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산소
나한테 정수정이라고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같이 다니는 친구가 하나 있거든? 학교갈 때, 급식 먹을 때, 집 갈때, 화장실 갈때 등등. 뭐 한명씩 있는 그런 단짝친구 있잖아? 그래 그런 친구야. 근데 수정이가 얼굴이 좀 예뻐. 몸매도 우월하고 성격도 원만하고 인기도 많고… 응. 나랑은 아예 반대라는거지. 그래서 그런지 같이 여중을 다닐 때도 수정이 주위엔 남자가 많았어. 난 뭐 볼것도 없이 쭈구리고^^ 어쨌든 난 여고를 가고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수정이랑 같이 공학으로 오게된거야. 그래도 공학인데, 혹시나 하는 기대감 있잖아. 대학가면 생기나요? 그런 기대감. 근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안생기더라 하하. 수정이 주위엔 남자가 항상 들끓는데 난 옆에서 어색하게 병풍마냥 서있기만 했어. 사실 막상 남자애가 나한테 말걸면 19년동안 쌓아온 내공덕분에 그 누구보다 단단한 철벽을 쌓기때문에 차라리 남자애들이 안오는게 더 편한거 같았기도…….
"야 정수정 같이 가자."
문제는 쟤야. 쟤가 누구냐고? 오세훈이라고 3학년 올라와서 처음으로 같은 반 된 앤데 수정이랑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나봐. 어느 날 부터 갑자기 수정이 근처에서 집적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같이 다니재. 아니 지는 친구가 없나? 몰래 보면 같이 다니는 무리 있는거 같던데. 수정이랑 나랑 둘이 가고싶으니까 당장 꺼져!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쟤 좀 무서워……. 인상부터가 엄청 쎄다고! 예전에 2학년애가 실수로 오세훈 어깨를 쳤는데 오세훈이 정색하면서 욕하는걸 봤거든? 그 때부터 뭔가 다가가기 힘든 그런게 느껴져. 몰라 무섭다고!!!
"김종인 어따두고 혼자 와?"
"걔 피방감."
"니도 같이 가던가."
"싫어 피곤해 집갈래. 혼자가기 싫어 같이가."
"나 ㅇㅇ이랑 가는거 알잖아."
"ㅇㅇㅇ?"
아 깜짝이야. 오세훈이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같이 가도 되지? 라며 물어보는데 물어보는게 아니라 그냥 협박같아. 힘없는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
"……."
"……."
이렇게 조용한 하굣길은 처음인듯^^! 수정이 나 오세훈 이 순서로 나란히 서서 걷는데 왜 하필 내가 가운데야? 야 정수정 쟤 너 친구잖아. 은글슬쩍 수정이의 옆구리를 찔러봤는데 아무 반응도 안보이는거 있지? 휴…….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걷기만 하다가 수정이네 아파트에 도착했어. 우리 집은 아직 더 가야 하는데……. 안돼 가지마 수정아, 나 언제까지 얘랑 걸어야 돼? 애처롭게 쳐다보는 나를 전혀 신경도 안쓰고 신나게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수정이 뒷통수에 몰래 가운데손가락을 날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 아 물론 오세훈도 같이.
"저기…."
"어 왜."
"너 어디 살아?"
"수만아파트."
"아 그렇구나…."
핸드폰만 쳐다보면서 가는 오세훈에게 용기내서 정적을 깨고 말을 걸어봤지만 금방 끝나고 말았어. 말재주 없는 나를 저주해ㅠㅠ 수만아파트보다 우리 집이 더 가까웠기 때문에 곧 우리 집앞에 도착했고 난 이만 들어가보겠다며 인사를 하려는데 오세훈이 먼저 잘가라. 하고 손을 흔들면서 휙 떠나버렸어. 우리 집인거 어떻게 알았지?
***
"그래서 걔가 박찬열이랑 헤어졌대."
"헐 진짜? 대박사건."
급식을 먹고 난 뒤 시끄러운 점심시간. 평소처럼 수정이랑 마주앉아서 정신없이 떠들고 있었어. 그렇게 기분좋은 휴식시간을 맘껏 누리고 싶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뒤에서 들려오는 오세훈 목소리^^!
"야 정수정!!!"
"아 왜!!!"
"나 천원만."
"없어 꺼져."
"음료수 사먹게 천원만 빌려달라고."
"돈 없다니까?"
"아 정수정 그지. ㅇㅇ아 너도 없어?"
"어, 어?!"
엄마 이제 쟤가 내 삥도 뜯어요……. 흔들리는 눈동자를 애써 감추려 해보았지만 왜 내 손은 이미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해진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고 있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돈을 건네니 방긋 웃으며 꼭 갚겠다는 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어. 니가 갚는댔다? 갚아야 된다……? 오세훈 때문에 깨진 흐름을 되찾아 다시 입에 모터를 달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뒷문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오는 오세훈 때문에 또 흐름이 끊겼지만.
"ㅇㅇ아 한입 먹을래?"
"아……. 아니 괜찮아."
"왜? 먹기 싫어?"
