할 것 같진 않아서 그냥 오늘 왔어요ㅎ 그래서 분량은 다른 때보단 조금 적어요...ㅠㅠ 지훈이시점도 없고 태운이형 시점이 있죠!! 둘이 공원가서 뭐할까요! 외국 공원은 우리나라처럼 말고 진짜 분수도 있고 나무도 많고 넓고 잔디밭도있고... 데이트하기 좋겠네요ㅋㅋㅋㅋㅋ 오늘은 달달하지가 않네요....둘이 같이 있지를 않음....ㅋ...... 백사자님 윈윈님 떡덕후님 핫빵꾸님 노숙자님 울님 매니큐어님 오댕님 모기장님 현기증님 이불님 크롬님 복숭아님 ^♡^님(♥인가요??ㅠㅠㅠ헷갈리네요.....ㅠㅠㅠㅠ) 촉촉님 알러뷰 암호닉 분들!!! 읽고 댓글 써주신 분들 사랑해요!!!!!!!! 겁나 감동.....5편에 댓글 짱많아서ㅠㅠㅠㅠㅠㅠㅠㅠ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치질 못해요ㅠㅠㅠ오타는 봐주세요!!ㅠㅠㅠ알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