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글 쓰는것도 처음.
비투비 팬픽도 처음.
당연히 육훈도 처음.
… 이렇게 창피한것도 처음….
이렇게 민망한것도 처음입네다….
"일훈이 아프니까 조용히 가자, 좀."
"아, 그러니까 제가 간호 하겠다니까요."
어디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떴더니 저 쪽에서 싸우고있는 매니저 형과 육성재가 보인다. 감기로 인해 열이 심하게 올라서인지 눈까지 뜨거운 것 같아 다시 눈을 감았다.
"니가 왜 간호를 하는데."
"그럼 아픈사람을 혼자 두고 연습을 가요?"
"육성재, 너 진짜."
"형, 성재 말도 맞는 말인거 같아요."
민혁이 형이 육성재의 말에 힘을 실어주자 옆에서 다른 형들도 거들어준다. 지금 나 때문에 싸우는건가? 무슨 일인지 알고싶어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들게 다시 뜨는데 옆으로 누군가 다가온다. 슬쩍 시선을 돌려 보니 현식이 형.
"어, 일훈아 괜찮아?"
"일훈아, 깼어?"
입을 열 힘이 없어서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더니 민혁이 형이 다가와 열을 재보듯 이마에 손을 올린다. 차가운 손이 아닌데 시원하게 느껴져서 눈을 다시 감았다. 그런 나를 알았는지 손을 떼지않는 형이 고마워 살짝 다시 눈을 뜨는데 육성재가 뚱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형이 말해봐."
"야, 아픈애한테 뭐…"
"내가 옆에서 간호하면 불편해?"
고집이 센 육성재를 알아 그저 고개를 저어주었다. 분명 간호를 못하게 하면 하루종일을 넘어 몇날며칠을 뚱해있겠지. 내 대답에 얼굴이 단박에 밝아진다. 매니저형도 포기했는지 한숨을 내쉬고 형들을 데리고 숙소를 나간다. 죽 사다놨다는 민혁이 형의 말을 끝으로 숙소가 조용해지자 약하게 울렸던 머리도 진정된다. 나 되게 아픈가보네. 사실 아픈게 흔하지는 않지만, 한번 아프면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아파서 꽤 골치가 아팠었는데ㅡ 데뷔하고 아픈 적은 처음이라 강하게 밀려온 것 같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도 원인 중에 하나겠지.
"정일훈."
"……."
"일훈아."
모두가 사라지자 거리낌없이 나를 불러대는 육성재에게 대답해 줄 힘도 없어서 그냥 눈을 감았다. 평소 매니저형이나 형들 앞에서만 나를 형 취급하는 녀석인걸 잘 알기에 그저 무시했더니 그 반응이 싫었나보다. 손가락으로 코를 톡톡치는데 머리가 약하게 울려댄다. 손을 들어 그 손가락을 잡아버리자 당황했는지 잠시 멈칫하는게 느껴진다.
"… 시원해."
"난 뜨거워."
손가락이 생각보다 시원해서 그대로 끌어당겨 이마에 올려놓자 말로는 뜨겁다면서 손은 내 이마에 더 밀착해준다. 시원해서 살짝 미소를 짓는데 다른 손으로 내 입꼬리를 슬슬 만져온다. 간지러워서 그 손가락을 이빨로 살짝 깨물었더니 잠시 멈칫하고는 손을 빼 내 볼을 만져준다. 진짜 시원해. 슬쩍 눈을 떠 녀석을 쳐다보며 말해주자 입꼬리를 이쁘게 올리며 웃어보인다.
"죽 먹을래?"
"… 씻고싶어."
"씻을 수 있겠어?"
땀을 생각보다 많이 흘렸는지 옷이 너무 찝찝해서 씻고싶다고 말했더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고 침대를 짚고 일어나는데 잠시 어지러움이 몰려와 비틀했다. 그런 내 팔을 빠르게 잡아 균형을 잡아준다. 계속 씻고싶다고 고집을 부리는 나를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보면서도 부축해서 욕실로 데려다준다.
"죽 데워놓을게. 씻고 나와서 먹자."
고개만 끄덕하고 욕실로 들어와 거울을 통해 빨간 얼굴을 잠시 멍하게 서서 쳐다봤다. 나 얼굴 되게 빨갛다. 열이 오른것을 시각적으로 느끼고있는데 밖에서 육성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옷 앞에 둘게."
아프니까 좋네. 저렇게 섬세하게 챙겨주기도 하고. 피식 웃으며 옷을 하나씩 벗어 세탁통에 넣고 샤워를 했다. 바디워시도 하고 샴푸도 하고. 미지근한 물인데 시원하게 느껴져 생각보다 개운한 기분으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을 입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죽 데우고 있나. 방에 없는 육성재에 고개를 갸웃하고 침대에 앉았다. 젖은 머리를 말리기가 귀찮아 눈을 감고 육성재를 기다리는데 도어락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약이 없어서 나갔다 왔어."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자 가디건을 걸친 육성재가 봉지를 흔들어보이며 말한다. 밖에 추울텐데 가디건만 입고나가냐, 바보같이. 타박을 하고싶은데 왠지 입밖으로 꺼낼수 없어 입을 꾹 다물고 방으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나니 나른한 기분이 들어 잠이 몰려와 침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데 죽을 들고 육성재가 방으로 들어온다.
"머리 안말리고 뭐해."
"졸려."
"얼른 머리 말려."