"어? 아니, 어, 나 코카콜라 안 좋아해."
콜라는 역시 펩시지. 그래 내가 펩시만 마셔서 거절한 것도 있는데 그냥 쟤는 무섭다고! 그래도 최대한 기분 안상하게끔 거절한건데 오세훈 표정이 안좋아진거 같아. 엄마 나 무서워…….
***
행복한 주말 오후. 수정이와 영화를 보러 나왔다가 영화가 끝난 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닭갈비를 먹으러 왔어. 내가 좋아하는 제일 구석자리에 앉아 알바생에게 주문을 하려는데 주문을 받으러온 남자 알바생이 나를 보자 어? 하면서 신기하단 듯이 쳐다봤어. 뭐지? 이상한 기분에 얼른 주문하고 보내려는데 수정이가 알바생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하더라.
"변백현 오랜만이다?"
"어 정수정?"
"너 여기서 알바했어?"
"응 쫌 됐어. 근데 니 친구, 걔 맞지?"
"아……. 어 맞아. 빨리 주문 받아 나 배고파."
뭐가 맞는데? 왜 난 안알려줘? 뭐가 맞냐고?! 알바생이 자리를 뜨고 수정이한테 무슨 소리냐고 계속 물어봤지만 절대 대답 안해주더라. 치사하다, 치사해 정말. 조금 뒤에 닭갈비가 나오고 나는 수정에한테 삐져서 아무 말 없이 꾸역꾸역 먹기만 했어. 수정이는 뭐가 그리 바쁜지 먹지도 않고 쉴새없이 카톡만 주고받더라. 결국 거의 내가 다 먹음. 짱배부르다. 후식으로 카페에서 달달한 커피랑 허니브레드를 먹기로 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수정이가 나를 잡아 세웠어.
"뭐야 왜?"
"ㅇㅇ아 오세훈 와도 돼?"
"오세훈? 걔가 왜 와?"
"어, 그게. 약속이 깨져서 갈 데가 없대."
"집가라 그래."
"불쌍하잖아. 응?"
"나 걔 좀 불편한데……."
"지금 이 앞에 와있대."
"헐, 아 몰라. 같이 가 그럼."
수정이 말대로 밖으로 나가니까 오세훈이 서 있더라. 내가 왜 학교 밖에서 까지 쟤를 만나야 돼? 쟤 수정이 좋아하나봐. 진짜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이 그냥 셋이서 카페로 걸어가는데 왜 또 내가 가운데야? 내가 가운데면 안되는거 아닌가?
"계산은 내가 할게."
"올 오세훈 멋진데?"
"아, 고마워…!"
내가 먹고싶어했던 허니브레드랑 우리 음료까지 몽땅 오세훈이 계산해줬어. 감동이다. 너 괜찮은 아이였구나, 무서워 해서 미안해 흑흑. 잠시 후 셋이서 자리를 잡고 앉아 난 그냥 가만히 둘이 하는 얘기만 듣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수정이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우는거야. 덕분에 나랑 오세훈은 서로 어색하게 정적을 지키고 있었지. 집 갈 때도 그렇지만 얘랑은 단 둘이 있으면 엄청 어색하다고!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서 급하게 입을 다물고 오세훈 눈치를 봤는데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어.
"아……."
"아 맞다. 저번에 빌린 천원 줄게."
"어? 어 그래."
오세훈도 조금 민망했는지 급하게 화제를 돌리더라. 어느샌가 까먹고 있던 내 돈을 돌려준다길래 내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지. 오세훈이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려는데 윙윙 거리면서 오세훈의 핸드폰이 울렸어. 오세훈은 반쯤 열린 지갑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잠깐 전화를 받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버렸어. 혼자 남아서 커피를 조금 홀짝 거리다 오세훈 지갑에 눈이 갔어. 아니 돈을 훔치고 싶은 그런게 아니라……! 그냥 얼마나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지갑도 비싸보이길래 구경좀 해도 될까 싶어서 지갑을 확인했는데.
"어?"
마침 들어온 오세훈과 눈이 마주쳤어. 나는 들고 있던 지갑을 황급히 내려놓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어. 오세훈은 귀가 빨개져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고 나는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뗐어.
"저기, 니 지갑에 왜 내 증명사진 있어?"
내가 오세훈 지갑을 보고 놀란 이유가 바로 그거야. 내 증명사진이 떡하니 꽂혀있었거든. 오세훈은 커피를 마시다 사레에 걸렸는지 한참을 콜록대다가 겨우 진정하고 나를 쳐다봤어.
"아……. 정수정한테 달라고 졸랐어."
"어?"
"갖고싶어서."
"너 나 좋아해?"
"응. 나 3학년 첫 날 교실 들어오자마자 너한테 반했는데."
"헐?"
"ㅇㅇㅇ 진짜 눈치 없어서 내가 맘고생 얼마나 심했는줄 알아?"
"너 수정이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미쳤냐? 그런 애를 좋아하게?"
"말도 안돼."
"이왕 이렇게 들킨거 속시원히 말할게."
"뭐, 뭐를?"
"나 너 좋아해. 사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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