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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in' special America 

 

부르릉, 그토록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동차가 화려한 스포츠 카이길 바라지 않았다면 아마 거짓말 일거다. 내 아가씨처럼 잘 빠진 몸매를 가진 스포츠 카가 아니라면, 이 먼지나는 사막에 소음까지 내는 차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차는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만큼 익숙한 한국의 차였다. 미국에서 한국 차를 다 보네. 신기했지만 그 전에 내게 더 급한 건 바로 히치하이킹이었다.  

 

나는 내 엄지 손가락과 함께 멈춰선 그 요란한 차를 보면서 콜록콜록, 기침을 뱉어냈다. 가수한텐 목이 생명인데. 차 얻어타기 전에 천식으로 죽을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며 원래 흰색이었을 게 분명한 이 낯익은 로고의 차에 탑승했다. 사막의 먼지를 잔뜩 뒤집에 쓴 차는 매케한 노란색이었다. 

 

"Hello." 

 

차 주인은 검은색 머리를 하고, 검은색 눈동자를 한 남자였다. 혼혈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유럽계 백인이었다. 그건 좀 다행인 일이지. 솔직히 흑인은 멋있긴 한데, 좀 무섭다. 동양인은 한국인 빼고 만나본 적도 없으니 은근 낯설고. 그렇지만 나는 내가 가진 타고난 친화력으로 날 제 차에 태워준, 이 차보다 젊은 게 분명해 보이는 남자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 더러운 차에 나같은 스타를 태우고 단 한마디도 안하는 걸 보니 이쪽은 날 모르는게 분명했다. 

 

"Where are you from?" 

"France! What about you?" 

 

심지어 내 고국의 바로 옆 나라다. 나는 아무리 돈도 여권도 저 멀리 날아가 국제미아 신세가 됐다지만 프랑스 사람까지 나를 못알아 봤다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고, 약간의 뜸을 들였다. 아, 어바웃제이 진짜 한 물 다 갔다. 

 

"Belgique." 

 

남자가 내 대답을 듣자마자 껌뻑껌뻑, 큰 눈을 굴렸다. 내가 말한 것이, 내 고국을 칭하는 본토발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냥 불어로 하자. 너 영어발음 구려. 내가 척 썬글라스를 벗으며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여전히 우와, 어바웃제이다! 하고 외치는 대신 아, 불어 할 줄 알아요? 라고 느리게 대답했다. 나보다 한참은 어려보이는데. 진짜 재미없는 애다. 

 

"벨기에 사람이 이런 데 웬일이에요?" 

"왜?" 

"아무 것도 없으니까. 당신같은 사람들이 자주 가는 데는 뉴욕 아닌가?" 

 

그 말은 맞다. 비록 내가 이 곳에 고립된 건 의도치 않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너 어디까지 가? 하고, 히치하이커로써 당연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도 남자는 아주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제 이름은 로빈 데이아나에요. 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가 진짜로 답답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내 이름은 줄리안 퀸타르트야, 라고 말하며 모래먼지가 뽀얗게 쌓인 창문을 열었다. 

 

"목적지는 없는데." 

"응." 

"로드트립 중이라 미국은 다 보고 갈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원하는 데서 내려." 

 

남자, 그러니까 로빈은 의외로 쿨한 구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남자가 나를 위해 씨디 플레이어를 재생시키는 것에 맘 편히 눈을 깜빡였다. 담배가 달다. 나를 괜찮은 곳으로 데려다 줄 남자를 만난 느낌이었다. 

 

*** 

 

도망쳤다. 그것도 몰래. 콘서트가 끝난 바로 직후였다. 핸드폰과 선글라스 하나, 두툼한 지갑, 그리고 혹시 모를 여권을 함께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수중에 있는건 선글라스 하나 뿐. 지갑과 여권은 소매치기 당했다. 핸드폰은 그 와중에 잃어버리고. 뉴욕에서 말이다. 그래도 안 뒤진게 다행이지. 그러고 나서 노란 모래먼지가 날리는, 사막에 가까운 들판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당한 게 소매치기로 끝나지 않고 그들이 날 범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 참고로, 그들은 남자였다. 

 

"데이아나, 노래 다른 것 좀 틀 수 없어?" 

"왜요?" 

"귀 아파." 

