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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성찬
달오 전체글ll조회 823l 6

 

 

 

 

 

 

 

나는 그저 옛날에 당신과 걷던 거리를 걷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거나 당신의 체취가 계속 코끝에 맴돌았던 것은 아니고. 그저 당신과 사랑하던 그 시절의 나, 그 눈물겹도록 순수하던 모습이 문득 그리워져서. 마치 당신과 약속이라도 잡은 것처럼 혼자 허밍을 하며 샌드위치를 싸고, 물병을 꾸리고, 아, 당신은 그냥 물보다는 시원한 녹차를 좋아했었지 혼잣말을 하며 재빨리 티백을 하나 챙기고. 참새마냥 맹물을 꼴깍꼴깍 마시다가 내가 티백을 꺼내들면 살짝 미소 지을 그 입 꼬리를 한 번 떠올리고. 저 문 밖에서 당신이 나를 재촉이라도 하는 양 창문 밖을 한 번 보고,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보고, 그 때와는 달리 어느새 낡아 삐걱거리는 대문을 밀며 다녀오겠습니다― 주인 없는 인사를 하고. 그렇게 출발한 혼자만의 소풍이었는데.

 

 

“어?”

“아…”

 

 

오랜만이죠. 이렇게 마주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나는 음악 볼륨을 높이려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수 백 번, 수 천 번을 같이 걸었던 이 길에서 당신을 만날 줄이야. 그것도 일전에 당신이 나와 어울린다며 쓱 내밀었던 분홍색 가방을 맨 모습으로. 어설픈 솜씨로 내게 매어준 가방만큼이나 분홍빛으로 물든 당신의 뺨과 귀가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내 수줍은 도둑 키스에 당신은 씨익 웃으며 내 뒤통수를 감싸 안아 다정하게 이 곳 저 곳 입맞춰주곤 했었다. 당신과 함께하며 만든 수많은 추억중 하나. 이제는 빛바랜 달력같이 쓸모가 없어져 버렸지만.

 

그러나 놀란 눈으로 마주한 당신의 손에는 내가 골라줬던 가방이 덩그러니 들려 있고, 귀에는 나와 함께 나누어 듣곤 했던 옛날의 이어폰이 내 가방만큼이나 잔뜩 바란 빛을 하고 어색하게 꽂혀 있고. 1년 가량이 지난 지금의 내 눈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지용아.”

 

 

낮은 목소리도, 나를 부르는 나른한 표정도, 당신은 여전히 변함이 없어. 잔뜩 놀라 움직이지 못하는 내게 차분한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와 마주하는 눈빛이, 마치 옛날의 그것과 같아서. 최승현. 승현 형. 입 안에서만 맴도는 이름을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내게 당신은 먼저 편안한 미소를 보여주고. 당신은 언제나 나보다 어른스러워. 그에 비해 어린 나 때문에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는데. 어째선지 그렇게나 싫어하던 나보다 한참 어른스러운 당신의 모습이 눈앞에 있는데도 미웠던 기억 따위 하나도 생각나지를 않아서.

 

 

“…잘 지냈어?”

 

 

애써 내 굳은 표정을 무시하며 꺼내는 당신의 안부인사에 고개를 끄덕 끄덕. 나한테는 안 물어봐? 투정하듯 들려오는 말에 열리지 않는 입을 애써 열어 잘 지냈느냐고 묻자 그래 나도 잘 지냈지 하며 낮게 대답해온다.

 

 

“여기에는 무슨 일이야?”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당신이 내게 묻는다. 당신과 다시 대화를 하게 되다니 기분이 이상해서 쉬이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그냥…”

 

 

내가 생각해도 방금 반응은 별로네. 당신은 언제나 당신의 말에 잔뜩 웃으며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을 좋아했으니까. 덕분에 원래는 말이 없는 편인 내가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며 새운 밤이 참 길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나의 말에 웃어줄까.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봐 줄까. 혼자 상상하고 즐거워하면서.

 

역시나 당신은 짧은 나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때처럼 혼이라도 내려는 것 마냥 눈꼬리를 살짝 치켜세우고, 왜인지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자주 잡곤 했던 그 두 손을 허리에 얹어놓고, 딱 옛날처럼 내 앞에 무섭게 섰다. 대답은 성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 안했어요, 응?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잔소리에 살짝 입을 다물었는데 어쩐지 당신은 아무 말이 없다. 당신, 이번에는 봐주는 거예요?

 

살짝 든 고개에 당신은 그 때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아닌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제야 새삼 다시 깨달았다. 우리, 헤어졌구나. 지금 우리는 몇 달 만에 우연히 만난 거구나.

 

 

“나도, 나도 그냥 왔어.”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건지. 잔뜩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있는 당신의 표정이 자꾸 눈에 들어차서. 나는 별 말이 없이 당신의 이어폰 줄을 한 번 보고, 내가 골랐던 당신 손의 가방을 한 번 보고.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린다.

 

 

“저… 지용아.”

 

 

나는 오랜만에 온전히 나만을 담은 눈동자와 역시 오랜만에 당신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 이름이 주는 그 나른한 여운을 즐기고. 당신은 별 대답 없는 나 때문에 어쩔 줄 몰라 끙끙거리기만 하고. 그거 알아요? 내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을 때, 그 곤란해 하는 당신 모습 말이에요, 그거 정말 사랑스러워. 원래대로라면 당신은 그런 나의 장난기를 눈치 채고 잔소리를 퍼부어야 맞지만, 당신은 더 이상 나에게 잔소리를 할 수 없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그런 내 행동을 지적해줄 당신이 조용하니까, 나는 어린 아이처럼 내 마음대로 굴 거야.

