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요? 싱글대디 로맨스 아부부, 우앙-! 아침부터 소란스레 집안을 울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제법 귀염성있는 앙앙거림이 점점 소리를 키워 나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긋함을 품은 재환의 목소리가 안방 문을 넘어 쩌렁쩌렁 울린다. 어, 어. 아빠 간다! 다급한 음성이 점점 문 쪽으로 가까워진다 싶더니, 이내 와이셔츠와 까만 정장 바지 차림의 재환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이를 향해 달려온다. 넥타이 조차 매지 못한 부스스한 제 아빠의 모습에 꺄르르, 방실방실한 웃음을 터뜨린다. 부둥부둥, 내 새끼 조금만 기다려. 아빠 준비하고 나올게. 응? 다정한 목소리에, 앞니 두 개를 내보이며 귀엽게 고개를 끄덕인다. 착하다, 우리 딸. 안방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챙겨 들었다. 뭉툭한 손끝이 몇 번 움직이자, 머지 않아 액정을 가득 채우는 이름 하나. 제 아이에게를 제외하고는 꽤나 무뚝뚝한 외양을 선보이던 재환의 입가에 한아름 미소가 걸렸다. 한 쪽 입꼬리를 끌어 당겨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기 때문일까. 하루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그 얼굴에, 회사 여직원들은 양 볼을 붉히며 넋을 놓고서 재환을 바라보기 일쑤였다. -학연씨, 일어났어요?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넥타이를 집어 들어 목 부근에 동여 맨다. 낑낑대며 잘 묶여지지 않는 끈을 붙잡고 있으려니 고역이었다. 또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던가 해야지. 또 신세를 져야 하나. 재환의 잘 생긴 얼굴이 학연을 향한 미안함으로 물들어 살짝 일그러진다. 그 때,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네, 일어났어요. @.@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귀여운 이모티콘은, 발랄한 학연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냈다. 귀여워-.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다, 재빨리 답장을 보낸다. -지금, 별이 맡겨도 될까요? 딸 아이를 학연에게 맡긴 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싱글대디가 된 이재환 팀장에게, 육아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직 어린 아이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탐탁치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재환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아, 학연씨. 안녕하세요." "어? 얼굴빛이 안좋으신데. 무슨 일 있으신 거에요?" "..아뇨, 일은 무슨." "에? 아닌데? 이웃 좋다는 게 뭐겠어요. 말씀해 보세요." 힘없이 내뱉어지는 재환의 자초지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옆 집 살고 있던 학연이 재환 대신 육아를 자처했다. 대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찾고 있었던 탓에 그다지 할 일이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힘껏 손사래를 치는 재환이었지만, 끈질기게 자신이 맡겠다는 학연의 모습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저, 어린 사촌 동생을 자주 맡았었거든요. 아이 돌보는 건 자신 있어요!" 제 딸 아이처럼 귀엽게 웃는 학연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따라 웃어버리고 말았다. -네, 그럼요! 승낙의 답장이 오자, 재환이 왼팔을 들고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러다 늦겠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코트를 챙겨 입고, 거실을 뽈뽈 기어다니는 딸을 향해 소리쳤다. 별아, 학연이 오빠한테 가자!
"매번 신세져서 미안해요."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 이 정도 사이는 되잖아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본인은 알까. 재환은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학연에게 안겨주고서 말을 덧붙였다. "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업무가 많이 쌓인 터라.." "괜찮아요. 늦으시겠다, 어서 다녀오세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재환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인다. 저는 쑥스러워 지금 껏 한 번도 손을 흔들어주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잠시나마 손을 들어 슬쩍 흔들어본다. 저러니까 꼭, 아내같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에도, 재환의 올라 간 입가는 내려올 기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