 

진심이었다. 그 쨍쨍거리는 락을, 우리는 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내내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난 이 노래가 좋아요. 노란색 같잖아." 

"말도 안돼." 

 

빨간색은 몰라도 노란색은 진짜 안어울린다. 나는 생긴 것과 다르게 감성이 잔뜩 녹아있는 대사를 친 근육질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이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오하이오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데이아나, 이 노래가 노란색이란 건 너무하다. 애들 동요도 아니고 무슨." 

"싫으면 노래 바꾸던가." 

 

로빈이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재빨리 씨디피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그의 차 안 서랍을 열었다. 우글우글 쌓여있는 씨디들은, 남자의 음악 취향을 대변해 주듯이 거의 같은 장르였다. 나는 거기서 발견했다. 나의, 데뷔곡을 말이다. 이디엠을 잔뜩 집어넣어서 음악방송은 둘째치고 클럽에서만 주구장창 틀어주었던 내 노래. 내가 두고 도망친 나의 목소리. 

 

"너 어바웃 제이 알아?" 

"걔 지금 미국 공연 중이라면서요. 벨기에에서 미국까지 왜 왔나 했더니 설마 제이 빠돌이에여?" 

 

어바웃 제이가 미국 공연 중이었던 건 알면서 니 옆에 누가 앉아있는 지는 모르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걸 꾹 참고, 익숙한 케이스에서 씨디를 꺼내 재생시켰다. 여전히 신나고, 춤을 추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곡이었다. 

 

"귀 아프다면서 EDM 트는거에요?" 

"내 맘이야." 

 

나는 꽥꽥 씨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부디 달리는 것이 우리의 이 낡은 차밖에 없는 비포장 도로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랬다. 앞길이 뻥 뚫린 고속도로같은 미래에서 도망친 나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정말 어처구니 없지. 게다가 나는 검은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나라의 구닥다리 차를 끌고 다니는 프랑스인까지 만나, 우리는 불어로 대화를 한다. 그것도 이 지겨울만큼 어마어마한 미국 땅에서 말이다. 

 

아, 인생은 진짜로 알 수가 없는 거다. 참고로 나는, 내가 데뷔곡을 부르고 난 이후에 나를 모르는 프랑스 인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어바웃 제이는 알면서 줄리안 퀸타르트는 모른다니. 그도 나만큼이나 웃기는 남자다. 

 

"이 노래는 무슨 색같아?" 

"분홍색이요." 

"왜?" 

"사랑은 분홍색 이니까." 

 

이 의미없는 EDM을 들으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로빈밖에 없을거야. 나는 애써 그 말을 삼킨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느리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랑이 왜 분홍색인데?" 

"알베르토가 그렇게 말해줬거든요." 

 

역시 게이였구나. 나는 로빈의 외형적인 모습과 성격을 보았을 때 그다지 놀랍지 않은 사실을 듣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의 색. 그 간질거리는 어감은, 내 노래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으나 그 말을 하는 남자에겐 잘 어울렸다.  

 

나는 결국 노래 한 곡이 다 끝나기도 채 전에 씨디를 또 바꿔냈고, 이 낡은 차가 과연 미국을 횡단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품으며 눈을 감았다. 더 이상 그 남자의 흰 피부를 쳐다보았다가는, 나까지 내 노래를 분홍색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내가 한국과 인연을 갖게된 건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우리 누나가, 한국인 남자와 결혼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매형은 불어를 엄청나게 잘한다. 말이 빠르고 많은 나와 대화해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하루종일 입 안에 곰팡이를 기를 수 있을 것 같은 이 프랑스인보다 불어를 잘할 지도 몰랐다. 

 

"어디쯤 왔어?" 

"오하이오 막 지났어요. 모텔 도착하니까 일어나네." 

 

끼익, 부드럽게 커브가 돌아가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그 끔찍한 소리에 자동적으로 미간을 찌푸렸고, 로빈은 익숙하다는 듯이 차를 주차했다. 어두운데도 불구하고 내 시야로 번쩍이는 MOTEL, 그 다섯개의 알파벳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물론 그 중 두어개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험해 보였지만, 이 구닥다리 차를 타고 왔는데 아무리 싸구려라고 저 모텔에 들어갈 수 없을 리가- 

 

"저번에 친구가 여기서 바퀴벌레 많이 봤다고 했는데, 주의해요. 그래도 주변에 묵을 데가 여기밖에 없어요."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노골적으로 얼굴을 구기며 차 시트에서 내 몸을 일으키는 걸 포기했다는 듯이 굴었다. 뭐해요, 빨리 내려요. 무덤덤한 로빈 특유의 표정이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절대로 바퀴벌레가 무서운 것은 아니나 -정말이다, 정말이라고.- 이 모든 싸구려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나는 내가 과연 이 모텔에 들어갈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지 생각하게 됐다. 

