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지용이의 짧은 단답형 문자를 받고 열대야에 뒤척이던 난 당장에 침대를 박차고 나왔다. 잘됐지, 어차피 공부도 안하는데. 가서 지용이얼굴 보고오면 공부가 잘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항상 이럴때마다 우리 둘이 만나는곳은 3년 내내 초등학교 운동장의 정글짐. 역시 그곳엔 지용이가 비스듬히 기대어 서있었다.
「지용아!」
고개를 슬쩍들어 나임을 확인한 지용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건 술냄새? 고갤 들어 지용일 보니 눈이 풀릴대로 풀려있었다. 나도 취해버릴것만같은 진한 알코올향을 풍기는 지용이, 처음봤다. 건드리면 산산조각 나버릴것만같은 권지용의 얼굴이란 별수없이 손을뻗어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것이었다.
「왜그래, 지용아...」
말없이 나에게 안겨있던 지용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라기보단 가사를 속삭이듯 말하는것 같았다.
「나 깨달아요 그대없인 못살아- 멀리서 내 지친 발걸음 보아도- 모른척 수다로 가려주는 그대란 사람이 내게 없다면 이미 모두다...포기했겠지...」
발음이 다 꼬였지만, 음정박자도 완벽주의자 권지용답지않게 다 흐트러졌지만,
「사랑해...사랑해 이승현.」
이른나이에 사랑을 깨달아버린 우린 한여름밤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