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거 있잖아. 죽는다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미어터져 버릴 것 같은 사람. 나한테는 이승현이 그랬거든. 권지용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 아니라, 권지용은 가끔 나를 불러다 놓고는 펑펑 울고는 했었다. 그 이유는 지독히도 간단하고 어이없는 종류였다. 이승현 없으면, 나 어떻게 살지? 나 정말 어떻게 살아. 현재가 너무 행복해서 녀석이 없는 미래를 상상하니 눈물이 차올랐다고 했다. 권지용은 마치 아픈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처럼 내 목을 잡고 서럽게 울고는 했었다. 그때는 어이없고 어울리지 않는 어리석은 투정에 또 그 말이냐며 건성으로 권지용을 위로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꽤나 후회가 된다. 이승현이 이렇게 금방 없어질 줄은, 나도 몰랐고, 걱정하던 녀석도 몰랐을 테니깐. 아무튼 권지용은 이승현을 지독히도, 지독히를 넘어서 끔찍히도 사랑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헛웃음을 짓는 권지용의 빈 잔에 술을 기울였다. 근데 웃기는게 뭔 줄 알아? 없으니깐, 또 살아지더라. 꾸역꾸역. 어떻게 해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더니 벌써 일년이 넘었잖아. 권지용은 술잔을 들이키며 쓰게 웃었다. 나는 내가 이승현 없이는, 못 살 것 같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것도 영 아니더라. 우습지 않냐? 사람이라는게…존나 우습다고. 권지용은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새끼야. 또 그생각이냐? 너가 그러면 승현이라고 마음 편할 것 같아?”
“아마 내가 따라 죽으면, 걘 진짜 슬퍼할껄. 천사잖아. 근데 더 억울한건 죽어서도 난 걔 못만나. 난 아무리 생각해도 지옥행이거든.”
안주도 없이 술잔을 시원하게 비우던 권지용이 지갑을 꺼내 이승현의 사진을 보여줬다. 진짜 천사같지 않냐? 가끔은 난 얘가 천사가 아닐까- 생각해. 죽은 사람의 사진을 쓰다듬는 권지용은, 7년 친구인 내가 봐도 소름 돋을 정도로 다정했다.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또 착할 순 없거든. 그래서 이승현이 일찍 간게 천사라서 그런게 아닐까, 권지용 사람 만들어놨으니깐 다시 원래 고향으로 간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하거든. 지독히 권지용다운 유치한 생각에, 나는 그냥 픽 웃고 말았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영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몇 해 전의 권지용을 떠올렸다. 고작 3년 전의 권지용은 친구인 내가 봐도, 저새낀 정말 본성이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상태였다. 세상의 모든 악질들과 친구를 삼으며, 나쁜짓이라는 나쁜짓은 다 휩쓸고 다녔다. 권지용이 그렇게 변한 이유는, 나도 몰랐고 녀석도 몰랐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변해버린 권지용은 사람을 때려 틈만나면 나를 보호자라는 이유로 경찰서를 드나들게 했던건 기본이였고, 후에는 약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창 약에 맛이 들어, 인간의 모습이 아닌 악마의 형태를 갖추고는 쓰레기의 끝을 달리고 있을 때 쯔음 녀석은 이승현을 만났다. 엔조이야, 엔조이. 귀엽잖아. 처음엔 이승현을 그런 식으로 소개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일년간 접촉이 끊기고, 주변에서 권지용 사람됬다- 는 얼토당토 않는 소문을 들었을 때 쯤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헛소문은 아니였다. 옆에는 말 그대로 천사같은 이승현이 있었다. 일년간에 이렇게 사람이 빨리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녀석에게서 배웠다. 마약은 두 말하면 입 아팠고, 술 담배 역시도 끊은지 3개월이나 지났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했었다. 직업도 바뀌고, 습관도 바뀐 모습이였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크게 놀란 이유는, 녀석의 눈동자에 진심이 담겨져있었기 때문이여였다. 그때문에, 권지용을 꽤나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이승현만 보면 고맙다고 큰절을 올리기 일수였다. 나 역시 다를 것 없었다. 권지용은 행복에 겨워 미친 사람 처럼 보일 정도였다. 나는 마치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권지용의 모습에, 이승현의 사진에 대고 다시 한번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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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아련물☆ 지횽이옵하 울지마떼욤 ☆ 나중에 덧붙여서 올릴게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