 

"밥 안먹을 거에요? 그리고 오늘 밤 기온이-" 

"아, 내릴게, 내린다고-" 

 

결국 내렸다. 다 쓰러져 내릴 것 같은 모텔에는, 바도 있고 바텐더 솜씨도 꽤 괜찮아서 - 모텔 주인과 바텐더 역시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난 절망했다 - 나름대로 바퀴벌레에 대한 것 쯤은 잊을 수 있었다. 오렌지빛 칵테일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내 몸 속으로 녹아든다. 우리가 거쳐온 사막의 먼지를 몽땅 씻겨내 주는 맛이었다. 

 

색깔 예쁘다, 그치? 반짝반짝한 별을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로빈은 내 말에 애매모호한 웃음을 지었고, 난 그 오렌지색 칵테일의 이름을 물어보려 했으나 바텐더는 자기가 만든 술을 마시고 한껏 취해있어 내 말에 대답해 줄 것 같진 않았다. 뭐, 아무렴 상관은 없다. 나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이런 싸구려 세상 속에 섞여서, 충분히 만족스러워 한 채 로빈의 새카만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검은 색과 하얀 색으로 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같은 남자의 얼굴은, 게이여서 그런지, 내가 술에 취해서 그런지 퍽이나 고와보였다.  

 

"무슨 색인데요?" 

"오렌지 색이잖아." 

"색맹이라서." 

"뭐?" 

"나 색맹이라구요." 

 

나는 내가 술에 취해 순간 그의 말을 잘못 이해한 줄 알았다. 그렇지만 로빈은 개의치 않은 채 그래도 괜찮아요. 내 모습 하나만큼은 제대로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한다. 로빈의 얼굴은, 여전히 하얬고 머리카락은 둘도 없이 까맸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럼 내 눈동자 색이 얼마나 예쁜 색인지도 모르겠네." 

"무슨 색인데요?" 

"초록색." 

"자유를 닮은 사람이었구나, 줄리안." 

 

여전히 그의 표현은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아서, 나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오렌지색 칵테일을 삼켜냈다. 누군가가 내게 해준 말이 떠오른다. 아마, 평생 내 머릿속에 박혀있을.  

 

초록색이 자유의 색이라는 건, 아마, 로빈에게 사랑의 색이 분홍이라고 가르쳐 준 사람과 같은 사람이겠지. 나는 로빈이 만약 끔찍하게 아름다워서 어찌할 수도 없는 이 세상의 모든 색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할지 알 수가 없어져서, 남은 칵테일을 모두 마시고 조금 웃었다. 아, 정말인지 자유의 밤이었다. 

 

*** 

 

줄리안, 내 남편이 될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는 우리 누나는, 여느 때처럼 반짝반짝 아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노란 피부를 하고 있는 남자는 누나의 옆에 서서 환하게 웃는다. 중국인? 그런 말을 했다가 누나한테 한대 맞을 뻔한건 비밀로 하자. 한국에서 왔다는 남자는, 초면인 주제에 대뜸 나를 이름으로 부르면서 우리 가족과 식사를 하는 내내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물론 나는, 그가 북한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자를 지나치게 경계했지만 말이다. 

 

"어째서 침대가 하나인거지?" 

"뭐 어때여. 걍 자죠, 피곤한데." 

"난 남자랑 한 침대에서 안자." 

"그럼 바닥에서 주무시던가." 

"왜? 너가 바닥에서 자." 