엄한 아빠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말하는게 괜히 울컥해서 입술을 꾹 깨물고 움직이지 않았더니 죽을 바닥에 내려놓고 드라이기를 찾아온다.
"애기도 아니고."
"… 하지마."
"가만히 계세요, 정일훈씨."
코드를 꽂고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말려주는데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게 기분이 좋아 눈을 감았다. 따뜻한 바람도 좋고 머리를 헤집는 손길도 나른하니 좋다. 다시 눈을 떠자 내 앞에 서서 머리를 말려주는 녀석이 보인다. 벗지 않은 체 급하게 죽을 담아 왔는지 여전히 가디건 차림이다. 손을 뻗어 녀석의 몸에 걸쳐진 가디건을 만지는데 찬 공기가 손을 통해 느껴진다. 밖에 되게 추울텐데. 나 때문에 이러고 나갔다 왔다는게 왠지 미안하고 고마워 손을 뻗어 녀석의 허리를 살짝 안았더니 잠시 멈칫하고는 드라이기 전원을 내린다.
"스킨쉽에 야박한 사람이 왠일이래."
"멤버잖아."
"……."
"아…"
"죽 먹자."
잠시 내 대답에 말이 없던 녀석이 드라이기를 정리하고 내 머리카락 끝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런 녀석 때문에 당황한 소리를 냈더니 피식 웃고는 죽 그릇을 손에 든다. 수저로 휘휘 저으며 잠시 식히더니 한 숫가락 떠서 내게 가져다 주는데 왠지 창피해서 고개를 숙였더니 바닥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다. 1층 침대에 앉아있는 내게 손을 쭉 뻗어 죽을 내미는 모습이 다정해서 머뭇거리다 입을 벌렸다.
"뜨겁지 않아?"
"… 괜찮아."
"쑥스러우면 혼자 먹을래?"
나를 놀리듯 하는 질문에 약간 인상을 쓰고 쳐다봤더니 왜 그러는지 모른다는 듯 웃음짓는다. 쑥스럽고 창피하긴 한데 혼자 먹는건 싫어서 고개를 저었더니 입꼬리를 올려 또 이쁘게 웃는다. 정일훈 진짜 미쳤다. 속으로 나를 혼내며 입술을 다시 깨무는데 손을 뻗어 그 입술을 빼낸다. 입술에 상처나, 하지마. 그 말에 또 순종적이게 고개만 끄덕끄덕.
"더 먹자."
"배불러."
"조금만 더 먹자, 응?"
다섯 숫가락정도 먹었을까. 목이 따끔거리는게 더 이상은 못 넘기겠어서 배부르다고 고개를 저었더니 애기 달래는것 마냥 응? 응? 하며 내게 말을 건네온다. 다정함과 걱정스러움이 듬뿍 섞인 그 눈 때문이라도 고개를 끄덕여주고 싶지만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고개를 저었다. 한눈에도 실망한게 보여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물려는데 손을 뻗어 내 아랫입술을 살짝 잡아온다.
"괜찮으니까 입술 깨물지 마."
"응."
"약 먹자."
죽 그릇을 내려놓고 건네주는 물을 입에 머금고 건네주는 약까지 털어넣어 꿀꺽하고 삼키는데 죽으로도 따가웠던 목이 엄청 따가워 인상을 썼더니 다시 물을 건네준다. 아까보다 몇배로 따가운 목에 물을 마시다 살짝 흘리자 녀석이 컵을 뺏어간다.
"애기, 애기."
"응?"
"최면 거는 중이니까 조용히 해."
고개를 갸웃하고 턱으로 흐른 물을 닦으려는데 내 손을 덥썩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그 물을 혀로 핥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 굳어있는데 깊은 한숨을 내쉰 녀석이 아까처럼 이쁘게 웃는다. 당황해서 그 눈을 그저 쳐다만 보고있는데 내 손을 잡고있던걸 놓아주고 자신의 손으로 내 뒷목을 감싸쥔다. 잠깐만.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녀석을 밀어내려는데 그보다 빠르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춰온다. 뜨거운 내 입술에 그와 맞먹게 뜨거운 녀석의 입술이 위화감도 없이 부딪혀온다. 내 입안 여기저기를 훑는 그 움직임에 굳어있는데 입술이 느릿하게 떨어진다.
"감기는 옮겨가야 낫는다는 그런 뻔한 이유 아니야."
"……."
"아까부터, 진짜 미치게 하고싶었어."
"… 야, 육성…"
"애기라고, 안된다고 최면 걸어도 자제가 안되는데 어떡해."
뜨거운 숨이 얼굴에 닿아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슬쩍 얼굴을 뒤로 빼려는데 내 뒷목을 단단히 붙잡은 손이 그것을 제지한다. 녀석의 표정이 왠지 가슴 한켠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아까만큼이나 다정한, 거기에 애정까지 듬뿍 섞인 눈빛이 자꾸 어딘가를 간지럽힌다.
"정일훈."
"……."
"뭘 믿고, 누굴 믿고"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닿아오는 입술에 눈을 살며시 감았다. 얼굴이 뜨거운 것이 열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하다. 그것을 느꼈다. 내가 행복한 것을. 육성재와 입을 맞추고있는 이 순간이 엄청 소중하다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을ㅡ 그것을 께달았다.
이런 거지같은 글은 그냥 고이고이 접어 날려버리세여..
도망갈거야… 빠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