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니지.. 야 너 내일모레 고쓰리야!!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해서 어떡할래?」
최승현, 아 그래 선생님. 그선생은 성격이 굉장히 꼼꼼했다. 엄마처럼 잔소리도 잘했고- 그의 과외를 받은지 한 달이 채 안되었는데 이미 선생님의 성격을 다 파악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인수분해?」
「그렇지!」
그렇게 한참 수학에 deep하게 빠지고있는데 엄마가 간식거리를 들고 내방에 오셨다. 엄마가 가지고온건 코코아와 녹차. 최승현선생은 코코아를 보자마자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생긴것답지않게 단걸 무지 좋아하나보다. 난 단건 정말 질색이었다. 먹고나서 입안에 남는 텁텁함이 싫었다. 첫사랑인 지영이가 그것과 같았다. 달콤했는데, 떠나버리니까 텁텁하고 쓴거. 그래서 난 그때이후로 단걸 먹지않았다.
「어머님 완전 센스쟁이야.」
그렇게 좋나.
「쌤, 먹고 텁텁하지않아요?」
「먹고나서를 왜 생각하냐? 먹을때 행복하면 되지.」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녹차를 내려놓고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코코아 하나로 생각이 이렇게 복잡해지다니, 사춘기도아니고.
문득 선생님와의 첫만남이 생각났다. 11월 8일, 날 보자마자 눈을 번쩍번쩍 빛내고 귀엽다며, 편하게대해달라고 했던 선생. 눈을 살짝 감았다. 선생님의 내일모레 고3이고 수능인데 자는거냐며 오두방정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어휴..」
?
내옆에 벌렁 드러누워버리는 선생님, 자기도 모르겠다며 몸을 돌려 날 쳐다보는데 그 깊은 검은 눈동자에 내가 빨려 들어가 버릴것만 같았다. 민망하기도하고, 같은남자끼리 뭐 이러고있나 싶어서 몸을 일으켰는데 선생님이 날 꾹 눌러버린다.
「왜 못일어나게 해요?」
「좀더 쉬어.」
별수없이 누웠는데 내 몸위로 팔을 걸치는 선생님때문에 움찔- 할정도로 깜짝놀랐다.
「.......」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왠지 이번 겨울은 내가 딱히 예비고3이어서가 아니라, 진짜 힘들것같았다.
최승현선생님,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