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아, 지용이가…지용이가…. 죽었데.
잊을 수 없는 그날 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눈물을 참으려 잇새를 꽉 다문 보람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땀이 날 정도로 따듯하게 입고 있는 주제에 팔뚝은 소름이 돋아있었다. 시계를 보니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깜깜한 새벽이였다. 다시 잠에 들 수도, 그렇다고 일어나서 일을 할 수도 없어 굳은 체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형이 죽고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형이 없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태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멈추려 해도, 바꿔 보려 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을. 버리려고 정리를 했지만 아직도 치우지 못한 형의 옷들이 차곡차곡 정리 되어 있었다. 탁자에 뒤짚어진 액자가 쓸쓸해 보여 한참을 바라보다 뽀얀 먼지를 걷어내고 담겨있는 사진을 꺼냈다. 그 누구도 아닌, 형과 나의 사진이였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사람인게 분명한데 왜 사진 속에서는 이렇게 선명한지.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형의 말 그대로였다. 형은 죽고 없었지만, 형의 사진은 살아 숨쉬는 듯 하였다. 조금만 더 늦게 가면 좋았을텐데. 남은 먼지를 치워내고 사진을 액자에 담아 바로 세워두었다. 형이 죽은지는 200일이 흘러가고 있는데, 우리의 집은 아직도 형이 있는 것만 같았다.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우는 것만큼 멍청하고 헛된 짓도 없는 거라는 형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 그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 웃고 있는 형의 대답이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에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차마 잡을 수 없어, 망연자실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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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써뒀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