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곧 내 생일이에요.」
「고쓰리한테 생일이 어딨냐, 공부해.」
분명히 이렇게 말했었는데 이 선물과 카드는 무어란 말인가? 선생님은 알다가도 모를, 언행불일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나 가고 풀어봐.」
에이, 당장에 리본을 푸려던 내 손을 내려놓는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좋은선물을 했길래 이렇게 생색을내?
* * *
처음에 이승현이 곧 자기 생일이라했을때 은근히 철렁했다. 얘가 나한테 뭘 바라고 이러는건가- 그런데 공부하란 소리에 입 삐죽대고 샤프펜슬 잡는거보니까 딱히 그런이유는 아닌것같았다. 그냥 축하한단말해도 좋아 죽을앤데, 12월 11일. 이승현 생일 1일전 나는 백화점에 와있었다.
* * *
선생님이 꼭 자기 간지 30분지나고 풀어보랬는데, 선생님이 나가는걸 엄마랑 나란히 서서 배웅하자마자 내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선물을 풀었다. 열자마자 또 상자가 하나있었고, 그 위에 조그만 쪽지가 붙어있었다.
[30분지나면 풀라했지]
귀신이다. 그렇지만 궁금한건 궁금한거니까! 다시 그 상자를 풀었다. 그런데 또 상자가있었고 그 위에 또 쪽지가 붙어있었다.
[야!]
은근히 귀여웠다. 선생님도 날 잘알고있군, 내심 나만 선생님을 잘안다고 생각했던게 부끄러울정도였다.
[풀어라, 그래 풀어]
쪽지랑 대화하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끝까지 다 푸니 굉장히 조그만 벨벳상자가 나왔다. 어? 이거...
「시계잖아...」
딱봐도 비싸보이는, 엄마가 탐내는 가방의 브랜드 시계였다. 난 다시 그걸 벨벳상자에 넣어놓고 당장 뛰어갔다.
「어디가?!」
엄마와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개의치않았다. 돌려줘야한다. 난 저번에 이런걸 바라고 생일이라고 말한게 아니였다. 그냥, 축하한다는 한마디면 되잖아.
옷도 제대로 안입고나와서 무지 춥다. 하아- 입김도 나오고, 그런데 저 빵집에서, 선생님이 나오는게보였다.
「선생님!!!!!!」
「내가 30분 후에 풀어보랬지.」
선물이 너무 과분해요- 빨리 환불해요. 나름 단호하게 말했는데 선생님은 피식 웃더니 머리를 헝클어놓는다. 케이크나 먹자.
케이크는 달아죽을 쇼콜라케이크였다. 단거, 단거네.
「춥겠다.」
선생님이 코트를 벗더니 나에게 걸쳐준다. 이어 회색 목도리도 나에게 친친 둘러준다.
「빨리 환불해요.」
「케이크? 아.. 너 단거 싫어했지, 미안해.」
울상이 된 선생님이 빵집으로 향하는걸 붙잡고 말했다. 시계라고. 돈도없는 대학생이 왜 이런걸사요..
「선생님 돈많아~ 엄친아잖냐.」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그럼 자기라도 차야겠다고한다. 차라리 그게낫지, 저런걸 어떻게받냐구.
「어디 들어가요, 쌤도 춥겠다.」
근처 카페에서 케잌을 꺼내 촛불도 끄고 나름 선생님과 보내는 생일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초콜릿케이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