 

이건 내 확고한 철학이었다. 잠은 침대에서, 혼자가 아니라면 여자와. 안그래도 싸구려 모텔이라 홀로 눕기엔 야시꾸리한 원형침대에서 곧 벼룩이 뛰어다닐 것 같고 천장에 달린 거울이 불을 꺼도 반짝이는데, 여기에서 남자랑 둘이 잠들 수는 없었다. 게다가, 바퀴벌레 나온다며. 바퀴벌레 보다는 벼룩이 낫다. 적어도 눈에 잘 보이지 않잖아? 나는 내 생각을 거듭 강조하며 철퍽, 침대에 누웠다. 물론 로빈이 누울 자리는 만들지 않은 채로. 조금 누런끼가 밴 흰색 시트에서는, 빨았지만 지울 수 없었다는 듯 섬유유연제 냄새와 시큼한 냄새가 섞여났다. 

 

"줄리안, 돈 있어요?" 

"응?" 

"여기 오하이오 변두리 도로 끝인데. 혹시 혼자 걸어서 갈 수 있나 하고." 

"……." 

 

이래서 게이들은 믿으면 안된다. 나는 퍽 무섭게 말하는 로빈의 하얀 피부를 한번 쳐다보고, 그것이 술기운인지 뭔지로 조금 발갛게 된 것에 푹 한숨을 쉬었다. 아, 나 진짜 남자랑 안자는데… 그럼 복도에서 자던가 해여. 그래도 그가 내준 대안들은 몽땅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는 하는 수 없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세계의 내 소녀팬들이 지금 내 꼴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아아,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워서 그녀들도 나를 비웃어버릴까. 나는 로빈에게 반드시 나와 거꾸로 누우라고 명령한 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더 이상했다- 불을 껐다. 어두운 방안에서, 밤하늘 별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울이 빛난다.  

 

그날의 밤 하늘도, 이렇게 빛이 났을까. 

 

조금 어둠에 익숙해지자, 거울 안에 내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지나치게 끔찍하고 또 징그러운 외로움 덩어리의 모습이라, 나는 로빈의 하얀 발을 옆에 두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로빈의 검은 머리카락 때문에, 하루종일 그 사람이 떠올라 더욱 피곤했던 하루였다. 그러니 잠이 잘 와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정신이 지나치게 또렷했다. 시차 때문에 그런가. 실은, 이렇게 침대에 대놓고 누워본게 며칠이나 되었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는데 말이다.  

 

"줄리안." 

"……." 

"자는겨?" 

"……." 

"오늘 수고했어요. 뭔 봉변을 당했는지 몰라도 하루에 차 열대 지나가면 많이 지나가는 고 사막 한복판에서 히치하이킹 하는 게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여? 날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그리고, 나도 참 다행이고. 잘자요."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드르렁- 인간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쟤두 많이 피곤했나보네. 나는 이 곳과 무려 열 네시간이나 차이가 나는, 내 미련이 남은 땅을 마지막으로 떠올리고는 마지막으로 조금 뒤척였다. 데이아나, 당신도 잘자. 그제서야 잠의 요정이 나에게 마법의 가루를 뿌리고, 나는 잠에 들어 이 특별하지만 정말 별 거 없는 땅에서 졸지에 로드트립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위로했다. 

 

그날 꿈에선, 내가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 남자와 로빈이 함께 나왔다. 나는 프랑스산 슈퍼카 부가티를 타고 있는 남자와, 맞게 낡은 한국의 차를 타고 있는 로빈을 번갈아 보다가 로빈의 차에 올라탔다. 프랑스 차를 타고 있는 한국인 남자와 한국 차를 타고 있는 프랑스인 남자라니. 하여간 웃긴다.  

 

「줄리안, 제발 날 자유롭게 만들어줘.」 

「자유를 닮은 사람이었구나, 줄리안.」 

 

나는 상반되는 두개의 대사를 떠올리고,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로빈과 이 땅을 누볐다. 내가 원했으나 원하지 않았던 현실이었다. 

 

*** 

 

내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는 남한의 사람이었다. 내가 남한에 대해 아는 거라곤 강남스타일이 전부였다만 남자는 그런 내 말을 듣고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다, 벨기에 사람인 너도 강남 스타일을 아는구나! 하고, 아주 큰 소리로. 나는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로, 내 누나와 독일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오른쪽 귀에는, 은색의 작은 귀걸이가 매달려 있었다. 

 

"로빈, 넌 진짜 어디까지 갈 생각인거야?" 

"발길이 닿는 그 어디라도." 

"이러다 캐나다까지 가겠네…." 

"들릴까요?" 

