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은 아닌데 17금 주의하세요~!
알파오메가 팬픽
Gainloss
타는 듯한 목마름이 느껴졌다. 뭐라도 좋으니 목에서 치솟는 이 뜨겁고 갈데없는 욕망을 식혀주었으면 했다. 구정물이든, 피든, 정액이든 상관없었다. 음험한 욕망은 쇠사슬처럼 온몸에 잔인하게 감겨왔고 불꽃이 뱀의 혀처럼 목구멍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살점과 점막이 다 떨어져 나가는 뜨거움 속에 몸을 비틀던 지호는 문득 눈두덩이가 따갑다는 것을 느끼고 번쩍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새하얀 빛이 동공을 부숴버릴 듯이 쏟아졌다.
여긴, 어디지.
허허벌판에서 미아가 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고급스러운 하얀 벽지로 도배된 천장은 회색빛의 우중충한 자신의 방안이 아니었다. 섬뜩한 두려움이 척추를 치고 올랐지만 두통과 그보다 더한 갈증에 뇌가 먹통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지호는 어제 자신이 그림을 팔고 오는 길에 히트싸이클이 찾아왔으며 약이 없는 상태로 발정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 뒤로는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하아. 지호는 열에 달뜬 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 듯 했지만 더 이상은 누가 쇠꼬챙이로 기억을 긁어낸 듯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기력한 몸을 간신히 들추고 일어난 지호는 그제야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마음껏 뒹굴어도 떨어질 걱정이 없는 거대한 침대라는 것을 알았다. 풀어지는 눈알에 힘주어 살피니 값비싼 이태리가구와 양팔을 뻗어도 부족한 대형 벽걸이 티브이 따위가 보인다. 자신의 집 두채가 들어가고도 남을 방이었다. 어릴 적에 가본 안재효의 집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역겨운 돈냄새가 풍기는 공간에 지호의 미간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구토가 나왔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일어난 지호는 바로 바닥에 발을 내뻗었다. 일순, 몸의 균형이 전부 비틀어지며 제 몸뚱어리가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아……. 지호는 나직한 신음을 흘린 채 벌레처럼 바닥을 기었다. 팔꿈치가 까지고 무릎에 멍이 들었다.
“하윽.”
어서 이 끔찍한 곳을 탈출하고 싶었던 지호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강제로 일으키다가 선연하게 번져오는 갈증에 고개를 바닥까지 처박았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거세게 쿵쾅거렸다. 척추를 타고 알싸하게 퍼지는 추악한 욕망. 아직도 지호는 히트싸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익숙하고도 소름끼치는 감각에 지호는 바르작거리며 열에 막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쉰 목소리를 내었다. 누가, 누가, 제발 내게 약을 좀……!
그때 하얀 문짝이 끼익 열렸다. 지호는 절망과 희망이 뒤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문을 열고 나타날 누군가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과연 천사일까, 악마일까. 누구라도 좋으니 지호는 제발 이 미칠듯한 갈망을 없애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구걸하고 싶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기꺼이 영혼을 바칠 수도 있었다.
“괜찮아요?”
밀크브라운 머리에 다정다감한 눈을 한 남자였다. 보기만 해도 봄볕의 따스한 내음이 풍겨 나올 것 같은 남자… 그리고 그는. 지호의 눈이 찢어져라 크게 떠졌다. 떠올랐다, 그가 누군지.
“…당…신, 뭐야?”
금방이라도 신음이 흘러나올 것 같아 발음이 입속에서 두부처럼 으깨졌다. 남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듬뿍 묻어나는 얼굴로 지호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길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 데려왔어요. 저,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지호는 바닥을 쥐어뜯으며 폭발적으로 솟구치는 성욕을 참았다. 그는 알파야. 지호의 더러운 오메가 피가 귓구멍에 대고 잔인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빨리 쑤셔달라고 해. 다리를 활짝 벌리고 싸달라고 질질 짜란 말이야, 응? 응? 어차피 넌 걸레 오메가잖아. 알파한테 짓밟히고 능욕당하기 위해서 태어났는데 가릴 게 뭐가 있어. 굴욕은 잠깐만 참으면 돼. 뒷구멍이 근질근질하지? 바로 네가 원한다는 증거야. 응? 응? 응? 응? 응? …….
“아아아아악! 닥쳐, 닥치라고! 아아아악!”
지호가 별안간 발작을 하며 몸을 뒤틀었다. 좆같은 히트싸이클. 지호는 마구잡이로 입술을 씹으며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인간 앞에서 개처럼 발정하느니 죽어버리는 게 나았다. 남자는 뜬금없이 지호가 자해를 하자 당황했는지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해요, 그만!”
오메가가 알파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두 손을 결백당한 지호는 욕정으로 녹아내리는 눈을 최대한 사납게 치켜뜨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지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 수단이었다. 남자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노골적으로 퍼지는 진하고 달콤한 로즈마리 향에 살풋 미간을 찡그렸다. 조금이라도 손에 힘을 주면 툭하고 끊길 듯이 지호의 손목은 가늘기 짝이 없다. 하아. 남자는 이 대책 없는 오메가를 어찌하면 좋을까싶어 애꿎은 앞머리만 후 불었다.
“흑…흑 나한테…읏…왜 이러는 거…으윽.”