 

 

“괜찮으면… 저기…”

 

 

머뭇머뭇 입을 여는 당신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 하자 당신은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닫는다. 왜요? 말을 재촉하는 나에게 결국 별 말 하지 못한 당신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아니야.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그럼…”

 

 

천천히 몸을 돌리는 당신의 뒷모습이 나는 문득 서러워져서. 나도 모르게 예전에 하던 것처럼 당신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말아요. 어쩐지 간절해진 내 마음을 이 따뜻한 손이 전해주기를 바라면서. 내 행동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뒤돌아본 당신은 어쩐지 매우 기뻐보였다.

 

 

“보고 싶었어요.”

 

 

당차게 뱉은 내 말에 당신은 옛날처럼 내 몸을 끌어안는다. 오랜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에게 품어진 느낌에 나는 편안한 미소를 짓고, 그런 나를 보던 당신이 정말 나 없이 잘 지냈어?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고.

 

 

“그럼요. 얼마나 잘 지냈다구? 당신 없이 혼자 이렇게 소풍도 다니고, 노래도 들으면서…”

 

 

내 장난 섞은 대답에 당신은 어쩐지 감동받은 눈을 하고 나를 내려다본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당신 눈이 촉촉하니까 괜히 나도 따라 그렇게 되잖아. 원래 당신이 감수성 많은 사람인건 알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눈가를 적시는 건 아직도 그대로네요. 남자답지 못하다고 내가 툴툴댈 때마다 당신은 어설프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쳐보겠다고 말했었는데. 사실은 내게 한정된 눈물이라는 것을 잘 알아서, 싫지 않았어요. 물론 그 말을 직접 해준 적은 없지만.

 

 

“…미안해.”

“뭐가요?”

 

 

잔뜩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당신의 엉뚱한 사과가 의아해 받아치자 그냥 전부. 다 미안해. 하며 당신이 내 머리를 꽉 안아왔다. 당신의 가슴팍에 닿은 내 숨이 차갑게 식어 있던 당신의 품을 다시 녹이고, 당신의 한쪽 귀에서 빼어낸 이어폰에서는 예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흐르고. 잔뜩 울상이 된 당신이 귀여워 나는 나도, 미안해요 하며 사과의 의미를 가득 담아 발꿈치를 잔뜩 들고선 그 사랑스러운 눈가에 수줍은 키스를 하고.

 

있지, 나는 단순히 당신을 사랑하던 그 때의 내 모습을 그리워한 게 아니었나 봐요. 실은 자고 일어나는 매 순간에, 샤워를 할 때, 혼자 먹을 식사를 준비할 때 마다 코끝에 스미는 당신의 체취가 그리워 여러 번 울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향의 방향제를 들여 놓고, 달걀은 당신이 좋아하니까 하며 항상 반만 익히고, 그렇게나 아직까지도 나는 당신을 놓지 못하고 살았어요.

 

 

“우리… ”

“나랑 소풍 같이 갈래요?”

 

 

우물쭈물 천천히 나오는 당신의 말을 나는 기다리기가 답답해. 당신의 말을 끊고 먼저 한 나의 제안에 당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다시 시작 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 만난 당신은 너무도 예전의 당신과 같으니까. 마침 바람도 우리가 사랑했던 봄날의 산들바람을 닮아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 오늘 같이 소풍 가요. 옛날처럼.

 

 

 

 

 

 

새벽감성으로 무작정쓰고 봤는데 어째 지금 보니 좀 어색하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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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무 좋은데요 진짜, 완전 좋아요 정말 아른다운 미인을 보면 말도 안나온다고 하잖아요? 지금 딱 그 느낌이에요 정말 좋다는 말 밖에 안나와요 ㅠㅠ 오랜만에 본진 글 읽으니까 더 한거같고.. 분위기마저 좋아요 이렇게 신알신과..암호닉받으시면.. 단팥빵으루..
11년 전
달오
어머 관심 감사합니다 :) 저건 단편이고 지금은 다른 거 연재 준비하고 있어요 단팥빵님ㅋㅋㅋㅋ
11년 전
독자3
ㅋㅋㅋㅋ그것도 챵겨볼깨여 ..♥
11년 전
독자2
아진짜어제독방에서봤는데ㅠㅜㅜㅜㅠㅠ감수성터지뮤ㅜㅜㅜㅜ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
11년 전
달오
ㅋㅋㅋㅋㅋ보셨나요ㅋㅋ 부끄러워요 관심 감사합니다 :)
11년 전
독자4
탑뇽 이런분위기도 너무 좋은거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달오
수위도 수위지만 전 아련한것도 좋아요ㅠㅜㅠㅜ 관심 감사합니다 :)
11년 전
독자5
헐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달오
감사합니다ㅋㅋㅋ
11년 전
독자6
완전 달달해요!!! 너무좋아요ㅜㅜ
11년 전
달오
감사합니다 :)
11년 전
독자7
아아아악 너무 달달해요 진짜 좋아ㅠㅠㅠㅠㅠㅠ 신알신이요!!!! 암호닉 받..받으시나요? 암호닉 받으시면 홍해로ㅠㅠㅠㅠ 첫 문장을 읽자마자 느꼈습니다 작가님은 내꺼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연재준비하신다니 정말 반가운 소리네요 고맙습니다 이런 분이 계셔주셔서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달오
비루한 단편에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전 과찬이세요ㅠㅜㅠㅜㅠㅜ 잘부탁드립니다 홍해님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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