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쫙 빠져버려, 낡은 쇼파에 몸을 맡겼다. 몇 십년은 더 됬을 쇼파가 푹 꺼지는 소리가 온몸에서 진동했다. 누워서 본 집의 몰골은, 4일 전에 외출하기 직전 둘러보았던 모습과 지독히도 일치했다. 식탁 위의 내 편지까지도. 멍하니 하얀 용지를 보다 몸을 일으켜 식탁에 다가가 앉았다. 내가 남기고 간 편지가 그 누구의 확인도 없이 고이 접혀있었다. 결국 늘과 같이 내가 쓴 편지를 내가 읽다가 찢어서 휴지통에 구겨 넣었다. 늘 이런 것이 반복이였다. 이승현과 나의 집이 싫어서, 무서워서 집을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오곤 마는 것. 볼 사람 하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를 위한 편지를 남기는 것. 미련하고 멍청하지만 내 마지막 희망이였다. 혹시 이승현이, 돌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래 맞았다. 난 3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동안, 멍청하고 답답하게도 이승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승현은 죽었는데 말이지.”
텅 빈 집에서 울리는 내 목소리가 눈물겨웠다. 어쩐지 이승현이 죽었다고 말을 하면, 이층에서 나 안죽었거든! 라며 소리를 칠 이승현이 보일 것 같았다. 이승현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면 욕실에서 알몸으로 나온 이승현이, 부르지 말라고 방방 뛰며 나타날 것 같았다. 집을 단 하루라도 비우고 들어오면, 쇼파에 누워서 울고 있던 이승현이 달려와 목을 껴안을 것만 같았다. 몰래 도망친 후 편지 하나를 남겨놓으면, 그 편지가 허름해질 때 까지 읽고 또 읽을 이승현이, 아직도 있을 것만 같았다. 텅 빈 집에서 울리는 내 울음소리가 지독히도, 눈물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