자해가 안 되니까 이제는 울먹인다. 지호의 눈이 맑은 물로 가득 고이기 시작하자 남자는 입을 벌린 채로 얼어붙는다. 어질어질한 뇌를 쥐어짜며 지호는 어두워지는 의식 속에서도 놓치지 않고 남자를 응시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다간 쑤셔달라고 그 앞에서 기면서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 것 같았다. 그럴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없다고! 지호는 악에 받친 채로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의 몸은 나약한 이성 앞에서 꼼짝도 못했다. 죽어버리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지호의 눈에서 예쁜 눈물이 토르르 떨어졌다.
“울지 말아요.”
아주 낮은 목소리였다. 깊은 바다를 닮은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졸음이 찾아왔다. 고요하고 상처 받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멜로디. 눈물로 흐려진 지호의 눈망울이 커졌다. 남자는 굳어버린 지호의 눈가를 큰 손으로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본능적인 공포가 밀려왔지만, 의외로 그의 담백한 손길은 더러운 욕정 따위는 조금도 묻어있지 않았다.
“착하지.”
애완동물에게 말하는 듯한 평온한 어조로 남자는 부서질 듯 허약한 지호의 몸을 다정하게 들어올렸다. 공주님 자세로 지호를 안아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침대에 눕힌다. 색다른 충격에 눈물도 멎어버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그림자보다도 끈질기게 좇아왔던 욕정도 수그러들었다. 당신, 알파 맞아? 미세하게 떨리는 지호의 눈매가 그렇게 묻고 있었지만 남자는 그 쪽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는 듯 지호의 목까지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고는 이마를 쓸어주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손길.
“잠깐만 참아요.”
피로 뒤범벅이 된 지호의 입이 열리면서 순간 무언가가 쏟아져 들어왔다. 희미한 약품 냄새…… 점멸해가는 의식 속에서 지호는 자신의 입을 따듯하게 덮는,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은 포근한 입맞춤을 느꼈다.
***
“으음…….”
햇살과도 같은 싱그러움 속에서 지호는 깜빡깜빡 눈을 떴다. 뇌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 몽롱하고 멍했다. 의식이 조각조각이 퍼즐처럼 흩어져 있었다. 도막도막으로 끊긴 기억들이 제멋대로 지호의 머릿속에서 돌아다녔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기분이 매우 편안하고 즐겁다는 것이었다. 지호는 희미하게 입술 끝을 당기다가 낯선 방안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여긴 또 어디야.”
짜증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지호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방안을 구석구석 살피다가 문득 다리가 매우 저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내리 깔던 지호는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웬 남정네가 제 다리 위에서 쿨 퍼자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악! 이건 또 무슨 병신 같은…! 남자를 밀어버리려고 했던 지호는 문득 남자 옆에 있는 물이 담긴 대야와 그의 손에 소중하게 들려있는 물수건에 앞으로 쭉 내밀었던 팔을 떨어트렸다.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이마를 더듬어 보니 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따듯함에 취해 노곤함이 치즈처럼 늘어지긴 했지만 머리 자체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기만 하다.
“간호 해준 건가…….”
자기가 내뱉고도 너무 낯부끄러워 지호는 눈을 찡그렸다. 솔직히 좀 놀라웠다. 히트싸이클인 자신을 강간하지 않고 돌봐준 사람은 거의 드물었던, 아니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알파는 물론 오메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베타까지도 질질 끌려오게 만드는 걸레 같은, 칼로 찌르고 불 질러버려도 시원찮은 몸뚱어리인데. 더욱이 최하층 오메가는 알파에 의해 함부로 몸을 굴려져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지호가 히트싸이클 동안 정신 차리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그의 몸을 씨받이 변기통으로 써왔는가.
그랬기에, 남자는 지호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지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솜사탕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남자의 밀크브라운 머리를 더듬어보았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머리카락이 간지럽게 얽혀든다. 이상해. 지호는 따듯함에 붉게 달아오른 볼로 남자의 머리칼을 자꾸만 쓸었다.
“응…….”
너무 많이 만져버린 걸까. 달콤하게 자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콧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화들짝 놀란 지호는 빛의 속도로 손을 치웠다. 얼마 있지 않아 남자가 하품을 하며 덩치 큰 몸을 일으킨다. 깨끗한 피부에 올곧은 코, 하트모양의 연분홍색 입술이 지호의 시야에 차례차례 담겨왔다. 깜빡깜빡 하더니 맑은 눈동자가 들어난다. 어둠을 정화시키는 듯 순수하고 밝은, 그러나 진지하고 굳센 농색 눈동자.
“잘 주무셨어요?”
남자가 지호를 향해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에게 이런짓을 한 건 네가 첨이얏! >_< |
본격 인소 스멜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 팬픽이네요...후 ㅋㅋㅋ 뭔가 게인로스는 저로서는 큰 도전이에요..이런 분위기는 한번도 써본적이 없거든요 ㅠㅠ! 그래서 평소 글을 쓸 때보다 배로는 더디게 써진다는게 참트루..흑흑 어쨌든 나름 열심히 썼는데 재미있을지 모르겠네여..으!
그나저나 제가 브금을 워낙 잘 못골라서 ㅋㅋㅋㅋ 이번화 분위기랑 잘 어울릴지 걱정되고 ㅠㅠ 아무튼 제 소설 봐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알러뷰쏘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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