"……미국 로드트립은 왜 시작한거야?" 

 

프랑스인이 말이다. 로빈은 곤란한 질문이라는듯 빵빵하게 틀어놓은 음악의 트랙을 바꾸곤 답을 하지 않았다. 징글맞을 정도로, 모텔을 나온 그 아침부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내내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하이웨이로 들어서면 꺼." 

"하이웨이에서 이러고 다니면 벌금 먹어여." 

 

그건 맞다.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황홀한 모닝 담배. 로빈은 내가 기생충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연기에 기침을 콜록였고, 나는 개의치않고 작은 악마를 마셨다. 담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웠다. 그러니까, 내 나라에서 담배가 합법화되는 열일곱살 때부터 말이다. 가수가 되고 나서도 못 놓는건 거의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는, 꼬맹이가 담배도 피우네. 하고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했었다만은. 

 

"색을 보고싶어서 시작했어요." 

 

징징징, 지독한 기계음 비트가 귓가를 소란스럽게 침범한다. 나는 로빈의 말을 듣고도 듣지 못한 척 멍하게 비트에 맞춰 손가락을 까닥였고, 로빈은 힐끗 이정표를 바라보더니 음악의 볼륨을 낮췄다. 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하이웨이로 들어선다. 비로소 도시의 냄새가 나는 도로였다. 내가 도망치고 싶었으나 돌아가고 싶었던 그곳 말이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자는 게이였다. 내 누나와의 결혼식을 이틀 앞둔 남자는 나와 잤다. 남자와 처음 해본 섹스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누나는 아무런 사실도 모른 채 그와 사랑의 맹세를 했지. 나는 진짜 나쁜 새끼다. 그래도…, 그래도…. 

 

"나이아가라 폭포, 오늘 내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한 건 죄가 아니잖아. 

 

"얼마나 걸려?" 

"음… 두시간?" 

 

두시간 후면, 해가 지기 직전이다. 나는 속도를 높이는 로빈에게 행운을 빌며, 오늘 내로 그 어마어마하다는 미국에서 가장 특별한 폭포를 보게되길 바란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실물이 사진이랑 비교도 안된대여. 조금 설렌듯이, 차들을 앞질러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로빈이 보인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그래서 내가 알고있는 사람을 참 많이 떠올리게 만드는 프랑스인. 그렇지만 부모는 이탈리안이라고 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면 좋을텐데." 

"응." 

"줄리안은 나이아가라 폭포 가봤어요?" 

"아니, 나도 처음이야." 

 

그 전에, 아예 미국 자체가 처음이다. 로빈은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 살랑살랑, 볼륨을 줄여놓음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탔다. 사실 살랑살랑 이라는 말은 좀 우습다. 언제나 로빈의 차에 비치되어있는 수많은 씨디들은, 몽땅 락이 아니면 힙합이 대부분 이니까. 그래도 우리는 이 음악들을 좋아했다. 낯설고 서툰 우리의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나, 와 네가. 

우리가 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듣고 색을 봐왔을까. 사실은, 서로 아주 낯선 대상이었는데도. 

 

"로빈." 

"왜여?" 

"어디서 왔어?"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어느 누구에게보다 더 마음을 쉽게 내어줬던 걸지도 모른다. 

 

"…Korea. 한국." 

 

영어와 한국어, 한 단어를 말하는데 로빈은 두가지의 언어를 썼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알아듣고 나도, 라고 대답했다. 우리의 미련이, 사랑이 깃들어서 분홍색 침전물이 까맣게 쌓인 땅. 보통의 유럽인들에겐 낯설지만 나와 로빈에겐 너무나 익숙하기 그지없어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사랑했던 나라. 

 

분명 우리는 한국에서, 그 모든 것들을 씻겨보낼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한다. 

 

*** 

 

줄리안, 여자친구 있어요? 

나 게이야. 

어? 나돈데. 

알아. 

그럼 남자친구 있어요? 

넌? 

죽었어요. 한국에서. 

 

우리 인생은 왜 다 식이냐. 어쩌면 나와 로빈이 만난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자질구레한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로빈의 연인이 한국땅에서 죽고 나의 사랑이 한국으로 떠나버린게 말이다. 나는 나와 로빈이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나의 데뷔곡을 재생시킨다. 남자가 작곡해주었던, 그래서 더욱 듣지 않았던 곡. 

