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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선배!"
".....어? 경아!"
"뭐야, 되게 오랜만이네요! 손목은 괜찮은거에요?"
오랜만에 만난 태일이형.
병원에있을때 자주 봤지만 퇴원한 이후에는 연락이 뜸해져 만날수 없었다가
그 사건 이후로 3년이 지난 지금,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니까 색달랐고 감회가 남달랐다
"많이 좋아졌지! 근데..유권이는 어떻게된거야? 지호...그렇게 된건 알고있는거야?"
".....아...네, 장례식도 같이했는걸요, 그 이후로는 저도 모르겠어요"
김유권.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내가 했던 일이 생각났고
환하게 웃던 유권이의 얼굴을 생각하니 괜시리 가슴한켠이 아려왔고
나도모르게 거짓말을 내뱉자 이런 내가 한심해 한숨을 쉬었다
"그래, 반가웠어. 나 재활치료 받아. 회복가능성은 적은데, 예전보단 많이나아졌어. 걸을수도있고"
"우와, 진짜 다행이에요, 표지훈이 한 짓만 생각하면 진짜..!"
"그러지마라, 이미 간 사람인데 뭐. 지호가 안타까울뿐이지"
아, 재효가 빨리오랬는데! 경아 번호 안바꼈으니까 전화해!
아이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뛰어가는 태일이형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쳐다봤다
"후아.....우지호, 잘살고있냐"
3년이 지난지금, 확 달라질것만 같았던 내 인생은 언제그랬냐는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도 우지호를 친구이상으로 생각했었으니까, 망가지거나 할줄 알았는데.
"지 애인 그꼴로 만들었다고 나 미워하는건 아닌지 몰라"
한번씩 웃고 발걸음을 돌려 내 차로 향했다
차에 타고 시동을 걸자마자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
짜증을 한껏부리며 액정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이 사장님"
박팀장, 내가 말한 계획은 잘됬나요? 제가 바빠서그런데.
노근노근 말하는 말투가 은근히 짜증돋는 인간.
내가 다니는 회사에 사장아들이라고 나대는, 사장이 된지 얼마안된 이민혁 사장이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럴필요없어요, 사업에 투자하실분 몸이 불편하다고 하셔서 회사로 직접 초대했어요]
"...아 죄송합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회사로 향했다.
입사하고나서 이민혁사장은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다.
다른 인간들 많은데 굳이 나만 시키고 지랄이야, 지랄이.
투덜거리면서 계단을 올라가니 어느새 사장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려는데, 먼저 문이열린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없어서 일처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근데 신기하네요, 투자자가 박 팀장이랑만 꼭 할얘기가 있다고 하네요"
"네..? 저랑요?"
"네, 이 계획만 잘되면 우리 회사 한번 대박치는거니까, 잘좀 부탁해요 박팀장"
벙찐 내어깨를 툭툭치더니 웃으면서 날 지나쳐간다.
그런 사장을아니꼽게 쳐다보면서 다시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났는데도 뒤돌아 보지 않는 남자.
뭐야, 사람이 왔으면 쳐다보는 시늉이라도 하던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회사 팀장 자리에 있는 박 경이라고 합니다. 박팀장이라고 부르세요"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 팀장. 아니ㅡ"
옆에있던 보좌간인지 뭔지가 남자를 일으키더니 휠체어에 앉힌다.
"살인미수범, 박 경"
"하, 씨발"
본능적으로 나온 욕짓꺼리에 옆에있던 남자들이 날 아니꼽게 쳐다본다
김유권은 여유만만한 미소로 내게 다가온다.
씨발씨발, 욕밖에 되내어지지 않는다. 다리가 굳고 표정도 굳고 공기마저도 무겁게 느껴진다
"왜, 그쪽이 만든 병신 보니까 기분이 색다르죠?"
".....엿같네, 진짜"
"그쪽이 그랬잖아요, 니 눈앞에 나타난다면, 무릎꿇고 사과한다고"
기절한줄알았는데, 정신이 없는줄알았는데
그말은 어떻게 들은건지, 여기까진 어떻게 찾아온건지.
혼란스러워 아무말도 나오지않고
그런나를 계속 빤히 쳐다보는 김유권.
"음..심각하게 당황하신것같네요, 하긴. 자신이 한 잘못이 있으니까"
"....미친새끼"
"뭘 이것가지고 그래요, 이제 시작인데"
나를 올려다보며 예전과는 다른
차가운 미소로 나를 마주하는게 치가떨리고 무섭다.
우지호가 표지훈을 볼때의 심정이 이랬을까.
덥석, 그런 내손을 잡더니 방금과는 색다른, 더 차가운 미소로 말하는 김유권.
"너도 어디한군데는 망가져야되지 않냐고, 박경"
달랐다, 예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그의 모습에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공포란 것과 마주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