 

분홍색 노래네. 

이 노래 멜로디 완전 구렸어. 

멜로디 말고, 가사가. 가사가 분홍색이잖아요. 

 

그 노래를 작사한건, 나였다. 아주 작게, 사랑한다고 한국어로 속삭인 그 낱말을- 과연 이 노래를 작곡한 남자는 듣고 있었을까. 나는 아주 바보같게도 로빈의 말에 눈물을 보이고, 뚝뚝 주황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석양과 섞인 거대한 폭포에 도착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 풍경을 흑백으로 보다니, 로빈은 정말 불쌍해. 

줄리안은 그렇게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왔어요? 

그래서 도망쳤잖아.  

……. 

어차피 사람들은 모두 다 겁쟁이야. 

 

그리고 나는 여직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잠적한 어바웃제이가 찔찔 짜며 나이아가라 폭포에 왔다고 사진이 찍힐까 두려워, 한참이나 그의 낡은 차 안에서 눈물만을 쏟아냈다. 로빈, 우리 잘까? 내 말에 고요한 흑발이 작게 흔들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유채색 세상을 보는데…" 

"……." 

"어떻게 그렇게 외롭기 짝이 없을까." 

 

주황색 바다가 폭포 너머로 빠져든다. 나는 로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흑백의 남자가 트는 음악에, 순간적으로 웃음을 터뜨릴 뻔한 걸 꾹 참아 내 머릿속에 둥둥 떠있던 남자의 얼굴을 지워냈다. 

 

「Stay with me」 

 

좋아, 라고.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으니까. 

 

 

 

 

 

/ 긴 글 비지엠도 없이 달려준 정들에게 치얼쓰^^.... 너무 곰손 글이라 부끄럽지만 패기롭게 올려본다^^ㅜㅜ (그리고 아무도 봐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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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ㄹ 쓰니정..금손..진짜 금손ㅠㅠㅠㅠ
근데 이 글 앞부분 올렸었어?? 분명 본 기억이 있는데..그때도 되게 좋아했었어!

9년 전
글쓴이
그취엔 올린 적 없던걸루 기억하는데 혹시 내 블로그 이웃이었나 <3 봐줘서 고마웡♡♡
9년 전
독자2
허류ㅠㅠㅠㅠㅠㅠ 너정 글 분위기 좋다ㅠㅠㅠㅠ 비지엠이 없어도 충분히 차고 넘치게 좋은 글이야!! 무채색의 사람과 유채색의 사람이라는 것도 좋고ㅠㅠㅠ 색에 대한게 내용 전반에 깔려있는게 좋다ㅠㅠㅠ
9년 전
글쓴이
고마워!!!!! 분위기 좋다는 말을 제일 조아하는 나정이 보고 감격하는 댓글이다 흑흑 ㅠ.ㅠ
9년 전
독자3
와 진짜 잘썼어... 너정 진짜 금손이다. 비지엠 없는데도 읽으면서 절로 머리속에서 그려지면서 자연스레 둘을 보는 느낌이야. 분위기 현실적이면서 잔잔하기도 하다 ㅠㅠㅠ 뭐라 표현을 못하겠지만 정말 잘썼어 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이런 설레는 댓글을 달아주다니....ㅠㅠ 정말 고마워! :) ㅠㅠ
9년 전
독자4
진짜 좋다ㅠㅠㅠㅠㅠㅠ 여기에 처음으로 댓글달아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두근) 좋게 봐줘서 고마워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나도 본듯해..!! 좋다ㅠㅜ
9년 전
글쓴이
고마웡 :) ♡♡
9년 전
독자6
아 헐... 쓰니 글 솜씨 쩐다ㅠㅠㅠㅠ 폰접이라 일단 댓 찍어놓고 자고 일어나서 컴켜서 새로 감상 남길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이런 두근두근 도키도키 ㅠㅠ 고마워♡♡♡♡♡
9년 전
독자7
헐 글솜씨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좋다 소재도 참신하구
9년 전
글쓴이
이러면서 줄로 둘이 꼭 연애하시길! 잘 봐줘서 고마워 :)
9년 전
독자8
우와 쓰니 글솜씨 쩐다ㅠㅠㅠㅠㅠㅠ 조각조각 나눠서 재배치한것도 너무 아름답고 설정도 아름답고 문체도 너무 예쁘고 흡입력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쓰니야 ㅠㅜㅜㅜ와 진짜 짱이다 분위기 진짜 너무좋고 리얼하고 으앙....약간 붕 뜨는느낌으로 마무리된것도 넘좋다...와....여운깊게남는다진짜.....또보고싶다ㅠㅠㅠ힝 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미완이라 부끄럽게 올렸는데 잘봐주는 정들이 일케 있어서 넘 행복한 ㅜㅜㅜㅜ 정말정말 고마워!!!!♡♡
9년 전
독자9
아니야ㅠㅠㅠㅠ부끄럽지않아.... 나 게이야! 어 나돈데! 이부분이 난 진짜 둘의 관계와 둘의 성격차이에서오는 오묘한 매력이 확 묻어나서 넘 좋다ㅠㅠㅠㅠㅠ황금손쓰니야 이거 완성해줄수있음 나는 진짜 큰절하고ㅠㅠㅠㅠ다른것도 마니마니써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0
쓰니ㅠㅠㅠㅠㅠㅠ우와 완전내스타일....특히 대사가 살아있는 느낌ㅜㅜㅜ 한국에서 상처받은 두남자가 미국에서 만나서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는........하 오늘은 이글을 보기위해 아직도 잠들지못했던거야 ㅇ<-< 쓰니 사랑해
9년 전
글쓴이
어설픈 글인데 잘 봐줘서 고마웡 ㅠㅠㅠ 나도 정10 사랑해 :) ♡
9년 전
독자11
외국 단편소설 읽는 기분이었어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각자 가진 상처에 대해 애틋함이 느껴짐ㅠㅠㅠㅠㅠㅠㅠ 잘 읽었어
9년 전
글쓴이
잘 읽어줬다니 고마워 ㅠ.ㅠ 다음편은 미정이지만 서로 치유와 위로를 얻고 연애나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쓰니의 마음...
9년 전
독자12
이거 너무 좋다ㅠㅠ 너 쓰니 글 더 보고싶어!!!
9년 전
글쓴이
조만간 그취에 올렸던거 필명 설정해서 글잡으로 데꾸오께 <3 읽어줘서 고마워!
9년 전
독자13
ㅠㅠㅠㅠㅠㅠㅠ너무너무 좋다 ㅠㅠㅠㅠ글도 이쁘고ㅠㅠㅠ 뭔가 절제된듯 하면서도ㅠㅠㅠㅠ나 이거 너무 좋아ㅠㅠ 잘읽고 가!! 새해복많이 받아!!
9년 전
글쓴이
좋게 봐줘서 고마워!!! ㅜㅜ 너정도 새해 복 많이 받아s2
9년 전
독자14
쓰니야... 나 취격당한 글 보면 그림으로 쪄내고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정인데 혹시 팬아트 그려올ㄹ려도 되겠니...?ㅠㅠ 시간날때 꼭 그려보고싶다..
9년 전
글쓴이
헐 이 댓글 보고 심쿵당했어 나야 너무너무너무 고맙지 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5
이거 그취에있던거군요ㅠㅠㅠㅠ글에서 분위기가 막느껴지네요ㅠㅠㅠ글을진짜 잘쓰시는듯 ㅠㅠㅜㅜㅜㅠㅠㅠ이런글을 줄로로 보게되다니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잘읽었습니다.ㅜㅜ
9년 전
lilly
헉 이 예전 글에 이런 설레는 댓글이8ㅁ8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9년 전
독자16
허류ㅠㅠ 이런 좋은 글이라니!!! 기회가 된다면 더 남은 둘의 이야기를 제발 번외로라도 써줘..이거 너무 취저야..너무 아름답다 상처 많은 둘인데 아름다워ㅠ
9년 전
lilly
미완인 글인데 좋아해주는 정들이 많아서 넘 부끄럽고 좋은....ㅠㅡㅠ 읽어줘서 고마워!
9년 전
독자17
헐 진짜 분위기며 문체며 나른하고 귀엽고 막 아우ㅠㅠㅠㅠㅠㅠㅠㅠㅠ뭐라해야되지ㅠㅠㅠㅠㅠ 진짜좋다ㅠㅠㅠㅠㅠㅠ고마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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